오버워치 리그 정규 시즌, 그 이상을 선보일 수 있는 팀만이 올라간다.

3주간 휴식 끝에 오버워치 리그 시즌1을 마무리할 플레이오프가 12일부터 진행됐다. 모든 경기 양상을 바꿀 만큼 큰 변화는 없었지만, 플레이오프에 참가하는 팀들의 변화는 확실했다. 마지막 성적을 내야 하는 시기이기에 플레이오프에 출전하는 팀들이 3주 동안 갈고 닦았던 전략을 첫날부터 선보이기 시작했다.

승리한 팀들은 단순히 '메타에 적응한다'에 그치지 않았다. 정석처럼 해왔던 영웅 조합이나 대처법을 뛰어넘을 만한 무기를 꺼낸 팀이 준준결승 첫 경기의 승자가 된 것이다. 상대의 심리와 대처를 역으로 이용해 단숨에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전략이 연이어 나왔다.

결과 역시 예측하지 못한 구도로 흘러갔다. 필라델피아 퓨전의 '핫바'처럼 본인의 역할군과 다른 역할을 소화해내며 경기를 승리를 이끄는 선수가 있었고, '피셔' 대신 'iremiix'를 기용하며 로스터 변화가 있었던 LA 글래디에이터즈 역시 3:0으로 압승을 거두기도 했다. 예측하기 힘든 변화가 이어지기에 남은 플레이오프에서 어떤 양상의 경기가 이어질지 기대할 수밖에 없다.


아니, 트레이서가 갑자기 왜 나와?
역할군 속인 필라델피아의 끝내기 전략


▲ 출처 : 필라델피아 퓨전 공식 SNS

딜러 메타는 스테이지4부터 확실하게 어느 정도 자리 잡았다. 한조가 리메이크되면서 스나이퍼 조합인 위도우메이커-한조 조합이 강해지긴 했지만, 큰 틀은 변화하지 않았다. 위도우메이커-한조, 이를 노리는 트레이서나 겐지, 그리고 이를 제압할 수 있는 브리기테가 상성 관계를 형성하면서 영웅이 돌고 돌았다.

그렇게 경기마다 두 명의 딜러진이 경기에 나오는 가운데, 필라델피아가 보스턴 업라이징을 상대로 마지막 세트에서 강수를 뒀다. 힐러를 대신해 주 역할군이 탱커인 선수를 3명이나 투입한 것. 이번에는 확실히 탱커를 투입해 전면전을 펼칠 것으로 보였다.

▲ ‘핫바’ 트레이서 활약과 함께 승리!(출처 : official overwatch highlights)

하지만 이런 예상은 정확히 빗나가고 말았다. 서브 탱커인 '핫바' 최홍준이 트레이서를 꺼내 든 것이다. 이전까지 딜러의 빈 자리를 대신해 LA 발리언트의 '카리브' 선수가 잠시 딜러를 잡은 적이 있었으나, 기존 두 명의 딜러를 유지하는 가운데 트레이서가 추가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핫바'의 트레이서가 우회해 상대 위도우메이커를 끊어내면서 경기 양상이 이상하게 흘러갔다. 스나이퍼 싸움에서도 압승을 거둔 필라델피아가 총 세 명의 딜러로 화력을 자랑하며 단숨에 2점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

공격에 힘을 준 만큼 수비가 불안할 수 있었지만, 필라델피아는 깔끔하게 대처했다. 유일한 지원가인 '넵튜노'의 메르시가 홀로 모든 영웅을 치료할 정도로 팀원 모두가 쉽게 끊기지 않았다. 확실한 킬로 오히려 상대 공격을 받아내면서 위험할 법한 수비 상황마저 압도적인 경기를 펼친 것이다.

놀라운 점은 필라델피아가 볼스카야 인더스트리라는 맵에서 연습 때 승률이 저조했다는 것이다. 경기 후 '카르페' 이재혁은 인터뷰 통해 "새로운 시도를 통해 승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반대로, 보스턴은 정규 시즌 스테이지3에서 볼스카야 인더스트리에서 10전 전승이라는 무서운 성적을 거둔 팀이었다. 그만큼 필라델피아의 마지막 세트 승리는 플레이오프를 대비해 준비가 얼마나 철저했는지 잘 보여줬다. 트레이서를 플레이한 '핫바' 뿐만 아니라 이에 맞춰 수비까지 소화해낸 팀의 승리라는 것을 말이다.


맵, 툴팁 하나까지 놓치지 않는 프로들
'Tab키' 상태창 확인 전담이 필요한가...




플레이오프 첫 경기의 가장 화두는 역시 브리기테를 활용한 LA 글래디에이터즈의 속임수라고 할 수 있다. 런던 스핏파이어를 상대로 2:0으로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확실한 쐐기를 박았다. 왕의 길이라는 맵, 본진에서 빠르게 영웅을 교체할 수 있는 오버워치의 특징까지 활용한 기발한 전략이었다.

왕의 길에서는 위도우메이커와 같은 스나이퍼가 시작부터 상대를 저격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프로게이머들은 상대에게 저격할 만한 각을 주지 않고 숨어 있기 마련이다. 위도우메이커가 자주 쓰이는 영웅이지만, 프리딜을 할 자리를 잡기까지 과정에서 말리는 경우도 더러 나오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손쉽게 상대를 저격할 수 있을까. LA 글래디에이터즈는 심리전으로 확실히 상대를 끌어낼 방법을 찾아냈다. 스나이퍼 영웅 없이 탱커 중심으로 첫 조합을 선보인 LA는 우회해 상대 거점의 후방으로 향했다. 이를 상대하는 런던 역시 그 반대편에 자리를 잡았다. 동시에 상대 근접 탱커들이 막강한 조합과 거리를 두면서 포격을 가한 것이다.

문제는 이 지점이 바로 위도우메이커가 저격하기 최적화된 장소라는 것이었다. 홀로 본진에 숨어있던 브리기테가 갑작스럽게 위도우메이커로 영웅을 변경했다. 근접 전투와 난전에 힘을 발휘하는 브리기테 중심의 조합이었기에 런던은 속을 수밖에 없었다. 갑작스러운 영웅 변경을 확인하지 못한 런던에게 교체 투입된 위도우메이커가 프리딜을 넣기 시작했다. 단숨에 두 명의 영웅이 제압당하면서 순식간에 수 싸움에서 LA 글래디에이터즈가 우위를 점하면서 기세를 탈 수 있었다.

런던은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하자 리스폰 시간이 꼬이면서 자리 잡을 시간마저 놓치고 말았다. 필라델피아가 보스턴을 상대로 그랬듯이 LA 글래디에이터즈의 경기 역시 순식간에 끝났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심리전 한 방에 정규 시즌에서 뛰어난 성적을 내왔던 팀들이 무너진 것이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는 상대 프로게이머와 팀을 속일 수 있는 전략이 나오고 있다. 단순히 정석 조합과 카운터 전략을 넘어서는 전략을 준비해온 팀이 승리할 것이다. 예상하지 못한 작은 균열에도 프로들마저 흔들리는 장면이 첫 경기를 통해 나오고 말았다. 이제 진짜 작은 차이를 시작으로 큰 격차를 만들어낼 수 있는 팀이 플레이오프에서 살아남을 것이다.

솜브라 메타가 왔을 당시 뉴욕 엑셀시어 역시 기존 조합에 팀의 움직임으로 받아친 적이 있다. 메타라는 것을 거스를 수 있는 팀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곳이 바로 오버워치 리그고, 마지막 플레이오프라면 그런 장면들이 충분히 더 나올 것이다. 첫 경기부터 새로운 전략으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던 플레이오프의 다음 경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이유다.

▲ 출처 : 오버워치 리그 공식 SNS (사진=Robert Pa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