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동안 월드오브워쉽과 관련된 게시물과 코멘트를 보던 중 문득 흥미로운 코멘트를 발견했다. 최근에 출시된 미국 6티어 구축함 모나한에 대한 코멘트였는데, 대략 요약하자면 사기에 가까울 정도로 좋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사실 기자도 구축함이 주력이자 가장 많이 탄 함종인 유저로써 어느정도 구축함 성능을 보는 눈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기자가 봤을때는 모나한의 경우 그냥 평범함 그 이상도 이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굳이 따진다면 익숙하게 쓸 수 있으면 꽤 괜찮다는 점과 고각 저속탄에 적응한 유저라면 무서울게 없는 포격형 구축함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배의 특성은 당장 미국 6티어 구축함 패러것이 가지고 있다. 특히 기본 선체의 경우 패러것 그 자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추가 선체를 통한 부분이라는 점인데, 이곳에 무슨 비밀이 있는지 직접 시운전을 해보기로 했다.


▲ 군함 평가 페이지에 달린 코멘트, 과연 실제로는 어떤 성능일까?



기본 선체는 패러것 MK2
패러것 선행체험판을 캐쉬로 구입?

우선 모나한에게는 2가지 옵션이 존재한다. 하나는 구입 시 기본 상태로 타는 것과 선체를 B선체로 올린 뒤, 어뢰를 교체하는 타입이다. 먼저 다루고자 하는 것은 기본 선체다.


■ 내구도

기본 선체의 경우 사실상 풀업글 기준 패러것과 거의 동일하다고 볼 수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가지 차이점은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체력이다.

패러것은 B선체나 C선체 모두 내구도가 11,500이 한계지만, 모나한은 13,900이라는 독구축에 근접한 체력을 자랑한다. 수치상으로도 고폭탄 1~2대를 더 맞고 버티냐 못버티냐의 차이이니 체감이 꽤 크다.

하지만 그렇다고 체력이 모나한의 특징이냐고 묻는다면 전혀 아니다. 독구축의 경우 정규 트리의 게데만 하더라도 15,000은 가뿐히 넘으며, 같은 프리미엄쉽인 범아시아 6티어 구축함 안산도 14,400이라는 높은 수치를 자랑한다. 기본적으로 6티어 치고 높긴하지만 장점이 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 기본적으로 높긴하지만 피돼지인 독구축에 비빌 정도는 아니다




■ 대공

그 다음으로 대공이다. 모나한이 B선체 기준으로 패러것에 비해 4X1 보포스 및 2X1 보포스가 추가로 달려있다. 물론 이렇게 하더라도 대공 세팅은 27로 좋다고 볼 수 없으며, 장거리 대공수치는 패러것이 되려 더 좋다. 실제로 둘의 대공 수치는 고작 3 차이로 미세한 차이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구축함치고는 분명 나쁘지 않은 수치지만 그래도 파리채로 떨구듯 함재기를 격추시킬 화력은 아니니, 대공 사격으로 상대 에임을 벌리고 빠른 조타속도와 기동력으로 시간을 끈다는 개념으로 봐야한다.

미세하지만 주포 사거리와 포 분산도도 패러것이 조금 좋다. 15.59km / 15.51km, 100m / 108m로 사실 이정도 차이는 체감하기도 힘든 차이다.


▲ 대공 사격 소모품을 사용하여 함재기에 대한 저항력이 있다


▲ 물론 현실은 수분간 머리위에 떠 있는걸 한두대 격추시킬까 말까 한 수준이다




■ 기동력

기동력에서도 미세하게나마 패러것이 모나한을 앞선다. 최고속도나 선회반경은 동일하지만 조타 속도가 패러것이 2.7초, 모나한은 3.4초다. 물론 미구축답게 방향이 휙휙 잘 돌아가는 것은 동일하므로 타 구축함이 본다면 별 것 아닌 차이다.

하지만 전혀 다른곳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발생하는데, 모나한은 패러것과 달리 속도 부스터를 아무 패널티 없이 장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모나한은 속도 부스터덕에 39.5노트로 질주할 수 있지만, 패러것의 경우 대공 사격을 포기해야 한다. 물론 속도 부스터가 없더라도 기본적으로 36.5노트라는 좋은 속도를 가지고 있으므로 큰 불편사항은 아니다.


▲ 선회반경이나 조타속도 등 기동력은 부족할게 없다




■ 피탐지

마지막에서 제법 차이가 나는데, 바로 피탐지 거리다. 기본 피탐 거리가 패러것은 7.56km 모나한은 7.2km로 짧다. 풀세팅을 하면 모나한은 6.3km로 명목상 6.4km 사거리의 기본 어뢰도 은폐 상태로 날릴 수 있게 된다. 반대로 패러것은 뭔짓을 해도 어뢰를 쏘기 위해서는 상대의 동선을 읽거나, 혹은 자신을 드러낸 채로 날려야 한다.

미구축이 과거 저평가를 받은 이유중 하나가 일구축과 달리 은폐 어뢰를 쏠 수 없다는 점이었고, 여러차폐 패치를 거듭하며, 개선이 이뤄진 바 있다. 하지만 정규트리로 따지자면 패러것은 여전히 은폐 어뢰를 쏠 수 없는 입장이었고, 모나한은 미묘하지만 '가능은 하다'는 점에서 미국 기준 역대급 6티어라 불릴만하다.

물론 소모품 슬롯에도 차이가 있다. 패러것은 알다시피 미구축답게 속도 부스터와 대공 사격 둘 중 하나를 선택하여 달 수 있지만, 모나한은 욕심쟁이라서 연막과 속도 부스터를 단 상태로 아무 패널티 없이 대공 사격 소모품을 달 수 있다. 추가로 일부 구축함에게만 제공되었던 어뢰 차발 장치도 대공 사격 대신 선택하여 달 수 있다. 패러것에 비하면 확실히 드러나는 프리미엄쉽다운(?) 장점이다.

하지만 여기까지 놓고 비교해보더라도 기본 내구도가 더 높다는 점을 제외하면 사실상 패러것과 큰 차별점을 두기 힘들다.

우선 소모품 슬롯이 하나 더 많다는 것은 분명 장점이고 피탐지가 0.3km 짧다는 점도 큰 강점이다. 하지만 실전에서는 이것이 패러것과의 큰 차이로 이어지지 않는다. 기본 선체를 사용한다는 가정하에 어차피 운영 방식이 패러것에서 벗어나지는 않는다는 것. 오히려 연막은 미제가 아니라 일구축의 그 연막으로 패러것의 연막 속 무지개포 발사같은 퍼포먼스도 펼치기 힘들다.


▲ 피탐거리와 어뢰 사거리가 같다는 것은 실상 예측 어뢰 사격이 된다




미구축에서 일구축의 모습을 찾다!
어뢰 전문 요원으로 대변신! 대망의 B선체

앞서 말했듯 A선체의 경우 돈이 남아돌지 않는 이상 그냥 패러것을 타는게 더 낫다. 미묘한 차이는 있지만 운영상의 문제나 기타 성능에서 패러것과 차이를 찾기란 힘든 것. 그렇다면 모나한의 정체성은 바로 B선체에 있다고 봐야한다.

B선체를 올리면 엄청난 변화가 생긴다. 외형상으로도 확 눈에 띄는데, 당장 주포탑이 4개에서 2개로 반토막이 나기 때문이다.

패러것이 각광받던 이유는 6티어에서 출중한 사거리와 뛰어난 기동력 및 선회력으로 일정 거리 이상에서 적 함선을 농락하는 능력이 출중했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포격 구축함으로써의 성격이 강한 배라는 말이다.

하지만 모나한의 B선체는 포격전따위 택배에 싸서 본국으로 반송한듯 주포탑의 화력이 무츠키마냥 달랑 2문이 되어버려 화력이 급감한다.

사라진 주포 위치에는 보포스 4문짜리가 배치되지만, 대공화력이 강해지지는 않는다. 대신 어뢰가 7티어인 마한을 뛰어넘어 8티어 밴슨이 사용하는 Mk15 mod. 3를 달게 된다.


▲ 명성이 자자한 보포스 치고 대공화력이 급상승하지는 않는다


▲ 무츠키가 미국 코스프레를 한건가? 주포는 앞의 꼴랑(?) 2개만 남는다


▲ 모든 것을 희생하고 남는것은 결국 이 밴슨 어뢰다




■ 8티어 최종 어뢰를 끌고 내려온 6티어!

모드3 어뢰는 밴슨의 그냥 어뢰도 아니고 무려 최종 업그레이드 어뢰다. 사거리 9.2km에 대미지는 16,633이라는 뛰어난 알파대미지를 자랑한다.

그냥 단순히 숫자만 봐도 6티어 이하 함급에서는 맞으면 일격필살에 가까운 치명타를 입힐 수 있고, 떡체력으로 어뢰 한 발쯤은 쿨하게 맞아줄 수 있는 독구축이나 일부 순양함들도 일격에 용궁으로 보내버릴 수 있다. 당장 어뢰에 목숨을 건 일구축들과 비교해봐도 피탐지 거리는 더 짧고 사거리는 비슷하며, 대미지는 더 강한 어뢰다.

그리고 동티어 하츠하루나 후부키는 3발씩 투사하지만, 모나한은 5발씩 2번, 어뢰 차발기까지 사용한다면 짧은 시간내에 20발을 뿌려버릴 수 있다.


▲ 일격필살 어뢰를 한 번에 10발! 그것도 6티어에서!



당연하지만 B선체에서 최종 어뢰까지 사용할 심산이면, 어뢰 차발기 소모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일구축의 어뢰 차발기와 비교한다면 소모품을 사용하더라도 30초의 재장전 시간이 걸리지만, 그 악명높은 아사시오도 한 번에 16발이 한계인만큼 밸런싱을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사실 지금 상태로 30초 간격으로 10발을 또 날리더라도 6티어 전장급에서는 충분히 악몽으로 다가올법하다.

여기에 완벽한 어뢰정으로 만들고 싶다면 고레벨 함장을 끌고와 어뢰추진기 + 어뢰정비로 60노트에 7.3km라는 어뢰다발을 선물할 수도 있다. 피탐지가 6.3km기 때문에 1km정도는 아슬아슬하게 은폐 어뢰를 쏠 수 있다.

물론 시마카제의 초공동 어뢰를 사용해본 유저라면 알겠지만, 기어링 어뢰를 제외한 어뢰 추진기 세팅은 대부분 예능에 가깝다는 것을 알아두자.


▲ 6티어 전장에서 어뢰 20발을 한 번에 날리는건 아무래도 좀 과하긴하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라는게 문제다. 주포는 더이상 포격형 구축함은 커녕 일구축과 겨뤄야 할 정도라 더이상 미구축의 아이덴티티를 찾기 힘든 지경이 되버린다. 뛰어난 기동성과 준수한 대공은 있지만, 대공 사격을 보통 떼버릴테니 대공면에서도 큰 기대를 하기가 어렵다.

남는것은 말 그대로 끝없이 어뢰를 발사하면서 상대를 피말리게 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런 점에서는 일구축과 역할이 완전히 겹친다. 연막 지속시간마저도 미구축 사양이 아닌 일구축 사양인 점도 주목할 만하다.

물론 어뢰 자체는 분명 탈 6티어급이므로 8탑방에 가더라도 어뢰만으로 존재감을 발할 순 있겠으나, 어뢰만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곱게 볼 팀원은 그리 많지 않다.

분명 어뢰에 올인했다는 개성은 확보했지만 정작 팀 파이팅에 좋다는 미구축의 특성과는 멀어져버린 묘한 구축함이 되버린 셈이다.


▲ 결국 하는짓은 일구축과 크게 다를게 없게 된다



종합하자면 구축 유저가 아니지만 일구축과 미구축 양쪽의 특성을 모두 동시에 경험해보고 싶은 유저에게 추천한다.

기본 선체를 선택할 경우 패러것에 대한 완벽한 선행 체험이 가능하며, B선체의 경우 일구축 혹은 벤슨 어뢰를 미리 맛볼 수 있다. 어뢰 특화로 갈 경우 주포는 거의 없다고 생각하고 플레이하면 되고, 어뢰의 경우 한 방 대미지나 투사량은 볼만하나 5발짜리답게 재장전 시간에 오래 걸린다.

그래도 말은 이렇게 했지만, 꼭 나쁜 성능의 배라고는 할 수 없다. 어차피 구축을 모는 유저들의 성향은 차이가 있는법이고 시야만 잘 확보하면서 어뢰를 잘 맞춘다면 밥값을 충분히 해주는 배다. 다만 대구축전 제압 능력이 전무하다는 점이 치명적일 뿐이다.

하지만 현재 연구 트리에서 레닌그라드, 뤄양, 브위스카비챠, 심즈 등 티어는 달라도 기라성같은 구축들이 많이 있다. 콜렉터 기질이 있는 유저가 아닌 이상 정규 트리와 비교해서 성능이 뛰어나거나 개성이 두드러진다고 볼 수 없는 배를 굳이 돈주고 사는 것은 아쉬울 것이다. 사실 어뢰 차발기가 일본처럼 짧은 시간내에 바로 재장전이 되는 구조였다면 한 번에 어뢰 20발을 날리면서 6티어계의 악몽이 될 수 있었겠지만 현실은 30초다.

결론을 내리자면 미구축으로 저티어에서 어뢰만 쏘고 놀고 싶은 유저를 위한 배이며, 키드나 심즈같은 본격적인 미구축을 기대하고 사는거라면 극구 말리고 싶다. 물론 개인적으로 돈주고 산 배중 가장 후회했던 에이글보다는 다루기 쉬운 배라고 생각하며, 이번 X파일 탐방을 끝마치도록 하자.


◆ 나루의 X파일 모나한편

▶ 장점

1. 기본 선체와 추가 선체의 확연히 다른 운영법
2. 이 한대로 포격 구축과 어뢰 구축 두가지 맛을 따로따로 즐길 수 있다.
3. 준수한 내구도(13,900)
4. 패러것보다 좋은 피탐지(6.3km)로 인한 은폐 뇌격 가능
5. 엔진 가속과 대공 사격 소모품 분리, 어뢰 차발기 소모품 선택 가능
6. 6티어급에서는 무식하다고 할 만한 어뢰 대미지(B선체 기준 16,633)
7. 미국다운 부드러운 선회력과 속도

▶ 단점

1. 선체 업그레이드 시 주포 화력이 절반으로 급감(4 → 2)
2. 대공 화력은 패러것과 큰 차이가 없다.
3. 대구축 저지력이 거의 일구축 수준으로 떨어진다.
4. 어뢰 차발기를 사용해도 30초의 쿨타임이 강제되어 20발을 한 번에 날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5. 일구축과 비교하면 여전히 큰 덩치와 피탐지
6. 연막이 일구축 사양으로 지속시간과 살포 시간이 짧다(연막 사격 화력 급감)
7. 어뢰 말고 믿을만한 구석이 없다.

※ 결론 : 패러것 MK2, 밴슨 어뢰 선행 체험판 ver.



▲ 성능좋고 재미있는 구축을 찾는거라면 단연코 이녀석이 제일이다


▲ 굳이 돈주고 패러것을 한 대 더 살필요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