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첫 날은 비가와서 한국보다 훨씬 시원했다ㅎㅎ

2014년 이후로 거의 4년 만에 다시 찾은 차이나조이. 그 이틀째의 취재가 끝났다. 뜨겁고 습한 기후와 수많은 인파는 여전했다. 묘하게도 2014년과 같이 첫날에 태풍이 불었다는 점 역시 비슷했다. 전시관은 여전히 어마어마한 규모였고, 수많은 모바일 게임들이 전시되고 있는 점 역시 비슷했다. 하지만 확실히 차이나조이는 변해있었다. 그게 좋은 의미던, 나쁜 의미던 말이다.

4년 전 인터뷰에서 들었던 부분이 확실히 느껴졌다고 해야 될까? 이제와 깨달았을지도 모르겠다. 지스타에 버금가는 관이 수십 개가 있는데, 그 관 하나하나에 게임사들이 들어간다. 그러나 많은 수가 들어가진 않는다. 대형 게임사들은 규모에 맞게 공간을 크게 쓴다. 재미있는 건 이 부분이다.

부스는 어마어마하게 큰데, 묘한 부분이 있다.

지스타, E3, 게임스컴, TGS 모두 거대한 공간으로 부스를 꾸리면 그중 대부분은 '시연'을 위한 공간으로 꾸며진다. 게이머들이 하고 싶어 하는 게임들을 마련해두고, 부가적인 이벤트를 위한 무대를 꾸려두어서 부스의 조화를 이룬다.

차이나조이도 마찬가지로 시연과 이벤트 공간이 조화를 이룬다. 하지만 다른 게임 쇼들과는 정 반대다. 이벤트를 위한 공간이 메인이고, 게임 시연은 정말 '부가 요소'로 찬밥 신세인 부스들이 대다수였다. 몇 백 부스 규모의 거대한 공간에, 시연할 수 있는 '기기'가 열 대 조차 없는 부스도 있었다.

각각의 부스들은 유저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끝없이 부스 모델을 무대 위로 올리고, 공연을 쉴 새 없이 진행한다. 옆 부스에 이벤트라도 같이 하고 있으면 더욱 경쟁적으로 분위기를 이끌려고 한다. 자연스럽게 소리는 커지고, 귀는 먹먹해질 정도였다.

그런 이벤트에, 유저들은 발걸음을 멈췄다. 거대한 부스 양쪽에서 이벤트라도 하면, 그 공간은 지나가기조차 힘든 정체구간이 발생했다. 이동에 불편함이 생기긴 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중국 유저들의 발걸음이 멈췄다. 시선을 끌고 있다는 증거다.

이런 공연이 펼쳐지면 거긴 0/4 도발 뜬거다. "넌 못지나간다"

나는 아무래도 '올드' 게이머인 것 같다. 게임이란 자고로 진득하게 앉아서 몰입해서 하는 게 인지상정이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작은 모바일 화면보다는 묵직한 Xbox 패드나 듀얼쇼크가 더 좋다. 그리고 키보드와 마우스도 좋다. 하루 종일 쳐다만 보는 것보다는 짧은 시간이라도 집중해서 조작하는 게 좋다. 꾸준히 하는 게임도 있지만, 매번 새로운 게임을 찾아보고 해보는 게 좋다.

그런 감성으로 게임 쇼에 왔으니, 당연히 여기서만 해볼 수 있는 게임들을 찾게 됐다. 그래서 더더욱 시연, 신작에 목숨을 걸고 뛴다. 비록 신작 게임이 모바일일지라도, 신작이니까 해본다는 마음으로 찾아다녔다. 매번 게임 쇼에 가면 시연 대기열이 끔찍했기에, 인파 속에서 반야심경을 읊으며 기다릴 각오를 했었다. 4년 전 차이나조이에서도, 유명 신작이나 기대작의 경우는 대기열이 무시무시했었으니까.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의아할 정도로 게임 시연 대기열이 없었다. 심지어 그 커다란 부스에서 몇 개밖에 안되는 신작 시연인데, 대기열이 거의 없을 정도인 부스도 많았다. 대부분의 모바일 게임들은 언어를 제외하고는 시연이 크게 어렵지 않았다. 가끔 대기열이 있는 부스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경품'이 빵빵했다는 거다.

혹시 중국 유저들이 이런 게임 시연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해봤지만, 그건 절대 아니었다.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유비소프트의 부스에서 시연되는 신작 시연 대기열은, 다른 게임 쇼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다. 냉방 시설의 위력이 소용없을 정도로 사람이 몰려서 바깥만큼이나 더울 지경이었으니까.

솔직히 여긴 지나가기 싫을 정도였다. 사람이 많아서 에어컨이 소용이 없다.

최근 몇 년 동안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게임 시장에서 급부상하면서, 게임 쇼들은 새로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바로 '모바일 게임'의 전시에 대해서다. 접근성이 너무 뛰어난 휴대용 기기는, 희소성을 갖는 게임 쇼에서 전시하는 게 별로 메리트가 없다. 오히려 마음먹으면 게임 쇼에 전시하는 것보다 더 쉬운 방법으로 노출도를 올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모바일 게임은, 게임 쇼 참전이 별로 메리트가 없다.

PC나 콘솔을 주력으로 게임을 개발하던 개발사들도, 모바일 게임들의 높은 수익성은 놓치기 아까운 부분이었다. 그렇게 주력 장르를 바꾸고 대성한 회사도 있을 정도니까. 그러다 보면 높은 비용을 내고 게임 쇼에 참여할 이유가 줄어든다.

그렇기에 모바일 게임도 전시하던 게임 쇼들은 대부분 게임사들의 참전 의지를 높일 수 있는 방법과 메리트가 필요했다. 그래서 여러 가지를 고민했고, 그중 하나가 전시 방법이었다. 특히나 TGS, 차이나조이, 지스타는 정말로 모바일 게임 전시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지스타를 다시 보니 진짜 장관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차이나조이가, 바로 모바일 게임의 전시에 대한 중국 게임사들이 내린 해답이라고 생각한다. 애초에 노출이야 다른 방법으로 할 수 있으니, 이벤트로 유저들의 시선을 크게 끄는 것이다. 유명인을 초청하고, 공연으로 볼 거리를 만들고.

'쇼'에 충실하는 거다. '게임'이 아니고, '쇼(SHOW)'에 말이다. 잘 보여주고, 잘 놀다 가게 만들어주는 거다. 시연? 그런 거 많이 안 해도 된다. 그게 이번 차이나조이의 모든 관을 수십 번씩 돌고 보면서 느낀 심정이었다. 트렌드가 바뀌었다고 느꼈다.

이 방법이, TGS나 지스타에서도 적용이 될지 의문이다. 원래 TGS는 시연과 무대 행사 모두를 많이 하는 트렌드였고, 지스타도 비슷하다. 일단 차이나조이는 모바일 게임 전시에 대한 자신만의 해답을 내놨다. 여전히 고민하고 있는 다른 게임 쇼들의 해답도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차이나조이가 열리는 8월 3일부터 6일까지 양영석, 여현구, 김규만, 원유식, 이두현, 원동현 기자가 현지에서 인터뷰, 체험기, 포토 등 따끈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 인벤 뉴스센터: https://goo.gl/gkLq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