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의 세계에서 중요하지 않은 경기는 없지만, '평소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경기는 분명히 있다. 이번 대결이 그랬다. 2018 LCK 섬머 스플릿 정규 시즌 마무리까지 단 2경기만을 남긴 상황, 똑같은 승패와 승점으로 5위와 6위를 기록 중이던 아프리카 프릭스와 한화생명e스포츠의 한판 대결이 펼쳐졌다.

두 팀의 전력 승부는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1세트는 한화생명e스포츠가, 2세트는 아프리카 프릭스가 각자의 저력을 발휘하며 승리를 따냈다. 숨 막힐 듯한 긴장감 속에 진행된 3세트는 더없이 치열한 경기 양상이 연출됐다. 거듭된 역전 속에 결과를 예측할 수 없던 승부는 한화생명e스포츠의 극적 승리로 종료됐다.

모든 선수의 간절함이 만든 극한의 집중력은 다수의 슈퍼 플레이를 연출했고, 어느 팀이 승리해도 이상하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한 치 물러섬 없었던 승부 속, 팬들의 손에 땀을 쥐게 했던 명장면들을 되돌아보자.



■ [1세트] 한화생명의 초반 설계와 깜짝 바론의 스노우볼


한화생명e스포츠의 이른 선취점 이후 긴 침묵이 이어졌다. 한화생명e스포츠가 약간의 주도권을 잡은 상황, 첫 싸움터는 협곡의 전령 앞이었다. '성환' 윤성환의 트런들이 협곡의 전령을 처치하는 순간, 발 빠르게 합류한 '투신' 박종익의 라칸을 앞세워 아프리카 프릭스가 3:2 싸움을 걸었다.

'린다랑' 허만흥의 케넨까지 귀환한 상태에서 아프리카 프릭스의 이니시에이팅은 좋은 판단이었다. 그러나, 되려 피를 본 쪽은 아프리카 프릭스였다. 아프리카 프릭스의 딜이 좌우로 분산되며 킬이 나오지 않았고, 협곡의 전령을 건드리기 시작할 때부터 이동을 시작한 한화생명e스포츠의 봇 듀오가 합류한 것이다. 이 플레이를 통해 깔끔하게 2킬을 올린 한화생명e스포츠가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

▲ 2:3 구도에서 위기를 맞이한 한화생명e스포츠

▲ 봇 듀오의 빠른 합류로 노데스 2킬의 대승을 거둔다

아프리카 프릭스는 주도권을 완전히 내줬음에도 반격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았다. 미드에서 킬과 포탑을 챙기는 것을 반복하며 상처를 어느 정도 봉합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화생명e스포츠는 완치 직전의 상처를 크게 벌렸다. '라바' 김태훈 라이즈의 공간 왜곡을 활용해 바론을 처치한 것이다. 아프리카 프릭스가 이를 눈치챈 순간은 이미 뒤늦은 상황이었다.


▲ 몰래 바론을 통해 큰 차이를 벌린 한화생명e스포츠

열세에 놓은 아프리카 프릭스는 30분경 두 번째 바론이 등장하자마자 처치를 시도하는 강수를 던졌다. 의외의 속도를 낸 아프리카 프릭스가 바론을 쓰러뜨리며 전략이 성공적으로 통하는 듯했으나, 이어진 한타에서 정글-서포터를 제외한 챔피언들이 모두 쓰러지며 오히려 손해를 봤다. '라바' 라이즈의 공간 왜곡 페이크와 '상윤' 권상윤 카이사의 과감한 진입이 돋보였다.

▲ 상대의 혼란을 유발한 '라바' 라이즈의 공간 왜곡

▲ 과감하게 진입한 '상윤' 카이사의 더블 킬

이후 한화생명e스포츠는 꾸준히 압박을 이어가며 세 번째 바론을 처치한 후 1세트를 선취했다. 몇 번의 흔들림은 있었으나 역전은 한 번도 내주지 않은 완승이었다. 깔끔한 승리로 한화생명e스포츠의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 [2세트] 방심 금물! 단 한 번의 실수를 잡아챈 아프리카 프릭스


2세트에서도 선취점은 역시나 한화생명e스포츠가 가져갔다. '성환' 윤성환 스카너의 6레벨 갱킹 각이 완벽히 들어맞았다. 그러나 '쿠로' 이서행의 벨코즈가 한화생명e스포츠의 기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투신' 알리스타와의 연계로 3킬을 올린 '쿠로'의 벨코즈는 기어코 '라바'의 라이즈를 솔로 킬 내며 팀원들에게 사기를 불어넣었다.

▲ 하나

▲ 둘

▲ 셋

▲ 넷!

'쿠로' 벨코즈의 독주에도 불구하고 한화생명e스포츠도 꾸준한 반격을 통해 아프리카 프릭스를 추격했다. 30분이 넘어가도록 글로벌 골드 차이는 2,000골드도 나지 않는 팽팽한 양상이 이어졌다. 다소 길어질 것으로 보였던 승부는 한 번의 교전으로 인해 단번에 끝났다. 아프리카 프릭스가 한화생명e스포츠의 실수를 잡아채며 그대로 승리까지 연결했다.

발단은 30분경 벌어진 난전이었다. 길어진 싸움에 모든 챔피언의 체력이 다소 빠진 상태에서 아프리카 프릭스는 귀환 대신 바론 트라이를 택했다. 이때 빠르게 정비를 마친 한화생명e스포츠가 아프리카 프릭스의 챔피언들을 쫓아내고 되레 바론을 처치했다.


그러나 다음 판단이 문제였다. '린다랑'의 초가스가 잘린 상황에서 한화생명e스포츠의 봇 듀오가 뜬금없이 미드로 향했다. 이에 바론 지역에서 내려오던 아프리카 프릭스의 챔피언들과 동선이 겹쳤고, 두 챔피언이 허무하게 쓰러지며 5:2 상황이 연출됐다. 기회를 포착한 아프리카 프릭스는 거침없이 적진으로 돌격, 에이스를 올린 후 한화생명e스포츠의 넥서스를 파괴했다.

▲ 상대의 실수를 캐치한 아프리카 프릭스가

▲ 단숨에 승리를 챙겼다



■ [3세트] 극한의 집중력이 연출한 한화생명의 극적 역전승


앞선 두 세트가 서로의 전력을 확인하기 위한 탐색전이었다면, 3세트는 그야말로 두 팀의 모든 것을 쏟아낸 진짜 승부가 펼쳐졌다. 한층 예민해진 선수들이 연출한 쉴 새 없는 난전과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게 했던 다수의 역전극은 이번 경기의 백미였다.

먼저 승전보를 올린 쪽은 아프리카 프릭스였다. 줄곧 이어졌던 '성환' 트런들의 초반 갱킹을 받아치며 시작된 3:3 교전이 금세 5;5로 번졌다. 3~4레벨에 불과했던 챔피언들의 외나무다리 승부는 '투신'의 쉔이 침착하게 사용한 그림자 돌진과 함께 아프리카 프릭스의 2킬 노데스 완승으로 끝났다.


▲ 첫 한타의 마지막을 장식한 '투신'의 쉔

이후 쉴 새 없는 난타전이 벌어졌다. 서로의 노림수가 교환되는 가운데, 11분경 한화생명e스포츠가 기적의 한타를 통해 3킬을 쓸어담으며 전세를 뒤집었다. 아프리카 프릭스는 침착함을 유지하며 미드에서 추가 킬과 포블로 이를 그대로 되갚아줬고, 운영을 통해 서서히 앞서가기 시작했다.

▲ 기적의 한타로 역전하는 한화생명e스포츠

▲ 불과 2분 만에 갚아주는 아프리카 프릭스

글로벌 골드는 아프리카 프릭스가 앞섰지만, 화염 드래곤 버프 2스택을 보유한 한화생명e스포츠의 덩치도 만만치 않았다. 와중에 세 번째 화염 드래곤이 등장하며 운명을 건 한타의 시작을 알렸다.

드래곤 처치와 동시에 홀로 진입한 '키' 김한기의 알리스타가 먼저 쓰러졌고, 곧이어 사용된 '기인' 김기인 라이즈의 공간 왜곡이 아프리카 프릭스에게 대승을 안겨줬다. 아프리카 프릭스가 크게 웃으며 싸움이 끝나는 듯했으나, 연이어 터져나온 한화생명e스포츠의 슈퍼 플레이가 바론과 함께 두 번째 역전을 안겨줬다.

첫 번째는 '라바'의 조이가 만들었다. 실낱같은 체력으로 '기인'의 라이즈를 유인해 점멸을 사용하게 만들었다. 이후 무방비 상태가 된 '기인'의 라이즈를 '상윤'의 카이사와 함께 제압하며 아프리카 프릭스의 전력에 공백을 만들었다. 5:4가 된 한화생명e스포츠는 곧바로 바론을 두드려 교전을 유도했고, 다수의 CC 연계와 폭딜을 통해 가볍게 2킬을 올렸다.

▲ '기인'의 라이즈를 끊으며 타이밍을 꼰 후

▲ 수적 우위를 통해 완승을 챙겼다

▲ 드래곤부터 바론까지, 한화생명e스포츠의 대역전극

곧바로 바론을 처치한 한화생명e스포츠가 아프리카 프릭스의 건물들을 짓밟으며 두 번째 역전에 성공했다. 비록 글로벌 골드 차이는 크지 않았지만 4개의 드래곤 스택과 잘 성장한 '상윤'의 카이사를 앞세운 한화생명e스포츠의 화력은 용암보다 뜨거웠다. 결국, 또다시 바론 버프를 두른 한화생명e스포츠가 에이스와 함께 짜릿한 역전승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 한화생명e스포츠에겐 잊지 못할 승리가 될 것이다



■ [포스트시즌] 끝나지 않은 승부, 마지막 경우의 수



이번 대결의 승자는 한화생명e스포츠였지만, 아직 두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다음 경기에서 한화생명e스포츠가 패배를, 아프리카 프릭스가 승리를 기록하면 순위가 역전될 수 있기에 승부는 마지막까지 지켜봐야 한다. 정규 시즌 5위 팀이 확정되는 구체적인 경우의 수는 다음과 같다.

한화생명e스포츠 승리(세트스코어 무관) -> 한화생명e스포츠 5위 확정
아프리카 프릭스 패배(세트스코어 무관) -> 한화생명e스포츠 5위 확정
한화생명e스포츠 1:2 패배 및 아프리카 프릭스 2:0 승리 -> 아프리카 프릭스 5위 확정
한화생명e스포츠 0:2 패배 및 아프리카 프릭스 승리(세트스코어 무관) -> 아프리카 프릭스 5위 확정

한편, 한화생명e스포츠와 아프리카 프릭스는 각각 kt 롤스터, 진에어 그린윙스와 마지막 승부를 앞두고 있다. 상대적으로 괜찮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쪽은 아프리카 프릭스겠지만, 최근 강팀들을 턱밑까지 위협하고 있는 진에어 그린윙스의 행보를 보고 있으면 꼭 그렇지마는 않은 것 같다.

먼저 경기를 치르는 쪽은 한화생명e스포츠다. 한화생명e스포츠는 지난 스프링 스플릿 마지막 순간에 무너졌던 아쉬움을 포스트시즌 자력 진출로 만회할 기회다. 지난 1라운드에서 kt 롤스터를 2:0으로 잡은 기록이 있긴 하지만, kt 롤스터 역시 정규 시즌 1위를 탐내고 있기에 모든 전력을 쏟아내 한화생명e스포츠를 상대할 것이다. 그 어떤 예측도 불허할 한판 대결에서 나올 선수들의 슈퍼 플레이를 기대해 보자.

영상 출처 : LoL eSports 유튜브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