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LCK 섬머 스플릿은 마지막 경기까지 순위를 예측할 수 없던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시즌이었다. 특히 kt 롤스터는 1라운드에서의 부진으로 한때 7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서히 올라온 그들의 경기력은 2라운드에서 절정을 찍었고, 지난 7일 진행된 경기까지 7승 1패라는 결과를 만들었다.

그리고, kt 롤스터는 마침내 LCK 정규 시즌 1위에 올라섰다. 9일 진행된 2018 LCK 섬머 스플릿 마지막 경기에서 MVP와 만난 kt 롤스터는 2:0 승리를 거두며 결승전 직행을 확정지었다. 패배한다면 4위로 정규 시즌을 마감해야 하는 외나무다리 승부였지만, kt 롤스터는 '슈퍼팀'의 명성에 걸맞는 기량을 뽐내며 결승전을 치를 자격이 있음을 증명했다.



■ [1세트] 승부를 결정지은 한 방, '스맵'이 만들고 '유칼'이 맺다


kt 롤스터의 우세가 예측됐던 것과 달리 1세트는 다소 팽팽하게 흘러갔다. kt 롤스터가 탑에 힘을 실어 퍼블과 포블을 동시에 가져갔음에도 MVP의 반격에 순식간에 3킬을 내주며 휘청였다. 미드에서 협곡의 전령 소환을 방해하기 위해 진입한 '유칼' 손우현의 아지르까지 쓰러지며 MVP가 먼저 주도권을 잡았다.

머지않아 kt 롤스터가 MVP의 공세를 받아치며 2킬을 올려 상처를 어느 정도 메웠다. 약간의 소강상태 후 벌어진 교전에서도 양 팀은 2킬씩 교환하며 균형을 이어갔다. 와중에 각각 3킬, 1킬을 챙긴 '이안' 안준형의 조이와 '파일럿' 나우형의 진은 CS에서도 우위를 보이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이는 kt 롤스터에게 크나큰 잠재적 위협으로 다가왔고, 두 딜러의 후반 캐리를 잠재울 무언가가 필요했다.



▲ 팽팽한 양상이 이어지는 중, 한발 빠르게 성장하는 MVP의 캐리 챔피언들

그러나 30분경 터져 나온 kt 롤스터의 한 방이 곧바로 승리로 연결됐다. 시작은 최악이었다. 미드에 모든 챔피언이 뭉쳐있던 MVP가 '욘두' 김규석의 자크를 앞세워 진입했고, '스코어' 고동빈의 세주아니가 커튼 콜에 가장 먼저 쓰러졌다. 명백한 4:5 상황이었지만 kt 롤스터의 진격엔 거침이 없었다. 승리를 확신한 듯한 움직임이었다.

이어진 싸움에서 먼저 눈에 띈 건 '스맵' 송경호의 자르반 4세였다. 무리해서 딜러를 노리지 않고 '맥스' 정종빈의 탐 켄치에게 대격변을 꽂아 넣으며 MVP의 진형을 완전히 망가뜨렸다. 여기에 '파일럿' 진의 장전이 완료됨과 동시에 초시계를 사용하며 딜 로스와 포지셔닝 실수를 유발했다. 한술 더 떠 '애드' 강건모의 카밀은 kt 롤스터의 본진으로 빨려 들어가며 허무한 죽음을 맞이했다.

▲ 진형을 무너뜨리고 딜 로스를 유발한 '스맵'의 자르반 4세

'스맵'의 지휘에 '유칼'의 아지르가 장단을 맞췄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유칼'의 아지르는 화려한 드리프트를 구사하며 딜링과 토스를 동시에 해냈다. 점멸을 포함한 모든 스킬이 적재적소에 완벽하게 사용됐고, 눈 깜짝할 새 이어진 연계는 더없이 강한 인상을 남겼다. 결국, '스맵' 자르반 4세의 쿼드라 킬과 함께 에이스가 나오며 kt 롤스터의 승리로 경기가 종료됐다.

▲ 승리에 쐐기를 꽂는 '유칼' 아지르의 스킬 연계



■ [2세트] 우승만 바라보는 베테랑, '스코어'의 품격


1세트를 어렵게 넘긴 kt 롤스터는 2세트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뽐내며 팬들의 우려를 깨끗이 지워냈다. 그 어느 팀보다 빠른 스노우볼을 굴리는 kt 롤스터 특유의 스타일이 잘 드러난 경기였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빛난 건 '스코어'의 노련함이었다.

'스코어'의 세주아니는 봇 듀오의 리쉬 없이 선 레드 버프를 가져가며 '애드' 나르의 1차적인 방심을 유도했다. 이후 세 개의 정글 캠프를 추가로 챙겨 3레벨을 달성한 후 바로 탑으로 향했다. 최근 대회는 물론 솔로 랭크에서도 잘 나오지 않는 타이밍의 탑 갱킹이었기에 와드는커녕 아무런 의심도 할 수 없었다. 결국, '애드'의 나르는 정확한 킬각을 캐치한 '스코어'의 세주아니에게 선취점을 내줬다.

▲ 점멸까지 사용하며 도망가봤지만, 죽음을 피할 순 없었다

'스코어'의 득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욘두'의 그라가스가 봇에 얼굴을 비치자마자 '스코어'는 곧바로 탑으로 향해 '애드'의 나르를 또다시 쓰러뜨렸다. 여기까진 상대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겠지만, 다음 선택은 MVP의 허를 완벽하게 찔렀다. 귀환을 마친 '스코어'의 세주아니는 그 어떤 다른 행동 없이 곧바로 봇으로 향해 점멸이 빠진 '맥스'의 벨코즈를 쓰러뜨렸다.

▲ 탑에서 킬을 올린 후 곧바로 봇으로 향한 세주아니

▲ 봇 라인에도 힘을 실어주는 데 성공했다

이후로는 kt 롤스터의 일방적인 경기가 펼쳐졌다. 2데스를 기록한 '애드'의 나르는 더이상 '스맵' 갱플랭크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스코어'가 만든 킬에 탄력받은 kt 롤스터의 봇 듀오 역시 오래 지나지 않아 포탑을 파괴했다. MVP의 날개를 꺾은 것을 시작으로 쉴 틈 없는 압박을 펼친 kt 롤스터는 30분 만에 대망의 승리를 따냈다.

▲ kt 롤스터가 결승 진출을 확정 짓는 순간




■ [첫 우승 도전] 남은 건 단 한 경기 뿐, 컨디션 조절이 관건



이번 kt 롤스터의 정규 시즌 1위는 압도적인 포스를 풍기던 그리핀을 두 번이나 잡아낸 결과이기에 더욱 뜻깊은 결과였다. 이에 kt 롤스터는 그리핀이 결승전에 올라온다 하더라도 큰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할 수 있다. 반면 정규 시즌에서 2패를 안겨준 킹존 드래곤X와 만나는 것은 다소 부담이 될 것이다.

앞으로 우승까지 남은 건 단 한 경기, 9월 8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리는 결승전 뿐이다. 선수와 코치진은 물론, 수많은 팬이 꿈꾸는 우승이다. kt 롤스터는 후회 없는 결승전이 되도록 만반의 준비를 마쳐야 한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것은 '스코어'의 아시안 게임 참가다. 상당히 빠듯한 일정이지만, 그 속에서도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많은 신경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영상 및 사진 출처 : LoL e스포츠 유튜브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