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의 Saralyn Smith는 독일 쾰른에서 열린 Devcom 2018 현장에서 "블리자드가 자신들의 플레이어 커뮤니티와의 관계를 어떻게 강화했는지"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블리자드는 거대한 팬덤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잘 활용할 줄 아는 회사다. 블리자드의 게임을 즐기는 팬들도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개발사에서도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반영할 수 있는 것들은 반영한다. 자연스럽게 게임에의 충성도도 높아진다. 바로 이게 게임사와 커뮤니티의 좋은 관계의 선순환이다.

▲ 강연을 진행한 블리자드의 Saralyn Smith


강연자는 "게임 시장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는 말로 운을 뗐다. 플랫폼이 다양해졌고 장르 선호도도 과거와는 전혀 다르다. 비즈니스 모델 역시 다양해졌고, 복잡해졌다. 이제 패키지 판매 뿐 아니라 F2P를 기본으로 한 구독이나 인앱결제, DLC 등 다양한 수익 모델이 존재한다. 다른 산업에 비해 변화 속도가 빠르고, 그만큼 유저의 변화도 빠르다.

단순히 빨라진 것 만이 아니다. 그만큼 복잡해졌다.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일은 과거에 비해 무척이나 어려워졌다. 15년전만 해도 커뮤니티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 몇 개의 포럼만 신경쓰면 됐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많다. 포럼의 숫자는 물론이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SNS, 유투브나 트위치 등의 방송 플랫폼에서도 많은 이야기가 나온다. 지금은 인플루언서의 시대(Age of Influencer)다. 다양한 커뮤니티를 통해 많은 것이 바뀐다. 브랜드와 브랜드의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개발과 퍼블리싱의 세계는 지금보다 더 복잡할 수 없을 정도다.



"Game building is Community building."

강연 내내 강조된 말이다. 강연자는 커뮤니티를 강화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한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단순하지만 어렵다. Focus, Feedback, Fellowship이다.

첫 번째 노력은 포커스다. 커뮤니티에 집중해야 한다. 그 안에서 나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허투로 보내서는 안된다. 거대 커뮤니티 뿐 아니라 작은 곳도 마찬가지다. 커뮤니티는 트렌드를 만들고 각종 신호를 보내는 곳이다.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야 한다. 듣고, 적용하고, 발전하라. 작은 이야기라도 집중하고 회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커뮤니티의 기반이 되는 인플루언서를 적극 활용하라. 그들을 초대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게 하고 의견을 들어라. 블리자드는 블리즈컨 기간만이 아니라 커뮤니티 센터에서 진행하는 각종 행사를 통해서도 인플루언서와 커뮤니티 유저를 초대해 의견을 받는다. 게임 개발과 커뮤니티는 파트너 관계다.

작은 신호, 작은 이슈에도 집중하라. 그리고 회사에서 어떻게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라. 이에 관련해서 강연자는 몇가지 예를 들어줬다. 한 할머니가 손자가 받은 하스스톤 개발자들의 사인이 담긴 티셔츠를 세탁하는 바람에 그 사인이 모두 지워졌고, 안타깝다는 글을 손자가 커뮤니티에 올렸다. 글은 삽시간에 큰 이슈가 됐다.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블리자드는 그 아이에게 다시 한 번 개발자의 사인이 적힌 티셔츠를 선물로 보냈다. "Do not wash"라는 이름의 하스스톤 카드와 함께. 대회 지각으로 부전패를 당해 이슈가 된 하스스톤 선수에게 보낸 알람시계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번 확장팩, '격전의 아제로스'에 얽힌 에피소드도 있다. 실바나스가 텔드랏실을 불태우는 영상이 공개되자 많은 호드 유저가 분개했다. 이어 사울팽의 영상이 공개된 이후, 인게임 호드 유저가 그들의 어깨 갑옷을 벗기 시작했다. 실바나스에 대항하는 의미다. 강연자는 이를 보고 "감동했다. 앞으로를 지켜보고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강연자는 "위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전혀 어렵지 않다.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신뢰를 쌓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우리가 이야기를 듣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하며, "항상 유저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라"는 말을 했다.

두 번째 원칙은 '피드백'이다. 블리자드는 리셉션이나 라이브 스트리밍, 전세계에서 통역을 두고 진행하는 Q&A 라이브 등을 통해 다양한 피드백을 받는다. 업데이트할 내용을 사전에 알려주는 비디오도 폭발적인 반응을 보여준다. 어렵지 않고, 오래 걸리지도 않는 일이다.

강연자는 "다양한 채널의 피드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 예로 트위터에서 한 유저와의 대화를 보여줬다. 처음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던 유저가 트위터에서 블리자드와의 대화를 이어가면서 입장이 어떻게 바뀌는지다.

▲ 유저 시연을 통한 피드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는 유저가 원하는 바를 듣고, 그것을 실행한다." 강연자의 말이다. "블리즈컨에서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클래식을 공식 발표했을 때, 커뮤니티는 환호했다. 왜 그런걸 몇 년 동안 준비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사람들도 있다. 유저들이 원했고, 우리는 그 목소리를 들었다." 블리자드가 유저와의 소통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오버워치 '둠피스트' 출시 당시 테리 크루즈와의 일화도 이를 보여주는 요소다.

강연자는 마지막 요소에 대해 "Fellowship은 Friendship 그 이상의 의미다. 개발자로서 커뮤니티를 존경하고, 거기서 나오는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이 복잡해지고 게임이 많아지면서 마케팅 비용도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유저들이 만들고 확산하는 이야기는 그 어떤 마케팅보다 더 직접적이고 효과적이다. 커뮤니티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그 어떤 마케팅 전략보다 유효하다.

강연에서는 오버워치 '디바'의 그림을 예로 들었다. 작은 디바가 감자칩과 탄산음료를 먹는 팬아트는 하나의 밈이 되었다. 블리자드에서는 이를 보고 인게임 디바 모션에 실제로 군것질을 하는 움직임을 추가했다. 강연자는 디바 이상으로 유명한 인터넷 밈인 '리로이 젠킨스'와 값진 경험이라 언급하며 이런식으로 친분과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강조했다.

▲ 너무나도 유명한 리로이 젠킨스


또한, 인플루언서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 것을 강조했다. 지금 당장 유명한 사람 뿐 아니라, 게임을 진심으로 즐기고 좋아하는 사람을 지원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Fellowship의 가장 좋은 예로 '노움 대경주'가 올라왔다. 한 서버의 유저 이벤트로 시작한 분홍 머리 노움들의 달리기 대회는 게임 전체로 퍼졌다. 블리자드는 이 행사를 공식적으로 개최했고, 유저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다.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유저가 하는 말과 행동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다음 행동을 결정해야 한다.

"Fellowship은 개발자와 커뮤니티 모두에 게임 경험을 더 깊고, 감정적으로 만들게 한다. 때문에 커뮤니티에 투자하고 신뢰를 쌓으며 우리 게임에 감정적으로 몰입하게 만들어야 한다.

매년 블리즈컨에서 밤을 새워 줄을 서고 개회식을 가장 좋은 자리에서 보기 위해 뛰어들어가는 사람을 보며, 수백시간씩 들여 우리 이상의 퀄리티로 코스프레를 준비하는 사람을 보며, 호드 문양 문신을 한 사람을, 얼라이언스 문양이 박힌 자켓을 입는 사람을 보며 자부심을 느낀다. 행복을 느낀다. 고마움을 느낀다.

커뮤니티는 게임에 희망과 가능성을 줄 수 있다. 블리자드는 25년에 걸쳐 커뮤니티에 집중하고 그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한 일을 집중했다. 그들에게서 영감을 얻어라. 그들을 존경하고 존중해라. 그들이 우리 게임을 만들고, 그들이 게임의 수명을 늘린다." 강연을 맡은 Saralyn Smith의 마지막 말이다.






8월 21일 개최되는 게임스컴(GAMESCOM) 최신 소식은 독일 현지에 나가 있는 정필권, 김강욱, 석준규 기자가 생생한 기사로 전해드립니다. ▶ 인벤 뉴스센터: https://goo.gl/gkLq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