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1일 진행된 `창의인재 동반사업 오픈특강`의 두 번째 강연은 '로그러스IT코리아' 원경연 대표의 순서였다. 원경연 대표의 강연은 '현지화(Localization)'을 다루는 강연이었는데, 글로벌 진출을 꿈꾸는 인디 개발자들이 어떻게 해야 제대로 된 현지화를 할 수 있고, 그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로그러스IT는 미국 필라델피아에 본사를 둔 현지화 전문업체로, 전세계에 걸쳐 지사와 법인을 둔 글로벌 기업이다. 꽤 많은 작품의 게임 현지화도 진행했으며, 로그러스IT를 이용했던 대표적인 게임사로는 유비소프트, 블리자드,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있다.

▲ 로그러스IT코리아 원경연 대표


● '현지화'란 무엇인가?

먼저, 원경연 대표는 로컬라이제이션, 즉 '현지화'라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부터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원 대표의 말을 빌리면 단순한 의미에서 현지화란 '번역'을 뜻하지만, 번역 그 이상의 개념이다. 현지화는 게임을 포함한 콘텐츠나 제품을 현지 시장에 맞게 변환하고 맞춤화하는 모든 과정 일체를 뜻하는 말이며, 이 과정에서 목표 시장의 소비 시장을 분석하는 과정도 선행되어야 하는 긴 작업이다.

단순한 텍스트 번역은 번역가 한 명만 있어도 가능하지만, 그 내용을 해당 시장의 고객층에게 100% 전달하려면 제대로 된 현지화 과정을 겪어야 한다는 뜻이다. 원 대표는 이와 같은 일을 하는(로그러스IT와 같은) 업체들이 바로 LSP(Language Service Provider)라고 설명했다. 제대로 된 현지화에서는 단어와 문장 뿐 아니라 현지 포맷에 맞춰 날짜와 시간, 주소, 도량형, 전화번호까지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 이렇게 해야 고객층이 '이 제품은 우리 시장을 위해 만들어졌구나'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궁극적 목표인 수익 증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 현지화란 단순 번역과는 다르다.

현지화의 기본 개념을 말한 원 대표는 '게임의 현지화'로 초점을 옮겼다. 현 시점에서 게임 현지화는 세 가지 경로를 통해 이뤄지는데, 첫 번째는 흔히 '유저 한글화'라는 개념으로 익숙한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현지화이다.

커뮤니티를 통한 현지화를 진행할 때는 조심해야 할 점이 있는데, 절대 '돈'을 포함한 현물을 지원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돈을 주는 순간 커뮤니티는 팬에서 용병이 되어버리며, 이렇게 될 경우 돈은 돈대로 쓰고 퀄리티도 보장받기 힘든 경우가 생겨버린다. 베타 초대권이나 게임 내 재화 지원 등으로 보상을 대체하는 것은 고려할 수 있다.

▲ 커뮤니티 중심의 현지화에서는 '돈'을 주는 것은 좋지 않다.

두 번째는 '클라우딩 소스'를 이용한 방식이다. 클라우딩 소스는 산발적인 번역이 이뤄지기 때문에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현지화를 할 수 있는 '이상적인 방법'이지만, 실제로는 별도의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고 역자가 수시로 바뀌어 퀄리티의 차이가 생기는 등 실제 적용은 꽤 어려운 방법이다.

마지막은 앞서 설명한 LSP를 이용한 방법이다. 대부분의 LSP는 오랜 기간 전문적으로 일해왔기 때문에 제대로 된 솔루션이 있고 품질도 보증되는 편이지만, 초기 비용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여기서 원 대표는 한가지 팁을 주었는데, LSP에 현지화를 의뢰할 때 중복 문장이나 단어를 TM(Translation Memory)화해 가격을 절감할 수 있다. 이를 잘 모르는 이들에게는 LSP가 이것을 알려주지 않고 문장 수 그대로 계산을 해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 현지화, 어떻게 이루어질까?

▲ 현지화의 진행 과정

현지화 작업은 크게 네 가지 단계로 나눌 수 있다.(이는 편의에 따라 네 가지로 나눈 것이지, 실제로는 20단계 이상의 공정이 필요하다고 원 대표는 덧붙였다) 첫 번째 단계인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는 국문 원문 검토와 이를 토대로 한 국제화(Internationalization), 국제화 이후의 원문 검토와 현지화 범위 설정, 배포 방식 정의 등의 과정이 있다.

여기서 '국문 원문 검토'는 현지화 과정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이며, 현지화 작업 자체를 날리거나 해당 시장에서의 수익을 망칠수도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다음 이미지를 예로 들 수 있다.


서구권의 많은 국가에서는 대상의 성별에 따라 인칭대명사가 달라지며, 관사와 형용사 들 문장 구성 요소들이 달라지기도 한다. 때문에 성별이 모호한 대상에 대해서는 정확한 번역을 할수 없으며, 이는 차후 게임 내 오류나 저평가로 이어진다. 그렇지 않다 해도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현지화 과정이 복잡해지고 길어지기 마련이다. 때문에 LSP에 의뢰해 현지화를 할 때에는 미리 국문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정확한 표현을 해야 하며, 필요에 따라서는 보조 자료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국제화'는 현지화 이전에 선행되어야 할 작업으로, 한 언어권이 아닌 다언어 시장을 대상으로 할때 필요한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는 ANSI 코드로 짜인 문자 인코딩을 유니코드로 바꾼다던가, 도량형을 통일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현지화에 필요한 제반 준비 과정을 거치며, 차후 제3, 제4의 언어로 현지화를 할 때에도 요긴하게 쓰인다.

프리 프로덕션이 끝나면 '프로덕션'의 단계로 나아가고, 이때 '문화화 콘텐츠'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문화화'란 해당 국가의 문화를 고려한 현지화 단계를 말하는데, 쉬운 예로는 커뮤니티에서 자주 논란이 되는 '욱일기'를 들 수 있다. '욱일기'의 경우 전범 정권이 사용한 깃발이기 때문에 당시 일본에게 해를 입은 국가들 사이에서는 금기시하지만, 서구권에서는 이러한 속뜻을 잘 모르고 사용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 게임 내 지도에 '동해' 표기도 문화화의 일환이다.

이와 같이 특정 문화권에서 터부시되는 요소를 제거하거나, 국제적으로 분쟁이 될 수 있는 요소들(동해-일본해 논란 등)을 수정하는 작업이다. 이 문화화는 고품질 현지화 과정에서 꼭 필요한 과정으로, 이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소비자는 '외국계 기업'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된다.

▲ '문화화'를 잘 요약한 삽화

'프로덕션'의 단계가 끝나면 이후는 점검과 적용의 단계이다. 기술 요구사항을 검토하고 Q&A에서 드러난 헛점을 보완, 확인하는 작업인 '포스트 프로덕션'과 남은 이슈를 해결하고 최종 승인에 이르는 '프리 플라이트' 단계가 이어지면서 현지화는 마무리된다.

중요한 것은 현지화의 시점이다. 원 대표는 '게임을 다 만든 후 현지화에 나서면 완성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라고 말하며, 게임 개발 단계에서 타겟 시장을 정했다면, 개발 과정 중에 LSP와 접촉해 현지화를 진행하는 것이 오류 발생률을 줄이고 작업 시간을 줄이는데 용이하다고 말했다.

강연의 끝에서, 원경연 대표는 제대로 현지화를 거친 게임과 그렇지 않은 게임이 해당 시장에서 거두는 수익의 차이는 꽤 큰 편이라고 말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꿈꾸는 인디 개발자들이 성공하려면 좋은 현지화가 함께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