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
2018-09-0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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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북유럽, 모험심, 그리고 RPG… 넷마블 '팬텀 게이트'

원동현 기자 (Wony@inven.co.kr)

너무나도 아름다운 눈을 가졌던 한 소녀, 맑고 투명한 호수 같은 청명함 덕에 그 눈은 ‘별의 눈동자’라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아름다웠던 탓일까. 소녀는 그 두 눈이 마치 타인을 꿰뚫어 보는 것 같다는 억울한 편견과 핍박을 받으며 두 눈을 봉인 당하고 만다. 빛이 통하지 않도록 지하실에 감금당하고, 여러 겹의 천으로 두 눈을 묶인다. 마지막엔 계모에게 마저 버림받는 비참함을 맞이한다.

그럼에도 소녀는 별을 노래했다. 세상이 아무리 자기 눈을 가린다 한들 환희 빛나는 밤하늘을 못 볼 일은 없을 거라는 듯 소녀의 시선은 하늘을 향했다.

위의 내용은 핀란드의 동화작가 토펠리우스의 작품 ‘별의 눈동자’의 이야기다. 아름다우면서도 음울한, 마치 밤하늘의 별 같은 이야기다. 명쾌한 권선징악의 구조가 아닌 탓에 다소 서글픈 느낌을 준다. 어째서 저 소녀는 축복과 같은 눈동자를 지니고 저주와 같은 삶을 살아야 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래서일까? 왠지 모르게 이야기가 더욱 뜻깊게 느껴진다.

레벨 나인(Level 9)의 정민섭 대표는 별의 눈동자를 읽고 마치 계시를 받은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북유럽 신화를 소재로 게임을 개발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만 있었던 그 무렵, 별의 눈동자는 그에게 게임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별의 눈동자를 가진 발키리 아스트리드, 그리고 그녀를 주인공으로 다룬 작품 ‘팬텀 게이트(Phantom Gate)’. 레벨 나인이 우리에게 선사할 게임 동화다.





▲ 레벨 나인 정민섭 대표

Q.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000년도부터 게임업계에서 일을 해온 레벨 나인 대표 정민섭이라고 합니다. 과거 이소프트넷에서 드래곤라자 온라인을 개발한 적이 있고, 04년도부터는 회사 경영 위주로 일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2014년도에 레벨 나인을 설립했죠. 설립 이후 바로 시작한 프로젝트가 ‘팬텀 게이트’입니다. 레벨 나인으로서는 첫 작품이죠.


Q. 처음 개발 소식을 접하자마자 굉장히 독특한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핀란드 동화 ‘별의 눈동자’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들었는데, 그 작품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드셨나요?

원래 제가 게임을 개발할 때 시나리오를 항상 직접 집필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런 활동을 워낙 좋아했거든요(웃음). 어느 날 북유럽 신화를 소재 삼아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발키리’ 이야기를 다뤄보고 싶었어요. 문제는 어떻게 만드냐는 거였죠.

그런데 우연히 토펠리우스의 '자작나무와 숲', 그리고 '별의 눈동자'를 접한 순간 계시를 받은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토펠리우스 작가 특유의 ‘느낌’이 제가 생각한 발키리와 굉장히 잘 맞는다고 느꼈죠. 그리고 바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북유럽 신화와 발키리, 그리고 별의 눈동자를 모티브 삼아 스토리를 써내려갔죠. 글을 먼저 완성한 뒤 게임을 제작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탄생한 게 ‘팬텀 게이트’입니다.


Q. '팬텀 게이트', 얼핏 듣기엔 소설 제목 같기도 합니다. 어떤 뜻을 담고 있나요?

사실 게임 제목을 한 편의 애니메이션처럼 짓고 싶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글린다와 환상의 문’이라는 제목을 처음에 채택했고, 영문 명으로는 팬텀 게이트라고 지었죠. 시공간을 넘나들며 다양한 팬텀(소환수)를 만난다는 뜻을 담은 제목이었습니다. 시공간에 대한 상상력을 무한히 자극하며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세계라는 뜻을 담고자 했어요.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국내 테스터분들은 글린다와 환상의 문이라는 제목을 마음에 들어하셨어요. 그런데 북미 유저분들은 다소 다르게 느끼시더라고요. 주인공 이름 글린다의 어감이 너무 안 어울린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그 분들이 느끼시기에 글린다라는 이름은 뚱뚱한 가정부 이미지에 가깝다고 하셔서 주인공 이름도 아스트리드로 바꾸고, 게임 타이틀도 팬텀 게이트로 통일했죠.

▲ 일곱 겹의 천으로 가려진 별의 눈동자(출처 : brunch.co.kr)


Q. 저도 오는 길에 동화를 읽어봤는데, 내용이 예상외로 굉장히 무거워서 놀랐습니다.

그게 북유럽의 감성인 거 같아요. 일반적인 권선징악이나 해피 엔딩과는 거리가 멀죠. 마냥 행복한 이야기는 아닐지라도 특유의 깊은 맛이 살아있는 게 북유럽 동화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사실 스토리를 내세우는 게임은 지금까지 참 많았습니다. 모두 다양한 신화와 고유의 스토리를 풀어나가며 매력적인 세계관을 구축했죠. 문제는 대다수의 유저가 스크립트를 읽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스킵 기능을 통해 빠르게 즐기는 분들이 많죠. 이러한 현상은 저희 역시 피해갈 수 없다 생각해서 스토리를 어떻게 전달하면 좋을지 정말 많이 고민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희는 유저분들이 대부분의 구간을 스킵 하더라도 스토리의 핵심은 모두 이해하실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팬텀 게이트'의 가장 큰 특징인 모험 콘텐츠를 강조했죠. 3년간 넷마블 북미 지사를 통해서 수많은 테스트를 진행해왔는데, 그 시기가 모험 콘텐츠 제작에 큰 도움이 된 거 같습니다.


Q. 얼핏 보기엔 힐링 퍼즐 게임 같은데, 수집형 RPG 요소가 담겨있더라고요. 정말 색다른 장르 간의 융복합인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셨나요?

저는 RPG만 계속 만들던 사람이었어요. 그러다 모바일 게임 시장으로 넘어오면서 레벨 나인을 설립하게 됐죠. 초창기에 러닝 게임이나 시뮬레이션 게임 등을 만들었는데, 알 수 없는 갈증 같은 게 계속 남아있었습니다. 8명의 창립 멤버 모두 다음엔 꼭 RPG를 만들자 다짐했었죠.

그 당시에 유행했던 장르가 수집형 RPG였어요. 그런데 사실 전 그 장르의 특성을 그대로 답습해 만들기가 너무 싫었습니다. 노선도 같이 생긴 맵에서 전투하고, 노획물을 얻어 성장시키고, 하나의 지하철 같은 게임이라고 생각했어요. 저희 같은 작은 회사가 이런 모습을 그대로 따라 만드는 건 더더욱 위험하다 생각하기도 했죠.

그렇다면 저희만의 이점은 무엇이 있을까 고민을 했습니다. 결국 색다름이 답이었던 거 같아요. 개발 시작 후 2, 3년이 지나도 경쟁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으려면 확고한 정체성이 필요했죠. 그런 색다름이 우릴 지켜줄 거라 생각했습니다.

'팬텀 게이트'에는 저희와 현재 게이머들의 갈증을 그대로 담았습니다. 전투만 남아있는 필드가 아닌, 어릴 적 우리에게 감동을 준 모험을 곳곳에 녹여냈어요. 로우 폴리곤 그래픽을 채택한 이유도 그런 따스함과 모험감을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게임을 해보시는 순간 이 색다름을 느끼실 수 있을 거에요.

▲ 따스한 모험을 담아냈다


Q. 워낙 색다른 시도인 만큼, 개발하면서 고생도 많이 하셨을 거 같아요.

하하, 예전에 미국에서 테스트를 진행했던 때가 떠오르네요. 당시 넷마블 측의 도움을 받아 100여 명의 테스터를 모집해 심층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햄버거 시켜 먹으면서 온 종일 일정을 진행했죠. 말 하나, 몸짓 하나 놓치는 게 아쉬워서 녹음, 녹화까지 했습니다.

전반적으로 평가는 긍정적이었어요. 스토리도 좋고, 특유의 감성도 마음에 든다는 평가였죠. 그런데 정말 생각지 못한 지적을 받았어요.

'팬텀 게이트' 초반 시나리오에 할아버지 캐릭터가 등장을 합니다. 엄마를 잃은 주인공 아스트리드를 대신 키워준 할아버지죠. 어느 날 할아버지가 병을 앓게 되고, 주인공 아스트리드가 약초를 찾아 집을 나서는 게 모험의 시작이 되는 부분이었어요. 한국에서 테스트를 진행할 때는 전혀 문제가 될 소지가 없는 전개였죠.

그런데, 북미 테스터분들이 하나 같이 이 전개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대체 왜 이 소녀가 할아버지를 위해 목숨까지 걸면서 싸워야 하냐는 거죠. 자신을 길러준 할아버지를 위한 모험으로 그린 건데, 이런 손녀와 할아버지의 관계에 대한 이해가 다르구나 싶었죠. 이 외에도 빨간색, 초록색 등 색깔이 가지는 기호적 의미의 차이, 인종의 다양성 등 여러 부분에서 문화적, 사회적 차이를 느꼈습니다.


Q. 북미권 유저들의 성향은 한국 유저들과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2015년부터 쭉 테스트를 진행해왔습니다. 그런데 매년 북미권 유저분들의 성향이 달라지는 게 느껴졌어요. 이전에는 모바일 게임 인앱구매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자동 사냥이 들어간 게임은 게임으로 취급 안 하는 분위기였죠. 최근엔 그렇지는 않습니다. 자동 사냥 없으면 불편하다는 분들도 많고, 인앱 구매에 대해서도 크게 꺼려하지 않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한국 유저분들의 성향과 점점 비슷해지고 있습니다.


Q. '팬텀 게이트'의 시놉시스를 보니 오딘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신으로 등장합니다. 아스트리드의 어머니 라네르타를 봉인하기도 했는데, 스토리 상의 악역으로 볼 수 있을까요?

절대악은 아닙니다. 지금 단계에서 많은 말씀은 못 드리지만, 아스트리드 입장에선 자신의 어머니를 못살게 군 '신'이니 미워할 수 밖에 없겠죠. 유저분들이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이와 관련된 보다 깊은 서사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 아스트리드는 어머니 라네르타를 만날 수 있을까?


Q. 혹시 롤모델로 삼은 게임이 있을까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니(Journey)'를 롤모델로 삼았어요. 저에게 참 큰 충격을 안겨준 게임이죠. 지금까지 많은 게임을 만들고 접해왔지만, 그런 느낌을 받은 건 처음이었어요. 엔딩을 보자마자 충격에 빠져서 '여태까지 난 뭘 한 거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팬텀 게이트'는 저니와는 형태가 많이 다른 게임이지만, 느낌은 비슷하게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몇몇 테스터분들이 저니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씀해주시기도 했어요. 정말 기뻤죠.

아울러 게임 안에 오마쥬도 담겨있습니다. 정확하게는 말씀 못 드리지만, 런칭 이후에 이런 오마쥬가 담긴 부분(이스터 에그)을 찾는 이벤트를 진행할 생각이에요. 모험 요소가 살아있는 게임인 만큼 이런 이스터 에그의 활용 역시 가능했죠.


Q. 퍼즐을 풀며 모험을 하는 도중 RPG로 전환되는 방식이 참 독특한데, 전투 시스템에 대해서 보다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우선 '팬텀 게이트'의 전투는 심볼 인카운터 방식으로 시작됩니다. 스테이지에서 퍼즐을 풀며 스토리를 진행해나가는 도중 적군 유닛(심볼)을 만나면 전투 스테이지로 돌입하게 되죠.

전투는 IP 게이지를 기반으로 합니다. 스테이터스나 행동의 결과값에 따라 턴의 순서가 달라지는 시스템이죠. 과거의 파이널 판타지 ATB 시스템이나 그란디아 같은 작품을 생각하시면 이해하기 편하실 거 같습니다. 아울러 최대 4대4의 구도로 전투가 진행되고, 상황에 따라 다양한 팬텀과 영웅을 활용할 수 있어 전투에서 지루함을 느끼실 일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직접 아군에게 버프를 주거나 상대에게 디버프를 가할 수 있는 버블 시스템을 도입해 플레이어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자동 전투 모드에서 가만히 보고만 있으면 플레이어가 개입할 요소도 없고, 자연히 재미가 떨어지죠. 피로도 탓에 자동을 즐기시는 분들이 많은 건 알지만, 최소한의 개입 여지는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 개입을 유도할지 고민하다 탄생한 게 바로 버블 시스템이에요.

총 12개의 버블이 존재하고, 약 3, 4턴 마다 버블이 하나씩 화면에 등장합니다. 이걸 플레이어가 직접 드래그해서 아군에게 버프를 주거나 적군에게 디버프를 가할 수 있죠. 효과 역시 강력한 편이어서 전투에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테스터분들 역시 큰 호평을 했던 부분인 만큼 기대해주셔도 좋을 거 같습니다.

▲ 90년대의 추억이 되살아나는 전투 시스템


Q. 비즈니스 모델은 어떤 방식으로 구현됐나요?

게임 자체가 워낙 순수합니다. 이런 게임에 극도로 차별이 심한 과금 시스템을 붙이는 건 안 어울린다고 판단했어요. 성장 구간을 생략해 시간을 버는 형태의 BM이 많고, 과금만으로 할 수 있는 콘텐츠 같은 건 배제했습니다. 무과금 유저분들도 충분히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에요.


Q. 게임 상의 유닛 역할을 하는 팬텀의 종류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들었습니다. 오픈 스펙 기준으로 대략 몇 종류가 준비되어 있을까요?

현재 기본 팬텀은 300종 정도가 준비되어 있고, 진화 트리를 합하면 약 500종에 달합니다. 각 팬텀은 고유의 진화 트리를 갖추고 있고, 분기 선택에 따라 외형과 성능이 천차만별로 달라지죠. 같은 팬텀으로도 여러가지 외형과 성능의 유닛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시스템 덕에 작업량이 훨씬 많아졌습니다(웃음).

▲ 마스코트격 팬텀 '미니냥', 선택에 따라 다양한 버전을 만날 수 있다


Q. 앞으로 '팬텀 게이트'가 유저분들께 어떤 게임으로 와닿길 바라시나요?

'팬텀 게이트' 저희 개발진 모두가 정말 공을 들여서 만든 작품입니다. 중간에 힘든 적도 참 많았죠. 작은 회사다 보니 빨리 만들어서, 빨리 출시하는 게 낫지 않냐는 말도 많이 들었고... 게임에 지나치게 모범적인 시도를 많이 한다는 평가도 받았습니다.

이 작품에는 새로운 시도,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는 저희의 염원이 담겨있습니다. 출시가 얼마 남지 않아 설레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네요. 열심히, 재밌게, 그리고 욕심내서 만든 작품인 만큼 많은 분이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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