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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3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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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카멜레온 캐스터, 성승헌 "고인물은 오래된 게 아니라 변화가 없는 것"

김홍제, 남기백 기자 (koer@inven.co.kr)
'카멜레온 같다'고 느꼈다.

게임의 장르뿐만 아니라, UFC, 레이싱, WWE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계를 맡아 오고 있지만, 오랜 경력으로 쌓아온 내공으로 중계한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한 차례도 없다. 신기했다. 이렇게 많은 리그들을 중계하면서 그 리그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모두 갖춘 모습에. 당연하다고 생각되지만, 한 분야에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기본에 소홀하지 않고 꾸준하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리그를 중계해도 그 리그에 딱 어울리는 옷을 입는 성승헌 캐스터. 그래서 주변 온도나 환경 등에 의해 몸의 색깔이 바뀌는 카멜레온이 떠올랐다.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고, 꽤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게 되면 리스크를 떠안는 걸 꺼리게 된다. 잃은 게 없던 시절에는 누구보다 창의적이었던 사람도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이 생겨 유지-보수에 더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

유지-보수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서 조금만 변질 되도 요즘 흔히들 이야기하는 '고인물'이 되기 마련이다. 고인물은 언젠가 썩기 마련인데, 대부분은 자신이 고인물이라는 점을 자각하지 못한다. 성승헌 캐스터는 인터뷰 동안 변화에 대해 강조했다. 항상 자신을 채찍질하며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고인물은 오래된 것이 아니라 변화가 없이 똑같은 걸 반복하는 것'이라고. 이게 성승헌 캐스터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



Q. 성승헌 캐스터의 가장 큰 장점은 종목이나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 같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데, 최근 근황을 말해달라.

일부러 나의 스펙트럼을 넓히려고 했던 건 아니다. 예전부터 많은 중계진이 다양하고 새로운 리그를 시도해왔다. 그런데, 유독 내가 맡았던 리그들이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어서 그렇게 봐주시는 게 아닌가 싶다. 항상 게임사 관계자 분들을 존경하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웃음). 하지만 무엇보다 리그가 지속될 수 있는 건 많은 사랑을 보내준 팬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LoL, 카트 라이더, 서든어택, DPL, 피파 온라인4 등 e스포츠 종목들과 한 달에 한 번 레이싱인 슈퍼 레이스 중계를 맡고 있다.


Q. 그리고 '순발력, 애드립'에 있어서 자타공인 최고의 캐스터가 아닌가 싶다.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그런 수식어에 대한 부담은 없다. 부담을 느끼는 순간 망하기 십상이다. 내 스스로 재미가 있어야 나오는 게 애드립이다. 짜거나 준비해오면 망한다.


Q. e스포츠 외에 슈퍼 레이스 중계는 많이 생소하다. 간략히 소개하자면?

레이싱이라고 하는 모터 스포츠에도 종목이 다양하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슈퍼 레이스는 스톡카로 레이스가 펼쳐진다. 그 외에도 아반떼 컵, BMW M시리즈, 차종에 따라 많은 대회가 있다. 레이싱 중계를 시작한 지는 3년 정도 됐는데, 공부할수록 매력적인 스포츠다.

레이싱 리그는 현장감이 굉장히 뛰어나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잘 전달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다. 그런데 예전에 카트 라이더 리그에서 실제 레이싱 선수들이 감독으로 합류해 진행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 인연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차 종류마다 전략, 전술이 다르고, 현장에서 모터 소리를 들어보면 정말 박진감이 넘치고 전율이 든다. 기회가 된다면 e스포츠 팬분들에게도 한 번 관람하는 걸 추천하고 싶다. 경기장이 용인이나 인제에도 있어 생각보다 그리 멀지 않다.



Q.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 ‘피파 온라인4’, ‘던전앤파이터’, ‘카트라이더’, ‘카운터 스트라이크 온라인’, ‘서든어택’ 등 정말 다양한 장르의 리그를 중계하고 있다. 하나만 집중해도 쉽지 않다는 말도 있는데, 성승헌 캐스터의 중계에서 게임에 대한 기본적인 것들이 부족하다고 느낀 경우는 없었다.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지?

간단하다. 맡은 게임을 직접 이해하도록 공부하는 건데,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하는 거다. 초기에는 머리로만 이해해 다소 기계적이었다. 스타1으로 예를 들면, 럴커, 러커 이런 발음, 단어 선택 하나하나에 유저들이 싸우는 것을 보고 정말 이론적으로 완벽하게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유저들이 이 게임에서 느끼는 재미를 나도 공감하기 위해 노력했다. 플레이하는 주변 지인(관계자가 아닌 일반인)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그런데 사람마다 취향이 있는지라 그들이 느끼는 재미를 나도 공감하면 다행인데, '이게 왜 재밌지?' 하고 의문이 드는 경우도 있기 마련이다. 그럴 때는 좀 더 심도 있게 즐기는 유저들에게 물어보고 함께해보는 편이다.


Q. 배우면서 가장 힘들었던 게임은?

DPL의 D는 'Dungeon'이 아니라 'Depth 뎁스다(웃음). 확실히 매니아적인 요소가 있는 리그이긴 하다. 그래도 결투장 대결인 DPL:P는 직관적이라 잘 모르시는 분들이 봐도 재밌게 볼 수 있는데, DPL:E는 정말 심도 있는 방식이라, 리그화에 대한 의구심의 가지는 분들이 많았다. 그래도 기존 e스포츠에 없던 장르기도 하고, 다행히 해외 관계자들도 관심을 가지고 직접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기존 리그들과 달리 다른 흥미와 재미를 주는 리그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리그나 중계가 있다면?

클로저스 중계다. 게임을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어떻게 중계해야 하나 막막했다. 게다가 장기 리그도 아니고 행사에서 열리는 일회성 중계였다. 솔직히 분위기 띄우고, 흥만 돋우는 식으로 하면 충분히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냥 소리만 지르고 가네' 이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완벽한 한 번을 위해 정말 열심히 공부했는데, 다행히 반응도 괜찮았던 것 같다.


Q. 그렇다면 정말 재밌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아쉬웠던 리그는?

(1초의 고민도 없이) 아바! 아바다. 개인적으로 정말 잘 개발한 게임이라고 생각하는데, 발매 당시 컴퓨터 요구 사양이 너무 높아서 보급률이 높지 못했다. 그리고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중계 스타일도 정말 독특했는데, 그 시대 정서와 잘 맞물리진 않았던 것 같다. 정말 많은 시도를 했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인디 게임들이 기억에 남는다. 모르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나는 정말 게임을 사랑하는 사람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 정말 퀄리티 좋은 인디 게임들이 많고, 뛰어난 개발자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인디게임을 소개하자면 베타 버전이지만, '데이브'라는 해저 탐험 게임인데 정말 재밌다. 2019년에 출시되는 거로 알고 있는데 기대된다.


Q.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중계진과 호흡을 맞췄다. 가장 기억에 남는 조합이나 중계진이 있나?

음.. 아무래도 최근 기억이 오래 남는 것 같은데, 다름 아닌 장민철 해설이다. 선수 시절부터 이어져 온 몇 개의 짤방과 오해가 있을 만한 배경들 때문에 다소 좋지 않은 이미지가 조금 있는데, 정말 착한 친구다. 천안에서 중계 때마다 서울에 올라오는데, 머릿속에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뿐이다.

다만, 이런 생각들이 조금 과하게 표출된 적이 있어서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동안 같이 중계하는 후배들 중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친구들한테는 잘해보자는 의미로 쓴소리나 조언을 많이 하기도 한다. 하지만, 경력이 많이 쌓이다 보니 새롭게 시작하는 신인한테는 내가 쓴소리를 하면 정말 큰 압박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조심스럽다.



Q. 베테랑 성승헌 캐스터의 신인 시절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예전에는 정립된 무언가가 있지 않고, 모두가 성장해 나가는 단계였다. 그래서 다양하고 색다른 시도들에도 관대함이 있었다. 잔소리보다 격려가 많았고, 나는 운도 좋은 게 나보다 먼저 이 길을 개척한 좋은 선배들이 있어 그걸 따라만 가도 됐다.

하지만, 나 다음 중간 세대가 거의 없다.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나 새로운 신인 중계진들이 등장했는데, 요즘에는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있는 것 같다. 조금만 독특한 시도를 해도 격려보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다 보니 안정적인 걸 추구한다. 개성 있는 다양한 캐스터, 해설들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 만약 이런 것들에 대해 고민하는 후배들이 있다면 편하게 '술 한잔 사달라'고 연락해줬으면 좋겠다.

경력이 어느 정도 되긴 했지만, 나 역시 새로운 연출진, 출연진에 배울 점이 있고, 실제로 배우고 있다. '와 정말 이 친구는 뭐지?'하고 감탄할 때도 있다. 서로 존중하고, 교류가 있어야 더 재밌는 중계가 나온다.


Q. 확실히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것 같긴 하다.

'e스포츠'라는 프레임에 얽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그 프레임에 가두기 시작하면 결국 그만큼 밖에 즐기지 못한다. e스포츠의 가장 큰 장점은 정통 스포츠와 WWE처럼 엔터네이너적인 요소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너무 한 쪽에 치우치면 안 된다. e스포츠는 양쪽을 아우를 수 있는 최고의 소재인데, 일부분만 가공시키고, 정형화시키는 게 아닌가 싶다. 더 좋은 게 있을 수 있는데 말이다. 요즘 뭐만 하면 고인물이라는 말이 많은데, 오래됐다고 고인물이 아니라 똑같은 걸 변화 없이 반복하는 게 고인물이다.



Q. 천하의 성승헌 캐스터도 대부분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중계에서 당황스러운 순간이 있었을 것 같은데?

왜 없겠나. 수없이 많다. 대부분 말실수에서 이어지는 경우인데, 내가 어떻게든 커버해서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말실수를 한 당사자 한 사람만 굉장한 비난을 받는다. 당시 분위기나 사안에 따라 재치 있게 넘어갈 건 넘어가지만, 아니다 싶을 때는 진중하고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팬들도 용서해주고 이해한다.

날이 갈수록 비난의 수위와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무작정 비난은 하지 말고 비판은 괜찮다'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건 아니다. 어느 정도의 비난은 팬들이 가진 권리라고 생각한다. 그게 스포츠의 묘미기도 하다. 우리들도 비난에 너무 크게 반응하거나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끔 도를 넘은 비난이 보이기도 하는데, 이는 글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흉기다. 흉기는 맞서는 게 아니라 그냥 피해야 한다. 하지만 모니터링하면서 이를 피하지 않고 모두 체크하는 후배들도 가끔 있는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

더불어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한데, 적당한 비난은 감수하지만, 왜곡된 것들만 아니었으면 좋겠다. 우리를 비난해도 되지만 웬만하면 팩트에 기반한 내용이었으면 좋겠다. 팩트로 비난하는 것은 팬들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 생각하고 존중한다. 대신 비난하는 만큼 잘할 때 칭찬하는 글을 적어주신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분 좋은 글들은.. '잘생겼다'라는 말이다. 정말 너무 좋다. 댓글로 달아달라는 말은 아니다(웃음).


Q. 성승헌 캐스터가 진행하는 인터뷰를 보면 정말 재치 있고, 인터뷰이를 편안하게 해준다.

대부분 신인 시절에는 얼어 있는 선수가 태반이다. 이해가 안 되기도 했다. 필요 이상으로 긴장하고 얼어있었으니까. 그런데 사실 10대 후반~20대 초반 청년들이 처음부터 수많은 팬들과 카메라 앞, 그리고 생방송에서 말을 잘한다는 게 신기한 일이다. 환경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아프리카 프릭스의 '기인' 김기인 선수도 비슷했다. 말을 제법 하는 친구 같은데 아직도 좀 얼어 있는 모습이 느껴진다. 리프트 라이벌즈 당시 대회가 끝나고 애프터 파티에서 만나서 얘기를 해봤는데, 해외 무대에 대한 영감을 크게 받았더라. 세계적인 무대에서 말도 잘하고 싶은데, 경험이 없어서 잘 안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추후에 더 큰 무대에서는 멋지게 말하고 싶다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

간혹 예전부터 프로게이머들을 대상으로 인터뷰 소양 교육이 있었는데, 애초에 '소양 교육'이라는 말이 들어가는 순간 딱딱해진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도와줄 게 있다면 흔쾌히 도와주고 싶다. 간혹 자기 의견을 확실히 녹여서 말을 정말 잘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대단하다고 느낀다.

다만, 그런 친구들조차 요즘 사회 분위기가 너무 쉽게 불편해하는 성향이 조금 있어서 겁이 많이 생겼다. 장민철 해설이 선수 시절에 등장 당시 목긋기 세레머니를 했는데, 패배해서 놀림감이 된 적이 있다. 그 당시만 해도 요즘처럼 심하진 않았는데, 지금은 퍼포먼스를 하려던 게이머들도 겁이 생겨서 상대적으로 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외향적이고 끼가 많다고 내성적인 친구들보다 덜 아픈 것도 아니다. 근육질 사람이나 엄청 마른 사람이나 가시가 박히면 아픈 대미지는 똑같지 않겠나.



Q. 좀 곤란한 질문일 수도 있다. 가장 호흡이 잘 맞는 중계 조합이나 합을 맞춰보고 싶은 조합이 있는지?

웬만한 사람들과는 다 해본 것 같다. 특별히 누구와 해보고 싶다기보다는 뭔가 힘든데, 재밌는 사람들이 좋다. 말하고 나니 또 장민철 해설이다. 무슨 말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외줄타기의 느낌이 있는데, 묘하게도 이게 재밌다. 조금만 더 하면 정말 재밌는 친구라 잠재력이 터질 날이 오지 않을까.


Q. 2018 아시안게임 당시 성승헌, 이현우, 고인규라는 새로운 조합으로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지상파 중계라 긴장도 많이 됐을 텐데 말이다.

첫 번째 날에는 지상파라는 걸 의식해서 중계했다. 뭔가 평소보다 격식을 차려야만 할 것 같은 기분? 그런데 다음날부터는 그냥 우리의 날 것 그대로. 본 모습을 보여주기로 했다. 그런데 그게 생각보다 반응이 되게 좋았다. 조합 자체의 텐션이나 호흡도 생각보다 좋았고, 원래 중계할 때 걱정이 많으면 목이 쉽게 나가는데, 아시안게임 중계 때는 전혀 그런 게 없었다. 나 역시 재밌게 즐겼다. MY K에서도 지금까지 이런 반응은 없었다며 관계자분들도 e스포츠의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인 말을 많이 해줬다.


Q. 오늘 인터뷰를 해보니 앞으로의 성승헌 캐스터가 더 기대된다. 팬들에게 한마디를 끝으로 인터뷰를 마치려 한다.

거창한 말보다는 그냥 즐겼던 대로 쭉 즐겼으면 좋겠다. 어떻게, 무엇을 즐겨왔는지 느끼시길 바란다. 우리도 정체되지 않고 변화할 테니 다양한 방식으로 e스포츠를 즐겨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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