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인생을 살아가며 많은 시련과 직면한다. 여기서 필요한 건,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강인한 마음이다.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바꿀 수 있는 강한 의지, 이제 막 e스포츠 해설자로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 풋내기 해설자 장민철은 실패를 통해 그것을 배웠다.

직접 만나본 장민철 해설은 모험가였다. 프로게이머, 코치, 감독, 그리고 해설자까지 그야말로 e스포츠에서 할 수 있는 건 거의 다 경험했다. 물론 그의 행보가 모두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도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대체 무엇이 그를 끊임없이 움직이게 하는가?



스타2 선수에서 LCK 해설이 되기까지

장민철은 스타크래프트2가 국내 상륙하자마자 곧바로 스타크래프트1에서 스타크래프트2로 종목을 전향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은 장민철은 국내외 스타크래프트2 대회에서 우승을 휩쓸었고, 스타크래프트2 세계 상금 랭킹 1위에 오르기까지 했다.

세월이 흘러 선수 생활을 마감한 장민철은 콩두 몬스터 LoL 팀 코치직 제의를 받는다. 평소 LoL에 대한 관심이 워낙 컸고, 선수 시절부터 지도자의 길에 관심을 가졌기에 콩두 몬스터 LoL 팀 코치직을 수락하게 된다. 무엇보다 후배들에게 게임 외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콩두 몬스터는 LCK에서 난항을 겪다가 결국 강등됐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정식으로 선수들을 지도한 경험이 없었고, 사수 없이 혼자 시작하다 보니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선수들도 많이 힘들었을 거다. 초반에는 힘에 부쳤다. 이재민 코치가 합류하고 나서부터 많이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성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지금도 콩두 몬스터 선수들과 팬들에게 미안하다.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가장 아쉽다. 내가 더 잘했으면 다 함께 웃으면서 LCK에서 계속 활동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당차게 시작한 장민철의 LCK 첫 도전은 그렇게 실패로 끝났다. 대부분 큰 실패를 경험하면 좌절을 겪거나 다음 도전에 두려움을 갖기 마련이지만, 장민철은 쉽게 주저앉지 않았다. 잠시 재정비의 시간을 가진 장민철은 '독이 든 성배'일 수도 있는 LCK 해설에 도전장을 던졌다.

"처음 LCK 해설 제의를 받고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스타2 객원 해설 경험이 있지만, 스타2는 내가 잘했던 종목이고 팬층도 있었다. 반면 LoL에서는 인지도도 별로 없었고 팬들이 나에게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 그래도 나는 새로운 도전을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LCK 해설에 도전하게 됐다.

당연히 쉽지 않은 자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모든 것을 감수하고 해설직을 수락했다. 프로게이머 시절에도 그랬지만, 나에게 동기 부여가 가장 안 되는 상황은 넘어야 할 산이 없을 때다. 넘고 싶은 큰 산이 있었기 때문에 더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나로서는 대선배인 (김)동준이 형, '클템' 형과 비교되는 것 자체로도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좋지 않은 평가가 많았고, 실수도 많이 저질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해설을 좋아해 주는 분들이 조금은 계시더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과감하게 LCK 해설에 도전했지만, 이번에도 준비가 완벽하지 않았다. 초반부터 아이템과 스킬에 대한 용어 실수가 자주 나왔다. 또한 말이 지나치게 길어지면서 하고 싶은 말이 100% 전달되지 않았다. 아쉬움이 많이 남았지만, 결코 헛된 시간은 아니었다.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자신의 목소리로 팬들과 호흡하며 중계한 것 자체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전부 핑계일 뿐인데, 갑작스럽게 해설 제의를 받고 준비할 기간이 10일 정도밖에 없었다. 해설에 들어가기 전부터 용어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다. 아니나 다를까 용어가 발목을 잡았다. 코치, 감독으로 활동할 때도 스킬은 대부분 Q, W, E, R로 표현했다. 아이템의 경우 시즌2부터 LoL을 시작해서 '라바돈의 죽음 모자'보다 '데캡'이 편하고 '공허의 지팡이'보다 '보이드'가 편하다. 그런 부분 때문에 초반부터 실수를 많이 했다. 그리고 전문 방송 교육을 받지 않아서 방송에 적합한 단어를 선택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말을 길게 하는 건 코치를 하면서 생긴 직업병이다. 선수에게 한 번만 말하면 잘 고쳐지지 않기 때문에 여러 번 반복해서 설명하는 편이다. 그런 부분이 방송에 나왔던 것 같다. 경기를 즐기는 팬분들에게 필요 없는 내용인데, 설명하다 보니 말이 길어지더라. 나도 다시 보기로 보면서 너무 말이 길다고 느꼈다. 고치기가 쉽지 않지만, 계속 고쳐나갈 생각이다.

실수에 대한 비판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더 잘했다면 욕을 먹지 않았을 거다. LoL e스포츠 판이 워낙 커졌다. 올해는 LPL에게 많이 졌지만, 나는 아직도 세계 최고는 LCK라고 생각한다.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한 시즌이라도 중계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2018 LCK 섬머 스플릿을 돌아보며

개막전을 시작으로 승강전까지, 3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온 장민철은 현장에서 많은 것을 보고 경험했다. 중계하면서 어려움도 많았지만, 반대로 즐거웠던 적도 많았다. e스포츠 대선배인 성승헌 캐스터와 고인규 해설의 조언 덕분에 힘든 시간을 극복할 수 있었고, 현장에서 팬들과 호흡하며 명경기를 중계할 때 더 없는 행복감에 젖어 들기도 했다.

"인규 형은 프로게이머 시절부터 잘 알고 지냈던 프로게이머 대선배고 성승헌 캐스터는 내가 프로게이머가 되기 전부터 중계하셨던 e스포츠의 전설적인 분이다. 두 분 모두 항상 나를 잘 이끌어주셨고,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나도 사람이다 보니 악플 때문에 힘들었던 적이 있었는데, 두 분이 많은 조언과 위로를 해주셔서 덜 힘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e스포츠 팬의 한 사람으로서 선수들이 명경기를 펼칠 때마다 너무 행복했다. 이번 시즌에 명경기가 많았는데, 그런 경기들을 나의 목소리로 e스포츠 팬들과 함께 호흡하며 중계한 것 자체가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e스포츠의 매력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리고 '선수'라는 별이 빛날 수 있도록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는지 배웠다."


LoL 중계를 하면서 대부분 행복한 시간을 보냈지만, 아쉬움이 남고 아팠던 기억도 있었다. 장민철은 지난 7월에 펼쳐진 리프트라이벌즈에서 그가 저질렀던 실수를 떠올렸다. 중계 도중 의도치 않게 선수 비하 발언을 하면서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았다.

"국가 대항전이다 보니 의욕이 너무 과했던 것 같다. 한국 팀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였는데 크게 말실수를 했다. 나도 선수 입장에서 중계진이 그런 말을 했다면 기분이 나빴을 것 같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듀크' 이호성 선수와 '듀크' 선수의 팬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장민철의 말대로 이번 2018 LCK 섬머 스플릿에서 유독 명경기가 자주 나왔다. 그만큼 이번 시즌은 '역대급'이라는 단어가 붙을 정도로 치열한 시즌이었다. 마지막 정규시즌 경기가 끝나기 전까지 정확한 윤곽이 드러나지 않을 정도였다. 장민철은 자신이 중계했던 2018 LCK 섬머 스플릿을 정규 시즌을 회상하며 짧게 총평을 남겼다. 이번 시즌 그에게 가장 큰 감명을 준 팀은 초신성 그리핀과 챔피언 kt 롤스터였다.

"그리핀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같이 챌린저스에 있었기 때문에 그리핀이 가진 잠재력을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그리핀은 처음부터 잘했던 팀은 아니다. 확실히 김대호 감독이 들어오면서 많이 변했다. 초창기에 그리핀과 스크림을 하면 한 판도 진 적이 없었는데, 김대호 감독이 부임한 순간부터 많이 졌다. 선수들의 움직임이 남달라졌다고 느꼈다. 예상대로 LCK에 올라와서도 잘한 것 같다. 우승을 차지하진 못했지만, 첫 승격에 준우승을 한 것만으로 엄청난 성과라고 생각한다. 축하의 말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kt 롤스터의 우승이 많은 영감을 줬다. 미드라이너만 바뀐 것뿐인데 완벽하게 달라진 경기력을 보여줬다. 특히, '스코어' 고동빈 선수의 활약이 크게 시사하는 바가 있었다. 최고참 선수가 어린 선수들과 경쟁해서 실력적으로, 피지컬적으로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LoL 프로게이머의 기대 수명이 많이 늘어났다고 생각한다.

를드컵에 진출한 팀들은 어느 팀이든 LPL 특히 RNG를 상대로 꼭 승리하기를 기원한다. 롤드컵에 진출하지 못한 팀들은 고생한 만큼 푹 쉬고 내년을 위해 더 열심히 준비했으면 좋겠다."




장민철의 도전은 계속된다! 왜냐? 끝은 새로운 시작이니까

단 한 번의 실패로 주저앉아 자신과 세상을 원망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수많은 아픔과 시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긍정의 힘으로 이겨내 스스로 강해지는 사람이 있다. 2009년부터 10년 동안 e스포츠에서 활동하고 있는 장민철이 그중 한 명이다. 비록 이번 롤드컵 중계진에 포함되지 못했지만, 장민철은 LoL 해설 도전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롤드컵 중계진에 내가 포함되지 않으면서 승강전을 끝으로 LoL 해설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있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년 LCK 중계진에 들어갈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준비할 생각이다. 얼마 전에 성승헌 캐스터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는데, 나에 대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감동을 많이 받았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스포TV게임즈 방송국 관계자분들과 김수현 아나운서가 항상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덕분에 힘이 나서 계속 도전할 의지가 생긴 것 같다."

e스포츠에서 '유행어'는 가뭄에 콩 나듯 드물게 만들어진다. 올해 등장한 최고의 유행어는 장민철이 만들어낸 '왜냐'였다. LCK 중계 방송 채팅창과 댓글에서 자주 보일 정도로 팬들 사이에서 밈이 된 표현이다.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지만 점점 유쾌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왜냐'를 장민철은 어떻게 쓰게 된 것일까?

"처음 해설 준비를 하면서 녹음한 내용을 중계진 선배들과 담당 PD에게 보내주고 피드백을 받았다. 말이 너무 길다는 피드백이 많았다. 내가 어떤 것을 전달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더라. 그래서 찾은 해결책이 결론을 먼저 말하고 뒤에 부가 설명을 덧붙이는 방식이었다. 그러면 전달력이 더 좋아질 거라고 예상했다. 방송이 시작되고 결론을 먼저 말한 뒤 '왜냐'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부연설명을 했는데, 처음에는 그 표현을 너무 자주 사용한다며 비판을 받았다.

담당 PD 또한 "조금 줄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해서 그 뒤로 2주 정도 쓰지 않았다. 그러다가 팬들의 반응을 다시 살펴보니, '왜냐'라는 표현을 굉장히 좋아하셔서 매우 혼란스러웠다. 고민을 많이 했는데, 중계진 선배들과 김수현 아나운서가 써도 좋을 것 같다고 조언을 해줘서 후반에 가끔 사용했다. 이름 대신 그 표현으로 더 많이 불리고 있는데, 결과적으로는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장민철은 거침없이 하고 싶은 말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며 느꼈다. 해설로서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는 스타일인 건 분명하다. 그럼에도 그의 해설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자도 그 중 한 명이다. 장민철에게 앞으로의 어떤 해설자로 거듭나고 싶은지 물었다.

"처음에는 선수들 입장을 최대한 대변하는 해설이 되고 싶었다. 설령 선수가 실수하더라도 어떤 이유로 그런 실수를 했다고 선수 입장에서 설명하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선수들이 실수를 하면 지적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칭찬할 땐 칭찬을 하고, 따끔하게 짚고 넘어갈 땐 짚고 넘어가는 해설을 하고 싶다. 그렇게 하는 것이 선수들에게 더 좋은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승강전 중계까지 모두 끝나고 개인 방송을 할 생각이다. 아무래도 롤드컵 기간 동안 백수로 지내야 하니까. 내년에 어떻게 될지 아직 잘 모르겠다. 나도 많은 생각을 했고, 주위의 이야기도 많이 들었는데, 확실히 LoL 쪽에서 계속 도전을 이어가고 싶다. 기왕 시작한 만큼 더 열심히 할 생각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장민철의 모습에서 단단한 용기가 느껴졌다. 어떠한 시련도 이겨내고 담대히 나아가는 장민철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장민철은 마지막으로 한 시즌 동안 그의 해설을 들어준 LCK 팬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먼저 나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께 한 시즌 동안 나의 중계를 들으시느라 고생이 많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래도 너무 미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잘 안된 부분이라 나도 많이 아쉽다. 그리고 나를 좋아해 주신 분들에게는 내가 많이 부족했는데 응원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끝으로 항상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에게 지금처럼 많은 응원과 성원 부탁드린다. 나라는 사람에게도 그래 주시면 정말 감사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