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했다"는 표현에는 무언가 아쉬움도 남습니다. 어떤 상황, 악조건 속에서도 할 수 있는 걸 다했다는 말이니까요. 자신이 원하는 결과 역시 항상 찾아오는 것 역시 아니라 더욱 아쉬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주변에는 저 말과 함께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사람들도 있죠.

김광복 감독 역시 그런 분이었습니다. 스타크래프트2와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팀의 감독으로 최선을 다해 활동하며 팀을 최고의 자리까지 올려놓은 경험이 있답니다. 아쉽게도 두 종목이 한국에선 '비주류'라는 말과 함께 크게 빛을 보진 못했지만요.

그리고 이제 세계 팬들과 기업이 지켜보는 오버워치 리그에서 활동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분명, 오버워치 경력은 그리 오래되진 않았고, 뚜렷한 성적을 낸 것도 아니었던 김광복 감독이 오버워치 세계 최고팀인 런던 스핏파이어로 간다고 합니다. 오래전 김광복 감독과 함께 해왔던 사람들과 말입니다.

함께 일한 주변의 평가는 한 사람에 대해 알 수 있는 정확한 방법 중 하나입니다. 김광복 감독은 어떤 면이 주변 사람들이 다시 자신을 찾게 했을까요. 인터뷰를 통해 조금이나마 김광복 감독이 말하는 '최선'을 다해 산다는 게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Q. 런던 스핏파이어 감독으로 부임한 것 축하드립니다. 요즘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나요?

시즌2를 앞두고 새로운 팀원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고요. 소속팀이었던 MVP 스페이스도 리빌딩 관련해서 도와주고 있습니다. 추석에는 쉬고 10월달에 런던으로 갈 예정이에요.


Q. 스타크래프트1-2팀의 코치-감독부터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오버워치까지 다양한 종목의 감독을 맡으셨는데요. 어떻게 처음으로 e스포츠 코치가 될 생각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스타크래프트1으로 시작했다가 아는 사람들이 생기게 됐죠. 아는 분들과 ‘키주’라는 길드에서 활동했는데, 실력 있는 친구들을 프로게이머로 키워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 배워보고 싶다는 사람들이 모이면서 ‘키주 아카데미’라는 것까지 생겼습니다. 막상 만들고 보니 게임을 봐줄 수 있는 사람이 저밖에 없더라고요. 스타1 프로게이머를 선발하는 커리지 매치도 대행업도 담당하다 보니 협회 쪽과 알게 됐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위메이드 폭스라는 팀이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 e스포츠 코치로 면접을 보고 들어가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Q. 스타1 위메이드 폭스팀이 해체했잖아요. 이후에는 어떻게 e스포츠 일을 계속하게 됐나요.

스타1 코치 일에 질려서 e스포츠 일을 그만하려고 했어요. 그리고 C&C라는 행사 대행업체에서 다시 일하게 됐죠. 그러다가 위메이드 폭스 시절에 수석 코치였던 (원)종욱이 형이 저에게 스타2 게임단인 스타테일을 만들었어요. 저한테 같이 하고 싶다고 말을 했는데, 제가 처음에는 거절했죠. 그런데, 형이 저를 계속 설득하더라고요. 거의 1년 넘게 설득해서 다시 e스포츠 코치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Q. 스타1과 상대적으로 스타2는 한국에서 큰 인기가 없었어요. 스타2 코치-감독으로 계속 이어온 이유가 있다면?

스타2 e스포츠 일을 처음에 시작했을 때, 이렇게 흥행하지 못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팀원들과 친해지고 함께 생활하면서 떠나질 못하겠는 거예요. 감독 일도 아빠 같은 마음으로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된 거 같아요. ‘이 친구들 어떻게 해서든 먹고 살게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만두질 못했죠. 종목의 인기 여부와 상관없이 그저 최선을 다했던 거 같아요.


Q. e스포츠 비주류 종목 팀의 감독을 맡으면서 힘든 적은 없었나요.

저도 감독-코치 경력이 10년이 넘어가는데 당연히 돈도 벌고 싶었죠. 주변에서도 사비까지 써가면서 스타2 팀을 운영하는 것에 대해 “왜 그러고 있냐, 돈 벌 수 있는 LoL로 넘어가”는 말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개인적으로 LoL에는 마음이 안 가더라고요. 저도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어요. LoL이 재미있다는 건 알았지만, 한번해보고 그 뒤로 안 했어요. 오히려 도타 쪽에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돈보단 제가 끌리는 종목을 쫓아갔던 거 같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비인기 종목이라 좋은 성적을 내면서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었다고 봐요. 한국에서는 비인기 e스포츠 종목의 경쟁도 치열하지만, 인기 있는 종목은 상대적으로 더 심하잖아요. 투자도 많이 받고, 그만큼 잘하는 선수들과 팀이 생겨나죠. 지금 LoL 씬을 보더라도 그렇죠. 최강이었던 팀이 내려오고 새로운 강팀이 대거 등장하고 있습니다. 지금 LoL 팀들이 모두 히어로즈 팀을 만든다고 했을 때, 과연 당시 자금으로 감당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Q. 팀 운영 자체가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도 있었다고 들었어요.

스타2 시절에는 안 힘든 적이 없었던 거 같아요. 정말 일만 하고 살았어요. 관계자들과 만나는 것 빼곤 연습했던 게 전부였죠. 다행히 팀원들이 좋은 성적을 내서 후원을 받을 수 있었고요. (최)지성이가 해외 대회 MLG에서 우승을 했는데, 그 대회에 레드불 관계자가 있었다고 합니다. 개인 후원을 하려고 했는데, 자연스럽게 팀 후원으로 바꿔나가면서 구단을 운영했어요.



Q.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MVP팀의 감독을 맡게 됐어요. 확실히 개인전인 스타와 팀 게임인 히어로즈는 달랐나요?

정말 다르죠. 스타크래프트는 1:1 게임이다 보니 선수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기면, 개인의 문제만 해결하면 됩니다. 그런데, 히어로즈 같은 경우는 팀 게임은 선수 한 명만 문제가 생겨도 팀 전반적인 경기력이 떨어지더라고요. 팀원들끼리도 누구 의견이 맞는지 갈리는 경우가 생겨서 관찰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했죠. 선수를 관찰하고 움직이는 스타일인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도 많이 했던 거 같아요.

특히, 선수들 간 갈등을 해결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스타크래프트는 선수들이 싸우면, 그냥 둘이 연습 안 하면 그만입니다. 연습이야 다른 팀원과 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팀 게임은 하기 싫어도 다섯 명이서 해야 하잖아요. 기분도 안 좋은 데, 연습까지 같이 해야 하니까 서로 ‘감정의 골’이 깊어져요. 그래서 제가 나서서 최대한 빨리 해결해줘야 하는 상황도 많았죠. 팀 게임이다보니 이런 경우가 계속 되더라고요.


Q. MVP 시절, 많은 선수들이 팀을 거쳐 갔어요. 지금도 MVP 출신 선수들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감독의 입장에서 팀원이 나가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들던가요.

스타2 때부터 감독을 맡으면서 신조가 있어요. 제가 내 손으로 선수를 내보내진 않겠다는 거예요. 본인이 그만하겠다고 하는 친구들은 어쩔 수 없죠. 그 외에는 어떻게든 데리고 함께 해야겠다는 마인드였어요. 자만한 생각일 수 있는데, 나를 떠나서 다른 팀-감독과 생활하면 더 힘들 거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인지 팀을 나가겠다는 선수가 있으면 마음이 아파요. ‘내가 능력이 부족해 팀원을 제대로 못키워줬구나’라고 아쉬움이 남죠. 책임감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느끼는 것도 있는 거 같기도 해요.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MVP 블랙 시절에 떠난 팀원이 있어요. ‘메리데이’ (이)태준이는 제가 떠나지 말라고 계속 말렸어요. 당시 MVP 블랙(현 젠지)도 잘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본인이 게임 자체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더라고요. 좋은 성적도 다 내본 상황이 되니까 열정이 식었다고 해야 하나… 제가 잡아줘도 안 되더라고요. 제가 분명히 나중에 후회할 거라는 말까지 했죠. 너는 다시 돌아올거고, 그때 이런 팀을 만나기 쉽지 않을 거라고요. 결국, 히어로즈로 다시 돌아왔죠. 하지만 그건 자신의 선택이라 존중합니다. 학교를 마치지 못한 상황이었는데, 졸업도 했으니까요. 또 새로운 팀에서 본인 나름대로 또 행복한 거 같더라고요.


Q. 작년 블리즈컨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히어로즈에서 오버워치 감독을 맡게 됐어요. 어떻게 오버워치 감독으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된 건가요.

서울 다이너스티 코치였던 ‘너겟’ (김)요한이가 MVP 팀을 맡고 있었어요. 당시 저는 오버워치에 대해서 잘 모르는 상황이었고요. 그래도 팀에서 코치가 있으니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팀과 겸임을 해달라고 요청이 왔어요. 그러다가 요한이가 서울팀으로 가게 되면서 오버워치 팀을 맡을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예요. 히어로즈 팀은 제 연습 스타일을 너무 잘 알고, 제가 없어도 잘 돌아가는 팀이라고 판단해서 오버워치를 전담하게 됐죠. 작년 9월쯤 중국 대회 때부터 오버워치를 본격적으로 팀 전반적인 관리를 혼자하게 됐습니다.



Q. 어떻게 오버워치 리그에서 활동하는 런던 스핏파이어에 합류하게 됐나요?

오버워치 리그는 새벽에 해서 제가 잘 챙겨보진 못했어요. 런던 스핏파이어가 시즌 중에 성적이 안 좋았던 시기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총괄 매니저인 ‘수지킴’이 저한테 연락이 왔더라고요. 예전부터 친분은 있는 사이였는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죠. 당시에 팀에 들어오라는 말보단, “너는 리그 팀에 안 가고 싶냐”고 물어보는 정도였습니다. 저도 생각은 있었지만, 일단 제가 맡은 MVP 스페이스 팀의 성적을 책임지고 싶었어요. 맡은 지 6개월이 넘었는데, 이렇게 성적이 안 나오는 팀은 정말 처음이었거든요. 저는 “지금은 컨텐더스에 목숨 걸고 하는 중이고, 시즌이 끝나면 생각해보겠다”고 답했죠. 그리고 곧 런던 성적이 거의 최하위까지 떨어지더라고요. 저도 오버워치 리그 경기를 챙겨보면서 제가 가서 할 일이 있겠다고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컨텐더스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런던 스핏파이어가 그랜드 파이널을 우승한 거예요. 경기력도 정말 좋더라고요. 이제 런던이 잘하니까 제가 딱히 필요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컨텐더스 시즌이 끝나니까 감독 제의를 받게 됐죠. 런던에 ‘정필’ 김정민 코치가 있는데, MVP 히어로즈 팀 선수로 활동하기도 했어요. 팀에서 감독 선임에 관해 GM ‘수지킴’과 ‘정필’ 코치랑 이야기했는데, 모두 저를 언급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런던으로 갈 수 있게 됐죠.

저도 런던 감독이라는 자리가 부담스럽긴 했어요. 지난 시즌 1등 팀이잖아요. 감독 입장에서는 1등 하는 게 성적을 유지하는 정도고, 내 노력과 상관없이 2등만 해도 제 평가는 아쉬울 수밖에 없죠. 현실적인 문제도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나이가 점점 많아지는데, 해외에서 생활하면 장가를 갈 수 있을까… 이런 고민들이요. 그런데, 그랜드 파이널 결승 때 관중석을 보고 마음을 다잡았던 거 같아요. 스타2와 히어로즈 때는 그 정도 규모의 관객 앞에 선 경험이 없거든요. 저도 저런 무대에서 한번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Q. 기존 런던의 기존 팀원들과 만나봤다고 들었어요. 어떤 인상을 받았나요?

일단, 팀원들이 나이가 다른 게임에 비해 어려서 그런지 굉장히 밝더라고요. 제가 밝은 팀을 한번 맡아보고 싶었고, 그런 팀을 만들려고 노력을 많이 했거든요. 팀원 중에는 탱커 ‘제스쳐’ 홍재희 선수가 기억에 남아요. 저를 처음 보는 상황인데도, 먼저 편하게 다가오더라고요. 그런 부분은 굉장히 긍정적으로 봐요.

한편으로는 팀원이 전체적으로 너무 밝은가 싶을 정도였죠. 아직 어려서 그런지 몰라도 들떠있더라고요. 프로게이머 1세대부터 봐왔던 저는 지금 프로들이 편한 길을 걷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고요. 런던팀 뿐만 아니라 오버워치 리그 선수들이 자신의 대우와 현실에 대해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기도 해요. 어쨌든 런던 팀원들은 제가 없어도 우승을 해봤기 때문에 저를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거고요. 복잡한 상황인데, 앞으로 제가 신경 써야하는 부분이기도 하죠.


Q. 런던 스핏파이어는 시즌1 그랜드파이널 우승팀인데, 어떤 감독의 역할을 요구하던가요?

기본적인 감독 역할을 원하는 거죠. 그리고 오버워치 리그 선수 관리와 관련해서 많은 팀들이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프로게이머들 역시 이적과 연봉에 대해 예민해서요. 이런 정보들이 선수들 간에 공유하다 보니 통제하기가 쉽지 않은 거죠. 돈에는 제가 관여할 수 없지만, 선수들의 마음가짐을 다잡는 부분이라던지 생활 관련해서 저를 뽑은 것 같더라고요. 제가 느낀 건 그래요.



Q.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MVP 블랙(현 젠지)팀을 최고의 자리에 올려봤잖아요. 성적이 떨어지는 것도 경험했고요. 당시 경험이 오버워치 팀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어떤 팀이든 무조건 최고의 자리에서도 내려오는 시기가 와요. MVP 블랙도 우승을 많이 하면서 결승 가는 게 너무 당연하게 느끼는 거예요. 히어로즈 팀은 다전제에서 한 세트만 패배해도 비난을 받으니까 더 힘들어했던 거 같아요. 그 이후부터 팀원들이 게임을 즐기지 못하게 된거죠. 그래서 지치는 선수들이 생긴 거고요.

런던 팀도 올해 그렇게 잘할 거라고 확신할 수 없어요. LoL을 보면 아시겠지만, 우승한 다음 시즌에 흔들리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잖아요. 선수들 입장에서도 심적으로 쉬는 시간이 필요해요. 그 시기를 최소화하는 게 감독의 역할이죠. 그런 순간들이 오는 게 프로게이머들도 사람이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승한 팀은 그 메타의 정점에 서 있죠. 무언가 새로운 걸 만들어야 또 우승할 수 있는데, 우승팀이 무너지지 않으니까 더 발전도 없어진 거죠. 그냥 하던 걸 유지하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누군가 새로운 걸 들고 왔을 때, 따라갈 수가 없는 거죠. 특히, 시즌 중-후반에 새로운 메타가 등장하면, 기존 우승팀도 따라가질 못해요. 그냥 대회가 끝나버리는 겁니다.


Q. 런던은 감독 없이 우승을 차지해본 팀이에요. 많은 코치진들이 ‘새로운 팀에 합류할 때 너무 기존 스타일에 맞춰가다 보니 코치진이 원하는 방향으로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기곤 합니다.

기본적으로 저는 저만의 스타일이 있어요. 제 방식이 다 옳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도 경험상 이렇게 해와서 좋은 성적을 냈으니까 제 방식을 밀고 나가는 거죠. 하지만 런던 스핏파이어 팀원들은 오버워치 리그에서 이미 우승을 해봤기 때문에 일단 지켜봐야 할 거 같아요. 어떤 시스템 속에서 움직이고 있는지를 말이죠. 거기에 제가 생각하기에 이런 변화가 필요하면 바꿀 거고, 고칠 게 없다면 기존 방식에 제가 묻어가려고요. 이미 우승을 해본 방식을 크게 바꿀 마음은 없어요. 좋은 점이 있다면, 제가 배워야 하는 입장입니다.


Q. 런던 선수들이 리그 정규 시즌에 대해 오랫동안 진행하는 장기전이라 힘들었다고 말했어요. 반대로 '그랜드파이널 같은 단기전에는 모든 걸 쏟을 수 있었다'는 답을 했죠. 플레이오프와 정규 시즌 간 밸런스에 대해 감독님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저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야구 선수가 월요일 빼고 나머지 경기에 대충 할 수는 없잖아요. 솔직히, 제가 듣기에 너무 행복한 고민처럼 들려요. 프로게이머라면 장기전, 단기전 상관없이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봅니다. 장기전이라고 나중만 바라보고 있다면, 제가 생각을 바꿔줘야죠. 프로게이머 생활이란 게 10년~20년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2~3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열정을 다 못 보여줄 거라면, 처음부터 프로게이머를 시작하면 안 되죠.


Q. 런던에서 모든 포지션 선수를 영입한다고 들었는데, 시즌2에는 어떤 로스터를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일단, 우승했던 팀원들과 다같이 다시 한번 했으면 좋겠어요. 팀에 요청은 해뒀지만, 시즌2에 많은 팀들의 계약이 불투명한 상태예요. 확실한 로스터는 숙소에 들어가 봐야 알 거 같아요.

선수를 선발할 때는 독단적으로 뽑진 않아요. 기존 팀원과 코치진까지 모두 동의하는 선수를 뽑을 겁니다. 팀원들과 많은 이야기를 해뒀습니다. 지금은 선수들 연봉을 고려해 영입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단계에요.



Q. 시즌2에 더 많은 팀들이 오버워치 리그로 합류한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리그 자체에 어떤 변화가 생길 거라고 예상하나요?

시즌2에서 팀이 20개로 늘어나는 상황이라 어떤 방식으로 경기할지조차 감이 안 오는 상황이예요. 리빌딩 진행 중이라 어떤 팀이 강할지도 예측할 수 없는 시즌이죠. 10월 초는 돼야 윤곽이 잡힐 거 같아요. 프로게이머들 뿐만 아니라 모든 구단이 지금 머리 아픈 상황입니다. 누가 어디로 갈지 정말 모르는 상황이거든요.


Q. 새로운 런던팀 선발 기준에 대리 및 인성 논란이 없는 선수를 선발한다고 했어요.

저는 정직하게 열심히 하는 프로게이머와 함께 잘 되고 싶어요. 제 신조는 정직하고 착한 사람, 의리 있는 친구가 잘 돼야 한다는 거예요. 내가 조금 손해 보더라도 팀원을 위해 작은 희생이라도 할 줄 아는 선수가 잘 풀려야죠. 대리기사도 이런 생각의 연장선 상에서 봐요. 대리 기사로 활동하면 돈을 버는데, 거절하고 싶은 선수가 어디 있겠어요. 그런 상황에서도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우직하게 꿈을 위해 열심히 하는 선수들이 정말 대단한 거죠. 제가 선수들에게 필요한 능력이 있다면, 그런 친구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Q. 다양한 종목의 감독을 맡아왔는데요. 확실히 종목마다 선수들이 다른가요?

갈수록 프로게이머의 연령대가 낮아져요. 스타1의 이영호나 전태양은 예외적인 경우고 대부분의 선수들이 나이가 좀 있어요. 그런 선수들이 스타2를 했고, 히어로즈에서 조금 더 연령대가 내려갔죠. 그리고 오버워치는 정말 어린 선수들이더라고요. 어릴수록 아쉬운 행동을 하는 선수들도 많아지잖아요. 개인적으로는 점점 힘들더라고요.

이런 변화에 맞춰서 저도 바뀐 거 같아요. 스타2 감독을 할 때는 정말 무서운 감독이었다면, 점점 부드러워졌죠. 이제는 제가 거의 ‘보살’이나 다름없어요. 시대가 변하면서 예전처럼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닌 것 같고요.


▲ 출처 : 런던 스핏파이어 SNS 계정

Q. 다양한 종목 감독을 경험하셨는데, 오버워치는 다른 게임과 어떻게 다르다고 느꼈나요?

게임 시점이 크게 달라졌죠. 그동안 맡은 스타크래프트나 히어로즈는 3인칭이라면, 오버워치는 1인칭 시점이라는 게 가장 커요. 팀원들도 팀이 밀리고 있을 때, 그 원인 자체를 파악하기 힘든 거예요. 다른 게임은 내가 밀리고 있는 상황이 머릿속에 다 그려져요. 오버워치는 저 혼자 눈앞에 있는 두 세명을 상대하고 있는데, 뒷 라인이 터져버리는 경우가 있죠. 게임 안에서 순간적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은 게 오버워치의 어려움이기도 합니다. 극한의 순간에서도 팀 호흡이 맞아야 한다는 것. 팀원의 브리핑만 믿고 보이지 않는 상황에 대처해야 하니까요.


Q. 오버워치는 맵이나 상황에 따라 영웅부터 선수까지 교체가 잦은 편인데요.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빠른 변화에 어려운 점이 있을까요.

오버워치에서 확실히 숙련도를 높이기 어려운 영웅들이 있어요. 솜브라를 예로 들어볼게요. 저는 오버워치를 탱커 게임이라고 말하거든요. 보통은 탱커가 전방에서 상대를 보고 전장 지휘를 하잖아요. 그런데, 은신해서 모든 상대의 포지션을 볼 수 있는 솜브라를 쓰는 경우는 양상이 확실히 달라지죠. 딜러진 입장에서 솜브라로 판을 만들 수 있어야 하고요. 교전하는 방식 자체가 바뀌는 데, 이런 운영이 가능한 팀과 아닌 팀에 차이가 있는 겁니다.


Q. 오버워치라는 종목의 감독으로 본인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감독님들마다 역할이 다르겠지만, 저는 단순히 선수단 관리만 하는 감독 스타일은 아니에요. 게임 내적인 부분도 함께 하려고 하고, 계약을 제외하고 팀 로스터부터 영입, 사무국에서 어디까지 지원해줄 수 있는지 요구하는 등 역할까지 하려고 해요.


Q. 팀 MVP에서 정말 오랫동안 있었어요. MVP 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함께 숙소에서 생활한 정말 오래됐어요. 이젠 형제 같은 사이라고 할 수 있죠. 제가 미국을 가더라도 자주 연락하진 않을 거예요. 서로 애써 자주 연락하는 스타일이 아니란 것도 잘 알죠. 그렇지만 한국에 돌아오면 또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팀이죠. 리그에서 좋은 기회가 생긴다면, 팀에서 연결해줄 수도 있는 거고요. 제가 리그에 간다고 했을 때도 MVP에서 잘 됐으면 좋겠다고 격려해주면서 보내주는 사이니까요.


Q. 그렇군요.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새롭게 함께 하는 런던 스핏파이어의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그 책임은 제가 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정도는 각오하고 왔고요. 분명, 팀원들 간 문제도 생길 거예요. 없던 감독이 와서 기존에 해왔던 방식을 일정 부분 바꿔나가야 하는 부분도 있을 겁니다. 힘든 과정에서 성적이 조금 안 나올 수도 있겠죠. 하지만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진정한 승자라고 하잖아요. 런던 스핏파이어가 마지막 승자가 될 수 있도록 할게요. 다른 팀으로 가지 마시고 우리팀 계속 응원해주신다면 꼭 보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