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개발 기간, 제작비만 1,000억 원이 투자된 스마일게이트의 대형 PC MMORPG가 11월 7일 오픈베타를 예고했습니다. 2014년 지스타에서 공개한 트레일러로 수많은 게이머들을 단숨에 사로잡고, 이후 4년이라는 시간동안 기다리게 만들었던 그 게임이 곧 출시를 앞둔 것이죠.

지난번에는 '로스트아크'의 전체적인 콘텐츠와, 서비스 일정, 과금 요소 등에 대해 살펴봤다면, 이번에는 지금까지 로스트아크가 걸어온 발자취와 함께, 많은 유저들이 왜 이 게임을 기대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천천히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최초 '프로젝트T'로 알려졌던 스마일게이트의 신규 RPG 프로젝트는 어떻게 현재 국산 MMORPG의 마지막 희망이 될 수밖에 없었을까요? 3주 앞으로 다가온 오픈 베타를 기다리며, 로스트아크의 지난 발자취 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014년, 그 트레일러를 기억하세요?
"호쾌한 그래픽, 빼어난 타격감..." 공개와 함께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로스트아크'


'로스트아크'의 발자취는 2014년 11월 13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전까지는 '프로젝트T'라고 알려졌던 스마일게이트의 신작 온라인 RPG의 정식 명칭이 밝혀진 날이죠. 최근 미디어 쇼케이스 현장에서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의장이 "7년에 걸쳐 제작비만 1천억 원이 들어갔다"고 말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름을 발표하기 전에도 약 3년 이상 개발을 계속해오고 있었던 셈입니다.

그 다음주인 11월 20일은 지스타 2014가 개막하는 날이었고, 당연히 스마일게이트도 제작발표회를 통해 정식 명칭을 밝힌 '로스트아크'를 지스타에 출품했습니다. 지스타 기간에 맞춰 스마일게이트는 '로스트아크'의 게임플레이 영상을 공개했는데, 이 영상은 그야말로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얼마나 놀랐냐고요? 수치로 보자면 해당 게임플레이 트레일러는 공개된 이후 하루만에 10만 뷰, 그리고 약 4일만에 50만 뷰를 넘어섰습니다. 요즘처럼 국내에서 유튜브의 인기가 그렇게까지 높지 않던 4년 전에 말입니다. 국내 게이머는 물론이고, 해외 커뮤니티에도 공유되며 아주 높은 관심을 밨았죠. 현재 트레일러의 조회수는 약 115만 뷰, 로스트아크 공식 채널의 구독자가 1.7만 명인 것을 생각하면 그 인기가 어느정도였는지 예상이 가능합니다.

또 트레일러가 보여준 핵&슬래쉬 액션, 약 18종의 개성 넘치는 직업들, 다양한 생활형 콘텐츠는 당시 국내 게이머들의 심금을 울리고 남을 것들이었습니다. 게다가 디아블로에 열광했던 한국 게이머들이 사랑해 마지않는(?) 쿼터뷰 MMORPG였으니 말 다 했습니다. 이때부터 용산이나 국전, 테크노마트를 방문해 보면 하나같이 전시된 모니터에 로스트아크의 플레이 트레일러가 켜져 있는 모습을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모니터 판매에 사용할 만큼 트레일러의 때깔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겠죠?


두 차례의 FGT와 세 차례의 CBT
개발기간 7년, 제작비 1,000억 원 '로스트아크'의 발자취


하지만, 지스타 2014 이후 한동안은 로스트아크의 대한 소식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한창 게임이 개발중일 때는 별다른 정보가 공개되지 않으니, 로스트아크 또한 그러려니 했죠. 그러나 지난 지스타에서 공개한 모습이 너무나도 멋졌던 나머지 수많은 국내 게이머들은 어서 빨리 게임을 접하고 싶었습니다. 개발은 어느정도 진행되고 있는지, 또 오픈베타는 언제 시작하는지, 궁금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죠.

2014년 지스타 이후 약 1년 후, 스마일게이트는 '로스트아크'의 FGT 현장 스케치 영상과 인포그래픽으로 게이머들의 궁금함을 달랬습니다. 전반적인 첫 인상과 전투 중심의 피드백을 얻기 위해 진행한 첫 유저 대상 테스트에는 약 88명의 유저가 참여했고, 영화같은 연출과 타격감, 캐릭터 별 개성이 좋았다는 평을 했한 반면, 조작 방법과 인터페이스, 회피기에 대해서는는 좀 더 다듬어지기를 희망했습니다. 종합 평점은 5점 만점에 4.2점을 기록했고요.

공개 이후 2년이 채 되지 않은 2016년 8월에는 드디어 1차 CBT를 진행했습니다. 5일간 진행된 첫 비공개 테스트의 당첨 여부를 두고 게이머들의 희비가 엇갈렸지만, 그보다 중요했던 것은 '진짜 트레일러만큼의 퀄리티를 보여줄 수 있을까'에 대한 것이었죠. 트레일러만 번지르르하고 정작 게임은 별로인 순간을 게이머들이 한두번 겪어온 것이 아니었거든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CBT를 통해 게이머들이 처음 겪은 '로스트아크'는 2014년 지스타 당시 보여준 트레일러 속 게임플레이를 보여주는 데 어느정도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첫 CBT는 콘텐츠 양이나 UI적으로도 많은 제약이 따를수밖에 없었으니, 첫 인상으로는 나쁘지 않은 셈이었죠. 물론, MMORPG 특유의 자유도와 콘텐츠의 양 등은 이후 몇 차례가 될 지 모르는 테스트를 통해 평가를 받아야 했지만요.

▲ 1년에 한 번, 세 차례의 비공개 테스트를 거친 '로스트아크'

2차 비공개 테스트는 1차 CBT 약 1년 뒤인 2017년 9월에 진행됐습니다. 더 많은 클래스를 플레이해볼 수 있게 됐고, 레벨 상한선도 50으로 증가해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는 것이 가능했죠. 무엇보다도 로스트아크가 내세우는 탐험 요소의 한 축을 맡고 있는 '항해 시스템'도 2차 CBT에서 확인해볼 수 있었습니다.

약 5일간 치러진 1차 CBT와 다르게, 2차 CBT는 10일동안 진행됐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유저들이 다 즐길 수 없을 만큼 방대한 콘텐츠를 보여줬죠. CBT 마지막 날에도 함께 던전을 공략할 유저를 모집하거나, PVP 스킬 연계기를 탐구하는 유저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습니다.

2차 CBT 또한 전반적으로 "잘 만들었다"는 평가를 얻었지만, 역시나 이동에서 오는 불편함을 이야기하는 유저들이 다수였습니다. 다음으로는 몬스터의 경직과 캐릭터가 쓰러져 있는 상태가 너무 길다는 이야기 등이 가장 많았죠. 항해 시스템의 경우 아직 완성되지 않은 콘텐츠로 여겨졌지만, 그 콘셉트만큼은 참신했다는 평가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밖에 접속 오류나 자잘한 진행 불가 문제들도 여럿 있었지만, 이러한 개선은 출시 전까지 계속 다듬어 나가야 할 것들이었습니다.


1년에 한 번씩, 두 번의 CBT를 겪고 나니, 어느덧 2018년이 되었습니다. 로스트아크는 '파이널 CBT'를 진행했습니다. 3차 CBT가 아니고 '파이널'이라니, 게임 전문 매체들은 로스트아크의 정식 서비스가 얼마 남지 않음을 예상하고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대다수의 게이머들이 들뜬 것은 물론이고요.

우려 또한 존재했습니다. 지난 두 차례의 CBT에서 보여준 단점들, 이를테면 이동과 관련한 불편함이나, 어딘지 부족한 모습의 콘텐츠들을 과연 잘 보완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와 같은 우려였죠. 또 마지막 테스트인 이상, 그동안 'CBT니까 그럴 수도 있지'라고 평가된 게임의 사소한 문제도 그냥 넘어갈 수 없게 됐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파이널 CBT에서는 지난 테스트들보다 많은 지적이 있었습니다. 이동의 불편함의 경우 탈것의 추가로 어느정도 해소된 것으로 보였지만, 전체적으로 느린 전투 속도와 스킵을 할 수 없는 장면이 너무 많은 것, 그리고 PVP 캐릭터 밸런스 불균형 등 다양한 콘텐츠에 걸쳐 다양한 피드백이 넘쳤죠. 심지어는 "2차 CBT에서 즐겼던 그 게임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물론, 이러한 피드백은 모두 '로스트아크'가 더욱 나은 모습으로 정식 오픈을 하기 바라는 게이머들의 마음에서 나온 것들이었습니다. 개발사인 스마일게이트도 느낀 바가 많았는지, 지난 9월 열린 미디어 쇼케이스를 통해 오픈 베타 버전에서는 개선된 전투와 항해 시스템, 기타 유저 편의성을 선보이겠다고 전했죠. 이제 로스트아크의 오픈 베타까지는 약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 과연 피드백을 바탕으로 한층 더 완성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 공지를 통해 오픈베타에는 더욱 많은 개선이 포함될 것을 알렸습니다


"요즘 강산은 변하는데 10년도 안 걸리던데요"
개발 초기와는 확연히 달라진 PC 온라인게임 시장


이렇듯 프로젝트T가 '로스트아크'라는 정식 명칭을 공개하고, FGT를 포함해 약 다섯 차례의 비공개 테스트를 거쳐 오픈 베타를 앞둔 오늘까지 약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더욱 전에 '프로젝트T'가 처음 개발되기 시작한 시점을 따지면 7년이 지났고요. 이번에는 '로스트아크'가 개발되는 동안 달라진 국내 PC 온라인게임 시장의 이야기를 잠깐 해보고자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7년 전, 그러니까 약 2011년 쯤 되겠네요. 당시만 해도 2008년 말 출시된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에 이어, 블루홀의 테라 등이 출시되며 신작 PC 온라인게임, 그중에서도 신작 MMORPG가 심심찮게 출시되던 때였습니다. 그때부터 일 년에 하나씩 신작 MMORPG를 나열하자면, 2012년에는 '블레이드&소울'이, 2013년에는 '아키에이지'가 출시됐고, 2014년 출시작으로는 '검은사막'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여기서는 MMORPG 장르에 한해 이야기했지만, 이 시기만 하더라도 매년 얼마나 다양한 PC 온라인게임이 출시되었는지 짐작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확연히 바뀌었습니다. 모바일게임이 대세가 되어버린 현재 신작 MMORPG는 커녕 PC 플랫폼 온라인게임 자체가 출시되는 일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죠. 일부 회사에서 신작 PC게임을 출시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해외에서 서비스중인 작품을 국내에서 퍼블리싱하는 형태입니다.

이렇다 보니 오늘날은 성공하는 PC 온라인게임을 찾아보기도 더욱 힘들어졌습니다. 게임의 성공 여부는 일반적으로 게임트릭스 등의 순위 지표나, 서버 복잡도같은 유저 수를 기반으로 이야기하는데, 현재 순위표 상에서는 2015년 이후 새롭게 출시된 국산 온라인게임을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오히려 10년 이상 서비스중인 장수 온라인게임들이 상/중위권을 차지하고 있죠.

▲ 10월 3주차 온라인게임 인기순위(순위 출처: 인벤)

국산 MMORPG의 경우는 그 상황이 더욱 심각합니다. 2014년 출시된 '검은사막'이후 출시된 MMORPG 중에서는 흥행에 성공한 게임을 찾아볼 수 없고, 심지어 정식 오픈한지 얼마 안돼서 서비스를 종료하는 모습까지도 심심찮게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모바일게임으로 대세가 기운 시점에서, 개발사들이 높은 제작비를 요구하고 흥행 또한 보장할 수 없는 PC MMORPG를 포기하게 된 것은 어찌 보면 자연의 섭리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사례를 위해 잠깐 2014년 시점으로 돌아가보면, 이때 로스트아크에게는 쿼터뷰 시점 핵 앤 슬래시 RPG 경쟁 상대가 존재했습니다. 이들은 장르만 비슷한 것이 아니라, 발표 시점도 상당히 닮아 있었는데, 바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이터널'과 웹젠의 '뮤 레전드'가 바로 이들입니다.

정확히 시기가 같은 것은 아니지만, 이 세 작품 모두 2010년에서 11년 사이 처음 개발 소식이 들렸고, 2014년 즈음에 플레이 장면을 얼핏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혹자는 이 세 게임을 일컬어 핵 앤 슬래시 빅3라고 부르기도 했죠. 그러나 지금까지 결과는 위에서 알 수 있듯 좋지 않습니다. 리니지 이터널의 경우 개발이 중단되었고, 2017년 출시된 '뮤 레전드'는 현재 게임트릭스 상으로 70위권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매년 하나 이상의 신작 MMORPG가 나오던 시절에서 이제는 거의 출시되지 않는 시절로, '로스트아크'의 완성까지 걸린 7년이라는 시간 동안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도 상당한 변화를 겪었습니다. 그동안 야심차게 출시된 신작 MMORPG들이 잇달아 고배를 마시고 있는 오늘날, 오픈 베타를 준비하고 있는 로스트아크에 게이머들이 거는 기대가 큰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의반 타의반" 대작 PC MMORPG의 마지막 희망
과연, 로스트아크는 어두운 PC MMORPG 시장의 빛이 되어줄 수 있을까요?

▲ 스마일게이트 권혁빈 의장

지난 9월 17일 진행된 로스트아크의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스마일게이트의 권혁빈 의장은 "4년 동안 많은 감정이 오고 갔고, 불안감 또한 있었다. 하지만 오늘 이 자리는 AAA RPG의 비전과 미래를 제시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 자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2014년 지스타 이후 지금까지 등장했다 사라진 여러 신작 MMORPG들을 바라보며, 오랜 기간 동안 신작 MMORPG를 만들어오던 개발사의 대표들은 대부분 권혁빈 의장의 말처럼 많은 감정이 오고 갔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중간에 개발이 무산된 프로젝트도 있었고, 또 정식 오픈 이후 얼마 되지 않아 서비스를 종료할 수 밖에 없었던 게임도 존재하는 것이겠죠.

하지만,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 7년의 개발기간과 1,000억 원의 개발 비용이 투자된 '로스트아크'는 오는 11월 7일 오픈베타를 남겨놓고 있습니다. 결승선을 앞에 둔 것이 아니라, 이제 막 출발선에 섰다고 보는 게 맞겠죠. 이제 오픈베타 이후의 결과는 어떤 식으로든 국내 게임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이 게임 마저 흥행에 실패한다면, 앞으로 거대한 자본이 들어가는 대형 RPG는 국내에서 만들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구약성경 창세기에 등장하는 노아는 신의 명을 받아 거대한 방주(Ark)를 만들었고, 세상의 모든 동물들의 암수 한 쌍 씩을 태워 세상을 멸망시킨 대홍수로부터 살아남았습니다. 기독교에서는 방주를 통해 인류가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되었다고 이야기하며, 이후 '방주'는 곧 파멸로부터 벗어난 장소를 의미하게 됐죠.

사실, 아크라는 단어 말고는 노아의 방주와 '로스트아크'의 연관성은 전혀 없습니다. 그래도 어쩐지 오픈베타를 앞둔 '로스트아크'와 오늘날 국산 MMORPG의 상황은 얼핏 노아의 이야기와 비슷하게 들리는 것 같지 않나요? 로스트아크가 신작 온라인게임을 기대하는 수많은 국내 게이머들을 포용하지 못한다면, 이후 새로운 PC MMORPG가 몇 작품이나 더 등장할지 기대하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과연 로스트아크는 어두워진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PC MMORPG에 목마른 게이머들에게 한줄기 빛이 되어줄 수 있을까요? 또는, 나아가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둬 이후 개발사들에게 아직 PC MMORPG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알려줄 수 있을까요? 이제 정식 오픈 베타까지 약 3주, '로스트아크'의 순조로운 항해를 기원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