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 e스포츠에서는 통역으로 유명해진 사람이 많습니다. 수준 높은 LoL 이해도로 중계에도 함께 했던 '초브라' 조한규를 시작으로 라이엇게임즈 e스포츠팀 소속이자 '임프' 구승빈과의 인연으로도 유명한 이호민 대리가 있습니다. OGN에서 통역 역할을 수행했던 '통이유' 채동희도 빠질 수 없죠. 이들 모두 현재 통역가가 아닌,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뒤를 이어 또 한 명의 '인기 통역가'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박지선 통역인데요. 그는 SPOTV GAMES의 LCK 글로벌 중계 MVP 인터뷰 동시통역을 시작으로, '박지선 씨리즈'와 '해적 방송' 등 특별 코너에서도 자신의 매력을 선보이며 많은 팬을 보유한 통역가가 됐습니다. 몇몇 팬들 사이에서는 특유의 유행어 '안녕~'이 유행할 정도죠.

박지선 통역은 LCK를 넘어 2018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서도 통역가로 활동 중입니다. 현장에서 만난 그는 아직 부족한 것이 많다며 특히, 말을 천천히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털어놨죠. 평소 좋아하던 LCK를 비롯한 LoL e스포츠의 구성원으로 활동 중이라 정말 기쁘다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Q. 롤드컵 무대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무척 영광이죠. 저에게 큰 기회가 다가온거니까 기간 내에 꾸준히 노력해서 제 능력을 최대한 보여드리고 싶어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 뿐이에요.


Q. 한 사람의 LoL 팬으로는 어떤가요?

너무 좋아요. 행복하다는 말이 딱 맞는 것 같아요. 롤드컵이라는 게 LoL e스포츠 대회에서 1년 중에 가장 중요하고 큰 규모의 행사잖아요. 여기서 나름 중요한 역할을 맡은 거 같아서 책임감도 커요. (혹시 멘트를 외워오셨나요?) 아뇨!(웃음) 그런 거 아녜요.


Q. LCK에서 팬들에게 처음 존재를 알린 건 통역가의 모습이었어요. 그때 기억을 좀 떠올려볼까요?

제가 지원을 했어요. 면접을 보고 합격이라는 말을 들었죠. LCK를 항상 즐겨보던 입장이라 정말 좋았어요. 잘할 수 있을거라는 자신감도 있었고, 마냥 좋았죠. 그런데 막상 일을 해보니 정말 힘들더라고요. 막연히 두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했거든요. 생각과 너무 달랐어요. 저 스스로 실망을 많이 했어요. 이대로 있으면 큰일나겠다 싶어서 계속 나아지려고 노력했고요.



Q. 면접 보실 때 기억나는 질문이 혹시 있나요?

특별한 질문은 없었어요. 아이템 이름을 영어로 알고 있는지 물어보시기도 했고, 한국 선수 인터뷰를 영어로 통역하는 걸 바로 해보라고 하셨던 기억이 나요. 스킬 이름도 물어보셨고요. 당시 '마법 무효화의 망토'를 영어로 뭐라고 하는지 물어보셨어요. 그때 저는 아이템 이름을 그냥 영어로 외우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을 떠올렸어요. 450 골드의 마법 저항력 아이템이라는 걸 기억하고 있으면, 혹시 제가 정식 명칭을 갑자기 잊어버려도 당황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Q. 해외 선수들과 인터뷰를 하면 통역가 분들이 함께 자리해주시죠. 각각 다른 스타일로 통역을 하시더라고요. 누군가는 공책에 단어들을 받아적고, 누군가는 그냥 하시고. 본인 스타일은 어떤가요?

저는 지금 방송 인터뷰를 하다 보니 마이크에 큐시트를 들고 있어서 공책을 쓸 수 없어요. 백스테이지 인터뷰는 질답이 간결한 편이라 대부분 듣고 바로 통역을 하는 편이죠.

LCK에서 동시통역을 할 때는 질문지를 미리 확인할 수 있어서 그걸 보면서 미리 준비했어요. 그에 따른 예상 답변을 떠올리고 주요 단어들을 적어두기도 했고요. 그러면 선수들이 예상 답변과는 다른 걸 말해도 대화의 흐름을 미리 파악해뒀기 때문에 통역하기 편해지더라고요. 그럴 때는 공책이나 종이도 쓸 수 있으니 받아 적으면서 통역을 하는 편이에요. 그래야 더 자세하고 정확한 통역이 되거든요.



Q. 예전부터 '초브라'를 시작으로, 라이엇게임즈 코리아 e스포츠팀 이호민 대리, OGN의 '통이유' 채동희 등 통역으로 팬들에게 유명해진 분들이 많죠. 박지선 통역도 그 중에 한 명이 됐고요.

우선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통역가로 계속 활동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큰 실수를 한 것 같지는 않아요. 물론, 작은 실수나 미처 통역하지 못했던 표현들도 많긴 하죠. 말도 안되는 오역이라거나 뭐 이런 실수들 말이죠.

다만 제가 방송 스킬이 많이 부족하다 보니 인터뷰를 진행하는 능력은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연습을 계속 해야겠죠. 그래도 제 주업무는 통역이에요. 일단, 통역에서 확실히 1인분을 하게 되면 이제 다른 부분도 본격적으로 다듬으려고요. 제가 LCK와 롤드컵 통역으로 일하고 있는데 어디 가서 부끄러우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Q. 혹시 기억나는 실수가 있나요?

실수라기 보다는, LCK는 MVP 인터뷰를 글로벌 중계 쪽에도 실시간으로 진행하거든요. 처음에 너무 힘들었죠. 내 역량이 부족한데 이걸 진짜 할 수 있을까, 내가 이렇게 못해서 혹시 글로벌 중계진이 날 싫어하진 않을까...(웃음) 실제로 말도 못 걸었어요. 괜히 더 작아졌던 것 같아요. 저희 집이 넥슨 아레나랑 가까운 편인데, 가끔 너무 힘들고 답답한 날에는 경기 끝나고 혼자 걸어갔거든요. 그러면서 눈물도 날 것 같고 계속 자책하고. 집 가면서 생각해보면 좀 더 잘 전달할 수 있었떤 표현인데 방송 때 못했던 것들도 막 생각하고요.

이대론 안되겠다 싶어서 학교에서 통역 관련 수업도 들었어요. 기본기가 안된 상태에서 현장에 너무 바로 뛰어든 것 같은 생각이 들었거든요. 시간표를 잘못 짜서 수업 듣기 힘들긴 했는데 확실히 주변에서 이전보다 훨씬 나아졌다는 칭찬을 들으니까 기분 좋더라고요.



Q. LCK 팬들 입장에서는 '박지선 씨리즈'나 '해적 방송'을 통해 방송인 박지선을 처음 접했죠. 어떤 계기로 하게 됐나요?

2017 LCK 섬머 스플릿 때 지나가는 필러 영상에 제가 잠깐 등장했던 게 처음이었어요. 그때는 제가 선수들 옆 단상에서 통역을 했었는데, 카메라 앵글에 제 옆모습이나 눈 주변 부분이 잠깐씩 잡혔나봐요. 팬들이 그걸 발견하시고 저의 존재에 대해 궁금해하셨죠. 그래서 '박지선이 누군지 팬들에게 알려주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그 후로 SPOTV GAMES에서 롤드컵을 진행하게 됐어요. 롤드컵에서는 백스테이지 인터뷰를 '샥즈'님이 진행하시잖아요. 그걸 통역해줄 사람이 필요했고, 제가 하게 됐죠. 그러면서 겸사겸사 쉬는 시간에 한화생명e스포츠(당시 락스 타이거즈) 소속 선수들과 함께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고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제가 방송에 노출됐죠.


Q. 방송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덜컥 출연진이 됐잖아요. 많이 떨리셨겠어요.

계속 떨렸죠. 저는 '해적 방송' 마지막까지 너무 떨렸어요(웃음). 말이 항상 너무 빨라졌어요. 처음 방송은 저 혼자 했거든요. 말도 너무 빠르고 눈도 1초에 30번씩 깜빡거리고, 허공 보고 말하고... 제가 너무 방송을 못하니까 PD님이 걱정을 하셨죠. 저도 '이건 나 혼자 도저히 못하겠다' 싶었고요.

그래서 중간에 (김)수현 언니가 투입됐어요. 제 입장에서는 정말 행운이었죠. 사실 지금도 '방송, 큐!' 소리를 들으면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요. 뭘 준비했는데 다 잊어버리고... 그럴 때마다 수현 언니가 옆에서 계속 이끌어주고 도와줘서 다행이었어요. 적응할 법도 한데, 아직도 너무 떨려서 입술이 말라요.


Q. 그렇게 떨면서도 본인만의 유행어도 만들었네요(웃음). '안녕~' 이거요. 혹시... 의도하셨나요?

절대 아니죠!(웃음). 저는 예전부터 방송할 때 화면이 넘어갈 때 그냥 넘어가면 어색하니까 가볍게 손을 흔들고 그랬거든요. 실제로 그렇게 마무리하라고 저한테 주변에서 말씀해주시기도 했고요. 그냥 제 습관인 것 같아요. PD님이 "이제 마무리 멘트"라고 하시면, 그냥 자연스럽게 '안녕~' 했거든요. 이상한 걸 전혀 못 느꼈어요. 습관적으로 모든 방송에서 원래 제가 하듯이 인사를 했던거죠.

이게 팬들한테 무슨 반응을 이끌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어요. '그냥 다들 헤어질 때 이렇게 인사하지 않나' 싶었거든요(웃음). 제 억양이 특이해서 그런지 팬들이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Q. 김수현 아나운서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하셨죠. 두 분이 평소에 어떻게 지내세요?

진짜 완전 너무... 언니가 정말 착하신 것 같아요. 언니는 프로 방송인이시잖아요. 반대로 저는 완전 엉성하고요. 저는 방송 메이크업이나 이런 부분에서 요령이 하나도 없거든요. 그러면 수현 언니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려주시고 도와주세요. 같이 화장품 사러 가자고도 해주시고, 방송 시작 직전까지 하나하나 다 가르쳐주시고요. 경기를 같이 보다가 방송에 예쁘게 나오는 화장으로 다시 해주시기도 하세요. 안 쓰시는 화장품인데 저한테 어울릴 것 같으면 막 다 주세요(웃음).

사실 언니가 굳이 저한테 안해주셔도 되는 것들이잖아요. 그런데 오히려 언니가 먼저 선뜻 나서서 엄청 도와주세요. 정말 감사하죠. 언니가 편하게 대해주신 덕분에 저도 정말 좋았어요. 지금은 엄청 친해졌어요. 퇴근하면 둘이 같이 게임도 엄청 해요. 시간이 맞으면 같이 밥도 먹고 힘든 일이 있는 날이면 전화도 하고요.


Q. '해적 방송' 중에 김수현 아나운서와 양 팀 유니폼을 입고 계시잖아요. 팬들 사이에서 박지선 통역 쪽 유니폼의 팀이 유독 많이 패배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요. 혹시 알고 계신가요?

들어봤어요(웃음). 그런데 또 어떤 팀 관계자분은 제가 승률이 높다면서, 저한테 팀 유니폼을 입어달라고 농담식으로 말씀하시더라고요. 유니폼에 제 이름도 새겨주신다고(웃음). 사실 저희는 홈&어웨이 방식에 따라 유니폼을 입는 방식이었어요. 그래도 보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이런게 또 하나의 재미요소잖아요. 재미있었어요.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부분이 뒤늦게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이게 팀 관계자들이 보실 때는 하나의 '징크스'로 여겨질 수도 있잖아요. 이게 표본이 쌓이면 팩트가 될 수도 있는 법이고요. 그게 걱정되기도 했어요.



Q. 롤드컵에서 다시 한국 팬들에게 통역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어찌 보면 오랜만에 복귀한 건데요?

많이 긴장돼요. 팬들 중에 영어를 정말 잘하시는 분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해외 선수들이 말하는 걸 통역 없이 이해하실 수 있는 분들도 많으실거고요. 그런 와중에 제가 실수를 한다면, 크게 심각한 일이니까 그런 일을 최대한 피하고 싶어요.

그래도 반대로 생각하면, 시청자 수가 정말 많은 방송이기도 해서 어찌 보면 저한테 또 하나의 기회예요. 서구권 중계 방송에서 한국 선수를 인터뷰하면 그쪽에도 제가 투입되거든요. 실수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보다는 어떻게 하면 내가 더 잘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어요.


Q. 이번 롤드컵에서 기억에 남는 인터뷰가 있을까요?

이 질문은 정말 많이 받아서(웃음). 이번에는 다른 선수 이야기를 하려고요. '레이' 전지원 선수가 기억에 남아요. 플레이-인 스테이지 경기가 진행 중일 때였어요. 북미 지역 매체에서 '레이' 선수 인터뷰를 했었는데, 당시 질문이 북미 지역에서 활동할 때 어땠냐는 내용이었어요. 보통, 그런 질문을 받으면 예상 답변으로 떠오르는 건 "'임팩트' 형한테 많이 배웠어요" 아니면 "팀 생활에 대해 많이 배웠고, 실력이 늘었어요" 이런 것들이었죠.

그런데 '레이' 선수는 "생활 방식에 대해 많이 배웠어요" 라고 답변했어요. 그게 정말 신선하더라고요. 그걸 듣고 생각이 깊은 선수라는 걸 느꼈어요. 저런 방향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룹 스테이지에서는 '더블리프트' 선수가 기억나요. 보통 인터뷰에 들어가기 전에 선수들과 잠깐 이야기를 나눌 수 있거든요. 제가 "너무 떨린다"고 했더니, '더블리프트'가 엄청 잘 받아줬어요. 저한테 영어를 어디서 배웠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공부했다고 대답해줬더니 "아, 그래서 영어를 잘하는구나" 하면서 "억양도 별로 튀지 않고 영어를 정말 잘한다"고 절 칭찬해줬어요. 그렇지 않아도 저는 평소에 영어하면서 튀는 억양이 컴플렉스거든요. 고마웠던 기억이 나요.


Q. 어느덧 인터뷰를 마무리할 시간이 됐어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저는 정말 통역이나 인터뷰할 때 모두 마음 같아서는 천천히 말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더라고요. 성승헌 캐스터님이나 김동준 해설위원님 같은 중계진 분들이나 수현 언니한테도 매번 조언을 구하거든요. 그런데 막상 방송이 시작되면 심장이 너무 뛰고 정신도 혼미해져요. 통역도 틀리지 않고 들은 걸 모두 전달하고 싶은 마음에 말이 더 빨라지나봐요.

매번 방송 시작 전에 큐시트에 '천천히 말하자' 라고 엄청 크게 써놓는데도 잘 안되더라고요. 그래도 요즘은 예전보다 말이 조금은 느려진 것 같아요. 앞으로는 더 천천히 또박또박 말할 수 있게 노력할게요. 매일 더 나아지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