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벤게임컨퍼런스(IGC) 발표자 소개] 로그러스 IT의 원경연 대표는 게임 국제화, 다국어 녹음 및 더빙, 스크립트 라이팅 등 현지화를 전문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게임의 주요 타깃이 '하나의 국가'라는 경계를 넘은 지 오래다. 많은 게임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다양한 고객 유치에 힘쓴다. 게임이 해외 시장에 적합한지도 따져봐야 하고 시장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리고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바로 현지화다.

한때는 현지화를' 번역'과 동일시하는 예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언어만을 지역에 맞게 바꾸는 것이 현지화의 전부는 아니다. 여기에는 도량형부터 역사, 문화를 아우르며 시장에 맞게 변환하는 일련의 과정이 담겨있다. 또한, 그런 것이 담겨있을 때 유저들은 게임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충성심을 보이게 된다. 그만큼 유저들의 심중을 잘 파악했다는 뜻이 될 테니까.

글로벌 현지화 그룹 로그러스 IT 코리아의 원경연 대표는 글로벌 시장 진출에 필요한 현지화 전략을 공유하고 이 과정에서 개발자들이 알아야 할 사안들로 강연을 이어나갔다.


■ 강연주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고려할 게임 현지화 전략


⊙ 현지화, 글을 바꾸는 게 아니라 유저들의 마음을 이끄는 것

로컬리제이션(Localization). 현지화는 게임 제품과 콘텐츠를 현지 시장에 맞게 맞춤화하는 프로세스를 일컫는다. 그 내용을 세부적으로 들춰보면 목표시장의 소비 성향에 맞춰 콘텐츠는 물론 그래픽까지 변경하는 일을 하게 된다. 흔히 번역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묻는 경우도 있는데 콘텐츠 변경의 갈래 안에 언어의 번역이 포함된 것이다.

예를 들어 'Social Security Number'를 번역한다면 사회보장번호가 되겠지만 현지화를 거친다면 주민등록번호 등으로 변경해야 한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런 사소한 것들이 게임 전체에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면 절대 작은 부분이 아니다.

콘텐츠 외에도 화폐단위나 도량형 역시 변경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 평 같은 경우가 그 예다. 특히 화폐 단위의 경우 최근 게임의 비즈니스 모델 중 하나인 과금과 연결되는 부분이기에 절대 가벼이 넘길 수 없는 부분이다. 날짜나 주소 형태 등 지역 포맷도 현지화 고려 사항 중 하나다.


이 같은 현지화는 무엇을 위해 진행되는 것일까? 바로 게임이 해당 시장에 맞춤화 되어 개발되었다는 외형, 그리고 느낌을 소비자에게 주는 것이다. 이는 게임에 대한 몰입도는 물론 우리를 신경 쓰고 있다는 감정을 통해 충성도 높은 소비자를 유치하는 효과를 가진다.


⊙ 시장성이 분명한 현지화 국가는 따로 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국가를 타깃으로, 또 어떤 게임을 들고 현지화를 진행해야 할까?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우선 현재 게임 시장의 규모부터 확인해보자.

2018년 게임 시장의 규모는 전년동기대비 13.3% 성장한 154조 3천억 원이다. 이미 우리 주변에 있는 대부분의 전자 제품에 사용되며 활황이라 일컬어지는 반도체 시장의 1/3가량이다.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연평균성장률이다. 게임은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무려 11.1%에 이른다. 3, 4%만 되도 성공적이라는 경제 성장률은 물론 반도체 시장보다 높은 수치다.

이 중 26.8%로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모바일 게임 시장을 들여다보자. 2018년 앱 매출은 약 90조 원에 달하며 게임 앱 매출은 80%에 육박하는 70조 원에 이른다.

그렇다면 이 거대 시장에서 현지화가 가지는 이점은 뭘까? 지금부터 나오는 숫자들을 눈여겨보자.

1. 게임컨슈머 시장에서 영어 구사자는 27%
⌙ 영어 현지화를 채택하면 전체 게임 인구의 1/4가 구사 언어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2. 중국 상위 100대 앱의 중국어 현지화 100%
⌙ 중국 시장 공략에 현지화는 필수다
3. 현지화 후 국가별 앱 다운로드는 138% 증가
4. 현지화 후 국가별 수익은 26% 증가
5. 현지화 후 3, 4의 결과를 얻는데 걸린 기간은 1주일

(3, 4, 5의 경우 어느 글로벌 기업의 현지화 결과)

현지화 후 사용자 증가율도 상승했다. 독일어는 8.56%에서 10.02%로, 러시아어는 6.38%에서 7.78%로 증가했다. 특히 한국어 현지화 후 사용자는 2.54%에서 6.29%로, 일본어는 1.04%에서 5.69%로 현지화 후 이용자 폭이 큰 국가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같이 해외 시장 진출에 현지화가 가지는 역할이 큼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현지화 비용과 유지 및 관리 문제가 있기에 모든 언어로의 현지화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모바일 게임 시장 현지화에 있어 어떤 언어를 고려해야 할까?

우선 전 세계 모바일 시장 매출의 50~80%를 차지하는 게임유저 대비 국가별 수치 상위 10개국을 살펴보자. 게임 시장 규모와 인구수 모두 높은 중국과 미국이 1위를 차지했으며 인구수가 많은 인도가 2억 100만 명의 게임 유저를 보유하며 3위를 기록했다. 일본, 한국, 영국은 전체 인구수가 적어 게임 인구 자체는 상위 3개국에 밀리지만 비율로 보면 굉장히 높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국가의 언어별 구사자다. 로그러스 IT의 경우 중국어 현지화 시 상세적으로 구분할 경우 간체, 번체, 싱가폴, 홍콩 등 4가지 언어로 구분해 진행하기도 한다. 영어의 경우 미국 영어와 영국 영어를 따로 구분한다. 특히 유저들의 영향력이 커지며 이런 국가별 언어 차이를 신경 쓰지 않는다면 영국, 혹은 미국 고객들이 자신들이 관리받고 있지 않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된다. 인도는 2억 100만의 게임 인구를 가지고 있지만, 사용 언어가 3,000여 개에 이를 정도로 구사 언어 파편화가 심하다.


게임의 현지화는 결국 게임 인구가 많고 사용 언어가 높은, 일명 가능성 있는 국가가 우선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유저 수로만도 구분할 수 없다. 수익을 내기 위한 지출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사용자 1인당 지불 평균 금액(ARPU)이 89.88달러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다. 하지만 2.81달러로 앱 설치당 단가(CPI) 역시 가장 높은 국가다. 반면 우리나라는 ARPU가 88.94달러로 일본과 유사하지만, CPI는 1/8 수준인 0.34 달러 정도다. 해외 대형 게임사는 물론 소규모 인디 개발사들이 앞다퉈 국내에 현지화한 모바일 게임을 출시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인도네시아는 ARPU가 10.09달러 중국이나 프랑스보다 낮지만, CPI가 0.55달러로 매우 낮은 나라 중 하나다. 특히 게임 인구도 5,100만 명으로 매우 많기에 타 국가와 다른 저렴한 상품과 비즈니스 모델로 박리다매를 노리는 전략이 가능하다. 현지화에는 콘텐츠와 상품 가치 등을 변경, 혹은 바꾸는 전략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모바일 게임과 달리 스팀에서는 이 언어권 순위가 크게 달라진다. 30%로 영어 유저층은 똑같이 높지만, 상위 10 언어에 없던 러시아어가 무려 10%에 이르는 유저층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남미에서 사용하는 스페인어 유저는 전체 스팀 유저층 중 2번째로 높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게임의 플랫폼에 따라 추구하는 현지화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 우리나라를 포함한 특정 국가의 투자 대비 성과가 높음을 알 수 있다.

▲ 모바일 게임과 다른 스팀 상위 언어.


⊙ 게임의 모든 것을 바꾸는 현지화, 어디에 맡길까

현지화 대상이 될 시장을 정했다면 무엇을 현지화할지도 정해야 한다. 현지화는 게임 안에 있는 모든 요소를 포함하는데 UI부터 다이얼로그, 설명 텍스트, 튜토리얼 등 게임화 텍스트는 물론 로고를 포함한 그래픽 텍스트로 변경해야 한다.

게임 내 콘텐츠 외에도 신경 쓸 것이 많다. 유저를 모으는 마케팅 콘텐츠의 현지화는 절대 잊어서는 안 되며 공지나 고지 사항도 현지화 요소 중 하나다. 업데이트 예고를 실컷 한 후에 실제로 업데이트되지 않거나 번역 없이 업데이트된다면 유저들은 자신들을 기만한다고 여길 수 있다. 이는 곧 유저 이탈로 이어진다. 이용 약관도 중요하다. 이런 요소는 구글이나 네이버 번역 API로는 한계가 있다.

현지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다. 크게 '커뮤니티'를 통한 현지화와 '클라우딩 소스', 그리고 전문적인 서비스 업체인 벤더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이들 서비스마다 저마다의 장단점이 있다.

▲ 게임의 모든 부분을 신경 써야 하는 현지화

우선 유저 커뮤니티의 현지화에 기대는 전략이다. 현지화는 유저들에 의해 진행되기에 초기 비용이 게임 개발에 유저들이 참여하게 되어 열성적인 게이머를 창출하는 효과를 가진다. 대신 필연적으로 생기는 악플러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커뮤니티를 통한 현지화의 진짜 단점은 악플러보다 무서운 추가 관리의 어려움이다. 게임 내용이 변경될 때마다 이를 확인하는 작업자가 달라지기에 현지화의 연속성이 사라지고 추가적인 인원이 필요해진다. 또한,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현지화 유지 보수에 대한 비용이 점차 늘어나고 완성도도 떨어지게 된다. 한때 주목받았던 '클라우딩 소스'를 이용하는 방법 역시 동일한 작업자를 확보하기 어렵고 에셋 관리에도 애로사항이 많다.

전문 벤더를 이용하는 현지화의 경우 초기 비용이 앞선 방식보다 높지만, 번역 내용을 데이터베이스화 후 재사용하기에 추후 비용이 절감된다. 다만 최소 1, 2만 단어 이상은 되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커뮤니티 현지화에서는 어려운 스타일 가이드 제작도 벤더를 통해서 가능하다.

공지나 고지 사항 등 시간과 정확성이 중요하거나 개인이 하기 어려운 스타일 가이드 제작 등은 벤더를 통해서 진행하는 것이 좋다. 인터페이스나 UI 등 간단한 내용은 열성적인 커뮤니티 인원들을 통해 현지화하는 이원화 전략도 사용해봄 직하다.

단, 원경연 대표는 현금이 오가면 열성적인 커뮤니티 인원이 '용병'화 될수 있음을 주의하라고 조언했다. 현지화 보상은 베타 우선 사용권이나 오프라인 초대, 콘퍼런스 개최 스폰서쉽 등 현금 이외의 방식으로 보답하는 것을 권장했다.


게임 현지화는 크게 '사전 프로덕션'과 실제 번역이 진행되는 '프로덕션', 그리고 QA와 검토 작업을 거치는 '포스트 프로덕션', 그리고 현지화를 최종 승인하고 발생하는 이슈를 해결하는 '프리 플라이트' 등 4개 과정을 거쳐 진행된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사전 프로덕션 단계에서 진행하는 국문 원문 검토다.

아래는 게임사에서 원문 전달시 흔히 실수하는 문장이다.

- 예제 1 -

모든 플레이어의 대미지를 제거하고 <&s>초간 중독되지 않는다.

이 문장의 경우 대미지를 제거하는 주체가 될 주어가 불명확하며 중독되지 않는 플레이어 역시 알 수 없다. 이 문장의 경우 아래와 같이 수정하여야 한다.

이 기술은 모든 플레이어의 대미지를 제거하고, 플레이어가 <&s>초간 중독되지 않는다.


- 예제 2 -

물의 정령 - 물의 힘을 이용해 성곽을 파괴하고 적을 공격한다.
불의 용사 - 불의 힘을 자유롭게 다루며 적에게 화상을 입힌다.
하늘신 - 천지를 흔들어 적을 쓰러뜨린다.

이 세 문장에서 주어인 물의 정령, 불의 용사, 하늘신의 성별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영어 및 유럽 언어 번역 시 성별에 따라 관사, 형용사, 동사가 바뀌게 된다. 이 경우 국문 검수를 맡길 때 캐릭터나 아이템에 대한 이미지 등 보조 자료를 함께 전달해 성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거나 텍스트로 남성형, 여성형, 중성형을 적어주는 것이 좋다.

현지화는 언제 시작하는 게 좋을까? 가장 좋은 건 게임을 개발하기 전, 늦어도 개발 중에는 시작해야 한다. 게임 내부의 요소를 현지화를 위해 대거 수정해야 할 수 있으며 제작 이상의 비용을 소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개발 과정에서 권장하는 현지화 전략은 다음과 같다.

1. 유니코드 O: 특수 문자를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2. 텍스트 하드 코딩 X: 스트링이나 데이터를 프로그램 소스 코드에 포함하지 말아야 한다.
3. Hard-Space 지원 폰트 O
4. 텍스트 박스 확장 O: 영어 원문 대비 독일어는 20~30% 정도 텍스트가 길어진다.
5. 그래픽 텍스트 X
6. Concatenated String X
7. 긴 스트링 사용 염두
8. 복수형 표현 주의
9. 상업 / 무료 폰트 고려

▲ '레인보우식스 시즈'의 철저한 문화화.

오늘날 거대 기업은 언어와 용어를 변환하는 현지화를 넘어 국가 유저들의 특성과 문화까지 녹여내는 '문화화'를 추진하고 있다. 유비소트프의 '레인보우식스: 시즈'는 남산 타워의 이름을 옛이름인 목멱 타워로 표현하기도 하고 독도를 한국땅으로 분명히 표기하는 등 우리나라 문화와 역사를 게임에 담아냈다.

게임의 현지화, 문화하는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의 기분을 좋게하는 것을 넘어 충성스러운 유저를 만들고 나아가 게임의 성과와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