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다시 한국을 찾았습니다. 지난 2014년 한국에서 열렸던 2018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이후 약 4년 만입니다. 이미 전세계 LoL e스포츠 팬들에게 유명한 리포터이자 EU LCS의 호스트 중 한 명인 '샥즈'는 다시 한국에서 열리고 있는 롤드컵에 어김없이 참석 중입니다. 이번에는 분석 데스크에 앉아 경기를 복기하고 분석하진 않지만, 그녀의 주력 업무 중 하나인 인터뷰 진행자로 활약 중이죠.

그룹 스테이지 마지막 일정이 진행됐던 지난 17일. 8일 차 일정이 그 화려한 막을 올리기 직전에 '샥즈'와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환한 미소와 함께 인터뷰 룸으로 들어와 일일히 기자들과 악수를 나누며 기자들보다 먼저 인터뷰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끌었습니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맞서, '샥즈'는 자신이 입고 온 드레스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자신이 입고 있는 드레스는 프나틱의 승리를 부르는 옷이라고 했습니다. 그 드레스를 입고 EU LCS 결승을 진행했을 때 프나틱이 우승을 차지했었다고 소개하면서 D조 유일의 유럽 팀인 프나틱을 간접적으로 응원했죠. 우연하게도 프나틱은 이 날 D조 1위 자리를 꿰차며 당당하게 8강 무대에 합류했습니다. 아무래도 인터뷰 내내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낸 '샥즈'의 마법이 통한 모양입니다.



Q. 반갑습니다.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했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정말 오랜만이네요. 2014년 이후 약 4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어요. 올 때마다 한국은 정말 방문하기 좋은 나라라는 걸 느껴요. 물론, 대회가 열리는 지역에서만 지낼 수 있어서 조금 아쉽지만요. 그래도 한국을 찾는 건 언제나 즐거워요.


Q. EU LCS와 롤드컵에서 인터뷰 진행자로 계속 활동 중이죠. 분석 데스크에도 참여하고요. 특히, 한국 팬들에게는 '샥즈'의 인터뷰가 정말 유명해요. 항상 좋은 인터뷰를 이끌어내는 걸로 유명한데, 어떤 준비 과정을 거치나요?

정규 시즌 중에는 방송이 없는 날에 경기 관련 데이터나 지표를 함께 분석하기도 하고 목소리와 톤에 대한 내용을 피드백하면서 지내요. 선수나 팀의 스토리를 팬들에게 어떤 식으로 전달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회의를 거치고요.

롤드컵 기간이 다가오면 2주 전부터 사무실에 모여 다양한 것들을 분석하기 시작해요. 각 지역의 결승전 VOD도 빠짐없이 시청하죠. 그러면서 각 지역 전문가들과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정보를 공유해요. 영어 중계가 진행되지 않는 지역 리그도 마찬가지죠. 그런 지역 리그는 특히, 전문가와 긴밀하게 소통해요. 어떤 선수가 스타플레이어인지, 어떤 스토리를 가진 선수인지에 대한 대화를 주로 나누면서 스토리를 파악하고 전달하기 쉽게 구성하는 작업을 거치죠.

대회가 시작되면 현장에서 직접 선수들 그리고 전문가들과 더욱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보를 얻어요.



Q. 매 대회마다 신인 선수들이 출전하죠. 그 선수들은 아무래도 방송 인터뷰를 앞두고 더 긴장할 것 같고요. 어떤 방법으로 그들의 긴장을 풀어주나요?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면 결과에 따라 다양한 감정을 보여주죠.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거나 슬퍼하기도 하고, 반대로 정말 기뻐서 흥분한 상태일 수도 있어요. 그걸 빠르게 인지하는 것이 인터뷰 진행자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다행히 제 성격 자체가 타인에 대한 공감이나 감정이입을 잘하는 편이에요. 그에 맞춰서 목소리 톤과 같은 요소를 선수의 당시 감정에 맞추려고 노력해요. 그러면 인터뷰에 나서는 선수도 안정화되곤 하죠.

인터뷰 전에 선수 그리고 통역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인터뷰 진행에 있어 즉각적인 피드백도 자주 해요. 만약, 선수가 인터뷰를 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상태라면 그에 맞춰서 질문을 최대한 짧게 하는 등 변화를 주는거죠.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로 지난 롤드컵에서 '아이보이'와 했던 인터뷰가 떠오르네요. '아이보이'는 당시 롤드컵 첫 진출이라 정말 긴장한 상태였어요. 완전 넋이 나간 것처럼 보였거든요. 그래서 저와 중국 통역가가 힘을 합쳐서 '아이보이'에게 괜찮다는 말을 계속 해줬어요. 중국어를 못하는 저도 바디랭귀지로 그를 최대한 도와줬죠. 그랬더니 '아이보이'도 마음을 진정시키고 인터뷰에 잘 임해줬어요.

이처럼 인터뷰에 나서는 선수들의 상태를 파악하고 거기에 맞춰주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롤드컵과 방송 인터뷰 모두 선수에게 정말 중요한 순간이잖아요. 그런 점을 계속 생각하면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자세도 필요하다는 걸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요.



Q. 이번 롤드컵에서 EU LCS와 NA LCS의 경기력이 이전보다 크게 상승했어요. 결과도 좋고요. '샥즈'도 LCS의 구성원 중 한 명인데 기분이 어떤가요?

정말 기분 좋은 일이에요. 저는 바이탈리티와 Cloud9이 소속된 B조에 큰 감명을 받았어요. 사실 그 조에서 강팀으로 분류됐던 젠지 e스포츠나 RNG는 확실한 색깔을 보유한 팀들이죠. 특히, LCS 팀들이 젠지 e스포츠의 느리지만 확실하고 단단한 운영을 최대한 방해했던 게 인상적이었어요. 자신들의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승리를 차지했던 것에 혁명적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을 정도예요.

이를 보면서 모든 팀이 자신들 만의 기회를 잡고 보유한 잠재력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또한, 바이탈리티는 대회 시작 전에는 조에서 단 1승도 챙기지 못할 거라는 예상을 받았어요.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존재감을 제대로 뿜어내면서 8강 진출 실패에도 팬들의 찬사를 받았어요. 그걸 보면서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저도 LCS의 구성원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한 LCS 팀들이 자랑스러워요.



Q. 확실히 이번 롤드컵에 출전한 모든 팀이 수준 높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어요. 이변도 많고요. 이처럼 풍부한 재미를 보여주고 있는 대회에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이 '샥즈'에게는 어떤 의미인가요?

이변이 많은 점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한국 팬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전보다 LCK의 압도적인 모습이 줄어든 건 아쉬울 것 같긴 해요.

하지만 인터뷰를 진행하는 입장에서는 이번 대회가 정말 흥미로워요. 아무래도 계속 인터뷰에 LCK나 LPL 선수들만 참여하면 보는 입장에서는 흥미가 떨어질 수 있잖아요. 만약, SKT T1 선수들이 방송 인터뷰에 여섯 번 연속 등장해서 비슷한 질문에 비슷한 답변만 한다고 생각하면 아무래도 인터뷰가 풍성해질 수 없죠.

오히려 이번 롤드컵처럼 이변이 많이 발생하면, 인터뷰에 참여하는 선수들이 조금 더 자신의 속마음을 잘 보여주기도 하고 더 많은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줄 수 있어요. 그리고 탈락이 확정돼서 이번 대회 마지막 인터뷰에 나선 '더블리프트' 같은 선수들이나 '야마토캐논' 같은 코치와 인터뷰를 하게 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예요. 그런 경우에는 승리의 기쁨을 말하는 선수들이나 코치들과의 인터뷰보다 어쩌면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전해주죠.

이런 인터뷰들은 시청자들에게 또 하나의 좋은 스토리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점에서 생각하면 개인적으로 이번 롤드컵이 최고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