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3일, CD 프로젝트 RED(이하 CDPR)의 신작 '쓰론브레이커 : 더 위쳐 테일즈'와 온라인 CCG '궨트: 더 위쳐 카드게임(이하 궨트)'이 정식 출시됐습니다. 잘 짜인 세계관과 스토리를 본인의 페이스에 맞춰 느긋하게 즐기고 싶다면 '쓰론브레이커'를, 다른 유저와 경쟁하는 재미를 추구한다면 '궨트'를 선택하면 됩니다.

사실 '궨트'의 오픈 베타는 지난 2017년부터 CDPR의 온라인 게임 플랫폼 GOG 갤럭시를 통해 계속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몇 차례에 걸친 업데이트부터 한국어 지원 발표, 그리고 반년에 달하는 일정 연기까지 다양한 일들이 있었죠.

베타 버전 공개 이후 1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부터 시작하면 너무 늦은 건 아닐까 하고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정식 출시와 함께 깔끔한 한국어 텍스트, 더빙이 적용된 것은 물론, 게임의 뼈대를 이루는 시스템 대부분이 바뀌었거든요. 과장 조금 더해서 말하자면, 기존 버전의 궨트를 수백 시간 플레이한 유저라도 다시 처음부터 적응해야 할 정도라고 할까요?

시장에는 이미 다양한 종류의 카드게임이 서비스되고 있지만, 궨트는 '운빨'에 의존하는 카드게임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던 유저들, 카드 게임 장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코어 유저들, 그리고 '위쳐' 세계관을 사랑하고 추억하는 팬들에게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는 게임입니다. 진입 타이밍도 더할 나위 없을 정도로 좋으니, 만약 카드 일러스트까지 취향에 맞는다면 더 망설일 필요가 없겠죠.


"궨트 한판 어떤가?"
튜토리얼부터 시작되는 풀더빙, 완벽한 한국어로 즐기는 위쳐의 세계


"모닥불에 담배에 궨트도 있잖소. 이야기가 빠지면 섭섭하지"

'궨트'를 처음 시작하면, 반가운 한국어 더빙이 가장 먼저 유저를 맞이합니다.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모험담 형태로 꾸며진 튜토리얼에서는 위쳐 특유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삽화와 짧은 전투를 통해 게임의 규칙들을 간단하게나마 배울 수 있습니다. 튜토리얼에서는 총 다섯 번의 전투를 치러야 하는데, 시간으로 따지면 대략 20분가량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이를 모두 마치면 약간의 재화와 덱 구성에 필수적인 다섯 세력의 리더 카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게롤트와 단델라이언의 모험담을 듣고 있으면, 본편인 '더 위쳐3' 속 게롤트의 모험을 함께하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그저 전장에 카드를 배치할 뿐이지만, 몬스터와 대치하며 사이드 스텝을 밟고, 월드맵의 물음표를 지우기 위해 로취를 타고 방황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튜토리얼의 막바지에는 인간을 도울 것인지, 엘프의 편에 설 것인지 직접 선택해야 하는 부분도 등장합니다. 튜토리얼을 진행하며 양 세력의 이야기를 모두 듣게 되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은 선택입니다. 물론 어떤 쪽도 완전한 정의라고 할 수는 없으니,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편에 서서 취향대로 이야기를 진행하면 됩니다. 다소 찜찜함은 남을지언정, 보상은 같기 때문이죠.

▲ 튜토리얼에서도 선택의 순간이 찾아온다

튜토리얼을 인상 깊게 플레이한 유저가 있다면, 다소 지루하다고 느낀 유저도 있을 텐데요. '궨트'에서 이야기를 즐기는 듯한 요소는 튜토리얼로 끝입니다. 이후에는 경쟁전과 일반전, 그리고 매직 더 개더링의 리미티드 방식으로 랜덤 덱을 구성, 경쟁하는 아레나 모드가 있을 뿐입니다.

튜토리얼에서 잠시나마 맛본 위쳐 감성의 스토리와 솔로 플레이가 취향이라면, 바로 '쓰론브레이커'를 구매해서 플레이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원래 궨트의 싱글 플레이 모드로 개발된 만큼, CDPR도 먼저 '쓰론브레이커'를 통해 카드 게임 방식에 적응한 후, 이후 궨트에 입문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위쳐3의 확장팩 두 편으로 '제대로 된 확장팩이 무엇인가' 확실히 보여준 CDPR이 약 30시간의 분량을 예고했으니, 게임 볼륨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 롤플레잉과 전략 요소를 한번에 즐길 수 있는 자매품 '쓰론브레이커'


궨트는 어떤 게임?
위쳐 세계관이 카드 게임 속으로


궨트는 최대 세 번까지 진행되는 라운드에서 상대보다 더 높은 점수를 두 번 먼저 달성하면 승리하는 게임입니다. 궨트가 처음으로 등장한 위쳐3 속 궨트, 오픈 베타 버전의 궨트, 그리고 지금의 정식 버전 궨트는 모두 저마다의 차이점을 가지고 있으나 '3판 2선승'이라는 기본적인 골자는 모두 같습니다.

게임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덱을 구성해야겠죠. 정식 버전의 궨트에서는 하나의 덱에 한 장의 리더 카드와 25장의 카드를 채워야만 게임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각각의 카드는 성능에 따라 저마다의 비용을 가지고 있으며, 이 비용의 합이 165를 넘으면 안 됩니다. 물론 165의 최대 수치를 꽉 채우지 않더라도 25장의 카드가 모이면 덱으로서의 조건은 충족됩니다.

카드 구분은 심플합니다. 보통 '전설', '매직', '일반' 등으로 구분하는 등급 대신 '궨트'는 골드와 브론즈의 단 두가지 등급만 존재합니다. 골드 카드는 종류별로 한 장씩, 브론즈 카드는 동일한 카드를 두 장씩 덱에 넣을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카드의 종류는 크게 '유닛 카드'와 '특수 카드'로 나뉘는데, 승패를 결정짓는 '점수'는 유닛 카드가 가지고 있는 체력으로 계산합니다. 때문에 게임에서 승리하려면 필드에 배치한 자신의 유닛 카드를 잘 보호해야 하는데요. 이를 위해서 다양한 효과를 가진 특수 카드, 유닛 카드, 리더 카드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궨트의 기본적인 흐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25장, 165 비용'의 조건을 알차게 쓰기 위한 덱 편집 과정도 카드 게임의 재미 중 하나다

게임을 시작하면 자신이 미리 구성한 덱에서 10장의 카드를 받고, 멀리건을 하게 됩니다. 멀리건 제한 횟수는 리더별로 다르고, 선공 유저에게는 멀리건 기회가 1회 더 주어집니다. 이는 마지막에 남은 유닛의 체력으로 승패를 겨루는 만큼 후공이 더 유리하기 때문에 적용된 규칙인데요. 이외에도 '전술적 우위'라는 카드가 첫 라운드에 한해 선공 어드벤티지로 제공됩니다.

라운드는 턴제로 진행되고, 자신의 차례에는 반드시 유닛 카드, 혹은 특수 카드 한 장을 사용해야 합니다. 아무런 추가 행동을 하지 않고 턴을 넘기려 하면 '턴 종료' 대신 '패스' 버튼이 활성화되는데, 패스를 누르면 해당 라운드에서는 더는 카드를 낼 수 없게 됩니다. 자신과 상대 유저가 모두 '패스'를 했을 때, 전장에 있는 유닛들의 체력의 합이 더 높은 쪽이 해당 라운드를 가져갑니다. 이런 방식으로 두 라운드를 먼저 획득하는 쪽이 최종적으로 승리하게 됩니다.

▲ 기본적인 규칙은 간단하지만, 결코 쉬운 게임은 아니다


궨트를 시작하기 전에
궨트, 이것만 알아둬도 중간은 간다


궨트는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복잡한 게임입니다. 위쳐 세계관의 독특한 분위기에 반해서 무심코 시작한 카드게임 초심자라면 익숙해지기까지 꽤 시간이 걸릴만한 부분이 많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복잡하다고 마냥 포기할 수는 없죠. 여기 위쳐 세계관의 아름답고 독특한 삽화와 음악을 마음껏 감상하며 전략적인 카드게임을 만끽하고 싶은 유저들을 위한 초반에 알아두면 좋은 몇 가지 팁이 있습니다.


1. 카드에 적혀있는 '키워드'를 먼저 숙지하자

골드와 브론즈 카드만 존재하는 만큼 궨트의 카드 구분은 정말 단순하지만, 각각의 카드가 가지고 있는 효과들은 절대 단순하지 않습니다. 궨트에서는 카드 설명을 최소한으로 하기 위해 다양한 '키워드'를 활용하고 있는데, 이것들이 한눈에 무슨 의미인지 구별하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카드를 우클릭하면 키워드 디테일을 모두 확인할 수 있지만, 게임이 진행되고 있는 도중에는 여의치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짐작도 하지 못한 채 패배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일단 덱 편집기에 들어가서 각각의 카드 키워드를 한차례 쭉 읽어보기를 추천해 드립니다.

◆ 몇 가지 궨트 키워드의 예

- 창조 : 무작위로 주어지는 3장 중 한 장 선택, 혹은 별도의 지정된 카드를 생성
- 매복 : 카드를 뒷면이 보이게 냄. 조건이 갖춰지면 발동과 함께 앞면으로 뒤집힘.
- 명령 : 유저가 수동으로 클릭해서 발동하는 카드의 능력. 보통 배치 후 한턴 뒤에 사용 가능
- 열의 : 카드를 전장에 내자마자 '명령' 발동 가능
- 충전 : '명령'을 사용할 수 있는 횟수. '충전' 키워드를 가지고 있는 카드만 추가 충전량 획득 가능
- 배치 : 전장에 카드를 낼 때 발동하는 능력
- 유언 : 카드가 무덤으로 이동할 때 발동하는 능력
- 근접/원거리 : 해당 전열에서만 능력이 발동. 다른 전열에 카드를 놓으면 발동 없음
- 생성 : 게임에 카드를 자동으로 추가해서 전장에 냄
- 섭취 : 다른 유닛을 섭취하여 증폭. 전장에 있다면 파괴, 대상이 손이나 덱에 있다면 무덤으로 이동
- 소환 : 해당 카드를 전장으로 옮긴다 . '배치' 능력은 발동하지 않는다.
- 추방 : 게임에서 제거한다. '유언' 능력은 발동하지 않는다.
- 면역 : 대상으로 지정되지 않는다.
- 소멸 : 무덤으로 이동하면, 해당 게임에서 제거된다.
- 피의 굶주림 : 피해받은 적 유닛 수가 지정된 수 이상이 되면 능력이 발동한다

▲ 키워드가 3개 이상 포함되기도. 대부분의 카드가 이보다 더 긴 설명을 가지고 있다

▲ 게임 중에 카드 디테일을 읽으려면 시간이 촉박하게 느껴진다


2. 한 번 이긴다고 끝이 아니다

궨트를 플레이할 때는 언제나 두 번의 라운드에서 이긴 사람이 최종 승리자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는 궨트라는 게임의 근간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기 때문에, 승리를 거머쥐기 위해서 언제나 이점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는 전략을 설계해야 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전략은 '카드를 적당히 사용하는 것'입니다. 덱에 남아있는 카드를 새로 뽑는 기회가 많이 없으므로, 라운드 승리 혹은 패배가 확실시되는 상황이라면 추가 카드 소모 없이 빠르게 패스하여 다음 라운드에 진입할 때 상대와 비슷한 손패 숫자를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궨트를 하다 보면 첫 라운드에서 승리하고, 두 번째 라운드에서 한 장의 카드도 내지 않고 '패스'를 눌러 양보한 뒤, 마지막 라운드에 대비하는 형태의 플레이도 자주 보게 됩니다.

하지만 새로운 라운드가 시작될 때마다 3장씩 추가 카드가 지급되므로, 무작정 카드를 쓰지 않고 버틸 필요는 없습니다. 때로는 카드 낭비를 줄이기 위해 패배가 뻔히 보이는 라운드에서도 일정량의 카드를 소모하는 편이 유리하기도 합니다.

▲ 서로 간을 너무 보다 보면 무승부가 벌어지기도 한다


3. 끊을 때는 확실하게!

실제로 궨트를 플레이하다 보면, 조금이라도 더 이득을 보려고 이것저것 하다가 오히려 더 손해를 보게 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따로 조작하지 않아도 승리가 확실한 상황, 혹은 전세를 뒤집을 수 없는 상황에 미련을 갖다가 하게 되는 실수들이 대부분이죠.

대표적인 것이 영웅 능력, 혹은 '명령' 능력 사용으로 패스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입니다. 명령을 사용한 순간 '패스' 대신 '턴 종료' 버튼이 활성화되기 때문에, 내지 않아도 될 카드를 한 장 더 내야 합니다. 이때 남아있는 카드가 몇 장 없다면, 오히려 유리하던 전세가 심하게 악화되는 경우도 간혹 발생합니다.

세 번째 팁은 어떻게 보면 두 번째 팁과 이어지는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궨트는 3판 2선승으로 승부가 결정되므로, 항상 '가져가는 라운드'와 '내어주는 라운드'의 구분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궨트, 새로운 여정의 시작
색다른 맛의 카드게임 등장. 유저들의 사랑받고 '주류' 될 수 있을까?

▲ '궨트' 아레나 모드 플레이 영상

궨트는 아직 완벽한 게임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폰트가 깨져서 특수문자가 그대로 보이거나, 승리 깃발에 텍스트가 보이지 않고, 카드 설명에 잘못된 번역이 있는 등, 외국 식당에서 마주한 한국어 메뉴판 마냥 다소 어색한 느낌이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게임을 실행하는 GOG 갤럭시 런처는 아직 한국어화가 진행되지 않아, 게임 중에 어떤 도전과제를 달성한 것인지 쉽게 확인하기 힘듭니다.

모바일 플랫폼의 지원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 또한 넘어야 할 과제 중 하나로 남아있습니다. 카드게임이라는 장르 특성상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함이 어느 정도 필요한 법인데, 콘솔과 PC 플랫폼으로만 즐길 수 있는 카드게임이 충분한 유저를 모집하고,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을지 다소 의문이 남습니다.

▲ 원래 '승리' 문구가 표시되어야 할 깃발. 영문판은 또렷하게 'VICTORY'가 보인다

하지만 궨트, 저는 참 재밌게 플레이했습니다. 현지화나 플랫폼 지원 문제가 게임의 재미를 해치지는 못하더라고요. 최근에는 할만한 게임 뭐 없나 하고 시공만 기웃거리고 있었는데, 간만에 즐겁게 할 수 있는 카드게임이 나왔다는 느낌입니다. 게임이 출시된 23일에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경쟁전을 하다 보니, 평소에 잠들던 시간을 훌쩍 넘겨서야 겨우 잠들 수 있었습니다.

저는 궨트가 꾸준히 업데이트를 반복하며 현재의 아쉬운 점을 하나씩 고쳐나가고, 할만한 온라인 카드게임 중 하나로 유저들 사이에서 계속해서 언급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아직 확실하게 이렇다 평가하기엔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궨트는 이제 갓 나온 따끈따끈한 신작 온라인 게임이니까요. 언젠가 궨트가 전세계 유저에게 사랑받은 원작 '더 위쳐3'의 명성에 기대지 않는, 그 자체만으로도 인정받는 '주류' 카드 게임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