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리마스터와 함께 KSL과 ASL이라는 두 리그로 진행되면서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고, 시대를 대표하는 우승자 역시 변했다. 영원할 것 같았던 '택뱅리쌍'의 시대가 아닌 새로운 강자들이 탄생한 것이다.

그리고 새 시대의 주인공인 두 선수는 양대 리그를 대표해 블리즈컨에서 대결하게 됐다. 작년까지는 '택뱅리쌍' 중 김택용과 이제동이 블리즈컨에서 대결했다면, 올해는 ASL 우승자 정윤종과 KSL 우승자인 김성현이 대결한다. 정윤종은 김택용이 사라진 이후 새로운 프로토스 대표주자의 역할을 하며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 최근 가장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로 ASL 우승 뿐만 아니라 KSL 4강이라는 경력을 자랑한다. 김성현은 KSL 결승전에서 이제동을 상대로 압도적인 4:0 승리로 새 시대가 왔음을 알렸다.

이제 2018년 한 해의 스타크래프트1을 대표하는 선수가 가려진다. 프로토스와 테란, ASL과 KSL의 자존심이 걸린 대결을 앞둔 두 선수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할까. 이벤트 매치지만, 멋진 경기를 위해 최선으로 임하겠다는 두 선수의 각오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Q. KSL vs ASL, 양 대 리그를 대표해 블리즈컨에서 경기하게 된 소감은?

정윤종 : 블리즈컨은 두 번째다. 마지막으로 해외에 간 게 블리즈컨인데, 오랜만에 가게 돼 기분이 좋다. 원래 이런 이벤트가 있으면 '택뱅리쌍'이 가는데, 이렇게 초청돼 더욱 기분이 좋다. 블리즈컨은 블리자드 축제이기 때문에 잘 즐기고 오겠다.

김성현 : 이번에 처음으로 블리즈컨에 간다. 이런 무대에 간다는 것 자체가 정말 설렌다. 해외에서 게임을 해보는 게 흔하지 않은 일이라 기대하고 있다.


Q. 같이 미국에 MLG 대회에 나간 적이 있다고 들었다. 미국에 대한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나?

정윤종 : 당시 스타2 프로게이머로 활동할 때다.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것보단 팬들의 성향이 다르더라. 팬들이 정말 열성적으로 응원해주는데, 게임하는 입장에서 큰 힘이 된다.

김성현 : 안 좋은 기억이 있다. 편의점에 들어가자마자 돈을 달라고 협박하는 사람이 있었다. 다행히 같이 간 일행이 많아서 별일은 없었다.


Q. 블리자드의 축제인 블리즈컨에서 경기 외에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정윤종 : 예전에 갔을 때 공식 경기 스케줄로 많은 것을 못 했다. 이번에는 스타2 프로게이머 선수들을 만날 것이다. 함께 프로게이머로 활동한 만큼 오랜만에 만나 긴 이야기를 할 예정이다.

김성현 : 블리즈컨이 처음이라 정확히 경기 외에 어떤 이벤트가 있는지 모른다. 그래도 한번 둘러보고 싶긴 하다.


Q. 두 선수의 상대 전적이 궁금하다. 혹시 '상성'이란 게 있을까?

정윤종 : 최근 대회에서 만나본 적이 없다. 연습 경기에서는 내가 많이 졌다.


Q. 대결이 성사 됐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서로의 장점에 대해 한번 말해보자면?

정윤종 : 성현이는 '기계'다. 게임하다보면 감정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성현이는 침착한건지 감정이 없는 건지 기계적이다. 상대하기가 답답하다. 흔들림이 없다. 본인도 답답하고 상대도 답답한 거 같다(웃음).

김성현 : 윤종이가 스타일도 다양하고 테란이 까다로워하는 플레이를 잘하더라. 상대하는 입장에서 힘들다.




Q. 지난 KSL이야기를 안할 수 없다. 16강에서 둘이 같은 조에 속해 있었다. 정윤종이 먼저 승자전으로 올라갔는데, 패자조로 가면 김성현이 있어서 힘들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정윤종 : 첫 번째 경기가 서로 다른 상대라 만나지 않았다. 승자전에서 성현이를 만날 거 같아서 걱정하기도 했다. 다행히 다른 상대를 꺾고 내가 먼저 올라갔다. 당일 날 첫 경기를 보니 성현이의 경기력이 별로 안 좋더라. 최종전에서 만나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8강부터 경기력이 달라졌다. KSL 우승하고 확실히 더 성장했더라.


Q. 서로 상대 종족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정윤종 : 테란전은 재호 형에게 최근 이기긴 했다. 성현이는 스타일이 좀 다르긴 하다. 무난하게 가면 자신이 있는데, 성현이가 무난하게 안 해줄 거 같다. 종족 상성은 프로토스가 기본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김성현 : 프로토스 전은 아직 스스로 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그전 만큼 자신있진 않은데, 최근 우승한 뒤로 자신감이 생겼다. 프로토스전이 준비하기 까다로운 면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 윤종이를 상대로 한 번 내 실력을 검증해보겠다.



Q. 그렇다면 KSL VS ASL 챔피언 대결에서 누가 승리할 거로 생각하나?

정윤종 : 성현이가 벌써 맵 순서를 다 외우고 있더라. 난 아직 아니었는데... 벌써부터 준비를 하는 것 같다. 맵 밸런스는 비슷하다고 본다. 제 3세계는 프로토스가 좋은데, 테란이 할 만한 맵도 있다고 생각한다.

김성현 : 맵을 보고 즐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는 최선을 다하지만, 즐거운 경기를 만들어보겠다.


Q. 작년 이제동과 김택용의 경기를 봤나. 경기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가?

정윤종 : 작년 경기를 봤는데, 조금 싱겁게 끝난 거 같다. 서로 한 번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고 그냥 끝나버려서 아쉬웠다.


Q. 두 선수 모두 운영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이벤트 매치는 어떤 스타일로 임할 생각인가.

정윤종 : 둘다 모든 스타일을 할 줄 안다. 몇 판은 전략적인 걸 할 수 있긴 하다. 둘다 운영을 선호해서 결국 운영을 할 것 같다. 오히려 이벤트 매치다 보니 화끈한 200 VS 200 싸움도 노리고 있다. 물론, 이렇게 말하고 초반 전략을 쓸지도 모른다(웃음). 재미있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접전이 나올 것 같다.

김성현 : 맵 자체가 초반에 잘 끝나지 않는다. 운영형 맵이 많다. 운영을 위주로 할 것 같다.


Q. 이번 대결에서 써보고 싶은 전략이 있다면?

정윤종 : 전진 넥서스부터 전진 시리즈는 모두 생각해볼 예정이다. 이벤트 매치니까(웃음).

김성현 : 받은 만큼 돌려줄 의향이 있다.

정윤종 : 성현이가 전진 시리즈를 한다면, SCV를 빼앗아서 테란 동족전을 펼쳐보겠다.



Q. (김성현에게) 우승을 했지만 아쉽다는 말을 남겼다. 어떤 점이 아쉬웠는가?

김성현 : 나 뿐만 아니라 선수들이 열심히 경기를 준비한다. '종족의 힘으로 승리했다', '동족전만 잘해서 올라왔다'는 말들이 너무 아쉬웠다. 그런 말들이 선수들의 노력을 비하하고 깎아내리는 것 같아서 한마디 한 적이 있다.


Q. 이제 '택뱅리쌍'이 아닌 새로운 우승자 둘이 대결한다. 이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나.

정윤종 : '택뱅리쌍'이 나이가 들어서 군대도 가고 시대가 많이 바뀌긴 했다. 바뀐 점이라면 선수들의 옛날과 지금의 마음 가짐이 달라졌다. 이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은 했었다.

김성현 : 스타일을 바꾸면서 우승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시기가 빨리 왔다고 생각한다. 우승하고 주목을 받게 돼 좋아졌다.


Q. 두 선수 모두 과거 스타1 개인 리그에서 제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우승자가 되기까지 많은 변화가 있었을 거 같다.

정윤종 : 그 때는 신인이었다. 대회를 준비하는 방식이나 임하는 태도가 많이 부족했다. 팀에 소속 돼 있어서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크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부담이 덜하다. 부담이 사라지니까 오히려 긴장도 안하고 나에게 좋은 것 같다.

김성현 : 보고 배울 게 많이 부족했다. 개인방송하면서 다른 테란들의 개인 화면을 보고 배울 기회가 많았다. 그러면서 실력도 늘어나고 대회 때 성적도 낼 수 있게 된 것 같다.


Q. 마지막으로 블리즈컨을 볼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윤종 : 그래도 내가 ASL을 대표해 나간다. 아프리카TV 대표님도 만났는데, 꼭 이기고 오라고 하시더라. 이벤트 매치지만,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것이니까 꼭 이길 수 있도록 연습 많이 하겠다. 한국에서 스타1이 인기가 있지만, 외국 팬들에게도 스타1이 재미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오겠다.

김성현 : KSL 대표로 좋은 경기,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