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레 있는 일이다.

행사가 열리면 나와 같은 기자들은 말라버려 눅진해진 음료수 깡통 주변을 배회하는 호박벌처럼 주변을 돌아다닌다. 그러다 단 맛이라도 보면 기사가 나오는 것이고, 가끔은 아무 맛도 못본 채 다시 사무실로 돌아올 때도 없지 않다. 다만 이번엔 조금 달랐다. 나와 같은 벌들이 아무리 몰려들어도 마르지 않을 달달한 행사인데다, 이미 내가 올 것을 주최측이 알고 있기까지 했다. 좋게 말하면 기삿거리요, 나쁘게 말하면 일감이지만 내가 나쁠 일은 없다. 언제나 새로운 기사는 흥미롭고, 새로운 만남은 떨리는 법이니까. 조금 맥빠지는 일이라면 가서 해야 할 일들이 못해도 한 번쯤은 해본 일들이라는 것이었다. 세션을 듣고, 개발자를 만나 인터뷰하고, 키노트를 듣고 정리하는 그런 일들 말이다.

그렇기에 스케쥴을 짜면서 유니티의 한국 지사를 맡고 있는 김인숙 지사장을 만나는 자리도 딱히 크게 부담을 갖진 않았다. 기자에게 인터뷰는 일상이나 마찬가지고, 지사장이나 대표를 만나는 자리도 비교적 드물 뿐, 심심찮게 벌어지는 일이니까. 유일한 고민거리는 어떤 말을 나눠야 할까였다. 2018년에 유니티 코리아가 거둔 성과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할까? 아니면 이번 '유나이트'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할까? 신기술? 사업 방향? 한 마디로 끊어내기는 힘들지만, '일'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속한 여러 토픽들이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들처럼 내 머리 둘레를 빙빙 돌았다. 이중 이야기가 좀 나올만한 주제를 던지면 될 터였고, 이도저도 아니면 죄다 던져 보고 반응이 좋은 주제들만 추려도 인터뷰 하나쯤은 충분히 나온다.

근데 막상 인터뷰 시간이 다가오니 느낌이 쎄하다. 평소대로면 가볍게 커피 한 잔 하거나 조용한 방에서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듣고, 이를 기록하는 과정이 반복될 시간인데, 정신을 차려보니 바로 옆에서 하는 말도 잘 들리지 않을 시끌벅적한 식당에서 혹여나 상대가 듣지 못할까봐 언성을 높이며 대화하고 있다. 녹음은 이미 물건너갔고, 질문과 답변의 반복도 이미 틀려먹은게 분명했다.

"어떡하죠? 인터뷰 가능하시겠어요?"

인터뷰이인 김인숙 지사장이 오히려 날 걱정할 정도다. 오히려 자리가 이렇게 되어 버리니 이야기는 더 술술 나온다. 원래 같았으면 딱딱한 산업에 대한 대화로 물들었을 자리가,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최근 흥미롭게 보는 관심사까지 온갖 개인사로 얼룩졌다. 와인까지 한 잔 더 들어가니 더 거침없다. 함께 참석한 홍보팀 직원은 혹여나 김인숙 지사장이 흥에 취해 하면 안 될 말을 할까 안절부절 못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선을 딱딱 긋는 것을 보니 프로는 프로다. 분위기에 휩쓸리다보니 노트북을 꺼낼 틈도 없다. 할 수 있는 건 핸드폰을 꺼내 중요한 키워드를 기록해 두는 정도였다. 그렇게 '으레 있는 일'인줄 알았던 인터뷰가 '난생 처음 해보는' 인터뷰가 되어버렸다. LA 다운타운의 한 식당에서 시작된 가벼운 인터뷰가 무려 세 시간동안 이어질줄 누가 알았겠는가?


■ 저변 확대와 '영향력'의 증대 - 유니티의 방향

"사실 게임 엔진으로서 수익은 크지 않아요."

처음부터 강렬하다. 일반적으로 기업 대표들은 본인들의 성과를 부풀려 말하거나 감싸는 성향이 강한데, 지사의 헤드라 그런 것인지 인정에 거침이 없다. 김인숙 지사장은 '수익'으로 자신들의 성과를 평가하지 않았다. '약점을 까고 시작하는건가?'하는 짧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만 이내 이런 마음은 접었다. 말은 거짓을 할 수 있어도 표정은 생각보다 쉽게 거짓을 보이지 못한다. 게임 엔진으로서 얻는 수익을 실제로 크게 신경쓰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대신, 다른 성과는 분명했고, 그 성과는 한 구절로 정의할 수 있었다. '저변 확대'. 유니티가 추구하는 방향이자, 이번 유나이트 LA 2018에서도 숱하게 들은 말이다. 유니티는 태생부터 '독보'와는 거리가 멀었다. 수많은 상용화 엔진 가운데서도 두각을 보이며 상위권으로 치고 나갔지만, 언제나 강력한 라이벌이자 선배인 '언리얼 엔진'이 주변에 있었다. 라이벌을 이기기 위해, 혹은 어렵게 이룩한 투톱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유니티의 전략은 '영향력의 확대'로 방향이 잡혔다.

▲ 게임과 비게임 모두를 강조한 '존 리치텔로' CEO

라이센스 사용료를 낮추고, 일정 조건에 따라서는 무료로 풀었다. 꾸준히 직관적인 UI를 구축해 접근성을 높이는 한편 개발 허들을 낮췄고, 불평거리였던 한국어화도 결국 이뤄냈다. 유니티가 원한 건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엔진'이라는 타이틀이었고, 실제로 얻어냈다. 지금 주변을 살펴 개발자에게 물어보면 다 안다. 초보 개발자에게 다들 추천하는 엔진이 유니티 엔진이니 말이다.

동시에 광범위한 산업에 대한 접근도 함께 이뤄졌다. '게임 엔진'이지만, 유니티의 영역은 게임 산업을 넘어섰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이 간단한 응용을 왜 이제야 할까 싶을 정도로 당연한 움직임이다. 영상을 구현하고, 만들어내는데 게임 엔진만한 도구는 흔치 않다. 기존의 영상 편집 툴이 카메라와 피사체로부터 얻은 소스를 편집하는 툴이라면, 게임 엔진은 아예 카메라와 피사체까지 한 번에 다루는 툴이니 말이다. 유나이트 LA에서 CEO인 '존 리치텔로'가 말한 그 움직임을, 이미 한국 지사에서도 똑같이 진행하고 있었다.

"지사와 본사가 서로 다른 방향을 가진 기업이 없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적어도 유니티는 큰 범주에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어요"

이름을 하나하나 언급하긴 힘들지만, 현재 한국 내에서 유니티 엔진을 사용하는 기업은 게임 개발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3D 모델링이 필요한 산업에는 유니티 엔진이 일정 부분 스며들어 있다. 누군가 사용하는 순간, '영향력'이 생긴다. 더 많은 이들이 사용할수록 유니티 엔진의 영향력은 커질 터였고, 이 과정이 지속 반복되다 보면 산업의 '스탠다드'가 되는 것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미래였다.

▲ 애니메이션 산업에 깊숙히 녹아든 유니티 엔진

그래서 김인숙 지사장은 아무렇지도 않게 수익 얘기를 꺼낼 수 있었을 것이다. 수치로 눈에 들어오는 수익은 보이지 않는다 해도, 수익의 자양분이 될 영향력은 꾸준히 커왔으니까. 말을 하다 보니 '지사장'이라는 직책을 소거한 '김인숙'이라는 개인이 궁금해졌다. 인터뷰를 빙자한 식사가 시작되고도 꽤 시간이 지난 시점. 이미 식전빵이 싸늘하게 식고 첫 와인잔이 비어갈 쯤이었다.


■ 체육 특기 '소녀 게이머'가 대표가 되기까지

"오락실 간다고 선생님한테 맞던 시절이었거든요. 그런데 대들었어요. '우리 엄마가 가도 된다는데 왜 때리냐'하고 말이죠"

40대 나이의 여성 기업인. IT 업계이긴 하지만 게임하고 딱히 가까워 보이지는 않는 포지션이다. 게임사에 재직한 경력은 있지만, 게임회사에 다니는 사람 중 게임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도 적지 않기에 나 또한 김인숙 지사장이 게임을 좋아할거란 생각은 딱히 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는 착각이었다. 게임 한 판에 50원 하던 시절, 하루 200원 용돈을 받던 '국민학생' 김인숙부터 말리기 힘든 게이머였다. 단거리 육상과 사격을 동시에 소화해내는 이른바 '운동부'학생이면서 공부도 곧잘 하던 학생이었지만 취미는 게임이었다. 아니, 딱히 게임 뿐만은 아니었다. 만화방, 롤러장. 로맨스 소설까지. 문화 콘텐츠란 콘텐츠는 전부 다 씹어먹었다.

어머니 덕이었다. 그 시대에 보기 드물던 '배운 여성'인 김인숙 지사장의 어머니는 어린 시절의 김인숙을 잡아놓지 않았다. '놀면 불량해진다'라는 세간의 인식이 마치 전염병처럼 번지던 시대상을 뚫고 자유로운 문화 생활을 선물했다. 첫 직장이 게임 회사인 것을 알았을 때도 어머니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거침없는 성격과 확고한 자신감이 여기서 나왔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통념에 도전하며 성장한다. 하면 안 될 것. 안 될 것 같은 것들을 깨부수면서 생각의 반경을 늘리고, 성장한다. 우물 안 개구리가 그런 얘기 아니던가. 우물을 하나하나 건너뛰면서 생각의 영역이 넓어지는게 인간인데, 김인숙 지사장은 애초에 우물 밖에서 시작했다. 약간 부러운 마음이 든 것도 사실이다.

▲ 나름 순위권에 들던 육상 꿈나무였단다.

김인숙 지사장 스스로도 이를 자각하고 있었다. 본인이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게 된 이유를, 하나의 조직을 이끄는 장으로서 바로 설 수 있었던 힘을 '어린 시절'이라는 추억에 기대 설명했다. 생전 처음 만나는 기자와의 첫 자리에서도 말이 끊어지지 않는다. 세 시간에 이르는 대화에서, 김인숙 지사장은 단 한번도 대화를 함에 있어 머뭇거리거나 주저하지 않았다. 그저 화술의 일부일 수도 있고, 타고난 언변의 소유자일지도 모르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내심 평생 가져온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마치 거친 거울에 비치는 잔영처럼 얼핏얼핏 비춰지는 느낌이었다.

한편으로는 반가웠다. 게임을 진짜 사랑하는 사람끼리 느끼는 일종의 동질감이었다. 나 또한 게임 기자이기 이전에 신작에 환장하고 한 번 빠져들면 몇 시간동안 자리를 뜨지 않는 게이머니까. 50원짜리 동전 하나로 콘트라를 클리어하고 어머니에게 자랑하던 국민학생 김인숙은 글로벌 기업의 한국 지사장이 된 지금도 게임을 사랑하고 있었다. 게임 기자로 일하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간혹 '가짜 열혈 게이머'들을 만날 때가 있다. 스스로 게임에 그다지 열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숨기고자 함인지, 혹은 묻지도 않은 넓은 게임 스펙트럼을 과시하고 싶은 것인지는 모르지만, 이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자기가 어떤 게임을 얼마나 했는지, 혹은 어떤 게임에서 무엇에 감동받았는지를 역설한다. 다들 알겠지만, 진짜 코어 게이머들은 조금만 말해보면 상대가 진짜배기인지 아닌지 바로 구분할 수 있다.

적어도 김인숙 지사장은 진짜배기 게이머였다. 와이프 재우고 몰컴하는 유부남 길드원의 이야기나 파트너사와 종종 치루는 친선 경기 이야기는 어설픈 게이머가 할만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잠깐 토픽을 벗어나 '게임하는 남자'가 연애 대상으로 어떤가?라는 주제가 나왔을 때도 김인숙 지사장은 딱 게이머의 대답 그대로 말했다. "게임하는 남자 치고 나쁜 사람이 없어요. 다른 남자들은 술먹고 놀러다니기 바쁜데 게임하는 남자들은 적어도 집에 딱 있거든"



■ '유연함' - 유니티의 문화

"처음엔 말도 잘 못하고 쑥맥같던 친군데, 지금은 너무 믿음직스럽게 잘 해요"

유니티 한국지사의 얼굴이라 봐도 될 오지현 리드 에반젤리스트 이야기가 나오자 김인숙 지사장이 하는 말이다. 오지현 에반젤리스트라면 유명하다. 패션피플이 여기 있다고 말하는듯한 스타일에 능청맞아 보이지만 핵심을 말하는 화술, 그리고 에반젤리스트의 자격인 기술 지식까지 탄탄한 인물이다. 간혹 행사장을 돌다 보게 되면 같은 업계 사람인지 의심될 정도다. 뭐 나도 게임업계 사람이지만 게임업계인들이 패션에 둔감한건 대다수가 공감하는 사실이니까...

그런데 그 오지현 리드 에반젤리스트가 쑥맥이었단다. 처음엔 무슨 말인가 했다. 처음엔 그냥 엔지니어였는데, 본인이 하고 싶다는 말에 흔쾌히 자리를 내줬다고 했다. 처음엔 해멨지만, 계속 지켜보니 지금은 '리드' 에반젤리스트가 되었다. 유니티 코리아의 분위기가 어떻냐는 말에 김인숙 지사장은 몇 가지 키워드로 대답했다. 그 중 하나는 '유연함'이다.

▲ 현재는 맹활약중인 오지현 리드 에반젤리스트

그렇게 내세우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김인숙 지사장의 말로는 한국 지사의 특징이라기보단 '유니티'라는 기업 자체의 문화에 가깝단다. 예를 들자면 이런거다. 유니티의 CEO인 '존 리치텔로'가 다른 회사의 CEO로 있을 당시, 김인숙 지사장도 해당 회사의 한국 지사에 근무하고 있었다. 김인숙 지사장의 회상에 따르면 당시의 존 리치텔로는 '무서운 상사'였다. 발표를 듣는 자리에서 발표자에게 의표를 찌르는 질문을 던지곤 하는 그런 날카로운 상사 말이다. 당시 리치텔로 CEO의 지적을 당한 이들은 당황해서 어쩔줄 몰랐지만, 현재 유니티에서 리치텔로의 이런 질문에 직원들은 이렇게 대답한다. "음... 그건 생각 안해봐서 모르겠는데 고민하고 내일 말해드릴게요"

'유니티'의 사내 분위기가 이 사례 하나로 느껴졌다. 직책은 있으나, 상하관계는 희미한 분위기. 상대의 위치나 직책에 눌려 필요한 말을 못하는 경우가 딱히 없는 자유로운 분위기다. 그러다 보니 인사 이동도 필요에 따라 자유롭고, 경우에 따라선 아예 소속 팀이 없는 인원도 있다. 오지현 리드 에반젤리스트도 그 사례중 하나일 테다. 심지어 행사장에서 만난 핵심 개발자중 한 명인 '루카스 마이어'의 경우 어떤 일을 하냐는 내 질문에 "그냥 떠돌아다니면서 필요한 팀에 기술 지원하고 혼자 개발도 하고 그런다"라고 대답했다. 구성원 모두가 이와 같은 자유로움을 느낄지는 모르겠으나, 유니티라는 조직을 설명하기엔 퍽 나쁘지 않은 답변이었다.

▲ 본인의 업무를 '개발 관련된 모든 것'이라 말한 개발자 '루카스 마이어'

물론, 책임없는 자유는 방종이라는 말이 있듯, 이들이 자유로운 사내 분위기를 누리기 위해 짊어진 책임의 무게가 가볍지는 않을 것이다. 유니티를 포함해 자유로운 업무 환경을 보장하는 해외 기업은 많지만, 이 안에서 생존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문제다. 하지만 적어도 구성원으로서 본인의 역할을 다 해낸다면, 어느곳보다도 인간적인 대우가 함께 찾아간다. 김인숙 지사장이 한국 지사를 이끌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도 이 '인간적인 대우'였고, 달리 말하면 '복지' 제도의 점검이었다.

김인숙 지사장이 이전 회사를 나와 유니티 코리아로 자리를 옮길 때, 사실 유니티 코리아는 이렇다할 복지 제도가 없었다. 함께 회사를 옮길까 고민하던 직원 중에 아픈 딸의 병원비를 보장받지 못할까봐 이직을 고민한 이가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첫 행보가 정해졌다. 김인숙 지사장은 둥지를 틈과 동시에 회사 차원의 보험 체계를 구축했고, 필요한 자금은 본사에 말해 다 확보했다. 이전의 경험들을 되살려 회사에 부족한 제도적 장치를 모조리 손봤고, 이 과정이 진행되면서 유니티 코리아는 '글로벌 기업의 해외 지사'에서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직장'으로 변모했다.

"전사 차원에서 유명한 공연이나 쇼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걸 생각해 보고 있어요"

지나가면서 한 말이긴 했지만, 톤은 꽤 진중했다. 마치 언젠가는 꼭 자리를 마련할 수 있다는 어떤 확신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왜 그런 생각을 했냐고 물으니 어느 땐가 라스 베가스에서 관람했던 '태양의 서커스'가 그렇게 기억에 남는단다. 자리 하나가 꽤 비싸 부담되는 공연이긴 하지만, 회사 차원에서 함께 갈 수 있다면 이또한 사는 재미 아니겠냐고 되려 물었다.

그렇게 김인숙 지사장은 웃고 있었다. 간단히 와인을 곁들이긴 했지만 그래봐야 한 잔 정도임에도, 김인숙 지사장의 얼굴엔 시종일관 미소가 함께했다. 처음 보는 기자와 회사 이야길 하는 자리임에도 어떻게 저렇게 즐거울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잠깐 들었지만, 그 말에도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답이 나왔다. 자신의 삶을 즐기는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는 자세다.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자신감, 확신이 느껴지는 목소리. 몇 번을 똑같이 묘사했음에도 또 쓸 정도로 퍽 인상깊은 모습이었다. 밤 11시 비행기를 타야 한다고 말하며 확인한 시계가 저녁 9시를 넘어서고 있음에도 별로 개의치 않고 이야기를 이어가는 모습이 낯설 정도였다.

결국 비행 시간 때문에 반강제적으로 자리가 종료되고서야 한국에서 또 보자는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었다. 묘하게 진짜로 또 보게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에 의존해 인터뷰를 작성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별로 없었다. 인상깊은 대화가 이어져서인지 내 뇌도 꽤 열심히 기억이란 노트에 이야기를 받아적었으니 말이다. 호텔로 돌아와 노트북을 열었다. '으레 있는 일'일줄 알았던 인터뷰가 '꽤 난감한 일'이 되어버렸지만, 개인적으로 즐거운 자리였기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이제 이 이야기들을 어떻게 주물러야 할 지 고민할 순서였으니 말이다.




유나이트 LA(10월 23일~25일)와 관련된 강연 정보와 뉴스는 현지에 나가 있는 정재훈, 원동현 기자가 생생하게 전달해드립니다 ▶ 인벤 뉴스센터: http://reurl.kr/40212106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