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VR과 AR에 대한 평가는 혼란스럽다. 시기상조라는 의견부터 미래 기술의 핵심이 될 것이란 의견까지 사람들은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신기하지만 막상 재미가 없고, 유용해 보이지만 사용하기 번거로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관련 하드웨어의 가성비가 빠르게 오르고 있음에도 이를 선뜻 구매하는 이는 별로 없다. 얼핏이라도 경험해봤던 VR과 AR의 유저 경험이 너무나 불친절했던 탓이다.

유니티 랩스를 이끌고 있는 티모니 웨스트는 VR과 AR의 유저 경험에 대해 사뭇 색다른 시각을 전했다. 물리적인 제한과 구속을 벗어던지고, 자유로운 3D 경험을 구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티모니 웨스트. 그녀의 남다른 비전을 인벤에서 담아봤다.




▲ 유니티 랩스 티모니 웨스트(Timoni West) 디렉터

Q. 이 인터뷰를 볼 한국 독자를 위해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티모니 웨스트입니다. 유니티 랩스(Unity Labs)에서 VR/AR 그리고 MR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팀은 AR에 대해 두 가지 목적을 갖고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첫 번째는 개발자들이 보다 나은 유저경험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고 두 번째는 매일 사용될 일상적인 매개체를 만드는 겁니다. 후자의 경우, 저희는 이를 공간 컴퓨팅(Spatial Computing)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Q. VR 산업 관련 기사를 작성하면서 티모니 웨스트라는 이름을 참 많이 접했습니다. 에디터 VR(Editor VR)을 개발하신 걸로 유명한데,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부탁드립니다.

에디터 VR은 개발자들이 보다 효율적인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끔 도와주기 위해 제작된 툴입니다. 3D 세계의 인터페이스로 2D 작업을 진행할 수 있죠. 사실 어떤 작업을 진행할 때 이런저런 물리적 한계나 어려움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3D 세계에선 이러한 부분을 전혀 느낄 수 없죠. 내용은 그대로지만 3D 환경에서 보다 편리하고, 창의적인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건 분명 매력적입니다.



Q. 그렇다면 유니티 엔진으로 VR 혹은 XR을 개발할 때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일까요?

미니월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미니월드는 일종의 게임 미니맵 같은 기능입니다. 다만 보다 능동적인 기능을 갖추고 있죠. 예를 들어 현재 이 방을 VR로 구현한다면, 사용자 눈앞에 현재 방 구조와 똑같은 미니월드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특정 물건의 위치를 이동시킬 때 굳이 실제 좌표를 찍을 필요 없이, 미니월드에서 해당 오브젝트 심볼을 움직이는 것만으로 끝낼 수 있어요. 반대로 밖의 오브젝트를 미니월드에 넣어 위치를 이동시킬 수도 있죠. 굉장히 편리한 기능입니다.


Q. 듣기에 게임에만 활용될 기능이 아닌 거 같습니다. 건축이나 기타 디자인 분야에도 충분히 활용될 거 같은데요.

맞습니다. 만약 건축 설계도라면 별도 과정 없이 바로 유니티에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른 복잡한 장치 없이 유니티 하나만으로 다양하고 실용적인 기능을 사용할 수 있죠. 이 외에도 영화나 다른 많은 산업에 활용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Q. 타 엔진과의 가장 큰 차별점은 무엇일까요?

다른 엔진도 에디터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저희 쪽의 강점은 오픈 소스 기반이라는 점이죠. 저희가 갖고 있는 다양한 어셋 등을 활용해 유저들이 각자만의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이건 개발자들에게 아주 큰 이점으로 와닿을 겁니다. VR 분야는 막상 개발을 하고자 해도 막막한 감을 먼저 느끼게 되니까요.


Q. 유니티는 언제나 순수한 조력자의 역할을 수행하려고 하는 거 같습니다. 유저에 대한 간섭을 최대한 지양하려는 느낌이에요.

1950년대, 2차 대전이 끝나고 MIT의 링컨 연구소는 미국 정부로부터 엄청난 지원을 받았었죠. 미사일 방어 체제 구축이 목표였는데, 당시 펜으로 스크린에 필기를 하는 기술이 같이 개발됐습니다. 이 역시 1950년대니 저희의 상상을 한참 뛰어넘은 거죠.

사실 펜으로 스크린에 글자나 그림을 그린다는 사실 자체는 그리 특별할 게 없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사람이 컴퓨터를 통해 문제를 극복해나가는 과정과 방법론입니다. 스크린에 글자를 쓴다는 행위가 가능하다는 걸 모두가 깨닫고 난 뒤 수많은 변화가 세계 곳곳에서 생겨났죠. 전 유니티 역시 그런 존재가 되길 바랍니다. 저는 유니티가 사용자로 하여금 자신의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돕는 훌륭한 엔진이라 생각해요.

▲ IT의 혁명의 기점, 링컨 연구소


Q. 에디터 VR을 포함한 유니티의 유용한 기능들이 개발 과정을 용이하게 만드는 건 사실이지만, 막상 그 기능 자체를 개발하는 과정은 험난할 거 같습니다. 에디터 VR을 개발하면서 겪은 가장 큰 난제는 무엇이었나요?

프로젝트 마스가 생각나네요. AR 개발자들의 워크 플로를 보다 짧고 간편하게 바꿔주는 것이 목적이었죠, 아울러 현재 가진 AR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대다수의 기기와 연동되도록 만들고자 했습니다.

대다수 유저가 느끼는 AR의 한계점은 바로 스크린에 갇혀있다는 겁니다. 증강현실이지만, 실제 현실에서 활용되기엔 시야가 너무 제한되어 있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저희는 각종 디스플레이에 똑같은 AR 경험을 구현하고자 했어요. 언제 어떤 방식으로든 그 유저 경험을 끊지 않고 흐름을 이어나갈 수 있게끔 하는 게 목표였죠.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시장에 존재하는 모든 기기를 다 조사하고, 어떤 방식으로 AR을 구현해야 유저 경험이 이어질지 고민했죠.


Q. UX 디자인 스페셜리스트로 알고 있는데, VR과 AR 간 UX 디자인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직관성이죠. VR은 직접 가상 세계에 들어가 콘트롤러로 오브젝트를 조작하는 반면, AR은 현실에 가상의 것을 덧입히는 방식이죠. 얼핏 듣기에 VR이 더 직관적일 거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콘트롤러라는 장애물이 크게 와닿거든요.

물론 VR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많은 시도가 있었습니다. 장갑형 기기, 안구 추적, 제스처 인식 등등 다양한 기술이 VR의 부족한 직관성을 채워 넣으려 했죠. 하지만 그리 쉽지는 않은 일이에요. 비용, 성능 등 다양한 문제가 남아있죠.


Q. 마지막으로 유니티를 활용해 AR/VR 개발에 도전하는 한국 개발자에게 해줄 조언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많은 개발자가 비슷한 장르에만 도전을 하는 게 아쉬웠어요. FPS VR 게임이 대표적이죠. 현재 VR은 아직 성숙하지 않은 시장이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장르의 경계를 넓히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개발자분들이 보다 시야를 넓게 가져서 이 시장에서 아직 개척되지 않은 분야를 찾아내고 시도했으면 좋겠어요. VR은 하나의 미디어니까요.



유나이트 LA(10월 23일~25일)와 관련된 강연 정보와 뉴스는 현지에 나가 있는 정재훈, 원동현 기자가 생생하게 전달해드립니다 ▶ 인벤 뉴스센터: http://reurl.kr/40212106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