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티 루카스 메이어 기술 이사

유니티는 게임뿐만 아니라 영화, 애니메이션, 자동차, 건축 등 다양한 산업의 개발자들을 위한 리얼타임 3D 엔진을 구축하고자 꾸준히 노력해왔다. 지난 2월 자동차 산업을 위한 기술을 추가하는 데 이어 영화 제작 작업을 위한 타임라인, 더 나아가 건축 분야까지 그 활용 범위를 넓혀나가고 있다. 올해 유나이트2018에서도 게임과 비게임 산업에서의 활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시네캐스트'와 애니메이션 개발 툴을 통한 영상 제작 분야에 대한 기술 지원과 ECS를 통해 빠르고 안정적인 개발 환경 구축을 주요하게 다루고 있다.

10년 넘게 유니티와 함께 해온 루카스 메이어 기술이사는 R&D 부서에서 다양한 기술 분야를 지원하고 있다. '불이 가장 거센(기술 지원이 가장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가는 소방관 역할'을 맡고 있다고 소개한 그는 인터뷰를 통해 유니티의 향상된 기능과 새롭게 발표한 '시네캐스트'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했다. 또한, 그가 생각하는 '유니티'라는 브랜드가 의미하는 바에 대해서도 들어볼 수 있었다.



Q. 먼저 본인 소개 부탁한다.

루카스 메이어 : 만나서 반갑다. 난 루카스 메이어라고 하고, 유니티에서 일한 지는 10년 조금 더 넘었다. 그땐 유니티에 20명 정도가 있었는데. 아, 물론 차고에서 일했던 건 아니다(웃음).

R&D 부서에서 일하고 있으며, 그만큼 매년 다른 부분을 다루고 있다. 기술 지원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가서 지원하는 소방관과 같은 역할이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아이폰이 처음 출시됐을 때는 유니티의 아이폰 지원을 담당했었고. 요즘은 내부 기술 작업과 작은 프로젝트를 병행하고 있다.


R&D 부서의 마스터키 같은 만능의 역할인 것 같다.

루카스 메이어 : 하하, 맞다. 특정 팀에 영구적으로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곳으로 이동을 자유롭게 하는 편이다.


Q. 이번 키노트에서 키네마티카, 랜더링 파이프라인, ECS 등을 선보였는데. 이외에 유니티의 새로운 버전에 대하여 소개하고 싶은 기능이 있나?

루카스 메이어 : 키노트에서는 ECS와 HDRP에 대한 활용케이스를 소개했다. 내가 개인적으로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새로운 VFX 에디터와 시네캐스트다. 시네캐스트의 경우 아직 개발 중인 부분이지만, 영화학교에 간 시네머신 정도로 보면 된다.

시네머신은 유니티의 카메라 시스템 같은 건데, 게임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카메라 문제를 해결해준다. 예를 들어 캐릭터가 뛰어다니는 게임을 개발했다고 생각해보자. 기본적으로 그 캐릭터를 따라다니는 카메라를 추가해야 한다. 굉장히 쉬운 작업같이 들리지만, 제대로 구축하기는 꽤 어려운 부분이다. 실제로도 게임을 하면서 자주 겪었을 것이다. 플레이어의 캐릭터 뒤에 배치해놨는데, 유저가 벽으로 다가가면 카메라는 어디에 둬야 하는 걸까? 시네머신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새롭게 발표한 '시네캐스트'는 이보다 더 높은 단계의 기술이라고 보면 된다. 언제, 어떤 카메라를 사용할지 판단하는 감독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난 이 기술이 리플레이나, 브로드캐스트, e스포츠에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시네머신에서 더 나아가 스스로 판단하는 시네캐스트

이를 통해 유니티 게임들이 e스포츠 브로드캐스트의 좋은 후보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유니티 게임에는 브로드캐스트 모드를 추가하기 쉽고, 캐스터들에게 카메라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툴셋을 제공할 수 있으니까. 시네캐스트를 이용하면, 키보드와 마우스를 가지고 장면을 찍기 위해 게임 속을 열심히 날아다닐 필요가 없어진다. 알다시피 브로드캐스트는 언제나 한 발짝씩 늦는 경향이 있지 않나.

브로드캐스트 툴은 어떻게 보면 아직 구석기 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시네캐스트는 여기에 새로운 국면을 가져다줄 유니티의 첫 시도라고 생각한다.



Q. 시네캐스트는 직접 감독이 된 시네머신과 같은 인상을 준다.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궁금하다.

루카스 메이어 : 시네캐스트에서 브로드캐스트는 3초 딜레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딜레이가 참 안 좋게 들리는 단어지만, 동시에 이는 시네캐스트가 미래를 볼 수 있다는 뜻이 된다. 누군가 게임 속에서 사망하는 상황이 일어나면, 시네캐스트는 3초 먼저 알 수 있으므로 미리 카메라를 준비할 수 있다. 바뀐 카메라 쪽에서 흥미로운 상황이 일어난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으니까.

이는 시네캐스트가 작용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또한, 3초 후 상황에 대한 인지와 판단, 이에 따른 카메라 전환이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게임은 시네캐스트에게 '이 상황은 흥미로운 상황이다'라는 정보뿐만 아니라 어떤 캐릭터들이 게임 속에서 행동하고 있는지, 누가 누구와 아군이고 누가 적군인지 등, 게임과 관련된 정보를 알려준다. 시네캐스트는 이를 바탕으로 어디서, 어떤 흥미로운 상황이 일어났는지를 자동적으로 알게 되고, 이를 최대한 잘 화면으로 담아내기 위해서 판단하게 된다.

시네캐스트는 러닝 시스템은 아니지만, 스마트 카메라와 같다. 일반적으로 가장 자주 사용하는 카메라 앵글 옵션부터 차례로 고려해나가는 것이다. 이런 장면은 후방에서 촬영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데... 어? 이 각도는 플레이어가 전부 가려버리잖아? 그럼 차선으로 측면으로 촬영하는 게 좋겠다. 이런 식으로 이루어진다.


▲유니티 시네캐스트는 내년 초에 베타로 사용해볼 수 있을 예정이다.

Q. 한 장면을 어떻게 보여주느냐뿐만 아니라 각 컷이 어떻게 진행되느냐도 연출의 중요한 부분인데, 이 부분도 스스로 판단하게 되나?

루카스 메이어 : 그렇다. 시네캐스트가 시네 머신이 영화 학교에 간 것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또 있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의 좌측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할리우드의 감독이라면 그 다음 장면으로 플레이어의 우측을 보여주지 않을 것이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 어떤 상황인지 헷갈리니까. 시네캐스트 또한 이와 같은 판단을 한다.

또한, 한 장면에서 다음 장면으로 넘어갈 때 유저의 캐릭터가 화면의 같은 부분에 있도록 하여 유저가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깊이 고민하지 않아도 바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현재 브로드캐스팅 툴은 어떤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게임에 대한 깊은 지식이 없다면 재미를 느끼기 어렵다는 뜻이 된다. 게임을 알더라도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게임 정보를 파악하기 어렵다. 힘든 일과를 끝내고 편안히 맥주를 마시고 보고 싶은 건 엔터테인먼트지, 일이 아니다.



Q. 다시 포괄적인 질문을 해보고 싶은데. 당신이 생각하는 유니티 엔진의 발전 방향은 무엇인가?

루카스 메이어 : 유니티는 몇 년 새 굉장히 빠른 속도로 발전해왔다. 개발자들이 유니티를 통해 개발하는 작품의 퀄리티만 봐도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년 전 '아담' 영상을 공개했을 때, 우리는 유니티로 그런 영상을 만들 수 있을지 몰랐다. 하지만 '사자의 서' 데모가 나온 지금, 우리는 '아담'의 기술과 퀄리티를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다. 발전된 비주얼 퀄리티와 더욱 쉬워진 제작과정을 볼 때 유니티의 발전속도는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게임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처음 '아담' 영상을 공개했을 때부터 영화 및 TV 시리즈 프로듀서들에게서 많은 문의전화를 받기 시작했고, 새로운 과제가 생겨났다. 영화의 퀄리티를 리얼타임으로 제작할 수 있다면? 그리고 기존 영상 제작 파이프라인에 유니티를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까?


▲유니티는 게임뿐만 아니라 비게임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기능들을 개발하고 있다

작업물에 수정사항을 적용하는 것. 익숙한 게임 개발자들에게는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영화제작자들에게는 아니다. 영화를 제작하려면 스토리보드를 기반으로 촬영하고, 편집을 통해 한 샷 한 샷 만들어야 한다. 편집 단계까지 와서 갑자기 티셔츠 색을 바꾸고 싶다고 하면, 바로 해고당할 거다(웃음). 영화 제작에서 그런 수정사항을 마무리단계에서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리얼타임으로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게 되면, 직접 완성된 장면을 보면서 만들어나갈 수 있다. 스토리보드로 구성할 때는 실제로 촬영할 때 어떤 느낌이 나올지 상상하기 어렵지만, 리얼타임으로는 최종 퀄리티 장면을 직접 보면서 작업할 수 있다.



Q. 영화 제작 분야에서는 혁명적인 일이 될 것이라는 말 같다.

루카스 메이어 : 그렇다. 또한, 유니티로 제작하는 영상의 퀄리티가 영화 퀄리티를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퀄리티 갭이 크다면 사실 의미가 없다. 번거롭더라도 예쁜 장면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할 테니까. 비주얼 퀄리티가 영화와 가까워지면서 많은 제작자들이 유니티의 리얼타임 제작 파이프라인을 도입하고 있다.


Q. 짧은 시간 안에 같은 장면에 여러 가지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게 인상 깊었다. 그만큼 2차 창작이나 다른 콘텐츠로의 재창작될 여지가 많은 것 같은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루카스 메이어 : 무엇보다도 창작의 문을 넓혔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빅 히어로의 '베이맥스' 예시를 소개한 바 있는데, 디즈니가 유니티 리얼타임 제작 파이프라인에 관심을 가지는 보너스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영상에 사용했던 에셋을 게임이나 VR/AR 콘텐츠 등에 재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디즈니 또한 에셋을 이용해 쉽게 재창조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Q. 이제 좀 다른 분야에 대하여 이야기해보고 싶다. 구 버전에서 멀티스레드의 불안정성을 문제점으로 꼽는 개발자들이 많은데. 현 버전에서는 어떨지 궁금하다.

루카스 메이어 : 새로운 ECS 시스템은 기반부터 완벽히 엔진 코드와 유저, 게임코드가 멀티스레드 될 수 있도록 구성되어있다. ECS 멀티스레딩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유니티에서 제시하는 룰에 따르면, 이론적으로 레이스 컨디션(Race Condition), 데드락(DeadLock)이 불가능하게 구성되어있다. 문제는 기존에는 그 룰에 맞추지 않았을 때, 어느 부분이 잘못 구성되어있는지 알기 어려웠고, 버그가 계속해서 일어나는 게 아니라 불규칙적으로 나타나 해결하기도 어렵다는 것이었다.

ECS에서는 에러가 나면 오든 사람이 에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에러메시지를 띄우게 되어있다. 정말 이 에러메시지를 작업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들어갔다. 당신의 코드가 왜 불가능한지, 어떻게 바꾸는 것이 좋은지를 알려주는 식이다. 간단히 말해, 교육 시스템과 가드레일의 조합이라고 보면 된다. 새로운 시스템에서 실수가 나오면, 아주 친절한 메시지를 받게 될 거다. "선생님, 그 길로 가시면 안 됩니다" 하고. 그리고 동시에 그런 메시지가 뜨지 않는다면 안심하고 진행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더 나아가, ECS의 가드레일 역할이 버스트 컴파일러의 엄청난 속도와 함께 만나게 되면 정말 멈출 수 없는 기차가 되는 셈이다. 우리 또한, 모든 기존 유니티 기능들을 ECS와 버스트 컴파일러로 이식하고자 한다. 그만큼 빠르고 개발하기 쉽기 때문이다.



Q. 마지막으로, 기술적인 부분을 넘어서 현재 '유니티'라는 브랜드에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루카스 메이어 : 수많은 다양한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제품을 통해 직접 '유니티'의 브랜드 가치를 이야기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브랜드는 그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다. 게임 개발자, 영화 제작자, 건축가 등, 수많은 개발자가 유니티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그만큼 우리도 개발자들이 최고의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게 우리가 '유니티' 브랜드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유니티 로고를 볼 때, 사람들이 "내 창작 활동을 쉽게 해주는 툴이지. 참 좋은 애들이야." 라고 생각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