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디아블로3,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오버워치, 스타크래프트2, 하스스톤 등 블리자드 게임의 축제 블리즈컨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2018 스타2 WCS 글로벌 파이널 한국 중계에 대한 이슈가 화두로 떠올랐다.

당연할 거라고 생각했던 GSL(박진영-박상현-황영재) 중계진은 없고, GSL 위주로 시청해온 이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크랭크TV와 루시아TV가 독점으로 공식 중계를 맡게 됐다. 위와 같은 발표에 다소 의아해하던 스타2 팬들은 '아직 시간이 있으니 깜짝 발표가 있을 거다, GSL 중계진이 가장 큰 대회 해설을 하지 않는 게 말이 되냐, 기다려보자' 하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커뮤니티에 블리자드 코리아가 GSL 중계진에게 '무보수'로 해설을 제의했다는 글이 올라오면서 이에 대한 관심은 급속도로 퍼졌다.

2018 WCS 글로벌 파이널 중계,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나?


2018 스타2 WCS 글로벌 파이널은 1년 동안 한국과 해외에서 가장 잘하는 16인이 모여서 펼치는 우승 상금 3억이 넘는 최대 규모의 대회다. 그리고 이번 WCS 글로벌 파이널 중계는 트위치와 독점 계약이 되어 있다. 그래서 국내 공식 스타2 리그인 GSL(GSL은 아프리카tv 중계다) 중계진보다는 트위치에서 스타2 메인 스트리머급인 '크랭크'에게 먼저 중계 제의가 들어왔다. '크랭크'로 불리는 전 프로게이머 최재원은 각종 온라인 대회 중계와 토크쇼, 자신이 직접 사비를 투자해 대회를 만들기도 하며 팬들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해주고 있는 스타2 전문 스트리머로 스타2 팬들에게는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다. 게다가 올해 한국 지역 서킷(GSL)을 제외한 해외 WCS 서킷의 모든 중계를 맡은 바 있다.

하지만 크랭크는 블리자드 코리아가 중계를 제의하기 전에 이미 블리자드 본사로부터 블리즈컨 초청명단에 올라 있었고, 블리즈컨 참가로 인해 전체 중계가 힘든 상황이라 미국으로 떠나기 전인 16강 중계만을 맡게 된다. 크랭크는 팬들을 위해 자신이 블리즈컨 현장에 있으니 8강 이후 경기들도 중계를 진행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라도 마련이 가능하다면 중계를 해보겠다 했지만, 현지 상황상 무산됐고 8강 이후 중계는 공석으로 남는다.

결국, 메인 스테이지에서 열리는 8강부터 한국 중계진이 없는 상황에서 GSL 중계진에 2차 제의가 들어오게 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GSL 중계진 측은 방송 준비를 위한 최소한의 제작비만을 요구했으나 블리자드 입장에서도 기존에 잡아놨던 예산이나 여러 문제로 인해 서로의 입장 차이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아마 블리자드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을 것이다. 한국 스타2 신에서 사실상 GSL 중계진과 크랭크를 제외하면 전문적으로 중계를 진행하는 사람은 없었고, 차선책으로 트위치 스트리머인 '루시아'가 2018 WCS 글로벌 파이널 공식 중계를 맡게 됐다.

루시아는 스타2 전문 스트리머는 아니지만, 자신이 직접 연승전을 열기도 했고, 이를 본 블리자드 측에서 지원금을 제공했던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스타2에 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한 스트리머가 공식 중계를 맡게 되자 항의하는 팬들이 점점 늘어났으며, 독점 중계인지 몰랐던 루시아는 이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호흡을 맞춰봤던 프로게이머 신희범을 객원 해설로 섭외했다.

그리고 블리자드 코리아 측에서 뒤늦게나마 스튜디오를 마련, 전문 캐스터인 유대현, 그리고 장민철 해설위원까지 섭외해 이틀 동안 중계를 맡을 예정이며, 신희범과 이동녕은 각각 하루씩 객원 해설로 중계를 꾸릴 예정이다.

팬들이 블리자드에 화난 결정적 이유는?




블리자드는 작년부터 워 체스트라는 상품을 통해 유저들이 구매하면 총 판매 금액의 25%는 반드시 스타2 e스포츠 후원 용도로 사용한다고 밝혔다. 2018 워 체스트의 경우 판매 금액 중 처음 20만 달러는 WCS 글로벌 파이널 2018의 기존 상금 50만 달러에 더해져 총상금이 70만 달러(우승 상금이 한화로 3억을 돌파했다)가 되었고, 20만 달러를 초과하는 금액은 스타2 이벤트 제작에 사용된다고 했다.

이것 때문에 워 체스트를 구매한 유저들의 민심은 단단히 뿔이 났다. '나는 분명 스타2 e스포츠 발전을 위해 워 체스트를 구매했는데, 최고의 대회에 공식 중계진도 없다고?'라면서 말이다. 내가 내고 있는 세금이 명분도 모른 채 사라지는 기분이랄까.

게다가 전문 중계진들에게 '무보수 제의' 논란이 일면서 사회적으로도 이슈인 '열정 페이'와 맞물리며 블리자드를 향한 팬들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졌다.

블리자드와 팬들, 입장 차이 속 아쉬웠던 블리자드의 판단


하지만 조금 더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중계 이슈의 단면만 놓고 보면 블리자드는 한국 스타2 신에 대한 지원이 상당히 부족한 것으로만 보인다.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정말 블리자드가 한국 스타2 팬들을 기만하는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블리자드가 스타2에 지원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관계자 A는 "스타2 스트리머들에게 방송을 위한 지원금도 전달해주고 있으며, 온풍(GSL 해설진)미디어에도 상금 및 지원을 꾸준히 해주고 있다. 이 외에도 기타 온라인 리그 지원도 소소하지만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다른 종목들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차별한다거나 지원이 부족하다고 보긴 힘들다"고 말했다. 물론 팬들에게 가장 친숙한 한국 공식 리그인 GSL 중계진이 올해를 마무리하는 최고의 대회 중계를 하지 못하는 것은 다소 의아하고 아쉬움이 큰 건 사실이다.

'중계'에 대한 온도의 차이도 있었다. 스타크래프트 시리즈는 전통적으로 한국인들이 항상 최고였고, 전유물이었다. 약 20년 전부터 기존 스포츠처럼 전문 캐스터와 전문 해설진들이 중계를 맡아왔고, 우리들은 그걸 보고 자랐으니 너무나 당연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외국의 경우는 좀 다르다. 현재 블리즈컨 공식 방송에서 중계를 하고 있는 WCS 공식 중계진 외에 프랑스의 O'Gaming TV나 독일의 Take TV, 중국의 SCboy 등 다른 언어권은 대부분 무보수로 클린피드(1차 중계화면)만 제공받아 중계를 해오고 있다.

블리자드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스타2와 완전히 동떨어진 스트리머들도 아니고, 기본적으로 지원도 해주고 있던, 기본적인 검증은 되어 있던 스트리머들이다. 그리고 GSL 중계진이 아니면 양질이 꼭 뒤처지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해설의 취향은 기본적으로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한국 팬들의 성향을 몰랐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스포티비 게임즈나 GSL 중계진이 계속 중계를 해왔던 점을 생각해보면 유저들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게 아쉽고 또 아쉬울 뿐이다. 블리자드는 항상 팬들과 소통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하지만, 팬들이 생각하는 소통과 블리자드가 생각하는 소통의 온도 차이가 극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