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
2018-11-0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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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나와 국가' 알릴 기회 오버워치 월드컵, 뻔하지 않았던 한국 우승

장민영 기자 (Irro@inven.co.kr)

오버워치 대회의 한 해를 마무리하는 2018 오버워치 월드컵이 끝났다. 이번 대회는 국가를 대표해 많은 팀들이 갈고 닦았던 자신들만의 스타일을 마음껏 뽐낸 축제의 장이었다. 다양한 메타가 공존하는 가운데, 어느 나라의 전략이 가장 뛰어난지 겨뤄보는 말 그대로 '월드컵' 다웠다. 결승전이 진행되기 전까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을 만큼 치열한 국가대표팀 간 대결이 나오곤 했다.

결과 역시 마찬가지였다. 예선전을 2위로 통과했던 영국과 캐나다가 놀라운 경기력으로 지역 1위들을 제치고 4강까지 올랐고, 오버워치 월드컵이면 힘을 못 쓰던 중국이 결승전까지 올라오는 이변이 일어났다.

이런 변화 속에서 변하지 않은 유일한 것은 한국의 우승이었다. 당연한 결과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우승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 최근 많은 e스포츠 종목의 우승팀이 해외팀과 선수로 바뀌는 가운데, 오버워치만큼은 당당히 3연속 우승을 거둔 것이기에 더 의미가 크다. 한국이 다시 한번 우승을 확정 짓기까지, 이번 오버워치 월드컵은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최고의 조합을 가려라!
실시간 변화하는 오버워치의 조합



오버워치가 나온 초창기만 하더라도 오버워치의 메타는 시기마다 굳어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프로들은 최적화된 조합을 찾아냈고, 어떤 팀이 더 그 조합을 잘하는지 대결하는 게임이었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영웅이 등장하고 밸런스 패치가 이뤄지면서 점점 조합이 다양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특정 조합을 잘 쓰는 팀이 유리한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었다. 결국 '트레이서 싸움이다', '스나이퍼 싸움이다'와 같은 말은 이전부터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오버워치 월드컵은 새로웠다. 패치에 적응하면서 고착되는 것 같았던 경기 양상이 다양한 형태로 나온 것이다. 국가대표팀마다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무기부터 대처법까지 각양각색이었다. 예선부터 최신 메타와 영웅을 가장 잘 활용하는 듯한 국가는 단연 미국이었다.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다는 말들이 무성했고, 실제로 예선전에서 폭발적인 힘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런 미국이 영국을 만났다. 영국은 예선부터 활용해온 '3탱-3힐'이라는 조합을 아직까지 고수해온 팀이다. 다른 팀이 경기 내에서도 실시간으로 조합을 변동할 때, 영국은 가장 잘하는 스타일을 유지하려고 했다.

이제는 파훼법이 나온 듯한 영국의 조합은 변화에 뒤떨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영국의 전략이 미국을 상대로 통했다. 1세트에서 무시무시한 화력을 뽐내며 신을 냈던 미국을 이후 세트에서 누르면서 말이다. 이런 영국의 스타일은 우승팀인 한국과 두 세트나 무승부를 만들 정도로 저력이 있었다. 그렇게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것을 살린 팀이 영국이었다.

변화를 받아들인 다른 팀은 실시간으로 조합을 바꾸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상대의 후방을 잡는 솜브라, 이를 노리는 맥크리, 최신 유행을 선도하는 둠피스트와 브리기테, 심지어 리메이크를 거친 토르비온과 시메트라까지 대회에 등장하곤 했다. 오버워치가 실시간으로 영웅을 바꿀 수 있다는 게임의 묘미를 이번 오버워치 월드컵에서 가장 잘 보여줬다. 물고 물리는 조합 싸움이 이어지는 가운데, 선수들은 빠른 시간 내에 정확한 판단을 내려야 했다. 개인 기량의 비중이 컸던 예선전에 비해 확실히 팀적인 호흡이 중요해진 것이다. 영웅 조합만큼이나 팀원들의 조화 역시 잘 드러나는 무대라고 할 수 있었다.


새 오버워치 월드컵 스타 탄생?
자신만의 존재감 드러내다


▲ 보스턴 합류한 '퓨전스' (출처 : 보스턴 업라이징 공식 SNS)

나아가, 이번 오버워치 월드컵 본선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 선수들도 생겨났다. 실제로 영국의 메인 탱커 '퓨전스'는 오버워치 월드컵이 끝나고 오버워치 리그팀인 보스턴 업라이징으로 영입될 정도로 파급력있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영국의 '킵' 역시 로드호그와 트레이서, 둠피스트 등으로 명장면을 쏟아내며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한 선수다. 중국 역시 딜러 '리브'와 메인 탱커 '구슈에'가 엄청난 캐리력을 선보이며 중국을 처음으로 결승전까지 올려놓기도 했다. 이렇듯 새롭게 주목받는 선수들과 함께 중국과 영국이 엄청난 기세로 4강까지 올라와 한국과 대결하게 됐다.

그리고 이번 오버워치 월드컵을 통해 새롭게 조명받은 역할군은 바로 지원가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두 지원가인 '쪼낙' 방성현과 '아나모' 정태성의 평가는 대단했다. 두 선수는 한국 우승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실시간으로 조합이 바뀌면서 상대의 공격 방식 역시 굉장히 다양해졌다. 상대가 전략을 바꿀 때, 조합 싸움에서 밀리는 순간이 당연히 있기 마련이다. 이런 시기를 어떻게 잘 넘기느냐가 관건인 상황에서 한국의 두 지원가가 그 역할을 깔끔히 해냈다. 젠야타의 '초월'과 루시우의 '소리방벽'으로 대표되는 궁극기로 상대의 거센 반격을 받아쳤다. 지원가의 역할 중 가장 기본적이지만,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일부터 착실히 해낸 것이다.

두 선수의 기량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원가로 의외의 킬까지 만들어내는 능력이 발군이었다. 리그 정규 시즌 MVP에 이어 2018 오버워치 월드컵 MVP까지 가져간 '쪼낙'은 이번에도 놀라운 저격 실력을 발휘했다. 결승전에서는 중국의 뛰어난 딜러들을 쓰러뜨리며 승리를 확정 짓는 큰 역할을 해냈다. '아나모' 역시 루시우로 상대를 낙사시키고 적절한 아나의 '수면총'으로 명장면을 연출했다. 그동안 지원가의 활약은 방송 화면만으로 확인하기 힘들었지만, 이번에는 오버워치 월드컵 뷰어를 통해 두 선수의 눈부신 활약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딜러가 주목받던 시기를 지나 지원가 역시 활약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린 오버워치 월드컵이었다.

▲ MVP 수상 중인 지원가 '쪼낙' 방성현



오버워치 월드컵 대표하는 순간
'확실한' 승리를 확정짓는 한국팀의 완벽한 플레이



작년도 준우승팀인 캐나다를 비롯해 올해는 중국과 영국이 대회에서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왔다. 자연스럽게 한국이 이번에도 우승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의 여론도 생겨난 것. 한국이 4강전에서 영국을 만나 고전했고, 결승 상대인 중국은 압승을 거두며 기세를 탔다. 3/4위전에서 영국이 캐나다에게 패배까지 했기 때문에 결승전에 대한 불안함이 증폭되기도 했다.

하지만 오버워치 월드컵을 통해 점점 강해진 한국은 결승전에서 완벽했다. 4:0이라는 스코어보다 무서운 건 마지막 세트에서 보여준 우승을 향한 집중력이었다. 한국은 3:0으로 이기고 있지만, 마지막 4세트에서 중국이 화물을 조금만 밀면, 한 세트를 내줄 수 있는 상황이 찾아왔다. 우승까지 한 걸음만 남은 상황이기에 방심할 수도, 혹은 다음 세트로 승리를 미뤄보자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더 칼 같은 플레이를 선보였다. 당시 중국은 바스티온을 화물에 태워 오리사와 라인하르트가 두 개의 방패를 들고 엄호하며 전진했다. 최근 감시기지 지브롤터 경기에서 보기 힘든 기습적인 전략이었다. 그리고 위기의 순간, 한국은 그 어느 때보다 침착하게 대처했다. 가장 낮은 지형에 중국팀이 도달한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두 개의 방패 사이로 '아나모'의 아나가 바스티온에게 수면총을 쐈고, 중국 전략의 핵심인 바스티온을 터뜨리면서 한국이 흐름을 가져왔다.

화물을 밀어내는 1분이 안 되는 시간에 내린 판단이었다.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팀원이 하나가 돼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 순간적으로 지형, 구간에 맞게 대처할 방법을 떠올렸다는 것 자체로도 한국팀이 얼마나 기량을 갈고닦아왔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핵심 역할을 '아나모'와 '퓨리'의 디바가 해냈지만, 다른 팀원들과 호흡을 맞췄기에 확실한 우승을 달성할 수 있다.

그렇게 2018년, 올 한 해를 대표하는 오버워치 대회들이 마무리됐다. 한국은 이전보다 더욱 값진 우승으로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매년 팀원이 바뀌었음에도 우승하기까지 멈추지 않고 성장했기에 가능했다. 해외 국가대표팀 역시 놀라운 경기력으로 치열한 대진을 만들고, 자신들을 알릴 수 있었다. 리그와 또 다른 축제의 장. 오버워치 리그와 컨텐더스, 스트리머라는 경계 없이 국가대표라는 이름으로 뭉친 대회였다. 예선부터 빠듯한 일정 속에 합을 맞출 시간 역시 부족했지만, 국가를 대표한다는 생각으로 남다른 자세로 임한 선수들의 경기력이 잘 드러났다. 이번 오버워치 월드컵이 많은 부분에서 국가 대항전의 발전한 모습을 보여줬다. 내년에는 어떤 팀과 선수들이 오버워치 월드컵을 통해 자신들을 알릴 수 있을지가 궁금해진다.

이미지 출처 : 오버워치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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