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하스스톤 유저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반 유저들 뿐만 아니라 하스스톤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선수 및 스트리머들도 아쉬움을 표출하기는 마찬가지다. 도대체 무엇이 하스스톤 유저들을 점점 떠나게 만들고 있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게임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본질적인 재미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게임이든 치열하게 치고받는 싸움이 재밌다. RTS, AOS 같은 실시간 전투 게임이 아닌 턴제 카드 게임인 하스스톤 또한 마찬가지다. 일방적인 승부가 아닌 누가 이길지 끝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승부가 재밌다. 하지만, 지금의 하스스톤은 승패를 예측하기 매우 쉽다. 게임이 시작된 순간 승패가 뻔히 보이는 매치업이 있는가 하면, 특정 카드를 먼저 찾은 쪽이 무조건 이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렇게 결과가 뻔히 보이는 게임이 재밌을 리가 없다.


■ 극명하게 갈리는 덱 상성, '가위바위보' 메타 언제까지?



과거 '방밀' 전사와 '얼방' 마법사의 대결에서 전사가 6턴에 영웅 능력을 강화하는 트루하트를 꺼낼 경우 마법사가 곧바로 항복 버튼을 누르는 광경을 흔하게 목격할 수 있었다. 이렇게 극단적인 상성 관계가 과거에는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면, 현재는 그 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현재 메타에서 방밀 전사, 컨트롤 마법사 등 어그로 카운터 덱은 어그로 덱을 상대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만, 퀘스트 도적 등 컨트롤 덱 카운터 덱을 만나면 전혀 힘을 쓰지 못한다. 반면, 퀘스트 도적 덱은 어그로 덱을 상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얻어맞다가 끝난다. 이러한 절대적인 상성 관계가 대부분의 덱에 맞물려 있다. 상대가 치명적인 실수를 하지 않는 이상 상성을 극복하기 어렵다.

현재 하스스톤 플레이어들은 소위 '가위바위보'라고 일컫는 상대의 덱에 따라 승패가 명확하게 갈리는 메타에서 게임을 하고 있다. 그래서 실력, 전략 등 플레이 그 자체보다 어떤 덱을 매칭시키느냐가 관건이 됐다. HTCK, HGG 등 최근에 진행된 e스포츠 대회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가위바위보' 메타가 무조건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과거에 악명을 떨쳤던 '자군야포' 드루이드, 비밀 성기사 등 '무상성' 덱이 메타를 지배했을 때보다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 당시 등급전에서 성기사와 드루이드만 볼 수 있었다면, 지금은 다양한 직업이 분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 전체적으로 고른 직업 분포(출처 : 템포스톰)

중요한 건 유저가 식상함을 느끼지 않으려면 '가위바위보' 선택지인 덱의 가짓수가 다양해져야 하고 자주 교체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확장팩 출시 때마다 메타의 변화는 이루어지지 않고 고착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작년 4월에 출시된 '운고로를 향한 여정' 확장팩에서 등장한 퀘스트 도적 덱이 여전히 메타 덱으로 자리 잡고 있을 정도다.

지난 8월에 출시된 '박사 붐의 폭심만만 프로젝트' 확장팩을 통해 메타의 변화를 기대했지만, 이번 확장팩은 기존의 메타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다. 오히려 홀수, 짝수, 드루이드 덱 위주의 마녀숲 메타를 더욱 확고히 하는 데 공헌했을 뿐이다.


■ 무한 밸류 카드의 등장, 아쉬운 밸런스 패치



메타 고착화의 다른 원인 중 하나는 덱의 핵심 카드인 몇몇 카드의 성능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단 한 장으로 모든 것을 뒤집을 수 있는 카드가 너무 많아졌다. 과거 최고의 카드로 평가받았던 박사 붐도 지금 메타에 등장하면 평범한 성능의 7코스트 하수인밖에 되지 않는다.

어그로 덱의 필수 카드로 자리 잡은 켈레세스는 2턴에 등장할 경우 기존의 상성을 완벽하게 뒤집을 만큼 강력한 성능을 가졌다. 또한, 죽음 추적자 렉사르, 환영자객 발리라 등 '무한 밸류'를 가진 죽음의 기사 카드의 등장으로 인해 후반전은 전략, 전술이 오가는 탈진전이 아닌 '무한 밸류' 싸움으로 인해 승패가 결정되어 버린다.

무한 밸류 카드가 많아지고 그러한 카드를 카운터 칠 수 있는 카드가 추가되지 못하면서 메타 전환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특정 덱들의 파워가 지나치게 높아 덱 구성 또한 대부분 카운터 형태로 고안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지금처럼 덱 상성이 극단으로 치닫는 결과를 낳았다.

죽음의 기사 카드 이외에도 퍼져나가는 역병, 사로나이트 광산 노예, 공포비늘 추적자, 소냐 섀도댄서 등 메타 덱의 핵심 카드로 자리 잡은 카드들의 너프를 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블리자드는 유저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오히려 최근 진행된 밸런스 패치서 깔깔대는 발명가와 애꿎은 마나지룡만 너프를 당했다. 가장 문제가 심각한 퍼져나가는 역병을 비롯한 드루이드의 핵심 카드는 이번에도 너프를 피했다.

사실 블리자드가 밸런스 패치를 쉽게 하지 않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블리자드는 유저가 직접 메타를 주도할 수 있게끔 밸런스 패치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유저에게만 모든 것을 떠넘기는 것은 게임사의 무책임한 방관이 될 수 있다.


■ 상대 신경 안 쓰고 카드만 다 모으면 끝! 점점 늘고 있는 '벽 덱', 치고받는 재미는 어디에?



상대의 플레이와 상관없이 핵심 카드를 빠르게 찾고 콤보 플레이를 원활하게 하면 승리하는 덱을 소위 '벽 덱'이라고 부른다. 상대하는 입장에서 벽을 보고 게임을 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정규전 도입 이전에 등장했던 '얼방' 마법사가 벽 덱의 예시 중 하나다. 이러한 벽 덱의 수가 최근 들어 점점 늘고 있다.

블리자드도 유저들이 벽 덱을 더 많이 만들도록 권장하고 있는 추세다. 가장 최근 확장팩에서는 메카툰, 꿈결꽃잎 원예가가 추가되면서 벽 덱의 수가 더 많아졌다. 결과적으로 마녀숲부터 악명을 떨치고 있는 두억시니 주술사 덱이 여전이 등급전에서 활약하고 있고, 각종 원턴킬 드루이드 덱이 등급전과 대회 1티어 덱으로 군림하고 있다. 최근에는 제레크의 복제품 전시관을 넣은 원턴킬 사제 덱도 연구되고 있다.

이처럼 벽 덱의 수가 점점 늘면서 하스스톤에서 매 순간 치고받는 전투의 의미가 많이 퇴색됐다. 지금은 키 카드를 누가 더 빨리 찾느냐 싸움이 됐다. 유저들은 사람이 아닌 벽과 대결하는 기분을 느끼며 하스스톤에 조금씩 흥미를 잃어가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벽덱은 카드를 빨리 찾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실력보다 운적인 요소에 의지하게 된다. 나보다 실력이 뛰어난 상대보다 먼저 카드를 모으면 쉽게 승리할 수 있는 게임이다. 한두 번은 재밌을지 몰라도 계속 같은 패턴이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지금 필요한 건 게임사가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어그로 덱, 컨트롤 덱, 미드레인지 덱, 벽 덱 등 수많은 종류의 덱이 조화롭게 공존하게 된다면 유저들이 실증을 느낄 틈이 없다. 그러기 위해선 역시 시기적절한 밸런스 패치가 필수다.


■ 근본적인 문제 '소통의 부재' 해결해야...


블리자드 소수 개발자들의 작은 프로젝트에서 시작된 하스스톤은 출시 5년 만에 전 세계 1억명이 즐기는 게임으로 성장했다. 아시안게임 시범 종목에 채택되는 등 하스스톤은 e스포츠의 핵심 종목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하스스톤이 크게 성장한 만큼 게임사도 그에 걸맞은 투자와 노력을 하스스톤에 기울여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그리고 매번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받는 '소통의 부재'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블리자드는 유저의 의견보다 개발자 내부의 의견에 더 큰 비중을 싣는 경우가 잦다. 하스스톤이 유저를 위한 게임이라면, 개발자들의 입장을 고집하는 것보다 다수 유저의 의견을 수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늘 그랬듯 '인지하고 있다. 주시하고 있다'는 답변만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망가진 밸런스는 유저들의 의견을 수용한 뒤 빠른 패치를 통해 고치고, 새로운 확장팩을 출시할 때는 여러 가지 파급력을 생각해 신중을 기울여 카드를 제작해야 한다.

12월 5일 출시되는 신규 확장팩 '라스타칸의 대난투'를 통해 하스스톤이 다시 반등할 수 있을까. 블리자드가 유저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