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상연 코치(왼쪽)와 김정수 감독.

꿈의 무대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 지난 3일 막을 내렸다. 약 한 달의 여정 끝에 중국의 IG가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이번 대회는 '최초'의 타이틀이 쏟아졌다. 처음으로 한국에서 모든 경기를 진행했으며, 중국팀이 첫 우승에 성공했다. 그리고 클라우드9 역시 북미팀 최초로 4강 무대를 밟았다. 이 외 처음으로 한국팀 없는 4강전이 열리는 등 다양한 기록을 남겼다.

IG의 우승은 메타와 선수들의 뛰어난 플레이가 크게 기여했지만, 전혀 어울리지 않은 두 사람의 작품이기도 하다. 접점이라고는 단 하나도 없던 두 사람은 올해 처음으로 손발을 맞췄다. 불같은 성격의 김정수 감독은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휘어잡으며, IG를 최정상에 올려놨다.

물론, 이를 뒷받침한 원상연 코치의 공도 컸다. 일찌감치 중국에서 코치 생활을 시작한 원 코치는 부드러운 성격으로 기가 센 중국 선수들을 지도했다.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지만, IG가 상위권에 안착할 수 있도록 밑거름을 다졌다. 그렇게 3년 동안 축적된 IG의 정보는 김정수 감독을 만나면 시너지로 작용했다.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두 사람은 어떻게 최고의 듀오가 되었는지 들어봤다.






Q. 한국에서 둘이 함께한 인터뷰는 처음이다. 많이 어색해 보이는데.

김정수 감독: 이런 자리가 매우 뜻깊다. 모든 일을 함께하면서도 나만 인터뷰를 했었다. 이제는 인터뷰도 함께 할 수 있게 돼 기쁘다.

원상연 코치: 혼자 있을 때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다 보니 한국 매체와 인터뷰할 기회가 없었다. 롤드컵 우승을 하면 꼭 인터뷰를 해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꿈을 이뤄 기분이 좋다.


Q. 두 사람이 함께한 시간이 짧은데도 서로를 신뢰하는 게 느껴진다.

김정수: 내가 뒤늦게 들어갔고, 원상연 코치는 오랫동안 IG에서 활동하면서 중국어가 매우 능숙하다. 짧은 시간 동안 생활적으로나 팀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자연스럽게 항상 붙어있다 보니 많이 친해졌다.

원상연: 이제 코치 경력 3년을 채웠다. 그동안 한국 감독님 밑에서 배워본 적이 없었다. 처음이지만,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효율을 냈다는 점에서 많은 걸 느꼈다.


Q. 처음 김정수 감독이 합류한다는 소식을 듣고 어땠나.

원상연: 홀로 코치 일을 하고 있었는데, 항상 힘들었다. 무조건 누군가 있어야 성적을 낸다고 생각해서 팀에 새로운 코치나 감독 영입을 부탁했다. 그리고 김정수 감독님을 처음 만나고 이 사람이라면 선수들이 말을 잘 들을 거라는 확신이 생겼다.

김정수: 나도 부담이 컸지만, 팀에 합류하기 전에 원상연 코치가 먼저 나와 하고 싶다 해서 시너지가 날 수 있었다. 먼저 손을 뻗어준 덕분에 결정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고, 트러블도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Q. 두 사람이 처음 만나서 무엇을 했는지 궁금하다.

원상연: 사실 팀에 관한 이야기보다 야식을 먹으면서 음식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김정수: 음식만 먹은 건 아니고...... 선수들의 특징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IG 선수들이 난전을 많이 하는데, 그 안에서도 운영을 갖출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첫 목표였다.

원상연: 우리 팀의 일반적인 특징이 피지컬을 바탕으로 공격적으로 풀어간다. 그래서 감독님과 그런 대화를 나눴고, 그 특징을 살리되 운영을 입혔다. 반복적인 피드백으로 선수들에게 운영을 강조했다고 보면 된다.



Q. 단기간에 롤드컵 우승이라는 성과는 쉽지 않다. 자세한 과정이 궁금하다.

김정수: 확실히 쉽지는 않았다. '루키' 송의진은 쉬운 편이었지만, 중국 선수들이 대체로 자존심이 센 편이다. 그리고 돋보이길 좋아한다. 그런 욕심을 버리라고 주문했고, '루키'가 먼저 팀을 위해 희생했다. 그 모습을 보고 서서히 다른 선수들도 팀플레이에 초점을 맞췄다.

원상연: 3년 동안 하면서 바꾸는 게 정말 쉽지 않았다. 선수들의 대답은 항상 예스였지만, 진짜로 받아들였는지 감이 안 왔다. 하지만 김정수 감독님이 들어오면서 직접 바꾸고, 성과까지 낸 것을 보니 효과가 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선수들이 발전하는 게 느껴졌다.


Q. 롤드컵에서 우승할 거라고 예상은 했나.

김정수: 생각도 안 했다. kt 롤스터와 RNG보다 부족했다고 생각했다. 실력도 그렇고, 결정적으로 스크림에서 그 두 팀에게 많이 패했다.

우리 팀이 이번 대회에서 두 번 성장했는데, 프나틱에게 두 번 패했을 때가 첫 번째다. 그날은 퇴근 버스도 안 타고 피드백을 길게 했다. 바텀 듀오에게 라인전을 이기는 조합을 구성했을 때의 운영법, 밀리는 상황에서의 운영법을 강조했다. '재키러브'와 '바오란'이 15분 동안 라인을 밀다 보니 라인 조절에 대해 많이 이야기해줬다. 그리고 두 번째는 kt 롤스터전이다. 강력한 우승 후보를 꺾으면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상연: 롤드컵 전에 친구들을 만났다. 당시 나는 한국팀과 RNG를 피하면 결승에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운 좋게 RNG를 피했는데, kt 롤스터를 만나고 살짝 한숨이 나왔다. 그런데 kt 롤스터를 꺾은 순간 우리가 우승할 운명이라 생각했다. 제일 강력한 우승후보 두 팀이 떨어지면서 우승 가능성이 커졌다.


Q. 경기와 별개로 우승과 관련된 징조는 없었는지.

김정수: 8강전을 앞두고 꿈을 꿨다. 나와 '더샤이' (강)승록이가 길을 걷고 있는데, 불량배 두 명이 우리 돈을 빼앗으려 했다. 내가 싸움을 잘하지는 않지만, 이상하게 둘 다 때려눕혔다. 승록이도 지켰고, 돈도 안 빼앗겼다.

그리고 결승전을 앞두고 엄청나게 큰 여왕벌이 꿈에 나왔다. 사람 반만 한 크기였다. 사람들이 많은데 나만 쫓아왔다. 그러다 내 오른팔을 쏘고 도망갔다. 꿈에서 깨어난 뒤, 오른쪽 팔이 한 시간 넘게 아파서 잠을 못 잤다. 꿈 치고는 정말 생생했다. 그런데 이게 길몽인지 흉몽인지 모르겠다. 만약 아는 분이 있으면 해몽 좀 해주셨으면 좋겠다(웃음).


Q. 고된 과정을 겪고, 세계 챔피언이 됐다. 당시 반응은 어땠나.

김정수: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저 기뻤다. 믿기지 않은 결과였다. '루키'는 계속 울고 있었고, 전부 제정신이 아니었다. 몇 시간 동안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다. 팀 관계자들이 우리나라 말로 축하해주니까 그게 그렇게 기뻤다.

원상연: 기쁘다는 말 외에 어떤 말도 생각나지 않았다. 지금도 그 기분을 표현하라고 하면 어렵다. 돌이켜 보면 kt 롤스터를 3:2로 꺾었을 때가 가장 기뻤다. 친정팀을 가장 힘든 승부 끝에 꺾어서 기억에 남는다.


Q. 그러고 보니 kt 롤스터 옛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인 대회였다. 서로 만나 이야기를 나눴는지.

원상연: 부산에서 했을 때 kt 출신 사람들이 모여서 술자리를 가졌다. 대회 중이라 서로 경계하는 자리였다(웃음). 특히 '류' (유)상욱이랑 '썸데이' (김)찬호같은 경우는 같은 조여서 게임 이야기도 쉽게 못 했다. 결과적으로 한 명씩 옛 식구들을 탈락시킨 셈이니 내가 승자다(웃음).



Q. 롤드컵 당시 RNG와 젠지 e스포츠의 대결에서 논란이 있었다. '퍽즈'가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는데.

김정수: 그건 정말 억울하다. 그 시기에 다른 팀과 공유할만한 스크림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런데 LPL을 묶어서 표현하니 기분 나빴다. '롤드컵'은 국가대항전이 아니다. 엄연히 클럽 대항전이다. IG 소속 사람들은 IG만 잘하면 그만이다. RNG와 EDG의 경기 결과는 우리와 전혀 상관이 없다. 이는 한국에서 다른 코칭스태프와 이야기를 나눴을 때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리프트 라이벌즈를 제외하면 굳이 합심할 필요가 없다.

원상연: 그 부분은 '퍽즈'가 실수했다. 확실한 증거도 없고, 우리는 정말 결백한다. 정말 스크림 유출은 있을 수가 없다.


Q. 본격적으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각자의 지도 스타일부터 소개해달라.

원상연: 내가 성격이 소심해서 선수들을 잘 혼내지 못한다. 하지만 정말 욱하면 화를 쏟아낼 때가 있다. 강하게 지도하려면 선수들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해야 하는데, 평소에는 친구처럼 지내기 때문에 휘어잡지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가끔 화를 내도 선수들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김정수: LPL 일정을 소화하면서 우리 선수들에게 강하게 피드백했다. 세세하게 아이템 구성부터 플레이까지 지적했다. 그리고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약속된 플레이다. 이게 지켜지지 않으면 누구라도 가차 없이 혼냈다. 만약 선수가 타당한 이유를 말하면 상관없다. 하지만 멋대로 했다면 장기적으로 팀에 큰 피해를 준다.

만약 코칭스태프가 주문한 플레이를 했음에도 패한다면 오롯이 내 책임이다. 그럴 때는 선수들을 보호하고 책임져줄 수 있다. 그러나 팀 게임을 망치는 행위를 저지르면 우리는 여기까지고, 패해도 좋다고 다그쳤다. 그런 선수는 우리 팀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강하게 말한 적도 있다.


Q. 혹시 롤드컵에서도 그런 일화가 있는지 궁금하다.

김정수: 개인적으로 kt 롤스터와의 8강전은 승록이가 주역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3세트 피오라 선택에 관련된 일화가 있다. 잘하기는 했지만, 이미 우리가 하기로 했던 챔피언이 있었다. 실제로 조합을 구성하는 데 문제도 없었다. 하지만 승록이가 다른 챔피언을 요구했고, 결과적으로 팀은 패했다.

경기가 끝난 뒤, 피오라는 키우는데 많은 코스트가 소모된다. 반대로 우리가 처음 약속한 챔피언을 했다면 균형도 갖췄고, 챔피언 활용이 훨씬 쉬웠다고 자세히 설명해줬다. 만약 지금 가진 욕심을 버리지 않는다면 우리의 롤드컵은 8강이 한계라고 주의를 줬다. 나 역시 그런 팀은 8강에서 탈락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4세트에는 '듀크' (이)호성이를 경기에 내세웠다. kt 롤스터를 상대로는 라인을 압박할 수 있는 승록이가 매우 중요했다. 그래서 일부러 더 혼냈다. 나중에 승록이가 경기에 꼭 출전하고 싶다는 뜻을 보였고, 팀플레이에 맞는 챔피언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Q. '닝'이 가장 다루기 힘든 선수였다고 들었다. 무엇때문인가.

원상연: '닝'은 정말 연습량은 적은 편인데, 재능이 충만한 친구다. 그래서 코칭스태프가 보기에 아쉬운 점이 더 많다. 지금은 '닝'이 가지고 있는 재능으로 좋은 활약을 펼치지만, 피지컬을 앞세우는 모습이 조금 아쉽다. 캐리하지 못한 경우 존재감이 많이 떨어진다. 리그 중간마다 그런 모습을 종종 보이니 가장 신경쓰였다.

김정수: 나랑 가장 많이 싸운 선수다. 다루기 힘들었던 선수이기도 하다. 처음 겪어 본 유형인데, 기본적으로 연습량이 적다. 하지만 정말 잘한다. 그럼에도 종종 팀 분위기를 해치는 경향이 있다. 고집스러운 플레이 때문에 스크림에서 제대로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보통 선수들이 스크림에서 패색이 짙어지면 'GG'를 외치는데, 대부분 '닝'의 입에서 가장 먼저 나왔다.

그래서 정말 개조해보려고 온갖 노력을 했다. 그런데 바뀌지 않았고, 그냥 '닝'이 가진 천재성을 살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탑과 미드 라이너 그리고 봇 듀오에게 '닝'이 바위게 싸움을 시도하면 바로 합류하라고 주문했다. 카운터 정글을 할 때도 혼자 내버려 두지 말라고 했다. '닝'의 캐리력을 승리와 연결짓기 위해 세 라인의 희생이 필요했다.

그 덕분에 '닝'이 롤드컵 결승전 MVP를 받았다. 그제야 '닝'도 정말 진심으로 우리와 포옹했고, 밥도 먹으면서 그동안 고생한 이야기를 나눴다. 우승하니 서로가 가진 마음고생에 대한 보답을 받은 느낌이었다.


Q. 팬들의 질타를 받은 '재키러브'는 어떻게 평가하는지 듣고 싶다.

원상연: 한국 팬들은 '재키러브'를 저평가하는데, 우리는 항상 보물 같은 존재라 생각한다. 한 번도 못 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김정수: 나는 항상 팀원들에게 '재키러브'가 우리 팀에 있어서 좋다고 말한다. 성격도 좋고, 재능도 충분하다. 피드백도 잘 수용하며, 사회성도 뛰어나다. 당장은 몰라도 내년이 더 기대되는 선수다. 아직 긴장을 많이 하는데, 경험의 문제일 뿐이다. 선수가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


Q. 선수들과 마찰이 많았다고 들었다. 하지만 코칭스태프의 강력한 피드백에 불편해하는 팬들도 많다.

김정수: 팬분들이 오해하지 말고 들어줬으면 좋겠다. 코칭스태프가 선수에게 화조차 못 내면 팀을 완성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항상 어느 팀을 가도 연습에 관한 부분과 성적에 대한 압박을 선수들에게 주지 말라고 한다. 여러 사람이 선수들에게 간섭하는 것보다 딱 정해진 사람이 권한을 가지고 해야 효과가 커진다.

우리 팀을 포함해서 전 세계에 있는 선수들은 '프로'다. 프로에게는 따라야 하는 규율이 있고, 게임단은 수학여행을 즐기기 위해 잠깐 들렀다 가는 곳이 아니다. 어떤 선수건 전부 다른 삶을 살아왔고, 이들을 하나의 팀에서 활약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마냥 아이처럼 다뤄서는 안 된다. 당연히 막무가내로 성질을 부려서도 안 된다. 지도라는 건 서로가 이해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뤄져야 한다. 지켜야 할 선을 넘으면 불신이 쌓인다.

원상연: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분배해 사용해야 한다. 혼내야 할 부분은 확실히 해야 한다. 과거 SKT T1을 예로 들 수 있는데, 최병훈 감독님과 김정균 코치님 시절이 가장 이상적인 구도라 생각한다. 우리도 감독님이 혼을 내면 내가 많이 감싸주는 편이다.

물론 딱 당근 반, 채찍 반을 정해놓으면 안 된다. 앞서 감독님이 말한 것처럼 다들 전혀 다른 삶을 살았다. 그래서 당근에 크게 반응하는 선수가 있고, 채찍질을 통해 성장하는 선수도 존재한다. 선수들을 파악한 뒤에, 그에 맞는 코치가 필요하다.



Q. 과거 롱주 게이밍에서 우승한 뒤, 무대 인터뷰에서 이전 팀에 관한 이야기로 비난을 받았다.

김정수: 솔직히 내가 경솔했다. 즉흥적으로 생각 없이 나온 말이었다. 분명 잘못된 행동이었고, 이미 뱉은 말이라 구차한 핑계보다 그 어떤 비난도 받아들이려는 마음뿐이다. 상처를 받은 팬들께 죄송하다.


Q. 옛이야기는 잠시 뒤로 하고, IG의 롤드컵 우승으로 2018년 모든 국제대회를 중국이 가져갔다. LPL이 세계 최고라 해도 무방한가.

김정수: 올해는 중국의 강세라기보다 RNG가 잘했던 해다. 우리도 같이 성장했을 뿐이지 여전히 LCK가 경쟁력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아직 운영 같은 세밀한 부분에서 LCK가 더 뛰어나다. 내년에도 LCK가 부진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원상연: 어쨌든 올해는 중국이 잘했으니 뛰어넘었다고 봐야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번 연도 기준이다. 2018년은 중국팀들이 그만큼 간절하고 노력했다. 하지만 내년에는 지금과 같다고 볼 수 없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고, 현재는 어느 한 곳이 무조건 최고라고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Q. 자세하게 LPL이 LCK보다 더 뛰어난 포지션이나 플레이는 무엇인가.

김정수: 정글이다. LPL에서 활동하는 정글러들은 과감하고, 짜여진 동선으로만 플레이하지 않는다. 프로씬에서는 '약속의 동선'이라 하는데, 중국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기 어렵다. 할 수 있는 플레이를 능동적으로 찾아서 하지 반드시 정해진대로 하지 않는다.

원상연: 같은 생각이다. 공격적으로 하는 능력은 중국 정글러들이 위다.


Q. 최고가 되기 위해 LPL과 LCK에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가.

김정수: LPL에는 선수들의 간절함과 프로의식이 필요하다. 우리 팀을 기준으로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LCK는 과감한 플레이를 더 많이 시도했으면 좋겠다. 많은 걸 시도하면 그만큼 승률은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 활동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패배한 만큼, 얻을 수 있는 게 많다면 시도할 필요가 있다.

원상연: 중국은 지금보다 더 단단해져야 한다. 프로게이머라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반대로 한국은 속된 말로 너무 '빡세다'. 매 경기의 중요도 때문에 새로운 도전을 피한다. 선수들의 특징을 살리기보다 제한을 많이 둔다.


Q.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수직적인 관계 때문이라고 봐도 되는지.

김정수: 없지 않아 있다. 중국에서는 선수들이 나를 친구처럼 대한다. 농담도 서슴없이 한다. LCK에선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중국이 꼭 옳다는 뜻이 아니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소통에 자유도가 있어야 한다.

우리 선수들은 서로에게 과감하게 피드백을 한다. 나도 그 대상에 포함된다. 그런데 LCK는 선수들이 무조건 '자신의 잘못'이라고 피드백이나 인터뷰를 마무리한다. 남을 향한 과한 피드백도 잘못이 되지만, LCK의 무조건 내 탓이라는 마인드도 좋다고 보기 어렵다.

원상연: 자유도에서 확실히 다르다. 중국은 자신이 연습하고 싶은 챔피언을 편하게 얘기하고 쉽게 시도한다. 하지만 한국은 표현에 제한이 있다. 선수들이 색다른 챔피언을 하고 싶어도 압박감에 쉽게 입을 못 연다. 코칭스태프도 압박이 심하다 보니 승률이 높은 챔피언을 권유한다. 마치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려면 선수 생활 혹은 코칭스태프 일자리가 걸린 느낌이다. 팬분들도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도전에 너그러워졌으면 좋겠다.


Q. 아까 말한 대로 '프로'라면 당연히 승리가 우선이 아닌가.

김정수: 당연히 경기의 승리는 중요한데, 아까 말한 것처럼 팀 관계자들에게 승리에 대한 압박감을 선수들에게 주지 말라고 요구한다. 말하지 않아도 선수들은 패배에 예민하다. 그래서 추가적인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야 무언가를 시도해도 조금이라도 편해진다.

'너 때문에 졌다'라는 말은 우리 팀에서 허용되지 않는다. 그리고 '네가 선택한 챔피언 때문에 졌다'라고도 하지 않는다. 단, 약속된 플레이를 했을 때만이다.



Q. 유능한 코칭스태프가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김정수: 아마 밴픽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많아진 것 같다. 밴픽은 선수들과 의견을 조율해서 나오는 결과물이다. 그저 코칭스태프가 무대에 올라가서 즉흥적으로 하는 게 아니다. 꾸준히 연습해온 결과를 바탕으로 많은 경우의 수를 따지고 밴픽을 짠다. 일종의 코칭스태프와 선수들과의 약속이라고 보면 된다.

원상연: 그런 말들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코칭스태프들도 뛰어난 능력을 지녔다. 다만, 선수들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들이 받는 압박감도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얼마나 견디는지가 중요하다.


Q. 두 사람이 한국에서 다시 활동하는 모습을 볼 수 없는지.

원상연: 원래 나는 한 팀에 오래 있는 것을 선호한다. 입대 문제도 있어서 당장 한국에서 활동하기 어렵다. 아직은 경력이 많지 않아 비난을 받았을 때 상처받는 게 두렵다.

김정수: 나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팀에서 일할 자신이 있다. 아직 도전이 두렵지 않다.


Q. 갑자기 궁금한데, 24시간 붙어있으면 지겹지 않나.

원상연: 생각해보니 큰 장점이 하나 있다. 내가 끼니를 잘 안 챙겨 먹는데, 김정수 감독님은 아침을 먹을 때 점심 메뉴를 생각한다. 그리고 점심을 먹으면서 저녁 메뉴를 고르니 끼리를 거를 일이 없다. 그리고 식단도 잘 짜준다.

김정수: 중국 음식을 잘 못 먹다 보니...... 식단 같은 경우는 경기 전날에 선수들이 매운 음식을 못 먹게 한다. 매운 음식을 먹고 탈 나는 경우가 있어서 그때만큼은 조절하는 편이다.


Q. 꽤 많은 포상금 혹은 상금을 받는다. 무엇을 할 계획인지.

원상연: 우선 아버지에게 차를 선물할 생각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고마움을 느끼는 세 명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 그중 한 명이 김정균 감독님이다. 꾸준히 연락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처음 LoL을 접하게 해준 고마운 형이다.

김정수: 나도 차는 아니지만, 부모님에게 차에 버금가는 금액을 용돈으로 드릴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사고 싶은 것도 사고, 주변 사람들에게 쓸 계획이다.


Q. 보통 롤드컵 우승 뒤, 선수들이 코칭스태프에게 선물하는 경우도 있는데.

김정수: 승록이와 의진이는 선물보다는 내년에도 같이 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당장은 아니지만, 생일 때 해주겠다고 하더라(웃음).



Q. 잊고 있던 이야기는 없나.

김정수: 당연히 있다. '듀크' (이)호성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호성이는 정말 어느 팀에 가도 도움이 되는 선수다. 프로게이머에게 필요한 요소 중 하나가 사회성인데, 호성이는 이 부분에서 백 점 만점이다. 맏형으로서 동생들을 잘 챙기고, 팀 분위기를 좋게 만든다.

출전 기회가 적어서 아쉬움이 컸을 텐데도 불만을 표출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당연하게 열심히 한다. 감독으로서 미안하면서도 진심으로 고마운 선수다.

원상연: 우리 선수들 전부 잘했지만, 탑 라이너 두 명 덕에 우승했다고 생각한다. 호성이나 승록이 둘 중 한 명만 없었어도 우승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Q. 이제 내년에는 어느 곳에서 활동하더라도 부담이 커질 것 같다.

김정수: 프로 세계에서 늘 승리와 우승을 바라는 팬들이 많기 때문에 항상 만족시키기란 어렵다. 당연히 부담이 있겠지만, 어차피 열심히 할 텐데 결과로 말하는 수밖에 없다.

원상연: 오히려 부담감보다 욕심이 생긴다. 아직 이루지 못한 MSI, LPL 우승이라는 목표가 있어서 더 잘할 자신 있다.


Q. 혹시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김정수: 롤드컵 우승이라는 큰 성과를 올렸다. 소중한 경험을 하게 해준 원상연 코치와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다. 그리고 '샤오루'라는 매니저가 있는데, 정말 많이 지원해줬다. 뒤에서 고생해준 스태프들 덕에 우리가 우승할 수 있었다. IG에 소속된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다.

원상연: 앞에서 감독님이 다 이야기했지만, 늘 응원해주는 가족 그리고 팬들에게 고맙다. 여전히 기억해주는 한국 팬들이 많다는 걸 실감했고 더 열심히 할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