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진 스튜디오가 개발 중인 '마이로니'는 언뜻 보면 강아지와 고양이의 귀여움으로만 승부하려는 여성향 게임처럼 보인다. 그런데 실제로 시연해본 '마이로니'는 다양한 콘텐츠의 재미가 조화롭게 어울린 게임이었다. 게임 캐릭터 '로니'와의 채팅은 인공지능을 활용했고, 선택형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는 깊은 몰입감을 선사했다. 또한, PVE와 PVP가 가능한 퍼즐 게임은 도전 의식을 불러 일으켰다.

'마이로니'는 지스타 창업진흥원 부스에서 만날 수 있다. 스타트업으로 도전 중인 오리진 스튜디오는 창업진흥원의 도움을 받아 지스타에 참가할 수 있었다. 여성향 게임의 편견을 극복한 오리진 스튜디오는 최근 해외 퍼블리셔의 도움으로 글로벌 런칭을 앞두고 있다. 깊이있는 여성향 게임 '마이로니'에 대한 자세한 소개와 스타트업의 도전을 듣기 위해 배서은 아트 디자이너와 조혜지 기획자를 만났다.



▲ (왼쪽부터) 조혜지 기획자, 배서은 아트 디자이너

Q. 창업진흥원의 지원을 받기까지의 경험을 들려줄 수 있나.

= 사실, 지금까지 온 게 실감이 잘 안 난다. 지원을 받아 지스타에 참가한 것은 올해가 두 번째다. 작년 지스타 참가 이전까지는 회사 사정이 굉장히 어려웠다. 스타트업들이 한 번씩 겪는다는 사기도 당해보고... 이후 광주시로부터 지원을 받아 성장할 수 있었다.

창업진흥원의 제대로 된 지원을 받은 건 올해 봄부터다. 우리 게임의 경우 여성향 요소가 강하기 때문에 일반 퍼블리셔의 투자를 받기 어려웠다. 한국 시장에서 여성향 게임에 대한 편견이 정말 심했다. '이게 되겠어?'와 같은... 반면, 창업진흥원은 우리 게임을 편견 없이 바라봤다.

최근엔 성과를 거두고 있다. 비교적 여성향 게임층이 이뤄진 일본과 중국 퍼블리셔가 관심을 보인다. 오늘만 해도 꽤 많은 비즈니스 미팅을 가져 곧 좋은 소식을 들려줄 수 있을 거 같다. 특히 일본 퍼블리셔가 아주 적극적이었다. 미리 우리 게임을 공부까지 했더라. 국내 퍼블리셔와 미팅을 가질 때와는 사뭇 달랐다.


Q. 스타트업이 지원을 받을 때, 중요한 게 있다면?

= 일부 스타트업의 경우 모든 걸 지원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 안 된다. 지원은 지원이고, 스타트업 스스로 사활을 걸어야 한다. 지스타 참가 때 아르바이트생을 지원해주기도 하는데, 결국 한계가 있다. 우리는 대표를 시작으로 모든 직원이 직접 참여한다. 스타트업이 스스로 해야 결과도 나오는 법이다. 하지만 이 분위기를 일부 스타트업은 잘 모르는 거 같다.

지원을 받는다는 건 정말 중요한 기회다. 허투루 쓰면 안 된다.


Q. 스타트업이 어려움을 겪으면, 정말 어렵다. 그 시기에 남아있던 이유가 있나?

= 오리진 스튜디오가 첫 회사였다. 커리어의 시작을 안 좋게 마무리하고 싶지 않았다. 내 발돋움을 좋게 하고 싶었고, 대표를 믿었다. 사업은 노력 외에 운도 필요하다. 과거에는 그 운이 따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꾸준히 하면 노력이 배신하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그 믿음으로 남아있었고 지금의 결과를 얻은 거 같다.

또, '마이로니'에 등장하는 강아지와 고양이는 실제 키우고 있는 반려동물을 모델로 만들었다. 내가 만든 캐릭터들이 게임으로 출시되는 걸 꼭 보고 싶었다.(웃음) 이게 정말 중요한 이유가 됐다.


Q. 반대로 스타트업이라 좋았던 점이 있었다면?

= 소규모인 덕분에 직원 한 명의 기여도가 높다. 개인적으로 기여도에서 오는 성취감이 굉장히 컸다. 오리진 스튜디오의 경우 대표가 직원 의견에 귀 기울인다는 점도 좋았다. 아무래도 여성향 게임을 만들다 보니 남자인 대표는 여자 직원들의 의견을 많이 듣고 반영한다. 내가 낸 아이디어가 게임으로 구현되다 보니 주인의식을 느끼게 되는 거 같다.


Q. '마이로니'는 어떤 게임인가?

= 반려인들의 상상을 게임으로 만들었다. 강아지나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사람들은 한 번쯤은 "애가 사람 말을 할 수 있으면 어떤 말을 할까?"라는 상상을 한다. 이런 소소한 바람을 게임에 담았다. 다른 행성인 '로니별'에서 사람이 되고 싶은 소망을 갖고 지구로 온 친구들이 있다. 이들은 지구의 동물과 비슷하지만, 사람의 말을 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이를 게임으로 구현하기 위해 챗봇 기능을 도입했고, 자판을 이용해 캐릭터와 채팅할 수 있다. 게임 캐릭터가 살아있는 펫이란 느낌을 살리기 위해 많은 요소를 담았다.

(참고) '마이로니'의 세계관
▲ 개나 고양이가 아니라 '로니별'의 주민이다

지구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행성 ‘로니별’, 이 행성의 주민들은 개와 고양이의 생김새를 하고 있다. 그들은 각자의 이유를 가지고 행성을 떠나 지구에 오게 되 었고, 지구의 동물들 틈에 섞여서 살아가게 되었다. 지구로 오게 된 로니별 주민들은 동물보다는 인간으로서 살아가기를 소망하게 되는데, 그들은 자신을 사랑으로 돌 봐준 상대처럼 비슷한 생김새로 성장하는 특성이 있다. 당신이 우연히 그들을 만나게 된다면, 그 치명적인 귀여움을 뿌리칠 수 없다. 이제 그들과 함께 몽실몽실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Q. 굳이 '여성향' 게임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 틈새 시장을 봤다...는 1차적인 이유고, 창업 이후 안 좋은 시기를 겪고 나니 많은 남자 직원이 떠났다. 이후 여성 개발자만 남다 보니 잘 만들 수 있는 게 여성향 게임이었다. 사실 '마이로니'는 오리진 스튜디오의 세 번째 작품이다. 이전의 게임들은 결과가 좋지 않았다. '마이로니'는 대표가 여성 개발자들의 말을 잘 듣고서 만드니, 결과가 좋았다. 그래서 완성까지 이어졌다.


Q. 여성향 게임을 만드는 게 쉽지는 않았을 텐데.

= 다른 것보다 투자 평가 단계에서 이유 없이 부정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 번은 8명의 평가위원 중 7명이 남자였는데, 콘텐츠를 평가하기보다 여성향이라는 거 자체에 이해하지 못했다. 남은 여성 위원 한 명만이 우리 게임을 재밌다고 평가해줬다. 이런 일이 다른 평가 때도 비일비재했다. 단순히 심사위원 말만 들으면 우리 게임은 시장에서 인정을 못 받고 출시도 못 하는 단계였을 것이다.

Q. 지스타 전시작을 해보니, 퍼즐 게임 요소도 있었는데.

= 퍼즐 게임은 캐릭터를 육성할 때 과정으로 쓰인다. 물론, 퍼즐 게임 자체의 콘텐츠도 있다. 퍼즐 게임을 통해 골드나 아이템이 보상으로 주어지고, 이를 캐릭터 육성에 사용한다. '마이로니'를 키워드로 설명한다면, 시나리오-육성-퍼즐이 메인 콘텐츠인 게임이다.


Q. 사실, 나 역시 '여성향' 게임이란 소개를 들었을 때 '미소년 수집 게임인가?'라는 편견이 있었다. 그런데 오히려 반려동물이 주 콘텐츠인 게임이더라. 이런 여성향 게임을 만들게 된 이유가 있나?

= 원래는 단순히 퍼즐 게임만 모아놓은 작품이었다. 그런데 이 퍼즐 게임만으로 출시하기에는 콘텐츠가 너무 약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라는 방송을 보고서 게임에 반려동물이 나오면 괜찮을 거 같았다. 그리고 반려동물이 점차 사람처럼 되는 이야기를 추가하기 위해 '로니별'에서 온 친구들이랑 설정을 도입했다.


Q. 시나리오 요소는 어떻게 즐기는 건가?

= '로니'들이 NPC로 등장하는 수의사, 사진작가, 펫카페 주인과 썸을 탄다.(웃음) 시나리오 단계마다 '썸 포인트'가 오르게 되고, 이 수치는 퍼즐 게임 등을 통해 올릴 수 있다. 만약 수의사와 썸포인트를 채우면 로니는 인간이 될 때 동물행동치료사가 된다. '강형욱'과 같은... 그리고 사진작가와는 모델로서 만나게 된다.

플레이어 선택에 따라 캐릭터의 결과가 바뀌는 것은 '프린세스 메이커'에서 영감을 받았다. 차이점이 있다면, '마이로니'는 스토리 개수는 적어도 하나마다 집중할 수 있도록 시나리오를 구성했다. 이 시나리오는 유저들이 직접 체험해보길 바란다.

시나리오는 전적으로 작가 출신인 조혜지 기획자가 담당한다. 조혜지 기획자는 여자들이 좋아하는 소설을 출판한 경력이 있다. 그래픽 역시 배서은 디자이너가 여성들이 좋아하는 색감을 사용했다.

▲ 지스타에서 '마이로니'를 시연하는 게이머

Q. 솔직히 여성향 게임의 매력에 공감이 안 되는 게 있다. 남자라서 그런 걸까. 외계동물과 수의사의 연애 이야기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 (웃음) 연애보다는 반려동물과의 교감을 표현하고 싶었다. NPC와의 썸 이야기는 수단일 뿐이다. 고양이를 키우는 반려인을 '집사'라고들 부르는데, 많은 집사가 고양이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한다. 그런 걸 게임으로 나타내고 싶었다.

▲ 인공지능 기술로 구현된 챗봇은 대화하는 재미를 살렸다

Q. 퍼즐은 어떤 게 있나?

= 세균전이나 깃발 뺏기, 네모 로직 등을 우리만의 방식으로 응용했다. 해당 모드들은 PVP, PVE 모드 등이 있어 혼자 즐기거나 유저간 대전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여성향 게임은 대전 요소가 약한 경우가 많은데, '마이로니'는 퍼즐을 메인으로 내세워도 손색이 없다. 그리고 꽤 어려울 수도 있어서 도전 의식을 일으킨다.


Q. 지스타에 참가한 소감이 궁금한데.

= 지스타 전에 '이 캐릭터가 인기 많을 거다'라는 의견이 사무실에서 있었다. 그리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의외로 지스타 현장 평가와는 다른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남녀의 평가가 많이 갈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그 차이가 크지 않았다. 사무실에서 개발할 때와 현장의 차이가 커 의외인 게 많았다. 그리고 솔직히 여성들에겐 퍼즐이 어렵지 않을까 걱정도 했는데 곧잘 하시더라.

가장 크게 얻은 것은 '앞으로 이런 게 추가됐으면 한다'와 같은 피드백이다. 지스타에서 정말 많은 피드백을 받았다.


Q. '마이로니'를 앞으로 어떤 게임으로 완성하고 싶나?

=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선물과도 같은 게임이다. 지금 키우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사정이 있어 키우지 못 하는 분들께 선물이 되고 싶다. 그런 분들한테 공감과 몰입도 있는 게임을 만들겠다. 그러기 위해 보다 현실감있는 스토리를 구상하고, 실제로 일어날 법한 에피소드를 시나리오로 만들고 있다.

'마이로니'는 2019년 4월쯤 출시될 예정이다. 그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11월 15일부터 11월 18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지스타 2018이 진행됩니다. 현지에 투입된 인벤팀이 작은 정보 하나까지 놓침없이 전해드리겠습니다. ▶ 인벤 지스타 2018 뉴스센터: https://goo.gl/gkLq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