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지스타 현장에서 만났던 카탈루냐 무역투자청 부스가 올해에도 6여 개 게임 개발사와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 게임 개발사 외에 e스포츠 플랫폼, 게임 토이 등 게임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업체로 구성했던 작년과 비교하면 올해 카탈루냐 무역투자청 부스에서는 게임을 개발 중이거나 출시한 바 있는 게임 개발사 위주로 구성되어있었다.

카탈루냐의 게임 산업 규모는 연 매출 3억 1,900만 유로에 달한다. 이는 스페인 전체의 약 51.7%를 차지하는 규모로, 게임 회사만 130개가 넘게 자리 잡고 있다. 스페인 전체 게임 회사의 27%를 차지하는 규모로 총 직원 수로 따져봐도 스페인 전체 게임 종사자의 약 45%(2,441명)를 차지하고 있다.

카탈루냐 무역투자청은 매년 지스타 기간 동안 카탈루냐의 게임 개발사들을 초청해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각 개발사에게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파악해 지원해주고 있으며, 한국 게이밍 산업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직접 만나본 카탈루냐의 게임 개발사는 작년과 같이 한국 게임 시장에 대한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게임, 하면 한국이다는 인식이 있다”고 이야기할 정도. 올해 카탈루냐관에서 만난 개발사들은 대부분 타이틀 출시를 앞두고 있었다. 그들이 개발 중인 게임은 무엇이고, 그들이 바라본 한국은 어땠을까? 카탈루냐의 개발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각 업체당 제한 시간은 10분. 빠르게 인터뷰를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내게 가장 먼저 찾아온 개발자는 자전거 스포츠, BMX를 소재로 한 게임을 개발 중인 바스핀 스튜디오스의 다비스 가르시아 CCO였다.

▲바스핀 스튜디오스 다비스 가르시아 CCO

2년전 첫 영상을 공개한 후 ‘동굴 속에서 개발 중이다’라고 설명한 그는 BMX게임에서 발자취를 남길 수 있는 최고의 게임으로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아, 그리고 동굴 속이라는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6시면 정말 동굴 같은 냄새가 날 때도 있다고.

게임 BMX는 바르셀로나의 모습을 디테일하게 담아낸 맵을 통해 관심을 받았지만, 반면 어색한 물리 효과로 혹평받기도 했다. 가르시아 CCO는 보다 현실감 있게 구현해낼 수 있도록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바르셀로나처럼 도시 전체를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해도 한국의 특징적인 요소들을 구현해 추가해볼 생각이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아직 공개된 것은 2년 전의 초기 버전 영상밖에 없다. 어떤 게임으로 개발 중이냐고 물으니, 가르시아 CCO는 “100여 가지의 기술과 조합을 통해 숙달하기 어려운 게임”으로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페달을 바꿔 짚거나 바퀴를 드는 묘기는 물론, 지나가는 경쟁자를 툭 치면서 서로 함께 플레이하는 부분까지 구현 중이라고 한다. 적을 공격할 수 있는 거냐 물으니 “GTA를 상상하면 안 된다”며 웃은 가르시아 CCO. 한국식 하트를 보내며 다름 인터뷰자에게 자리를 넘겼다.

두번째로 만난 브리치 스튜디오스의 페란 펀티 대표였다. 2000년부터 18년간 비디오 게임 산업에서 경험을 쌓아왔다고 소개한 그는 초창기 스페인에서 e스포츠가 처음 태동할 때를 떠올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브리치 스튜디오스 페란 펀티 대표

“나만의 길을 찾고자 브리치 스튜디오를 설립하게 됐다. 처음에 8명이었던 브리치 스튜디오는 이제 60명 규모로 성장했다”

그는 모바일 가챠 게임과 축구 게임의 조합에서 가능성을 보고 있다. 모바일 축구 게임에 가챠 요소가 추가되어있는 형태는 특이한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물어보자, 그는 실제 라이센스를 기반으로 한 수집형 축구 게임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브리치 스튜디오스가 개발하고 있는 모바일 축구 수집게임 ‘사커 킹스’는 스페인 축구리그 라리가(La Liga)의 정식 라이센스를 받아 제작 중인 게임이다.


페란 펀티 대표는 축구에 한정시키지 않고, 앞으로 더욱 다양한 스포츠를 다뤄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한국에 방문해 KESPA와의 미팅을 진행했고, e스포츠 선수 수집 게임에 대한 가능성도 보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한마디로 페이커를 뽑아서 키우는 건데, 흥미롭지 않나”라고 이야기한 페란 펀티 대표. 가챠, 루트박스에 대한 이슈를 살짝 물어보니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이 부분이 잘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러 가지 할 이야기가 많았으나, 아쉽게도 10분이 지났다. 이어 만난 개발사는 작년 지스타에서도 만나볼 수 있었던 ‘멜봇’의 다비스 몬테로 공동 창업자였다. 한국 게임은 잘 모르지만, 이번 한국 방문을 통해 새로운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며 지스타 참가 소감을 전한 그에게 멜봇은 작년으로부터 어떻게 프로젝트를 성장시켜왔는지 물어보았다.

▲멜봇의 다비스 몬테로 공동 창업자(좌)

멜봇은 PS4를 기반으로 한 게임 ‘멜빗(Melbits)’을 개발하고 있다. 모바일과 콘솔을 사용하는 멜빗. 이어 모바일 버전을 2019년 여름에, 이와 연관되는 장난감인 멜토이 출시를 내년 크리스마스에 진행할 예정이다. 콘솔과 모바일, 토이까지 연결되는 콘텐츠, ‘멜빗’은 귀여운 캐릭터를 사용해 퍼즐을 풀고 육성하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콘솔 게임에서 보여지는 퍼즐을 모바일로 조종하며 함께 플레이하고, 모바일을 흔들기도 하면서 실제적인 액션을 취하도록 구성되어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멜토이는 게임 속 캐릭터인 ‘멜빗’들을 부화시키는 알처럼 생겼는데, 이 알은 멜빗을 부화시킬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미션에서 사용된다. 미션은 이 알을 창가로 가져다 놓아야 하거나, 들고 액션을 취해야 하는 등 실생활에서 직접 행동해야 하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작년에 만난 멜봇은 어린이들의 스크린 중독 이슈에 대하여 해결책을 제시하고 싶다고 이야기했었다. 콘솔과 모바일, 장난감, 그리고 실제 생활 속 미션까지 이를 위해 구성된 것일까? 이에 대해 물어보니 몬테로 대표는 “멜빗은 경쟁 게임이 아니다. 우리는 게임을 통해 스크린 앞으로 ‘가족’을 모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부모는 퇴근길에 발견한 멜빗을 모바일로 잡아서 아이에게 가져다줄 수도 있고, 아이와 함께 플레이하기도 한다. 아, 그리고 멜빗들은 밤에는 자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플레이할 수 없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멜빗 캐릭터들을 찍고 있는 사이 앞의 인터뷰이가 바뀌어있었다. 스노우피크 스튜디오의 다비드 브로토 대표와 크리스티안 테헤다 3D 애니메이터였다.

▲스노우피크 스튜디오 다비드 브로토 대표(좌)와 크리스티안 테헤다 3D 애니메이터(우)

브로토 대표는 스노우피크의 게임 ‘Blood Ancestors’를 한마디로 ‘중세 판타지 배경의 오버워치’라고 설명했다. 옛 무기와 마법이 공존하는 중세 판타지를 배경으로 한 빠른 페이스의 전투 게임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왜 중세 판타지를 배경으로 했느냐고 물어보니 “우리 같은 작은 회사는 트리플 A 게임과는 경쟁하기 어려우니까”라는 간단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만큼 ‘특별한 요소’가 필요했고 중세 판타지라는 배경에서 새로움을 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Blood Ancestors’는 5대5로 진행되며, 구역 점령이 목표인 게임이다. 특히 게임을 진행하면서 스킬을 하나씩 추가해가는데 스킬 조합에 따라서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다. 탱커로 플레이한다고 가정했을 때, 게임을 진행하면서 일정게이지가 차면 새로운 스킬을 추가하게 되고, 이때 공격형 스킬을 추가하는지 방어형 스킬을 추가하는지에 따라서 다른 플레이가 가능하다.

▲현재 스팀에서 얼리액세스로 만나볼 수 있다

브로토 대표는 “왜 이 게임을 플레이해야 하는지 이유를 하나 찾는다면, 새로움을 들 수 있다”고 전했다. 100여 개의 스킬을 조합해 어떤 적을 상대하느냐에 따라서 적절한 캐릭터로 만들어 낼 수 있으며, 중세 판타지를 배경으로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 있는 그의 멘트와 함께 인터뷰가 마무리됐다.

빠르게 진행되는 인터뷰에 조금 지쳐가는 찰나, 외형부터 말투까지 유쾌한 인터뷰이가 자리했다. 무려 12년 전부터 AR 게임인 ‘인비지멀(Invizimals)’를 성공적으로 출시, IP를 키워나가고 있는 노보라마(Novorama)의 다니엘 산체스-크레스포 대표였다.

▲노보라마의 다니엘 산체스-크레스포 대표

가장먼저 ‘인비지멀’이 게임에서 TV쇼, 장난감 등 그 분야를 넓혀가며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물어보니 그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스타에서도 포트나이트에 줄을 선 사람들을 볼 수 있지 않은가. 그런 팬들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며, 그 포인트를 잡아내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AR게임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AR게임은 쉽지만, 어려운 분야다. 그래서 경쟁작이 없다. 무슨 뜻이냐면, 기술적으로는 정말 구현하기 힘들다. 근데 게임 디자인 부분은 되게 쉽다. 딱 보면 신기하니까. 난 프로그래머가 아니고 디자이너고, 그래서 쉬운 부분을 맡고 있다고 보면 된다(웃음).”


앞으로도 AR게임이 더욱 커져 나갈 수 있을까? 크레스포 대표는 AR게임은 가능성이 풍부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그는 AR게임이 가지는 의의에서 그 가능성을 보고 있다. “게임은 재밌다. 실생활은 지루하다. AR게임은 재미없는 실생활에 재미있는 게임을 덧씌우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포켓몬GO를 예를 들어보면, 실제로는 그냥 지루한 횡단보도지만 포켓몬GO는 이걸 피카츄가 함께하는 재미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는 것이다.

그는 정말 말을 빨리했다. 신기했던 것은 그럼에도 이해하기는 정말 쉬웠다는 점이다. 마치 아이에게 설명하는 TV 속 선생님처럼 짧고 알아듣기 쉬운 문장으로 설명을 이어갔다. 노보라마가 어떻게 아이들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만들 수 있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들의 차기작 ‘킬스쿼드’에 대하여 물어보았다. 아이들을 위한 게임일 줄 알았더니 액션 RPG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RPG는 재미있어지기까지 너무 오래 걸린다. 디아블로도 그렇고, 이번에 한국에서 출시된 로스트아크도 그렇다. ‘킬스쿼드’는 빠르게 바로 재미있을 수 있도록 구성한 하드코어 게임이다”라고 설명했다.

언제든 이야기를 더하고 싶다면 찾아오라며 유쾌하게 퇴장한 크레스포 대표 다음으로는 자이언트 폭스. 전략카드게임 ‘라이즈 오브 타이탄즈’의 개발사였다.

▲자이언트 폭스의 루벤 몰리나 앤드류 디자이너

자이언트 폭스는 현재 두 팀으로 나누어 ‘라이즈 오브 타이탄즈’와 모바일 게임 ‘Visions’를 개발 중이다. 그중 온라인 트레이딩 카드 게임인 ‘라이즈 오브 타이탄즈’는 맵을 무대로 하고 있으며, 지형을 변화시키거나 파괴하면서 상대를 무너뜨리는 쪽이 승리하는 게임이다.

특히 앤드류 디자이너는 ‘운’이 승패를 좌우하는 카드게임을 지양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어떤 카드를 쓴다고 해서 운 좋게 이기는 게임이 아니라, 카드를 이용해서 맵의 모양을 변화시키고, 이를 통해 승리를 쟁취할 수 있는 전략적인 게임을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떤 개발사였는지 기억해내고 질문을 던지느라 정신없이 흘러간 10분 릴레이 인터뷰. 작년에 비해 확실히 게임 개발사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많은 개발사들이 이번 한국 방문을 통해서 다양한 미팅을 진행하고 필요한 업체와의 네트워킹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 또한 엿볼 수 있었다. 한국 방문이 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까. 이들의 게임이 잘 완성되어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카탈루냐관 취재를 마무리했다.


11월 15일부터 11월 18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지스타 2018이 진행됩니다. 현지에 투입된 인벤팀이 작은 정보 하나까지 놓침없이 전해드리겠습니다. ▶ 인벤 지스타 2018 뉴스센터: https://goo.gl/gkLq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