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ober Team 라살 바사이(Rafal Basaj) 프로듀서

정신적인 공포와 개인,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레이어스 오브 피어(Layers of Fear)'와 '옵저버(>Observer_)'. 물리적으로 무서운 요소도 등장하지만,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의 머릿속에서 나오는 두려움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계속 고통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 가장 무섭다. 게임 속에서 유저들은 그 두려움의 근원을 스토리 파편들을 통해 알아가게 된다.

올해 지스타 2018에서는 많은 폴란드 게임사들이 한국을 방문했다. 그중 '레이어스 오브 피어'와 '옵저버'의 개발사 Bloober Team을 만나 잠시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부스를 지나가다가 '옵저버'의 스위치 버전을 보고 말을 걸었던 것인데, 어쩌다 보니 호러 게임에 대한 이야기까지 수다가 이어졌다.

3년 전에는 게임 기자로 일한 적이 있다며 반가움을 표한 Bloober Team의 라살 바사이 프로듀서와 함께 그들의 작품과 호러 게임, 공포라는 감정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Bloober Team과 '레이어즈 오브 피어 2'
그들이 '정신적 호러 게임' 장르에서 본 가능성


폴란드에 위치한 Bloober Team는 정신적 공포게임에 초점을 맞추고 게임 타이틀 개발을 진행 중인 인디게임사다. 첫 작품인 ‘레이어스 오브 피어’는 환각을 보는 화가의 정신적인 공포를 담았으며, 차기작 ‘옵저버’에서는 기술의 발전과 디스토피아,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를 담고 있다.

Bloober Team은 ‘정신적 공포’라는 소재에 대해서 어떤 매력을 발견한 것일까? 바사이 프로듀서는 ‘ 호러 게임 시장에 다양성을 부여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영화에서 호러는 정말 다양한 장르다. 슬래셔 영화부터 정신적 호러까지. 하지만 게임에서 공포 게임은 다소 액션 게임에 치중되어있다. 좀비를 죽이거나 죽일 수 없는 적으로부터 도망치거나. 대부분 액션성에 초점을 맞춘다. 우리는 여기에 정신적 공포 게임으로 그 폭을 다양하게 만들고 싶었다. 또한, 정신적 호러게임은 도덕성이나 사회적 문제를 함께 다루기에 좋은 장르였던 만큼 우리에게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다”

정신적 공포를 다룬 게임들은 대부분 어떤 숨은 의미나 진실을 찾게 된다. 정신적인 공포의 근원을 찾게 되고 그 근원에는 어떠한 메시지가 있기 마련. Bloober Team은 게임을 통해 어떤 메시지, 혹은 경험을 전달하고 싶은 것일까?

“게임을 통해 무언가를 전하고 싶었다. 우리는 우리의 스타일을 ‘히든 호러’ 장르라고 부르는데. 게임에 주제가 있어야 한다는 요소가 추가된 공포 게임이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레이어스 오브 피어’에서는 예술가로서의 삶과 커리어, 그리고 가족과의 삶 간의 가치 충돌을 다루고 있다. ‘옵저버’는 기술의 발전이 인간으로 하여금 스스로를 죽음으로 몰고 가게 될 것인지, 혹은 진화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인지에 대하여 다루고 있다.

▲기술이 통제하는 디스토피아, '존재한다는 것'에 대한 질문까지 던졌던 '옵저버'

이와함께 ‘카타르시스 2.0’가 있다. 긴장의 해소를 뜻하는 것인데, 유저로 하여금 갈등의 해소를 느끼고자 게임에 깊숙이 몰입하게 하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정말 나라면 어떻게 행동했을지, 어떻게 이 상황을 받아들였는지를 자신의 도덕관과 세계관에 기반해 생각해보는 것이다.

우리는 사람들이 게임을 통해 이러한 질문들에 대하여 생각해보기를 바랐다. 게임 속에서 우리가 직접 정답을 알려주지 않는 질문들에 대하여.”


Bloober Team은 계속해서 정신적인 호러 게임을 통해 유저들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질 예정이다. 2019년 출시 예정인 ‘레이어스 오브 피어’의 후속작 ‘레이어스 오브 피어2’는 전작의 배경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전혀 다른 이야기를 다룬다. 하지만 게임의 볼륨과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또한, 전작과 연결되는 주제들은 있으나 스토리는 전혀 달라서 전작을 플레이하지 않았더라고 하더라도 이해에 어려움은 없을 예정이다. 고통받는 예술가와 정신적 공포의 테마가 이번에는 어떤 메시지를 다룰지 궁금해진다. 또한, ‘옵저버’는 닌텐도 스위치로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왜 '호러' 인가?
호러 장르가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더욱 효과적일까?


그럼 왜 호러인가? 정신적 호러에 대하여 물어보기 전에 먼저 물어봤어야 했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바사이 프로듀서에게 보다 더 큰 범주인 호러 장르에 대하여 물어보았다. 호러 장르가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더욱 효과적일까?

“호러는 정말 친밀한 장르다. 게임을 플레이하거나 영화를 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그 속에 빠져들게 되고 느끼고, 무언가를 얻어간다. 이 부분이 우리의 목표와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순수한 엔터테인먼트에 멈추지 않고 보다 깊이 있는 주제를 다루기에 제격이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인 생각을 덧붙이자면, 호러는 정말 광범위한 장르다. 어떤 것과도 연결시킬 수 있다. 사이버펑크의 ‘옵저버’처럼 디스토피아 속에 담을 수 있고, 모던 타임즈도 다룰 수 있으며, 그 어떤 세계관과도 어울린다.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어떤 세계에도 '공포'는 녹아들어간다

앞서 그가 언급했던 액션에 치중된 공포 게임에 대한 말이 다시 떠올랐다. 동서양의 전형적인 공포 게임만 해도 조금 다르지 않나.

“예전에 이에 대해 글을 쓴 적도 있는데(웃음). 서양은 좀 더 킬러 타입 호러가 많다. 어려운 상황에서 죽임을 다할 위험에 놓이고 싸워야 하는. 여기에 종교적인 요소가 많이 등장한다. 또한, 언제나 악과 싸우는 영웅적인 인물이 등장한다.

동양의 경우 좀 더 자신이 언젠가 마주해야 할 공포가 있고, 결국에는 피할 수 없다. 정신적인 공포를 다루는 경우가 많고, 공포에 맞서 싸우기보다는 적응하게 되는,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을 다룬다.”


덧붙여 Bloober Team의 게임들은 동양적 공포에 조금 더 가깝다고 설명한 그에게 이번에는 ‘공포’에 대하여 물어보았다. 호러 장르가 몰입감을 주는데 효과적인 이유는 공포라는 감정이 가지는 힘에 있는 것일까?

“공포는 인류의 시간이 시작됐을 때부터 함께 했다. 공포는 기본적으로 방어 기제에 기인한다. 자신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두려움을 느낀다. 그리고 사람들은 세상 수많은 것에게 공포를 느낀다. 또한, 다른 감정에 비해 즉각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공포가 사랑이나 행복과 같은 다른 감정에 비해 더욱 강력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느끼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리지 않나. 하지만 두려움은 즉각적이다. 그 순간, 바로 느껴지는 감정이다.”

그럼 호러 게임이 가지는 의의는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사람들은 호러 장르 콘텐츠를 즐기면서 두려움에 면역력을 키운다고 생각한다. 세계에 보다 용기 있게 나설 수 있는 힘을 얻기도 한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이미 한번 간접적으로 경험했던 것들이니까. 호러 장르는 사람들에게 두려워할 필요 없는 일상생활 속의 공포에 맞설 수 있게 해준다.”


무엇이 우리를 무섭게 만드는가?
"두려움은 예상할 수 없다는 사실에서 온다"


호러 콘텐츠에서 두려움을 이끌어내는 것은 무엇일까? 무엇이 무서운 것일까? 물론, 비주얼부터 무서운 적, 대항하기 어려운 상황, 사운드 이펙트까지 많은 것들이 함께 어우러져 두려움을 이끌어 내는 것이겠지만, Bloober Team은 특히 정신적인 공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좀 더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장 무서운 것은, 우리가 모르는 것, 미지에서 온다. 모르기 때문에 예상할 수 없고, 여기서 사람은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레이어스 오브 피어’에서도 게임 매커니즘에서 이런 부분을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카메라의 시점이 움직일 때 환경의 모습을 바꿔버린다든가 하는 것이다. 주변환경이 계속해서 바뀌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할 수가 없게 된다.

사람들은 모두 두려워하는 무언가가 있다. 북적거리는 장소에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도 있고, 좁은 공간에 가면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채소가 무서워서 다가가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세상 모든 것은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중에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것들도 많다. 좀 더 용기 있게 다가갈 수 있도록 호러 콘텐츠는 경험의 장이 된다.”


우리는 합리적인 공포와 비합리적인 공포를 모두 느낄 수 있다. 무서워할 만한 것이기 때문에 두려워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아도 될 것에도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심해에 대한 공포가 있어서 아쿠아리움만 떠올려도 식은땀이 나는데, 바사이 프로듀서가 개인적으로 무서워하는 것은 뭐가 있을까 궁금해졌다.

“사실 난 딱히 없다(웃음). 그냥 다른 사람들처럼 벌레가 무섭다. 너무 싫다! 그 외에 개인적으로 가장 공포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 요소는 사운드, 엠비언스인 것 같다. 영화나 게임에서 오디오 이펙트가 잘 이루어져 있을 때 가장 땀이 난다(웃음). 그 외에 특이한 공포증 같은 것은 없어서, 말해줄 재미난 이야기는 없는 것 같다.”


바사이 프로듀서는 호러 게임은 경험의 장이 된다고 했다. 실제로 ‘레이어스 오브 피어’나 ‘옵저버’를 통해서 두려운 무언가에 대해서 용기를 얻게 된 유저들이 있었을까?

“사실 이런 이메일을 많이 받는다. ‘레이어스 오브 피어’는 자기가 처음 플레이한 공포 게임이라고. 다른 게임은 무서워서 차마 플레이하지 못했는데 우리의 게임으로 호러 장르에 입문하는 플레이어들이 많다. 그리고 우리의 게임을 통해 다른 게임을 플레이할 용기를 얻게 되기도 하고.

한번 그런 용기를 얻게 되면 좀 더 많은, 멋진 경험들이 가능해진다. 호러는 우리가 세상을 인지하는 방법에 대해서 또 다른 방향성을 보여준다.”


다른 호러 게임에 비해서 ‘레이어스 오브 피어’와 ‘옵저버’는 덜 무서운 편에 속하는데. 개인적으로도 다른 공포게임은 잘 못하는데도 무리 없이 플레이했을 정도다. 좀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고민은 없었을까? 공포의 대상에 대해서 용기를 얻고 면역이 될 수 있다는 바사이 프로듀서에게 이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분명 우리의 게임은 호러 게임이고 공포 요소들이 있지만, 그외에도 플레이해야 할 다른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다. 게임이 더이상 무섭지 않게 느껴지더라도, 여전히 멋진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문화든 자극은 무뎌지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오래도록 사랑받는 문화를 보면 그로부터 얻어갈 수 있는 것들이 여러 가지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의 게임이 무섭지 않게 느껴진다고 하더라도 무언가 다른 것을 찾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게 플레이해야 할 이유가 될 것이고.”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앞으로의 Bloober Team의 호러게임에 대하여


인터뷰를 마무리하게 되기 전에 그에게 전작의 기획에 대해서 조금 더 들어보았다. ‘레이어스 오브 피어’는 클래식한 배경과 미술이라는 컨셉을, ‘옵저버’는 사이버펑크와 디스토피아, 기술을 담고 있는데. 이러한 배경이 특히 공포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해서 정하게 된 컨셉이었을까?

“오히려 너무 당연하게 공포와 연관 지어지는 컨셉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도전정신이라고 해야 하나. ‘레이어스 오브 피어’는 클래식 미술을 다루고 있는데, 예술의 역사를 보면 어두운 작품들도 많고 이야기도 많다. 하지만 이제 클래식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그래서 다뤄보고 싶었던 것 같다.

‘옵저버’는 일단 단순히 우리 팀에 사이버펑크 팬이 많아서 정해졌다. 또한,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는 지금으로부터 30~50년 후에 우리에게 정말로 다가올 수 있는 미래다. 인간이 스스로의 삶을 결정할 수 없고, 대기업이나 기술로부터 조종되는 미래. 이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는다면 정말로 찾아올 미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옵저버’의 세계는 좀 더 호러와 잘 어울릴 수밖에 없는 배경일 수는 있다. 기술이나 소셜 미디어가 우리에게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르니까. 우리가 무서워할 요소가 많은 세계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요소는 ‘플래시백’인데. 이러한 요소는 앞으로의 차기작에서도 많이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는 가끔 이야기를 이해하기 어렵거나 어지럽게 만들기도 했는데. 이런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레이어스 오브 피어’에서는 의도적으로 어지럽게 만들었다. 그런 요소들을 통해 유저가 스스로 깊숙이 숨겨져 있는 이야기를 찾아가도록. 게임 속에 우리는 답이 정해지지 않은 질문들이 담겨있고, 유저들이 자신이라면 어떻게 행동할지 생각해보며 느껴보길 바랐다.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사실 이런 불만 어린 피드백이 정말 기쁘다. 우리 게임에 대해서 생각해봤다는 뜻이니까. 어떤 게임이든 모든 요소가 다 마음에 들 수는 없다. 게임뿐만 아니라 어떤 콘텐츠든 그렇다. 하지만 이런 의견은 우리에게 좋은 피드백이 된다. 유저 스스로가 스토리에 얼만큼이나 몰입할 수 있었는지, 어떻게 생각해보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이고, 기쁘게 생각한다. 게임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분석할 수 있고, 이러한 분석의 결과는 좋은 정보를 준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한국에 대한 인상은 어땠는지 물어보면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한국은 처음 와본다. 아니, 아시아권으로 이렇게 멀리 와본 게 처음이다. 전혀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고, 정말 아름다운 나라라고 생각한다. 벡스코만 둘러봐도 가을 산들이 예뻐서 계속 바라보게 되더라. 부산이 이렇게나 푸른 도시일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다음에는 출장이 아니라 놀러 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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