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T1의 봇 듀오 '뱅' 배준식과 '울프' 이재완이 팀을 떠난다. 형제팀 체제 시절부터 오랜 기간 SKT T1의 바텀을 지켜왔기에 아쉬움은 클 수밖에 없다. 특히나 '뱅'과 '울프'는 SKT T1에 입단하기도 전부터 함께 호흡했던 역사가 긴 봇 듀오다. 그래서인지 둘과의 작별인사가 더욱 아쉽다.

'뱅'과 '울프'는 2012년 겨울, '뱅'이 속해 있던 나진 실드에 '울프'가 입단하면서 처음 만났다. 긴 인연의 시작이었지만, 첫 만남은 짧았다. 당시 2부 리그였던 'NLB 윈터 2012-2013'를 끝으로 '뱅'이 팀을 떠났기 때문이다. 얼마 안가 '울프' 역시 다른 팀으로 거취를 옮겼다. 함께하는 짧은 시간 동안 이렇다 할 성과도, 케미도 없었기에 둘의 조합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로부터 약 1년 후인 2013년 10월, 그들은 SKT T1 S의 봇 듀오로 다시 마주했다. 이때부터도 '뱅'-'울프' 듀오는 라인전 단계에서 큰 강점을 드러냈다. 우월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그 어느 팀을 만나도 라인전을 우위로 가져갔다. 하지만, '뱅'이 원거리 딜러의 필수 요소인 생존력면에서 취약한 모습을 보였던 탓에 전반적으로는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팀 성적 역시 늘 하위권에 머물렀다.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4 시즌 섬머에서야 처음으로 4강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 2015 시즌의 '울프' 이재완(왼쪽)과 '뱅' 배준식

'뱅'-'울프' 듀오가 본격적으로 불을 뿜기 시작한 것은 단일팀 체제로 바뀐 2015 시즌부터였다. SKT T1 S 시절부터 쌓아온 경험 덕분에 '뱅'에게 안정감이 생겼고, 둘의 특출난 라인전 능력은 여전했다. 단점에서 장점이 되어버린 '뱅'의 생존력과 '울프'의 완벽한 보좌는 SKT T1의 하체를 굳건히 지켰다. 전 라인이 강력한 세계 최강의 팀 SKT T1은 그렇게 탄생했다.

'뱅'의 안정적인 한타 포지셔닝이 극명하게 드러난 대회는 2015 월드 챔피언십이었다. 전승을 기록한 그룹 스테이지에서 KDA 71이라는 말도 안되는 지표를 기록한 것이다. 6경기 동안 '뱅'의 데스는 단 1회. KDA 2위에 오른 당시 kt 롤스터 탑라이너 '썸데이' 김찬호의 KDA가 16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이 기록이 정말 어마어마한 수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록 '15마린'이라는 별명으로 여전히 회자되는 '마린' 장경환과 최고 기량을 뽐내던 '벵기' 배성웅의 활약에 가려지긴 했지만, '뱅'은 명불허전 최고의 원거리딜러였다.

팀이 다소 위기에 몰렸던 2016년도에는 봇 듀오의 힘이 더욱 빛을 발했다. 앞서 말했듯 이전까지는 상체의 캐리력에 밀려 다소 빛을 보지 못했던 '뱅'-'울프'는 기다렸다는 듯 캐리력을 마음껏 뽐내며 팀의 구원투수 역할을 해냈다. '뱅즈리얼'이라는 별명을 탄생시킨 명품 이즈리얼 플레이도 이 시즌에 탄생한 명장면이다. 덕분에 SKT T1은 2년 연속 롤드컵 우승이라는 대업을 달성할 수 있었다.

▲ vs ROX, '뱅' 이즈리얼의 슈퍼 캐리(출처 : OGN 유튜브)


▲ vs EDG, '울프' 라칸의 완벽한 이니시에이팅(출처 : LoL Esports 유튜브)


2017년도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봇 듀오'라는 타이틀을 따냈다. 2012년 겨울부터 무려 5년의 역사다. 하지만, 섬머 시즌에 들어 경기력이 급격하게 저하되면서 그 타이틀이 무색해졌다. 이후 2018 시즌, '뱅'은 어느 정도 되찾은 폼으로 주전을 지켰으나, '울프'는 건강 문제까지 겹치면서 '에포트' 이상호에게 주전 자리를 내주어야 했다. '뱅'-'울프' 듀오의 스토리는 사실상 이때쯤부터 어떤 결론이든 엔딩을 예고하고 있었다.

그리고, 2018년 11월 20일 새벽. SKT T1의 공식 발표로 SKT T1 '뱅'과 SKT T1 '울프'는 우리의 곁을 떠나게 됐다. 프로게이머 '뱅'과 '울프'의 향후 거취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적이 될수도 있고, 은퇴가 될수도 있다. 한 번 더 함께일 수도 있고, 이제는 남이 될수도 있다. 여러 갈래길 중 어떤 길을 택하든 그들이 SKT T1에서 써내려간 기록과 숱한 명장면은 영원히 전설로 기록될 것이다.


'뱅'의 작별인사 전문(출처 : '뱅' 배준식 트위터)

"안녕하세요. '뱅' 배준식입니다. 보셔서 아시겠지만 SKT T1과 계약이 만료되었습니다. 지난 5년 간 T1과 함께하면서 정말 엄청난 경험을 했고 같이 고생해준 팀 동료들, 코칭스태프, 그리고 사무국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같이했던 모든 시간들, 모든 경험들이 저에게 좋게 작용했고 모든 기억들이 저에게 너무 소중했습니다. 무엇보다 기쁘고 행복할 때나 슬프고 힘들 때나 항상 함께 해주시고 응원해주신 팬분들에게 정말 감사했습니다. 이제 새로운 여정을 떠나야하는데, 지난 6년간 LCK에서 활동하면서 저를 응원하고 지지해주셨던 모든 팬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지금부터는 오픈 마인드로 여러 지역팀들과 얘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울프'의 작별인사 전문(출처 : '울프' 이재완 트위터)

"안녕하세요! 정말 몇시간 전부터 뭐라고 글을 적을지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이제서야 몇 자 적어봅니다. 일단은 오피셜이 나온 것처럼 2013년 10월에 입단해서 2014, 2015, 2016, 2017, 2018년 총 6년 간 T1에서 지냈는데요. 오늘 부로 종료되었습니다. 제 7년 프로게이머 인생 중에 6년을 함께한 팀이고, 매년 떠나보내는 입장에서 제가 떠나는 입장이 되니 조금은 마음이 이상하네요. 괜한 소리를 할까 걱정입니다. 일단은 저는 다른 팀을 구해서 더 프로게이머를 할 생각이구요. 은퇴하는 거 아니니 너무 걱정마세요!

2013년부터 같이 달려온 저희 사무국, 감독님, 코치님, 매니저님, 팀원들, 친구들 같은 모든 프로게이머 동료들에게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특히 울프라는 선수와 이재완이라는 개인을 지탱해준 팬분들께 감사합니다. 시즌중에는 그동안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힘든 일들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굉장히 감사한일들만 생각이 나네요. 17살에 처음 데뷔한 후 매년 많이 실수하고 혼나고 배우며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간것 같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정말 너무 감사했습니다. 글을 계속 쓰고 싶지만 이대로는 끝이안날 것 같아 줄이겠습니다! 그동안 SKT T1 Wolf를 사랑해주신 팬분들께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팬분들의 응원과 특히 더체이스를 찍고 난 후 여러분의 댓글이 제 인생에 너무나 큰 도움이 되었다는것만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SKT T1 '뱅' 배준식-'울프' 이재완 주요 대회 수상 경력

*2015 LoL 챔피언스 코리아 스프링 우승
*2015 LoL 챔피언스 코리아 섬머 우승
*2016 LoL 챔피언스 코리아 스프링 우승
*2017 LoL 챔피언스 코리아 스프링 우승
*2017 LoL 챔피언스 코리아 섬머 준우승

*2015 LoL 월드 챔피언십 우승
*2016 LoL 월드 챔피언십 우승
*2017 LoL 월드 챔피언십 준우승

*2015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 준우승
*2016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 우승
*2017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 우승

*2016 IEM 시즌10 월드 챔피언십 우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