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자는 도시를 지켜야만 해.'

탑에서 항상 아래의 도시를 지켜보고 있는 자발라가 매번 반복하는 말이다. '강직하다'라는 단어가 누구보다 어울리는 인류의 사령관인 그는 항상 탑에서 도시를 바라보고 있다.

인류를 위해 누구보다 애쓰고 희생하는 자발라이지만, 융통성이 부족하고 케이드의 죽음 앞에서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해외·국내 데스티니 가디언즈 수호자들에게는 인기가 다소 떨어지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자벌레'라는 말을 듣기도 할 정도.

이번 이야기는 이처럼 다소 답답한 면은 있지만, 자신의 마음과 행동에 단 한 치의 어긋남도 허용하지 않는 사령관 '자발라'에 대한 이야기이다.




자발라, 리프보다 지구를 선택했던 각성자

자발라는 인류의 후손인 각성자 종족으로, 지구에 인간들이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인류와 공생하기 위해 각성자 여왕인 마라의 왕국 리프를 떠나 동료들과 함께 지구로 향한다. 하지만, 지구로 향하는 긴 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동료들은 물론 자신까지 사망하고 만다.

그렇게 죽은 줄 알았던 자발라는 고스트의 재생 능력으로 부활하게 된다. 빛의 근원인 '여행자'에게 자발라가 수호자로써 선택을 받게 된 첫 순간이었다. 여러 악의 세력으로부터 인류를 지키고 함께 공생하고자 하는 그의 강한 의지가 여행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것.


▲ 고스트가 자발라를 공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부활시키는 것이 맞다

▲ 같이 떠나온 동료들은 사망한 상태

▲ 살아남은 마지막 인류를 찾기 위한 여정이 시작된다


자발라, 마침내 만난 여행자와 인류

수호자로 선택받은 자발라였지만, 정작 자발라는 빛의 힘을 정확히 깨닫고 있지는 못했었다. 인류를 찾는 여정에서 수많은 몰락자들과 전투를 펼쳤고, 이 과정에서 아직 초보 수호자였던 자발라는 사망하고 부활하는 과정을 셀 수 없이 반복한다. 그리고 그러면서 자발라는 점점 더 강한 수호자로 거듭나게 된다.

한 겨울의 눈보라 산맥을 힘겹게 넘어선 자발라는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여행자'와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토록 고대해오던 살아남은 마지막 인류를 만나게 된다.


▲ 여정에서 수없이 죽음을 맞이하지만

▲ 고스트의 능력으로 부활하게 된다

▲ 무척 길고도 외로운 여정을 끝까지 이겨내는 자발라

▲ 산맥을 넘어선 자발라는 여행자와 마주하고

▲ 그 아래에 터를 잡은 인류도 만나게 된다


자발라, 인류의 수호자로 거듭나다

생존자 무리에 합류한 자발라는 아직은 소수고 또 힘이 없는 인류를 지키고 또 재건하기 위해 터전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이 과정에서 몰락자들과 전투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샤크스 경과 살라딘 경, 그리고 선봉대 동료인 아이코라와 케이드-6와 함께 인류를 지켜낸다. 이 시기에 자발라는 진정한 힘을 가진 타이탄으로 거듭난다. 그리고 지구에 그 어떤 적도 쉽게 침공할 수 없는 안전한 도시를 구축하게 된다.


▲ 인류의 터전에 도착한 자발라, 옆에 샤크스 경도 보인다

▲ 인간들에게 여행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대변자


▲ 이후 자발라는 인간들과 함께 도시를 구축하기 시작한다

▲ 그 과정에서 침공한 몰락자 무리, 그리운 이름인 케이드-6의 모습도 보인다

▲ 이 기술은..

▲ 대혼란의 주먹을 시전하며 타이탄으로써의 힘을 보여주는 자발라

▲ 위기를 넘기고 도시의 방벽을 더욱 굳건하게 세우기 시작하는 인류

▲ 결국 도시 건설을 완료하게 된다

▲ 어린 시절의 아만다 홀리데이를 흐뭇하게 쳐다보는 자발라.



자발라,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

이후 자발라는 사령관으로 수호자들을 육성하며 도시를 안전하게 지키는 데에 총력을 다한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적들의 침공은 끊이지 않고, 도미누스 가울이 이끄는 붉은 군단의 침공에 도시를 빼앗기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발라, 아이코라, 케이드-6 등을 포함한 모든 수호자들이 빛의 힘을 잃어버리게 되고, 결국 붉은 군단을 피해 도망을 다니게 된다.

이후, 빛을 되찾은 주인공 수호자와 함께 붉은 군단을 물리치고 여행자와 도시를 돌려받지만, 자발라는 이때의 사건에 다른 누구보다 특히 더 자책감을 갖게 된다. 사령관으로써 인류를 제대로 지키지 못했고, 또 주인공 수호자와 여행자의 각성이 없었다면 도시를 다시 되찿지 못했을 것이라는 자책감. 워마인드 첫 시작 시에 나레이션으로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자발라에게서 이런 마음을 특히 더 확인할 수가 있다.


▲ 이 때의 자발라는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감정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 워마인드 시작시 자발라의 음성에서 붉은 전쟁 때의 일을 얼마나 자책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자발라는 그 뒤에도 도시와 인류를 지키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다한다. 벌레의 신인 솔이 부활했을 때도 혈혈단신으로 화성을 찾아간다.

그리고 마주친 수호자와 아나 브레이에게 자칫 위험이 될 수도 있는 라스푸틴의 힘을 추적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말하기도 하는 등 인류에게 위험 요소가 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보이는 것은 용납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옆에 있던 아나 브레이에게도 불똥이 튀어 붉은 전쟁 때 인류를 지키지 않고 라스푸틴의 행적을 따라간 것을 문책하기도 한다.


▲ 아나 브레이와 함께 있던 것을 자발라에게 들켰을 때. 불륜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뜨끔했었다


자발라의 이러한 모습은 포세이큰 스토리에서는 더욱 절정을 보인다. 케이드와 같은 선봉대 동료이면서도 케이드의 죽음에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모습과, 복수보다는 탑에 위협이 될 수 있는 탈옥수들을 먼저 잡아야 한다는 것.

사령관이라는 자발라의 위치를 생각해 보면 분명 맞는 이야기이지만, 아이코라와는 다르게 슬픈 기색 하나 보이지 않는 그의 표정과 행동은 그동안 참아왔던 많은 유저들이 그에게 제대로 실망감을 가지게 되는 큰 계기가 되고 만다.

이후 케이드-6의 복수를 마무리하고 돌아왔을 때도 자발라는 수호자에게 타 세력을 공격한 여파가 새로운 위협을 몰고 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 '아니.. 우린 군대가 아니야'

▲ 케이드의 이 마지막 모습을 봤어도 자발라는 동요하지 않았을까



자발라, 그리고 우리만 몰랐던 이야기

자발라는 국내 유저들에겐 일명 '자벌레'라는 명칭으로 불릴 정도로 선봉대 3명(아이코라, 케이드-6, 자발라) 중에서는 가장 인기가 적은 인물이다. 심지어 같은 직업인 타이탄 유저들에게도 그의 융통성 없고 너무 강직한 모습 때문에 외면을 당하곤 한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케이드-6의 죽음 앞에서도 한결같았던 그의 모습에 많은 유저들이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케이드를 몇 번 보지도 않은 유저들도 분노의 복수를 다짐하고 있는데, 오랜 시간을 같이한 선봉대 동료가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다니 말이다.

사실, 자발라의 이런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과거와 그리고 현재의 위치, 그리고 인류의 미래를 바라보는 마음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 자발라는 위에서 '항상' 도시를 지켜보고 있다.


위에 자발라의 과거 이야기에서도 봤지만, 자발라는 살아남은 인류를 지키고 또 공생하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지구를 찾아온 '각성자'이다. 인간인 아이코라, 인간이었던 케이드-6, 자발라는 인간의 후손이기는 하지만 사실 엄밀히 따지면 인간과는 다른 종족이었다.

인류를 찾는 여정에서도 수많은 죽음의 공포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자발라는 포기하지 않고 인류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인류를 재건했던 중심인물 중에 한 사람이 되었고, 지금은 그 사령관 위치에 서있는 것이 자발라이다. 인류를 생각하는 마음이 보통은 아니란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거기에 붉은 전쟁 때 자신의 눈앞에서 죽어간 많은 인간들에 대한 자책감까지 자발라에게는 너무 크게 남아있었다. 또한, 울드렌의 목적이 인류에 큰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인류의 입장에선 굳이 울드렌을 저지할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울드렌을 처치하는 과정에서 경멸자 등 인류의 새로운 적을 만들 가능성이 더 컸었다.


▲ 복수를 코앞에서 망설였던 우리, 자발라는 이것을 예상하고 있던걸까


자발라는 사실 누구보다 동료인 아이코라와 케이드-6를 아끼는 사람이었다. 언제 어디서든지 그의 옆에는 아이코라와 케이드-6가 항상 함께 했었다. 붉은 전쟁에서도 자발라는 아이코라와 케이드-6를 먼저 찾을 정도로 그들에게 크게 의지하는 모습을 보였었다.

그런 그에게 케이드의 죽음은 분명히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이었을 것이다. 가장 가까이 있던 동료, 아니 친구가 죽었다는 사실에도 그는 슬픔과 분노를 숨겨야 했다. 아이코라마저 분노로 가득찼던 그때에 자신까지 똑같이 행동했다면 오히려 그는 인류의 지도자로써 실격이었을 것이다.


▲ 지도자에겐 끊임없는 선택과 집중의 고뇌가 찾아온다


아래 자발라의 과거 영상을 보면 자발라가 희미한 미소를 짓는 장면이 딱 두 번 나온다. 어린 남자아이를 바라볼 때, 또 어린 아만다 홀리데이를 바라볼 때. 그리고 자신을 포함한 수호자들이 여행자에게 부름을 받은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미래를 위해 싸우는 것, 미래를 지키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