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만심과 자신감은 종이 한 장 차이다.

겉으로 보기에 두 차이를 구별하기란 쉽지 않다. 심지어 경험이 적은 경우 본인 조차 자신감인 줄 알았던 부분이 자만심으로 변하기도 하고, 헷갈려 한다. 아마추어 신분에서 프로게이머가 되고 각종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면 이런 딜레마에 생각보다 쉽게 빠진다. 이런 신인 선수들을 수없이 봐왔다.

'유칼' 손우현은 데뷔초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선수다. 언제나 자신이 최고이고, 누구든 다 이길 수 있다는 마음가짐. 이번 인터뷰로 손우현 선수와 긴 대화를 해보기 전까지는 이 자신감의 근원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알게 됐다. '유칼' 손우현은 뼛속까지 프로게이머이며, 최고가 되기 전까지 멈추지 않을 엔진을 지닌 선수라는걸. 그가 데뷔 첫해부터 잘할 수밖에 없었던 건 근거 있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Q. kt 롤스터라는 강팀에서 프로게이머 생활을 시작했다. 최고의 시작이 아닌가 싶은데, 어떤 점을 가장 많이 배웠나?


자세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프로 인생 시작부터 정말 모든 것을 배운 것 같다. 형들의 경험, 코치, 감독님의 선수를 육성시키는 노하우 등등. 전반적으로 베테랑 형들의 마음가짐을 배웠다. 내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 정말 고마운 팀이다.


Q. 평소 '데프트' 김혁규에 대한 존경이 대단할 것으로 알고 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존경하는 선수는 '스코어' 고동빈 선수고, '데프트' 김혁규 선수는 좋아하는 형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대단한 프로게이머로 '페이커' 이상혁 선수를 떠올리는데, 그에 못지않게 '스코어' 고동빈 선수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준우승이라는 성적이 정말 아쉬울 텐데, 한번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달려나가는 모습이 존경스럽다.

'데프트' 김혁규 선수는 친구같은 형이다. 정말 통하는 게 많았고, 신경 쓰지 않는 척 하면서 다 챙겨주시더라. 그리고 겉으로 티를 내진 않지만, 자존심이 굉장히 강하다고 느꼈는데 팀을 위한 희생정신에서도 멋있다고 느꼈다.



Q. 신예지만 미드 라인에 대한 자신감이 대단하다. 여전히 본인이 최고라는 마인드에는 변함이 없나?

프로생활을 시작했고, 롤드컵 8강에서 패배하면서 앞으로 내가 더 성장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2019년은 나의 해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아프리카 프릭스를 선택한 계기도 비슷한데, 성적도 성적이지만, 내가 발전할 거라는 확신이 든다.

그 가능성을 발휘할 수 있는 최적의 팀이 아프리카 프릭스라고 생각했다. 스스로도 정말 많이 노력하지만, 사람이다 보니 가끔 해이해질 때가 있는데, 그걸 팀에서 잘 잡아줄 것 같다.


Q. 롤드컵 8강 패배로 그런 감정을 느낀 이유는?

승리가 정말 간절하지만, 나에겐 패배도 굉장히 값진 경험이다. 오히려 얻는 것은 승리 후보다 패배 후가 더 많다. '루키' 송의진 선수에게 지면서 게임 내적으로도 그렇고, 외적으로도 상대 선수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경기를 준비해야 하는지 깨달았다.


Q. 데뷔연도에 롤드컵 8강은 정말 대단한 성과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굉장했을 텐데.

정말 아쉬웠다. 스스로 마음을 추슬러도 주변에서 아쉽다는 위로를 정말 많이 해줘서 그럴 때마다 또 아쉬움이 생기더라. 개인적으로는 우승을 하지 못한 것보다 내가 미드 라이너 중 최고가 되지 못한 점이 더 아쉽다. 그래도 나에게는 아직 도전할 기회가 훨씬 많다. 그래서 괜찮다.



Q. 앞서 살짝 언급하긴 했지만, 아프리카 프릭스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듣고 싶다.

S급 선수가 되기 위해 나의 가능성을 봤고, 그리 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조금 다가서는 게 정말 어렵다. 그 부분을 아프리카 프릭스가 채워줄 거라고 판단했다. 아프리카 프릭스는 엄청난 연습량으로 소문난 팀이다. '기인' 김기인 선수때문에 아프리카를 선택한 게 아니냐는 팬들의 목소리도 있었는데, 솔직히 얘기하면 최연성 감독님 하나만 보고 이 팀에 와야겠다고 결정했다.

선수들을 강하게 채찍질하고 동기부여를 확실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을 원했는데, 그런 부분에서 가장 적합한 감독님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면담을 하기도 전에 아프리카행을 속으로 정했다. 아프리카 프릭스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을 때 '기인' 김기인 선수한테 팀 생활에 대해 어떤지 물어봤었는데, 오지 말라고 하더라. 그래도 그냥 내가 가고싶어서 왔다(웃음).

요즘 이적 시즌을 보면 친하거나 함께하고 싶은 선수들끼리 미리 합을 맞추고 팀을 알아보는 경우도 꽤 많다. 그런데 나는 팀원이 어떤 선수이냐보다 얼마나 더 간절하고, 다같이 하나가 될 수 있는지, 시즌 동안 얼마나 꾸준하게 노력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아무나 하지 못한다. 이대로만 된다면 나도 무조건 성장하고, 좋은 성적을 따라올 거다.


Q. 2019 아프리카는 '스피릿' 이다윤을 제외하면 대부분 나이가 어리고 신예가 많다. 완전 막내에서 또래들이 주축인 팀에 왔다.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지 않나?

일단 친구들이 많고, 뭔가 가족 같은 분위기다. 오히려 이럴수록 더 불안한 점도 있고, 위기가 생길 수 있는데 그런 점들만 잘 잡아내면 잠재력은 훨씬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Q. 이제 겨우 두 번째 시즌이다. 그런데, 마인드는 어느 베테랑 못지않은 것 같다.

아마추어 때부터 생각했던 목표가 있다. 이룬 것도 있지만, 남아 있는 목표가 훨씬 많기때문에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그냥 더 잘하고 싶은 생각뿐이다.


Q. 신인치고 마음가짐이 정말 남다른 것 같다. 그런 생각을 아마추어 때부터 가지기 쉽지 않은데?

나는 어떤 일이든 100명 중 1, 2명이 되는 게 신조다. 보통은 신인이 중간 정도나 상위권만 올라도 잘한다고 칭찬하는데, 나는 누구나 예상 가능한 범주에 속하는 선수가 되기 싫다. 독보적인 선수가 되고 싶고, 그 생각은 아마추어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Q. '유칼' 손우현, '쵸비' 정지훈, '쇼메이커' 허수 등 신예 미드 라이너에 대단 관심이 대단하다. 이에 대한 생각은?

'쵸비' 정지훈 선수는 2018 시즌 경험을 바탕으로 더 잘해질 것 같고, '쇼메이커'허수 선수는 주변에서 잘한다는 평이 많은데 아직 LCK 경기를 봐야 알지 않을까 싶다. 분명한 건 그중에 최고는 나다.



Q. 본인팀을 제외하고 2019 시즌 가장 경계되는 팀은?

경계라기보다는 팬으로서 궁금한 팀은 있다. kt 롤스터와 킹존 드래곤X, SKT T1인데,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지 정말 궁금하다. 선수들만 잘 융화되면 정말 강해질 것 같은데, 그게 아니라면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본다.


Q. 2019 아프리카 프릭스는 어떨까?

일단 '스피릿' 이다윤 선수가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경력이 엄청난데도 신인처럼 승리에 대한 열망이 대단하고 그런 점들이 옆에서 느껴진다. 그리고 정글러 '트윙클' 이진혁가 정말 잘해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스타일은 '닝' 선수처럼 공격적인데, 열심히 하고자 하는 의지가 나 못지않게 대단하다.


Q. 마지막으로 내년 시즌에 대한 포부를 밝혀달라.

짧게 하겠다. 내년에 제일 열심히 하고, 잘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 테니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