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2019 LoL e스포츠 이적 시장도 이제 윤곽이 잡혔다. '역대급'이라는 표현이 부족하지 않을 만큼 많은 팀들이 대규모 리빌딩을 거쳤다. 물론, 이적 시즌 중 가장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된 팀은 단연 SKT T1이었다. 2018년, 명성과 어울리지 않는 성적에 SKT T1은 변화를 갈구했고, 대대적인 리빌딩이 불가피했다.

SKT T1의 역사와 함께 했던 최고의 원거리딜러 '뱅' 배준식이 떠나면서, 그의 빈자리를 과연 누가 메울지 궁금증이 증폭됐다. 까다로운 SKT T1 팬들을 만족시킬 만한 원거리딜러를 찾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테디' 박진성이라는 이름이 공개되자 SKT T1 팬들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만 들어도 엄청난 신뢰감을 줄 정도로 무게감이 있는 영입이었다.

진에어 그린윙스에서 '살아있는 넥서스'라고 불리며 매경기 엄청난 존재감을 보여줬던 '테디' 박진성, 그는 우상인 '페이커'와 함께 SKT T1에서 프로게이머 인생 제2막을 올린다. 2019 시즌을 앞두고 '테디' 박진성과 직접 만나 앞으로의 각오와 함께 원거리딜러를 잘 할 수 있는 비법에 대해 들어봤다.


Q. SKT T1에 입단하게 된 자세한 배경이 궁금하다.

정상에 올랐던 팀이기 때문에 어떻게 게임을 하는지 궁금했다. 예전부터 SKT T1에서 게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마침 오퍼가 와서 입단하게 됐다.


Q. 많은 팀에서 이적 제의를 했을 것 같은데, SKT T1을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입단 제의도 좋았고, 무엇보다 (이)상혁이 형과 게임을 같이 해보고 싶었다. 워낙 잘하고 최고의 선수라서 예전부터 우상 같은 느낌이 있었다.


Q. 우상인 '페이커' 이상혁과 함께 뛰게 됐는데, 기분이 어떤가?

아직 상혁이 형과 스크림은 안 해봤지만, 굉장히 설렌다. 서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인 미드와 원딜이기 때문에 함께 잘하고 싶다.


Q. 해외로 이적하는 선수도 많은데, 해외 진출을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해외 이적은 아직까지 생각해본 적이 없다. 경력을 더 많이 쌓고 해보고 싶다. 아직 국내에서 보여준 것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Q. SKT T1 입단 소식에 대해 가족, 친구를 비롯한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

다들 축하를 많이 해줬다. 엄마, 아빠가 대견하다며 더 열심히 해서 원하는 목표를 이루라고 말씀하셨다. 친구들도 모두 축하해줬다. 진에어 그린윙스 팀원들도 우리도 열심히 할 테니 가서 잘 하라며 축하해줬다. (진에어 선수들이 부러워하진 않았나?) 약간 부러워하는 것 같았다(웃음).



Q. 진에어 그린윙스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팀이 부진해도 경기력과 원딜 지표에서 항상 뛰어난 모습을 보여줬는데, 비결이 무엇인가?

원래 원딜이 그런 포지션인 것 같다. 다른 포지션은 불리해도 앞에서 맞아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원딜은 사거리가 길어서 불리하든 유리하든 뒤에서 야비하게 때리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팀원들 모두 말려도 나 혼자 안 죽고 성장하면 1인분이 가능하다. 불리할 때 라인을 몰아 먹진 않았지만, 정글은 확실히 많이 빼 먹었던 것 같다(웃음). '엄티'의 정글 몹을 많이 먹었다. 그런데 원래 정글이 중후반으로 갈수록 딱히 클 필요가 없다. 원딜이 크는 게 가장 중요하다.


Q. 진에어 그린윙스에서 '살아있는 넥서스'라는 별명도 있을 정도로 존재감이 컸다. 하지만, SKT T1의 멤버가 워낙 화려하기 때문에 과거보다 덜 주목받을 수 있는데?

딱히 신경 쓰지 않는다. 원래 한 명만 돋보이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섯 명 모두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팀이 승리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서 괜찮다.


Q. 진에어 그린윙스에서 좋은 모습을 선보였지만, 만년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아쉬움이 많이 남았을 것 같은데?

많이 아쉬움이 남는다. 가장 아쉬운 건 서포터가 자주 바뀌어서 합을 많이 못 맞춰 시즌 초반에 말리는 경우가 많았다. 항상 시즌 중후반부터 경기력이 올라와서 많이 아쉽다.


Q. 지난 섬머 시즌 초반에는 비원딜 메타가 유행하면서 '비원딜메타의 가장 큰 피해자'라는 평가도 들었는데?

피해자인 것 같다(웃음). 내가 비원딜 챔피언을 못 하는 건 아니다. 다른 원딜 선수들과 비교해서도 평균 이상이다. 그런데 내가 비원딜 챔피언으로 캐리는 못하겠더라. 원딜 챔피언을 할 때만큼의 포스는 안 나왔던 것 같다.


Q. 점점 메타가 초반 교전 지향으로 가고 있다. 최근에 적용된 포탑 방패 패치를 봐도 교전 중심 메타가 계속될 전망인데, 원딜로서 활약하기 힘들지 않을까?

원래 원딜이 중후반에 캐리를 하는 역할이다. 위가 터지면 어쩔 수 없이 져야 한다(웃음). 위를 믿고 할 생각이다.


Q. 향로 메타와 현재 메타 둘 중 무엇이 더 마음에 드나?

그래도 향로 메타보다는 지금 메타가 더 좋다. 향로 메타에서는 너무 바텀 게임이라서 다른 라이너들이 쓸모가 없었다. 물론 나는 재밌지만 다른 세 명이 재미없을 것 같다.



Q. 앞으로 최고의 서포터 중 한 명인 '마타' 조세형과 함께 한다. 어떨 것 같나?

'마타' 형이 약간 센 이미지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착하고 말도 잘 들어줬다. 앞으로 많이 합을 맞춰야 할 것 같다. 아직은 합을 맞춘지 얼마 되지 않아서 보완해야 할 것이 많다.


Q. '에포트' 이상호와 호흡은 어떤가?

방송할 때 '노잼' 이미지로 가서 '노잼'인 줄 알았는데, 내가 재밌는 얘기를 하면 잘 호응해준다. 재밌는 선수였다. '마타', '에포트' 두 선수 모두와 합을 맞춘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잘 모르겠다. 그래도 둘 다 잘 하는 선수니까 함께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물론, 나도 잘 해야 한다.


Q. 작년의 '슈퍼팀'이 kt 롤스터였다면, 2019 시즌의 슈퍼팀은 SKT T1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엄청난 관심을 받는 만큼 부담감도 클 것 같은데?

관심을 받는 것이 솔직히 좋다. '관종'이라서(웃음). 그래서 관심을 받는 만큼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 많은 관심에 대해 감사드린다. 부담감은 없다.


Q. '칸', '클리드'와 원래 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는데, 같은 숙소를 사용하니 어떤가?

다들 재밌다. 특히, 솔로 랭크를 할 때 굉장히 많은 말이 오고 간다.



Q. 개성이 뚜렷한 다섯 명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처음에는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합을 많이 맞춰야 할 것 같다. 스크림 판 수가 중요하다. 서로를 존중하며 연습을 잘 해야 할 것 같다. 아직 본격적으로 연습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서로 존중하려고 노력 중이다.


Q. 2019 LCK 스프링 시즌을 어떻게 예상하나? 리빌딩 된 팀 많고, 강력한 신생 팀도 많다.

원래 kt 롤스터가 그랬듯이 처음에는 무언가 안 맞을 수도 있어서 조금 불안하긴 하다. 모든 팀들이 치열하게 치고받을 것 같다. 벌써 누가 우세할 것 같다고 말하긴 힘들다. 시즌 중반부터 느낌이 올 것 같다. 일단 붙어봐야 안다.


Q. 가장 경계하는 팀이나 상대 선수가 있나?

딱히 경계하는 팀이나 선수는 없다. 우리만 잘 하면 될 것 같다.


Q. 벌써부터 2019 롤드컵 얘기가 나오고 있다. 내년에는 올해와 다른 롤드컵 결과가 나올까?

이번 롤드컵에서 LCK 팀들의 평소 경기력이 나오지 않은 것 같아서 아쉬웠다. 내년에 내가 가게 된다면 열심히 해서 LCK에서 하는 것만큼 롤드컵에서 잘 하고 싶다. 내가 롤드컵에 아직 갔던 적이 없어서 "LCK의 위상을 되찾겠다"라는 말은 못 하겠다(웃음). 롤드컵에 한 번이라도 가봤으면 그런 포부를 말했을 것 같다.


Q. 인터뷰를 마칠 시간이 다가왔다. 여담으로 유저들에게 원딜을 잘 하는 팁을 준다면?

원딜은 잘 하기 쉽다. 세 가지만 알면 된다. CS를 잘 먹는 것, 딜을 잘 넣는 것, 죽지 않는 것이다. 다른 포지션은 로밍도 잘 해야 하고 어려운데, 원딜은 피지컬만 좋아도 반 이상 먹고 들어간다. 교전에서 일단 상대의 주요 스킬을 집중적으로 본다. 다른 방향에서 상대가 올 것 같으면 콜로 듣고 피한다. 교전 때 맵까지 수시로 보기는 어렵다. 라인전에서는 웬만하면 시야를 잡고 있을 때 압박한다. 시야를 확보하면 웬만하면 상대 정글러가 오는 것이 보인다. 시야를 확보하지도 않았는데, 압박하다가 갱을 당해서 죽으면 그건 트롤이다.


Q. 2019 시즌에 임하는 각오와 목표를 들려달라.

'슈퍼팀' 소리를 많이 듣는데, 나는 모르겠지만, 탑-미드-정글-서포터 선수들 모두 경력도 좋고 잘 하는 선수들만 모였다. 나도 좋은 경력을 만들고 싶기 때문에 열심히 할 생각이다.


Q. 끝으로 진에어 그린윙스와 SKT T1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진에어 그린윙스에서 응원해주셨던 팬분들 모두 감사드린다. 다음 시즌 SKT T1에서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 응원을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