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규제 소식으로 전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지난 7일 13시경 CCTV에서 송출된 30초간의 짧은 뉴스가 모든 화제의 시발점이다.

"온라인 게임 도덕위원회가 최근 설립됐습니다. 해당 위원회는 도덕적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인터넷 게임 20종에 대해 우선적으로 평가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온라인 게임 주관 부문은 11개 게임에 대해 운영사 측에게 수정을 요구했으며, 9개 게임에 대해서는 '비준'을 불허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파격적인 뉴스다.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지상파 9시 뉴스에서 게임 규제 소식이 전해진 것과 같다. CCTV라는 채널이 중국 내에서 가지는 입지와 의미를 생각하면, 해당 뉴스가 갖는 무게감을 알 수 있다. 최근 국내에도 꾸준히 전해지는 중국 내 게임 규제 정책이 단순히 허투가 아님을 새삼 깨닫는 대목이다.

의문이 남는 이유는 하나다. 2000년대 후반부터 중국의 게임 시장은 그야말로 급격한 성장세를 보여왔다. 단순한 메신저 서비스 기업이었던 QQ는 전세계에 내로라하는 IT 기업 '텐센트'가 되었고, 메일 및 뉴스 웹사이트였던 163은 오늘날의 '넷이즈'가 되었다. 이 성장의 기반은 모두 게임이었다.

특히나 최근 몇 년 들어서 중국 게임 산업은 전세계의 중심이 됐다. 소비 시장으로서도 매력적이고, 수출하는 상품마저 경쟁력을 갖췄다. 한창 그 동세가 거세어 전세계 게임 시장의 중심지가 중국으로 변해가고 있던 차였다.

그런데 그 흐름이 자발적으로 끊긴 셈이다. 그것도 중국 정부 차원에서의 규제다. 그 배경은 무엇인가?





우선 화제의 중심이 된 '온라인 게임 도덕위원회'를 살펴보자. 중국 국영 매체 '신화사'의 보도에 따르면, '온라인 게임 도덕위원회'는 중국 중앙선전부 산하의 기구다. 기업들이 사회적인 이익을 우선하도록 돕고, 게임 내에 담긴 이데올로기의 향상을 꾀하여 인민에게 건강하고 유익한 문화오락상품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해당 위원회는 '학교', '전문기구', '매체', '산업 협회' 등 인터넷 게임 및 청소년 문제 관련 전문가와 학자로 구성되어있으며, 도덕적 그리고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켰거나 혹은 그럴 소지가 있는 게임들에 대해 도덕적 평가를 진행한다.

중국 게임 업계도 해당 기구의 출현에 상당히 당황한 눈치다. 중국 내 유명 게임 개발사에서 재직 중인 관계자는 "현재 중국 게임 업계는 도덕위원회의 느닷없는 출현에 적잖이 당황한 상태"라며, "위원회의 평가 기준이나 평가 대상이 될 게임들에 대해 여러가지 말이 오고가고 있지만, 확실한 공지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봐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실 온라인 게임 도덕위원회는 과거 그 전모가 얼핏 드러난 바 있다. 지난 5월 30일, 중국 북경에서는 '안전한 인터넷, 건강의 수호 - 청소년 인터넷 게임 중독의 위험성 및 대책' 심포지엄이 개최된 바 있다. 해당 심포지엄에는 각계 인사가 참여해 인터넷 중독 문제의 현황과 대책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으며, 중국교육학회 가정교육전문위원회 부이사장 '왕대룡(王大龙)'이 현장에서 최초로 '온라인 게임 도덕위원회'를 언급했다.

▲ 중국교육학회 가정교육전문위원회 부이사장 '왕대룡' (출처 : xdf.cn)

"청소년의 인터넷 게임 중독 예방에 있어서 미디어는 대체불가능할 정도로 큰 역할을 차지합니다. 온라인 게임 도덕위원회를 설립해 조사, 심사, 평가, 감찰 등을 담당하게 할 수 있죠. 위원회는 매체, 정부, 학교, 전문가, 교사, 가장, 학생 등 다방면에서 모집하는 겁니다"

당시 그가 발언했던 내용은 현재까지 밝혀진 '온라인 게임 도덕위원회'의 구성과 대동소이하다. 아울러 해당 심포지엄에서는 또 다른 흥미로운 제언이 있었는데, 중국정법대학 정보통신법센터 연구원 겸 부교수 '주외(朱巍)'의 발언이다.

"한국 국회는 2011년 4월 29일 관련 제도(강제적 셧다운제)를 가결한 바 있습니다. 16세 이하의 청소년이 야간에 온라인 게임을 못하도록 차단했죠. 한국 게임 산업은 이 법안에 반대했습니다. 수익의 악화를 우려해 위헌으로 기소하기도 했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한국 법정이 이를 기각했습니다."

그는 한국의 '강제적 셧다운제'를 예시로 들며 청소년 대상 게임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미성년자가 자신의 나이에 부적합한 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명확한 법률적 규정이 필요하다. 사실 게임 회사의 수익 중 대부분은 성인에서 비롯되기에 이런 규정을 시행한다 해도 큰 손해가 발생하진 않을 것"이라 발언하기도 하는 등 청소년 보호 정책이 게임 산업의 쇠락을 부르지 않을 것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앞서 언급된 두 인물은 모두 게임 산업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왕대룡은 "온라인 게임은 일종의 전자 헤로인과 같다. 특히 청소년의 심리뿐만 아니라 신체에도 큰 손상을 입힌다"라고 발언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 청소년 게임 시간 규제의 아이콘이 된 '왕자영요'

전체적인 시선은 청소년 보호에 맞춰지고 있다. 과거의 흐름 역시 일맥상통한다.

지난 2017년 7월에는 텐센트가 자사의 대표 모바일 게임 '왕자영요'를 대상으로 청소년 대상 셧다운제를 시행했다. 2017년 10월에는 판호를 담당하는 광전총국 측이 배틀로얄 장르가 사회주의 핵심 가치와 청소년의 심신 건강을 해친다고 평가했다.

2018년 4월에는 크로스파이어를 비롯한 50개 게임을 대상으로 콘텐츠 재검열이 실시될 예정이라는 소식이 들리기도 했으며, 8월에는 청소년 근시 예방을 목적으로 중국 내 인터넷 게임 총량제가 실시됐다. 최근에는 왕자영요가 미성년자로 의심되는 유저를 대상으로 '얼굴 인증'을 진행해 화제가 됐다.

이 모든 것이 1년 반 내에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그 저의는 무엇일까? 중국 정부는 정말로 청소년의 건전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자국 게임 산업을 옥죄는 것일까? 청소년에 가려진 숨은 뜻을 찾기 위해선 중국의 '검열'을 이해해야 한다.

중국 근현대사의 핵심 키워드 3개로 '공산당', '계몽', '체제 붕괴'를 꼽을 수 있다. 공산당의 일당 독재를 위해선 시민들의 계몽이 이루어져선 안 된다. 계몽이 이루어지면 체제 붕괴의 가능성이 생겨난다. 그리고 계몽의 씨앗은 앞서 언급한 청소년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터넷은 너무나 자유롭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황금방패를 세웠다. 금순공정이란 이름으로 해외 인터넷 서비스를 자국 내 서비스로 대체시켰다. 페이스북은 웨이보로, 유튜브는 아이치이로 바뀌었다. QQ와 위챗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플랫폼 구축 작업은 순조로웠다.

게임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했다. 게임에는 '내러티브'가 담겨있다. 특히 온라인 게임은 사람이 모이는 '광장'의 성질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누구나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이러한 콘텐츠를 제한 없이 허용하는 건 중국 정부 차원에서는 큰 부담이었다. 그 부담을 덜기 위해 탄생한 것이 '판호'다.

▲ 출판 라이센스 '판호' (출처 : 바이두 백과)

온라인 게임 금지 요소

- 중국 헌법을 위반하는 모든 것
- 중국 국가 통합, 일치성, 주권을 위협하는 모든 것
- 국가의 이익, 안보를 해치는 모든 것
- 민족, 인종, 종교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거나 민족 전통과 문화를 해치는 모든 것
- 중국 정부의 종교 정책에 반하는 미신을 조장하는 모든 것
- 음란물, 약물, 폭력, 도박에 대한 모든 것
- 공공 도덕이나 중국의 문화 및 전통을 해치는 모든 것
- 중상, 모략 및 권리를 침해하는 모든 것
- 법을 위반하는 모든 것

한편 지난 10일, 시진핑 주석은 북경에서 개최된 '세계인권선언 70주년 좌담회'에 인사말을 전했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 공산당은 태초부터 인민의 행복과 인류의 발전을 목표로 분투해왔다."며, "시대가 발전하며, 인권 역시 진보하고 있다. 중국은 인권의 보편적인 원칙과 현시대적 요소를 결합해 국가 실정에 맞는 인권 발전의 길을 걷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