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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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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펜타그램 해체의 전말 - 일본 e스포츠 팬의 하나 된 목소리

박태균 기자 (Laff@inven.co.kr)

2018년 11월 30일 오후 3시, 라이엇 게임즈 재팬(이하 라이엇 JP)이 공식 홈페이지에 한 게시글을 등록했다. 바로 일본 프로게임단 펜타그램의 2019 LJL(League of legend Japan League) 출전권 계약을 거부했으며, 해당 자리를 채울 새로운 프로팀을 공모한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공지가 등록되고 약 2시간이 지난 후 펜타그램도 SNS를 통해 LoL 프로팀 해체를 발표했다. 펜타그램은 해체 선언문을 통해 '지금까지 응원해준 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는 인사말을 전했지만, 정작 일본 e스포츠 팬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극히 일부의 팬만이 아쉬움을 표했고, 대다수의 팬이 '당연한 결과', '자업자득', '드디어 악이 사라졌다'라는 등 조소 섞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무엇이 한때 일본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프로팀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했을까. 이야기의 시작은 2월 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일 라이엇 게임즈 재팬은 공지를 통해 펜타그램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 페널티를 부과했는데, 그 행위는 '다라' 전정훈과 '터슬' 이문용의 재류 카드(일본의 외국인 신분증) 소지 의무를 강제로 위반하게 만든 것이었다.


해당 공지를 접한 팬들은 저마다 불쾌함을 표했다. 외국인 용병에 대한 저질 행위에도 불구하고 페널티 수위가 미미하다는 이유였다. 그리고 5월 '다라' 전정훈이 돌연 은퇴를 선언하며 팬들의 불쾌함은 분노로 변했다. 저마다 펜타그램과 라이엇 게임즈 재팬을 비판하기 시작했고, 결국 라이엇 게임즈 재팬은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하며 LJL 참가팀과 선수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약속했다.

한편, 펜타그램은 라이엇 게임즈 재팬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상황이었다. 와중에 '다라' 전정훈이 인터뷰를 통해 당시 상황과 심경을 밝히며 팬들의 분노에 불을 붙였다. 그들은 SNS를 포함한 각종 커뮤니티에서 펜타그램을 비난하기 시작했고, 몇몇 열성 팬들은 해당 사건과 일본 팬들의 여론을 정리해 해외 매체에 제보하기도 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펜타그램이 뒤늦게 입장 표명문을 게시했지만, 사과 없는 애매한 변명에 논란은 전혀 사그라들지 않았다.

곧이어 시작된 2018 LJL 섬머 스플릿에서 진기한 현상이 연출됐다. LJL 4연속 우승 팀인 펜타그램이 모든 LJL팀과의 승부 예측 대결에서 압도적인 차이로 열세를 보인 것이다. 해당 투표는 트위터 해시 태그로 집계되기에 실제 실력을 반영한다기보다 인기투표의 성향이 강하다. 하지만, 오히려 그 부분이 더욱 큰 의미를 지녔다. 펜타그램에 대한 팬들의 불만이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 출처 : LJL 공식 중계 화면

실제로 투표 결과가 공개될 때마다 현장 관중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온라인 시청자들도 '제대로 된 결과', '정의는 이긴다', '인기를 되찾을 순 없을 것'이라는 등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이러한 반응은 대회 개막일부터 펜타그램의 마지막 경기였던 플레이오프 준결승까지 이어졌다. 지금껏 최고의 인기를 뽐냈던 펜타그램이었지만, 비도덕적인 행동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더없이 냉정했다.

팬들의 항의 활동은 오프라인에서도 이어졌다. 8월 4일 크레스트 게이밍 액트(이하 CGA) 대 펜타그램의 경기가 끝난 후 승리를 거둔 CGA가 펜타그램 측 부스로 이동해 팬들에게 인사하는 장면이 중계 화면에 잡혔다. 하지만, 펜타그램의 응원석에는 단 한 명의 팬만 앉아 있었다. 단지, 어느 쪽을 응원하는지 알 수 없는 몇 명의 팬들만이 멀찍이서 박수를 보낼 뿐이었다.

펜타그램은 최악의 여론과 함께 선수들의 경기력 부진까지 겹쳤다. 결국 그들은 2018 LJL 섬머 스플릿 정규 시즌을 3위로 마감한 후 플레이오프 준결승에서 무너지며 실력 면에서도 최고의 자리를 놓쳤다. 펜타그램은 팀을 해체했다.

▲ LJL 경기장을 찾아 응원하는 일본 e스포츠 팬들 (출처 : LJL 공식 트위터)

약 10개월 동안 일본 e스포츠계를 흔들었던 이번 사건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부분은 바로 팬들이 하나로 뭉쳐 같은 목소리를 냈다는 점이다. 그들은 자국의 소중한 e스포츠 문화가 부끄러워지지 않길 바랐다. 일본 e스포츠의 성장을 이끈 외국인 용병의 상처 받은 마음을 달래주고자 했고, 한때 최고의 팀이었다는 이유로 펜타그램의 잘못을 감싸주지 않았다. 그들은 치부를 숨기는 대신 전면에 드러냈고, 행동은 마침내 결과를 낳았다.

이로써 일본 e스포츠 팬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상처를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올바른 e스포츠를 만드는 주체는 팬이라는 것을 똑똑히 확인했다. 향후 LoL을 포함한 모든 e스포츠 종목에서 부조리한 행태가 나타난다면, 그들은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또다시 움직일 것이다. 펜타그램이 남긴 흉터는 한층 성숙한 일본 e스포츠 문화를 꽃피우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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