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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2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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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조금 아쉽지만, 몰입도는 여전했다 '배틀필드V'

김규만 기자 (Frann@inven.co.kr)

2016년 여름, 처음으로 배틀필드1의 트레일러가 공개됐을 당시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대규모 멀티플레이 FPS 장르로는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는 '배틀필드' 시리즈가 돌연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최신작을 발표했던 것이다. 거기에 비슷한 시기에 신작을 발표했던 '콜 오브 듀티'가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인피니티 워페어'를 발표하면서, 두 신작에 대한 게이머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리기도 했다.

물론 트레일러의 연출이나 배경음으로 사용된 곡 Seven Nation Army의 영향도 컸겠지만, 당시 게이머들이 배틀필드1의 트레일러에 그토록 열렬한 반응을 보였던 것은 그동안 좀처럼 경험할 수 없었던,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했기 때문일 것이다. FPS 게이머의 입장에서 본다면, 말을 타고 소총수에게 돌진하고, 중세 갑옷을 입은 람보가 등장하는 1차 세계대전은 신선함 그 자체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모두가 알다시피, 배틀필드 시리즈는 이후 '배틀필드V'라는 이름의 신작을 내놓았다. 정식 넘버링은 4 이후를 따르지만, 세계관은 배틀필드1에 이어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했다. 외전 격으로 출시된 '배틀필드 1943'을 제외하면, 2002년 출시된 '배틀필드 1942'이후 16년 만에 2차 세계대전으로 다시 돌아간 것이다.

배틀필드 1942 이후 약 16년 동안 게임은 물론이요, 수많은 미디어가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문화 콘텐츠를 대중에게 선보여 왔다. 지금이야 그 수가 예전에 비해 많지 않지만, 이제는 까딱 잘못하면 한없이 진부해질 수 있는, 그런 소재가 된 것이다. 다시 유저들이 이 소재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만들 자신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배틀필드V'는 다시 2차 세계대전을 재조명하기로 결심했다.


처음으로 선보였던 트레일러, 이후 DICE 전 CEO의 발언, 그 모든 상황과 이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이 '배틀필드V'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던 것은 맞다. 하지만, 이번에서는 게임 외적인 부분은 차치한 채, 2차 세계대전으로 돌아간 '배틀필드V'가 이토록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다소 진부해진 2차 세계대전이라는 소재에 신선함을 불어넣기 위해, DICE는 게임을 처음 발표할 당시부터 "2차 세계대전에 대해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다루겠다"고 밝혔다. 사실, 대규모 멀티플레이 위주의 게임에서 잘 알려진 이야기든,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든 하는 것은 큰 상관이 없음에도 말이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였던 것은 전작인 '배틀필드1'의 싱글플레이 모드인 '워 스토리' 때문이었다. 워 스토리 모드는 캠페인마다 등장하는 주인공의 시점으로, 플레이어에게 1차 세계대전의 모습을 보다 폭넓게 전달한 것으로 호평을 받았던 모드다. 물론, 대부분의 미션이 대규모 전투보다는 나 홀로 적진에 침투하는 잠입 스타일에 치중되어 있어 비판도 받았지만, 당시에는 처음 선보인 방식의 싱글플레이 콘텐츠였던 만큼, 조금만 더 잘 다듬으면 괜찮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남기기도 했다.

▲ 이런 허허벌판을 기대한 것이 아닌데

하지만, 2차 세계대전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전달해 줬어야 할 '배틀필드V'의 워 스토리 모드를 플레이해보고 든 소감은 전작에서 발전한 것이 거의 없다는 것뿐이었다. 스토리는 그렇다 치고, 여전히 게임플레이는 적에게 들키지 않고 잠입을 해야 하는 구간이 대부분이었으며, 그 과정에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느끼기도 했다. 물론, 잠입하지 않고 정면으로 돌파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혼자서 모든 적 병사들을 상대해야 하니 스트레스를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배틀필드를 하는 대부분의 유저들은 '어차피 배틀필드의 싱글플레이는 본 게임 전의 튜토리얼이나 마찬가지 아닌가?'라고 생각하기에 큰 문제는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게임플레이는 워 스토리가 강점으로 내세우는 스토리를 전달하는데도 크게 좋을 데가 없었다. 혼자서 적진 세 곳을 무력화시키고 돌아오면 다시 스토리가 이어진다고? 어떤 방식으로든 원하는 대로 싸우면 된다는 자유도를 부여한 것은 좋았지만, 그만큼 스토리의 박진감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싱글플레이에 대해서 더 아쉬웠던 것은, 지난 12월 7일 첫 타이드 오브 워 시즌, '챕터1: 서곡' 업데이트와 함께 등장한 싱글플레이 캠페인 '마지막 티거 전차'가 퍽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해당 캠페인은 독일이 패망하기 직전 티거 전차의 전차장을 주인공으로, 몰락해가는 독일 진영과 자신들이 교육받은 이념이 잘못됐음을 깨닫는 독일군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지금까지 게임에서 독일군 장교의 시선으로 몰락하는 제3제국의 모습을 연출한 사례는 드물었고, 이러한 이야기를 배틀필드 시리즈만큼이나 화려한 그래픽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개발사도 많지 않다. 그만큼 '워 스토리'모드는 상당한 가능성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배틀필드V'에서는 결과적으로는 메인 콘텐츠인 멀티플레이의 들러리 역할 정도밖에 하지 못했다.

▲ 인상깊었던, 그래서 더 아쉬움이 컸던 '마지막 티거 전차' 챕터

그렇게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실패한 '배틀필드V'에게는 전작과 비교해 다양한 변화를 꾀한 멀티플레이만이 남게 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배틀필드V'에서 추가된 변경점들은 진부한 2차 세계대전 소재를 그렇게 신선하게 만들어주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전작인 배틀필드1에서 크게 변경된 사항은 캐릭터 커스터마이즈가 추가된 것과 병과 별 특성이 보다 세밀해졌다는 것, 그밖에 분대 전투를 강조하기 위해 다양한 시스템 상 변경이 생긴 것을 이야기해볼 수 있다.

캐릭터 커스터마이즈는 공개 초기에 말이 많았던 의수와 같은 요소들은 삭제되었으며, 성별과 인종, 생김새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를 원하는 병과에 지정해줄 수 있게 됐다(추축국 진영은 유색인종을 선택할 수 없다). 또한, 원하는 상의와 하의를 착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각 총기의 경우도 전작보다 세밀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했다. 이후 시즌제 무료 업데이트인 타이드 오브 워 시스템을 통해 다양한 치장성 아이템이 추가되며, 소액결제를 통해서 구매할 수 있는 치장성 아이템의 종류도 늘어날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 커스터마이징 시스템은 생각보다 게임 플레이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사실, 실제 게임플레이는 여느 '배틀필드' 시리즈들 만큼이나 빠르게 몰입해 플레이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번 작품에만 추가된 진지 구축, 분대장이 포인트를 모아 기갑 장비를 불러내는 방식의 시스템은 처음 개발사가 의도한 대로 유저들이 분대 전투를 보다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 의무병은 다른 병과들보다 빠르게 아군을 치유할 수 있고, 정찰병은 부활 신호기를 전장에 설치해 사망한 아군을 빠르게 복귀시킬 수 있는 등 병과별 특성도 전작에 비해 더욱 명확하게 구분하려는 시도를 보였다.

거기에 더해, 전작에서는 보이는 적군을 Q 버튼(키보드 기준)을 활용해 탐지하면 일정 시간 동안 상대의 위치가 화면에 표시됐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해당 기능을 삭제했다. 이에 대해 일부 유저들은 커스터마이징 때문에 안 그래도 어려워진 피아 식별이 더 어려워졌다는 반응을 보이는 한편, 일부 유저들은 게임플레이가 보다 직관적으로 변화한 것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적의 위치를 노골적으로 화면에 표시하는 탐지 기능의 부재에 대해 처음에는 부정적이었으나, 게임을 수차례 하다 보니 그 생각이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 전작이었다면 특정 위치에 숨어 계속 저격을 할 경우 쉽게 위치가 발각됐지만, 배틀필드V에서 상대방을 인식하기 힘들어진 것은 나나 상대나 똑같다. 조금 더 상황에 집중하기만 한다면, 좋은 성적을 얻는 것도 가능했다.

▲ 총을 쏘는 '손맛'도 역시 배틀필드 시리즈 다웠다.

종합하면, 시리즈 상 처음 선보이는 여러 가지 요소를 시도했지만 결국 '배틀필드V'는 시장에 나와있는 수많은 2차 세계대전 FPS중 하나가 되었다. 아무리 볼트 액션 소총을 당기는 손맛이 독보적이어도, 그것만으로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 마음을 돌린 게이머들에게 어필하기에는 부족했던 모양이다.

'2차 세계대전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라는 흥미로운 주제를 제대로 전달하는 데 실패한 싱글플레이와 그저 또 하나의 '배틀필드'같은 멀티플레이 게임을 마주하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것이었다. 그 많던 게임 외적인 소동이 없었다고 가정하면, 과연 배틀필드V에 대한 게이머들의 인식이 지금과 다를 수 있었을까? 물론 어느 정도 다를 수는 있겠지만, 지금까지 플레이를 통해 경험한 것을 생각해 본다면 전작 '배틀필드1'만큼의 호응을 얻어낼 수는 없었을 것이 확실하다.

이제 막 타이드 오브 워 시즌을 시작한 배틀필드V는 2019년 3월까지 업데이트 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출시 전 약속대로라면 앞으로도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콘텐츠를 업데이트해 나가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이어가겠지만, 지금과 같은 게이머들의 반응 속에서 실제로 게임을 즐기는 유저층을 꾸준히 확보하기 위해서는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업데이트가 예정된 협동 모드와 배틀로얄 모드인 '불의 시험'이 그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는, 2019년 3월이 되어서나 판가름 날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출시되고 있는 배틀로얄 게임들이 '배틀그라운드', '포트나이트'로 양분된 상황을 타개하지 못 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큰 기대를 하기는 힘들 것 같다.

▲ 내년에 추가될 배틀로얄 모드가 신선함을 보여줄지는 아직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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