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에게 2018년은 어떤 한 해였나요. 2018년의 마지막이 몇 주 안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한 해를 돌아보게 됩니다.

그리고 2018년에 '다시 태어났다'고 말할 정도로 특별한 한 해를 보낸 분이 있습니다. 오버워치라는 게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꽃빈' 이현아 게임단주인데요. 한 가정의 엄마이자 스트리머를 넘어 오버워치 팀 러너웨이의 게임단주이자 국가대표팀 위원회까지 수많은 활동으로 팬들과 함께 했죠. 그렇게 쉴 틈 없는 일정을 소화해내며 누구보다 바쁜 한 해를 보냈답니다.

수많은 자신의 역할 중 하나를 해내기 쉽지 않았던 상황. '꽃빈' 게임단주는 어떻게 하나도 포기하지 않았을까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고민과 결정을 내려야 했던, 그렇지만 행복했던 그녀의 2018년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Q. 최근 캐나다에 다녀왔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다녀오게 된건가요.

밴쿠버 타이탄즈가 팀 창단과 관련한 공식 발표를 생방송으로 하는데, 대표님이 저도 거기 나왔으면 한다고 해서 가게 됐어요. 러너웨이 1기가 방송에 나오는데, 제가 출연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해서 다녀왔습니다.


Q. 오랫동안 함께 했던 러너웨이 1기 팀원들과 이제 떨어지게 됐어요. 밴쿠버와 계약을 마치고 어떤 생각이 들던가요.

처음 밴쿠버와 계약했을 때 섭섭한 마음이 들었어요. '이제 같이 무대에 서지 못하는구나'라는 아쉬움 같은 게 있었죠. 그래도 오피셜을 발표할 때는 후련했어요. 그동안 팀과 관련한 말들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더라고요. 제가 공식적으로 말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이제 선수들도 자신이 이제 밴쿠버 타이탄즈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고, 저도 러너웨이가 밴쿠버에 갔다는 말을 편하게 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Q. 이렇게 모든 팀원들이 리그로 갈 거라고 예상한 적 있었나요?

예상은 못 했습니다. 그래도 다 같이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해왔죠. 저 역시 팀원들이 리그로 갈 수 있게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막상 리그에서 제안이 왔을 때는 팀 단위로 같이 가고 싶은지 선수들의 의사를 물어봤어요. 팀으로 가면 개인 협상은 쉽지 않은 경우도 있거든요. 다행히 리그 팀과 잘 협상해서 다 같이 갈 수 있게 됐죠.


Q. 러너웨이 1기 팀에 정말 오랫동안 함께 해온 팀원들이 있어요. 팀원 개인이 다른 팀으로 이적하지 않고 끝까지 같이 갈 수 있었을까요.

오랫동안 함께 해오다 보니 믿음이 생긴 거 같아요. 다 같이 리그로 가보자고 하면서 대회를 준비했죠. 그렇게 서로를 잘 알게 되면서 팀 합도 잘 맞게 됐고요. 팀원 개개인이 리그로 갈 기회가 있기도 했어요. 그런데, 팀원들이 저평가 받거나 계약이 틀어지는 경우가 있었죠. 그래서 팀원들이 속도 많이 상하고 힘들어하기도 했고요. 그래도 컨텐더스 시즌2는 마지막으로 모두가 열심히 해보자는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Q. 이번에 많은 리그 팀에서 오퍼가 왔다고 들었는데, 밴쿠버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팀원들 입장에서 가장 우선해야 하는 건 연봉이죠. 우리가 보기에 이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리그 팀에서 인정해주는지를 봤어요. 제가 마음에 들더라도 선수들이 받아들이지 못할 연봉이면 안 가거든요. 그래서 선수들의 능력을 인정해주는 팀인 밴쿠버 팀을 선택하게 됐고요.



Q. 컨텐더스 우승부터 리그 진출까지 많은 걸 이뤘는데, 바로 러너웨이 2기 팀을 창설했어요. 2기 팀도 만든 이유가 있다면?

'박수칠 때 떠나라'라는 말도 많이 들어봤어요. 팀을 운영하면서 행복한 일도 있지만, 힘든 경우도 많거든요. '러너'님까지 군대를 가면서 팀을 혼자 운영하기는 더 쉽진 않았죠. 그래서 1기까지만 하고 좋게 마무리해야 할지 고민을 하기도 했어요. 그래도 오랫동안 쌓아온 러너웨이만의 게임단을 운영하는 '노하우'를 그냥 버리기엔 너무 아까웠죠. 주위에 e스포츠 관계자들과 투자자분들도 계속하길 바라더라고요.

어쨌든 러너웨이를 만든 건 '러너'님이잖아요. '러너'님도 힘들면 그만하자고 말하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러너웨이 팀을 운영하는 게 '러너'님의 꿈이기도 했고요. 그 꿈을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도 들어서 2기도 계속하게 됐습니다.


Q. 지금 컨텐더스에서 3연승을 달리고 있어요. 준비 기간이 다른 팀에 비해 짧은 편인데, 어떻게 이런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러너웨이 1기가 리그팀을 완료하고 2기도 하겠다고 마음먹긴 했어요. 그런데, 밴쿠버 팀 계약 때문에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는 상황이었죠. 우리는 당장 팀 전체를 새로 바꿔야 하는데... 그래서 다른 팀보다 늦게 모집된 팀이고요. 그래서 저도 솔직히 큰 기대는 안 했어요. 그냥 '발전 가능성이 큰 팀원을 키워서 점점 좋은 성적을 내자'는 게 목표였습니다. 그런데, 3연승이라는 결과를 받아보니 제가 팀원들을 다시 재평가하게 됐어요(웃음).

그리고 팀 이미지라는 것도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고 봐요. 팀원들이 우리가 이제 '러너웨이다'라는 생각에 자부심과 책임감이 생겼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Q. 러너웨이팀과 꽃빈 게임단주가 좋은 선수를 볼 줄 안다는 말들이 나오더라고요. 팀원을 선발하는 특별한 기준이 있을까요.

이제 러너웨이는 팬들이 보기에 대리 문제없는 깨끗한 팀으로 인식이 잡힌 거 같더라고요. 그런 기본적인 걸 바탕으로 러너웨이팀의 색깔에 맞춰서 뽑았어요. 팀 명이 러너웨이인 만큼 '거침없는 도망자' 같은 게임 템포 조절을 잘하는 팀원들을 뽑으려고 했어요. 지금 러너웨이 2기의 '매그' (김)태성이만 보더라도 예측할 수 없는 플레이를 하잖아요. 그런 것도 팀에서 지향하는 스타일이죠. 다른 팀원들도 그런 러너웨이의 스타일에 잘 맞춰줬고요.



Q. 러너웨이만의 스타일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군요. 그렇다면 처음에 남편인 ‘러너’가 오버워치 프로팀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그리고 합숙까지 한다고 말할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처음에는 취미로만 할 줄 알았어요. 그래서 하고 싶은 거 해보라고 했죠. 결혼했다고 본인이 하고 싶은 것도 못 하게 하면 '러너'님 입장에서 불쌍한 인생을 사는 거잖아요. 안 그래도 26살에 결혼했으니까요. 그런데, '러너'님이 하나를 시작하면 거기에만 몰두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다른 일과 육아까지 모두 놓아버리더라고요. 그래도 하나에 집중하면, 끝까지 잘 해낼 거라는 믿음은 있었어요.

그러다가 팀과 합숙한다고 했을 때 고비가 찾아왔죠. 다른 팀에 물어봐서 한 달에 어느 정도 비용이 든다는 말을 들으니 '빚쟁이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그래도 '러너'님과 팀원들한테 물어보니 합숙을 하면 피지컬이나 팀 합이 더 나아질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따로 '러너'님한테 합숙하면 정말 팀원들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겠냐고 물어본 적이 있거든요. 그때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말해서 믿고 가는 방향으로 정했습니다. 그렇게 '러너'님을 믿고 갔는데, 본인도 군대에 가더라고요.


Q. '러너'가 군대에 가면서 혼자 스트리밍부터 게임단주까지 맡게 됐는데, 해체에 대한 고민을 한 적은 있었나요.

당연히 있었죠. 그렇지만 러너웨이가 마지막 그림을 완성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팬분들이 많았어요. 선수들도 지금까지 해왔던 게 있는데, 팀이 해체되면 다 새로 해야 하는 거잖아요. '러너'님이 군대에 갔다고 제가 모든 걸 그만두면 무책임해 보일 거 같았습니다. 그래서 '러너'님만큼 제가 잘할 수는 없지만,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죠.


Q. 올해 육아-방송-게임단주-국가대표위원회까지, 이렇게 많은 역할을 모두 해내기 힘들었을 거 같아요.

2018년은 제가 다시 태어난 해죠.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새로운 분야를 경험하기도 했고, 엄마부터 사장님, 위원회, 게임단주에 스트리머까지 역할이 참 많았어요. 국가대표위원회도 주변의 추천을 받아서 했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받아서 함께 시작했거든요.

막상 여러 일을 하다 보니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한 거 같기도 합니다. 각각 역할마다 목표한 게 있는데, 모두 이루진 못했거든요. 하나라도 제대로 하고 싶은데, 내려 놓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런거보면 모든 걸 내려놓고 하나에 집중하는 '러너'님이 대단하게 느껴졌죠. 그래도 최고로 잘하진 못해도 최선을 다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끝까지 했어요.


Q. 그 많은 일을 혼자 다할 수 없을 텐데, 동료나 주변 사람들을 믿고 맡기나요?

저는 원래 남한테 부탁을 잘못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올해는 정말 그 많은 일을 저 혼자 다 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편집자들부터 팀 코치님, 가족들에게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죠. 그래도 성격상 다 맡길 수는 없더라고요. 큰 그림을 봐야 하거나 중요한 사항은 제가 꼭 참여했고요. 특히, 팀원들 먹는 건 제가 일주일에 한 번씩 장을 봐서 챙겨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이렇게 일을 맡기는 것에 대해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어요. 저를 위해서 이렇게 해준다는 게 쉽지 않거든요. 편집자분들이 저 때문에 고생해서 미안하고, 코치진은 열심히 해줘서 고마워요.



Q. 러너웨이 '오버워치 팀의 어머니'와 같은 존재인데, 국가대표팀부터 러너웨이 1, 2기까지 팀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던가요.

저는 그냥 제가 맡은 모든 팀을 진심을 다해 응원했어요. 국가대표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응원하자는 마음가짐이었죠. 러너웨이에 대해 '게임단주가 이렇게 응원하는 팀이 있나?'라는 말이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맘'소리를 들은 거 같아요.


Q. 러너웨이 팀은 게임단주의 입장에서 막연히 응원만 할 수 없지 않나요.

제 성격상 코앞을 바라보는 걸 싫어해요. 오늘 경기에서 패배했다고 해서 우리가 끝나는 게 아니잖아요. 다음 경기도 남아있고요. 게임에서 안 좋은 경기를 하면, 팀원들이 이미 커뮤니티를 확인하고 이미 상처를 많이 받은 상태예요. 실력이 좋은 데, 외부 반응 때문에 자존감이 떨어지는 거 보면 안타깝거든요. 거기서 저까지 "너네 정말 답이없다"고 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죠. 러너웨이 내부적으로 같이 "할 수 있다"고 서로 말해줬어요. 어떻게 매번 이기기만 하겠어요. 그리고 패배를 경험해봐야 또 승리하는 법도 알게되는 거니까요.


Q. 오버워치 컨텐더스와 월드컵까지 우승 현장을 경험해봤잖아요. 우승한 순간에 어떤 감정이 들던가요.

"아싸! 해냈다"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오버워치 경기를 보면, 승부를 가리는 마지막 세트나 추가시간에 손에 땀을 쥐는 순간이 있잖아요. 그러다가 승리하면 박이 '빵!'하고 터지는 것 같은 느낌 있죠. 그래서 오버워치 e스포츠를 보는 거 같아요. 다른 게임은 제가 잘 모르겠지만, 오버워치 e스포츠 경기에서 승리하는 마지막 순간은 정말 짜릿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스트리머라 그런지 승리해서 좋으면 표현하려고 해요. 요즘에는 예전처럼 경기장이 부스가 아니라서 조심하고 있긴 하죠. 상대팀도 보고 있는데, 제가 '와!'하면서 소리 지를 수는 없잖아요(웃음).


Q. 오버워치 컨텐더스를 오랫동안 해오면서 아쉬운 점이 있을까요?

오버워치 리그에 너무 몰입하진 않았나 싶어요. 리그가 잘 되려면 컨텐더스도 잘 되어야 또 새로운 선수들이 활동할 수 있잖아요. 컨텐더스 경기 수 자체도 줄어들었고요. 지원도 점점 줄어드는 거 같아서 아쉬운 면이 있죠. 블리자드 코리아분들도 미안해하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입장이니 그분들한테도 말한다고 해서 다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래도 정말 아닌 거 같은 부분은 말하면 고쳐주더라고요. 지난 시즌에 컨텐더스 경기가 평일에 몰려 있었잖아요. 팬들이 불편한 부분이었는데, 이번 시즌은 말해서 주말로 일정을 바꿀 수 있었죠.

▲ 컨텐더스 시즌2 우승 후 러너웨이 1기

Q. 캐나다와 미국으로 떠나 타지 생활하는 러너웨이 1기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러너웨이 1기 팀원들이 항상 리그를 꿈꿔왔어요. 그런 자리에 가게 됐으니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습니다. 나중에 본인들이 러너웨이 출신이었다고 말을 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합니다.


Q. 새롭게 시작하는 러너웨이 2기는 어떤 팀으로 만들고 싶은가요.

모든 게 바뀌었잖아요. 그렇지만 러너웨이만의 '노하우'가 살아있고, 선수들도 꾸준히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Q. 바쁘게 지나온 2018년을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정신이 없었던 시기였어요. 그렇지만 뿌듯했죠. 한편으로는 저를 찾아주는 분들이 많다는 거잖아요. 몸은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는 행복했죠. 내가 체력적으로 5년만 어렸으면... 이런 아쉬움도 들었고요. 내년에는 정말 유지만 하자가 목표예요. '러너웨이'라는 이름에 흠집이 나지 않도록 하려고요.


Q. 한 가정의 어머니 역할도 있잖아요. 가족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는 집에서 엄마이자 아내, 그리고 어머니와 같이 사니 딸 역할도 있거든요. 모두 잘 해내고 싶지만, 한없이 부족하더라고요. 육아는 어머니가 대신해줄 수 있는 부분이 있어요. 그런데, 생방송은 제가 아니면 진행이 안 되는 거죠. 그러다 보니 육아는 계속 미루게 됐습니다. 그래서 딸 채아한테 잘하지 못해서 속상하기도 하고요. 아내 역할도 부족할 수 있죠. 신경을 못 써줘서 가끔은 서운해하더라고요. 그래도 채아와 달리 '러너'님은 혼자 다할 수 있잖아요. 제가 하는 일들이 또 가족을 위한 거니까요.


Q.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평소 고마운 분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올 한해는 고마운 분들이 많아요. 저를 믿고 와준 선수들과 코치에게 고마워요. 팬분들은 러너웨이에 대해 '1편 다 봤으니까 이제 2편 봐야지'라는 말을 해주더라고요. 항상 믿어줘서 감사할 뿐이죠. 믿고 응원해주는 만큼 저도 최선을 다하는 게임단주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