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설명할 때 혹시 졸으셨나요?"

기자가 2번째 리바이어던 레이드를 돌았을 때 공방에서 들었던 말이다. 아직 레이드가 익숙하지 않다는 것을 사전에 이야기해주고 최대한 겸손하게 화력팀장에게 배우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컨트롤이 미숙해 실수가 몇 번 생겼었다.

그럴 때마다 옆에 있던 한 유저가 지속적으로 핀잔을 주었다. '그건 그렇게 하는 게 아닌데..', '저쪽이 계속 뚫리네' 등 하지만 미숙한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에 그 유저의 말에 화가 난다기보다는 오히려 팀원들에게 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자신감은 더욱 사라졌고, 당연히 실수도 더 잦아지게 됐다.

사실 이 이야기는 레이드를 해봤던 대부분의 유저들이 한 번쯤은 겪어봤던 경험일지도 모르겠다. 좋은 사람들과 화기애애하게 즐겼던 레이드 파티도 있었겠지만, 반대로 그렇지 못한 사람들과의 파티 경험도 모두들 있었을 것이다.




경험해본 유저들이라면 다 알고 있겠지만, 데스티니 가디언즈의 레이드 난이도는 생각보다 높은 편이다. 몬스터들의 강력함은 물론이며, 마치 퍼즐처럼 한 명 한 명의 역할이 제대로 수행되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음성 채팅을 통한 소통은 거의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게 2~3명도 아니고 무려 6명의 인원이 하나의 파티를 구성하다 보니 아무래도 의사소통 과정에서 여러 어려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문제들은 레이드 초행/반숙 유저와 숙련 유저들이 함께 파티를 구성했을 때 더 많이 나타나는 편이다.

위에서 기자가 경험했던 것처럼 숙련자가 초행 혹은 미숙 유저에게 핀잔을 주는 형태들도 있지만, 반대로 배울 의지나 태도가 불량한 초행/미숙 유저에게서도 문제의 불씨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는 단순히 공방 레이드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클랜원들끼리의 레이드 파티에서도 이렇게 서로 상처를 받는 경우들이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사실 어떻게 보면 이런 문제들은 불가피하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서로 얼굴도 모르는 6명의 사람이 한 곳에 모이다 보니 서로를 대하는 것에 당연히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성격과 성향이 모두 다른 사람들이니까 말이다.


▲ 레이드가 두려워 계속 미숙 유저로 남는 경우도 많다 (출처: 데스티니 가디언즈 인벤 자유게시판)


그럼에도 레이드 파티 내에서 '갑질'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자신이 조금 더 숙련자라는 것이 초행/미숙 유저들에게 핀잔이나 면박을 줄 수 있는 '자격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의 파티가 초행 혹은 미숙 유저들 데리고 가기로 결정을 했다면, 자신도 이를 감안해야 하는 것이 맞다. 소요되는 시간을 더 길게 예상하는 것은 물론이고, 초행/미숙 유저들의 말도 안 되는 실수들도 미리 생각해두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따라가는 초행/미숙 유저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적극적이고 노력하는 태도로 임해야 한다. 파티원들이 자신을 가르쳐주고 함께 데리고 가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설명도 더 능동적으로 듣고, 이해되지 않는 것은 바로바로 물어보는 것이 좋다.

또한, 자신이 모든 역할을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유저가 아니라면 숙련자라고 말하기보다는 반숙 유저라고 말하는 것이 파티장이 레이드를 진행하기가 더 수월해질 것이다.


▲ 정말 필요한 것들만 딱딱 요약되어있다 (출처: 데스티니 가디언즈 인벤 자유게시판)


한 번은 이런 경험을 한 적도 있다. 저녁 늦게 레이드 한 판이 하고 싶어 공방 파티를 구했었다. 한 유저에게서 자신의 클랜원 4명과 같이 가겠냐는 메시지가 왔고, 혼자만 같은 클랜이 아니라는 것이 조금 걱정됐지만 따라가기로 했다. 더군다나 기자는 그때 '마지막 소원'을 고작 1번 다녀왔기 때문에 설명을 다시 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같이 간 그 사람들은 내가 실수를 하더라도 웃음으로 넘겨주었다. 말의 어조 하나하나에서 배려심을 깊게 느낄 수 있었다. 기분 좋은 게임이었다. 꿈에서도 그 사람들과 레이드 도는 꿈을 꿀 정도로 말이다.

이외에도 기분 좋게 만드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레이드를 경험했다. 그러면서 항상 들었던 생각은 내가 숙련자가 된다면 저들처럼 초행자들에게 안심을 주고 또 파티원들을 기분 좋게 만들어 주어야겠다는 다짐이었다. 물론, 아직 숙련자가 되지는 못해서 파티 중간중간에 '뽜이띵!'을 외치는 역할만 하고 있다.




조금 더 따뜻했으면 좋겠다. 기자에게도 이런 좋은 영향력이 닿은 것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이 조금 더 배려하면 그 영향력이 더 번질 것이고 또 하나의 게임 문화가 될 수도 있다.

현실에서의 잠시 쉼터가 되어야 하는 이곳까지 '갑'과 '을'이 나뉠 필요는 없다. 조금만, 조금만 더 서로를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