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2018년 마지막 하스스톤 확장팩 '라스타칸의 대난투'가 출시됐다. 이번 확장팩을 통해 고착화 된 마녀숲 메타가 어느 정도 해소될 거라고 기대했지만, 메타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극상성 메타와 무한 밸류 카드가 하스스톤을 지배하는 구조가 계속됐다. 많은 이들이 박사붐의 폭심만만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이번 확장팩도 실패한 확장팩이 되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던 찰나, 지난 19일 블리자드가 갑작스러운 대규모 밸런스 패치를 감행했다.

드루이드의 핵심 동력인 급속 성장과 육성이 동시에 너프됐고, 극상성 가위바위보 메타의 중심에 있던 홀수 성기사, 두억시니 주술사, 왕의 파멸 도적이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 그동안 밸런스에 소극적인 자세로 관망한 블리자드가 적용한 패치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과감한 변화였다.

대격변이 이루어진 지금의 하스스톤을 하스스톤 프로게이머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지난 4일, 북미 명문 프로게임단 클라우드9(이하 C9)에 입단한 '플러리' 조현수, '던' 장현재 그리고 C9의 터줏대감이자 국내 최고의 하스스톤 인기 스트리머 '따효니' 백상현과 오랜만에 대화를 나눴다. 그들에게 C9에 입단한 배경과 지금의 하스스톤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Q. 오랜만에 인터뷰로 만나게 됐는데, 독자들에게 자기소개와 인사 부탁한다.

'플러리' 조현수 : C9에 입단한 '플러리' 조현수라고 한다.

'던' 장현재 : 오랜만에 인터뷰를 하게 돼서 반갑다. '던' 장현재다.

'따효니' 백상현 : 반갑다. C9 유명 인사 '따효니' 백상현이다.


Q. ('플러리', '던'에게) C9에 입단한 소감이 궁금하다.

'플러리' 조현수 : C9이 2018년 최고의 팀으로 선정되었다고 들었다. 주변에서 많은 축하를 받았고, 요즘 기분이 너무 좋다.

'던' 장현재 : 굉장히 영광이다. 하스스톤을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


Q. ('플러리', '던'에게) C9에 입단한 자세한 배경에 대해 말해달라.

'플러리' 조현수 : 짐작을 해보자면, 한국 유저들이 하스스톤에 관심이 많은 것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HTCK 같은 자국리그도 있고, 스트리밍 시청자도 많아서 우리를 영입한 게 아닐까 싶다.

'던' 장현재 : C9으로부터 지금의 멤버로 팀을 꾸리고 싶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고, 흔쾌히 승낙했다.


Q. ('따효니'에게)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던', '플러리', '룩삼'이 팀에 합류했다. 그들과 한 팀이 된 소감은?

'따효니' 백상현 : 친구들과 알고 지낸 지 5년 가까이 됐다. 처음에 어떻게 만났는지 잘 기억도 안 날 정도인데, 인연이 여기까지 닿게 돼서 신기하다.



Q. ('플러리', '던'에게) C9이 선수들의 어떤 점을 높이 사서 영입했다고 생각하나?

'플러리' 조현수 : 아무래도 스트리밍 부분을 높이 샀다고 본다. 하지만 단순 스트리밍 수치만 높다고 해서 영입되었다기 보다는 기존에 선수로서 쌓은 성적도 어느 정도 반영되었다고 생각한다.

'던' 장현재 : 스트리밍 부분이 작용했다고 생각하지만, 미팅 당시 선수로서의 성적도 기대한다는 말을 들었다. 개인적으로 충분히 욕심이 있다. 다들 한다면 하는 선수들이라고 생각한다.


Q. ('플러리', '던'에게) C9 소속 선수로서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플러리' 조현수 : 12월 이후로 나의 개인방송 채널에 배너가 많이 달리게 됐다. 팀과 나를 홍보하기 위해 방송과 대회 활동을 열심히 할 생각이다.

'던' 장현재 : 하스스톤 연간 계획이 나오지 않은 시점에서 활동 계획을 말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다. 그래도 선수로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Q. ('플러리', '던'에게) C9 팀의 이름값이 있기 때문에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

'플러리' 조현수 : 부담감보다 최고의 팀에 소속되어 있는 만큼 팀에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리고 대회에 대한 개인적인 목표도 있기 때문에 C9 소속으로서 좋은 성적을 내면 더더욱 좋을 것 같다.

'던' 장현재 : 다 같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서로 '으쌰으쌰' 하는 팀이 됐으면 한다.



Q. 라스타칸의 대난투 확장팩 출시 이후 약 3주가 지났지만, 아직 메타가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 어떻게 보고 있나?

'플러리' 조현수 :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홀짝 메타와 무한 밸류의 덱들이 난무하는 이 상황에서 어떤 확장팩이 나왔어도 주력이 되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다. 20일 진행된 밸런스 패치가 더 충격적일 정도로 라스타칸의 대난투 확장팩 출시는 크게 임팩트가 없었던 것 같다.

'던' 장현재 : 속공 전사, 미드 사냥꾼이 나오는 등 곳곳에서 새로운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더디지만 소소하게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대회가 활성화되면 메타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본다.

'따효니' 백상현 : 라스타칸의 대난투 확장팩 카드 자체의 성능은 약하지 않다. 메타가 바뀔 거라고 예측했지만, 기존에 존재했던 덱들 성능이 너무 강력해서 아직 따라잡지 못한 것 같다. 지금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똑같이 OP 카드를 출시하면, 지금의 상황을 1년 더 봐야 할 수 있기 때문에 고육지책으로 카드 파워를 조금 낮춰서 출시한 느낌이 든다.


Q. 이번 확장팩에서 아쉬운 점을 꼽자면?

'플러리' 조현수 : 혼과 로아 카드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하지만 확장팩 출시 이후 시간이 많이 흐르지 않았기 때문에 연구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본다.

'던' 장현재 : 이번 확장팩 카드들의 잠재력은 여전히 있다고 생각하지만, 앞서 출시된 확장팩들의 파워를 이겨내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따효니' 백상현 : 마녀숲의 '홀짝'과 얼어붙은 왕좌의 기사들의 '죽음의 기사'를 보면 알 수 있듯 확장팩은 콘셉트 파워가 굉장히 중요하다. 박사붐의 폭심만만 프로젝트의 콘셉트인 '합체'와 라스타칸의 대난투의 콘셉트인 '압살'은 지금까지의 상황을 놓고 보면 실패라고 볼 수 있다. 콘셉트 파워가 조금 부족하지 않나 싶다.


Q. 지난 20일, 대규모 밸런스 패치가 진행됐다. 드루이드, 홀수 성기사, 두억시니 주술사, 왕의 파멸 도적 덱이 크게 너프됐는데, 패치 방향은 만족하나?

'플러리' 조현수 : 패치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감이 없지 않지만 밸런스 패치 자체는 상당히 만족스럽다. 오랫동안 티어덱으로 군림한 덱들이 많이 없어져서 게임 자체도 많이 '클린'해졌다. 하지만 라스타칸의 대난투 카드의 비율이 늘어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던' 장현재 : 이만큼 큰 변화를 겪고 나서야 다른 덱이 보이기 시작했다. 밸런스 패치 방향에 대해서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진작 이뤄졌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따효니' 백상현 : 패치 방향은 만족하지만, 메타가 크게 변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존의 1티어 덱들이 모두 사라져도 박사붐, 라스타칸 확장팩 카드를 활용한 덱이 새로 나오기보다는 기존의 2티어 덱들이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두억시니 주술사, 왕의 파멸 도적이 너프되자 발라당 사제, 제레크 사제, 퀘스트 도적 등이 원턴킬 덱이 다시 올라오고 있다.



Q. 밸런스 패치 이후 메타를 예상한다면?

'플러리' 조현수 : 여전히 퀘스트 마법사와 발라당 사제 같은 원턴킬 덱이 존재하지만, 컨트롤 덱이 많이 사리진 만큼 미드레인지 형태의 덱이나 어그로 덱이 이전보다 더 많이 활약할 것으로 예상한다.

'던' 장현재 : 가장 위협적이었던 홀수 성기사의 몰락으로 인해 홀수 도적이 강세를 띄고 있고, 그 홀수 도적을 기존에 강세였던 주문 사냥꾼이 억제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퀘스트 홀수 전사 등 여러 가지 덱들이 메타 덱으로 등장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패턴으로 볼 때, 이렇게 돌고 돌다 보면 결국 종착지는 '안티 컨트롤' 메타였다.

'따효니' 백상현 : 패치 후 메타는 크게 바뀔 것 같지 않다. 1티어인 사냥꾼 덱이 여전히 굳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고, 두억시니, 왕의 파멸 덱의 빈자리를 다른 원턴킬 덱이 차지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2티어에 있던 퀘스트 전사, 해적 도적 정도가 가능성을 보일 것 같다.


Q. 여전히 극상성 메타(가위바위보 메타), 부족한 카드 풀, 무한 밸류 등 하스스톤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사항이 많은데, 이에 대한 생각은?

'플러리' 조현수 : 가위바위보 메타는 괜찮다고 본다. 이미 블리자드가 '라자쿠스' 사제와 '자군야포' 드루이드, 어그로 스랄 등 무상성 덱들이 티어 덱으로 군림했을 때 느낀 것이 많았을 것이다. 오히려 등급전에 무상성 덱만 있는 것보다 지금이 낫다고 생각한다.

부족한 카드 풀 때문에 다양한 덱을 못 한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는데, 나는 생각이 다르다. 카드가 아무리 많아도 무조건 더 좋은 카드만 사용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확실히 무한 밸류 카드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30장으로 덱을 구성하는데, 무한 밸류 카드 한 장을 위해 나머지 29장의 카드가 버티는 의미로만 사용되는 것은 하스스톤의 기본적인 틀을 깨는 거라고 생각한다.

'던' 장현재 : 극상성 메타와 무한 밸류는 앞서 언급한 대로 작년 확장팩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내년 정규력 개편 이후가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부족한 카드 풀에 대해서 계속 말이 나오고 있는데, 블리자드가 야생 카드를 정규전에 편입시킬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Q. 하스스톤 프로 선수로서 하스스톤 e스포츠 개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먼저 '온라인 예선-오프라인 본선-프리미어 대회' 3단계로 이어지는 시스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리고 논란이 많았던 등급전 '박제' 시스템도 사라질 예정이다.

'플러리' 조현수 :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정보가 없어서 단정 짓긴 힘들지만, 대회를 나가기 위해 등급전 랭크의 비중이 상당히 높았던 기존 시스템보다는 나을 거라고 생각한다.

'던' 장현재 : 기존의 시스템도 그렇고 e스포츠화하기 위한 제도 정비는 여러 번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도 리그를 보는 분들이 방식에 대해서 혼란스러워 하고 잘 인지하지 못한다. 체계적으로 시스템을 잘 구축해서 길고 재밌는 리그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따효니' 백상현 : 등급전 '박제' 시스템은 대회와 잘 맞지 않는 시스템이라고 그동안 내가 많이 언급했다. 물론 대회에서 잘하는 사람들 대부분 등급전도 잘하지만, 큰 대회를 출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기준이 등급전이라는 것은 큰 문제였다. 잘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떤 식으로 개편될지 모르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Q. 대회에서 기존의 정복전 포맷이 사라지고, 새로운 포맷의 진행 방식이 나올 예정이다. 익숙한 정복전 포맷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플러리' 조현수 : 변화는 항상 찬성이다. 계속 같은 것만 보면 재미없으니까. 정복전은 굉장히 잘 짜인 룰이라고 생각해서 아쉬움은 남지만, 정복전을 포기하면서 나오는 새로운 포맷이 얼마나 좋은 룰이 될지 기대된다. 새로운 포맷은 HGG 룰과 비슷하게 모든 직업을 활용하는 밴픽 방식이 되지 않을까 싶다.

'던' 장현재 : 아쉬움보다는 기대가 더 크다. 어떤 식으로 바뀔지 생각해봤지만, 짐작하기 쉽지 않다. 사이드 덱 채용에 대해서도 말이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따효니' 백상현 : 정복전 형식은 굉장히 잘 짜인 룰이었다. 3년 동안 선수들에게 다양한 덱의 숙련도를 요구하는 룰이었는데, 결국 폐지됐다. 정복전의 단점은 저격 덱이 자주 등장해 3:2 스코어 경기가 많이 나와서 게임의 흐름이 느려지고, 2개의 덱을 졸업시키는 것보다 남은 하나의 덱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이었다. 정복전 형식보다 더 합리적이고 팬들도 받아들일 수 있는 룰이라면 나는 언제든지 환영이다.


Q. 2019년의 목표에 대해 말해달라.

'플러리' 조현수 : 대회 우승을 한 번 더 해보고 싶다. 그리고 개인방송은 지금 사랑받는 만큼 열심히 사고 없이 하는 것이 목표다.

'던' 장현재 : 선수 장현재보다 스트리머 '던'으로 더 많이 알고 계신 듯 하다. 앞으로 선수로서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따효니' 백상현 : 내년에는 세계 대회에 출전해서 우승을 해보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과거에 내가 선수로서 활약하던 모습을 기억해주고 계신데, 그 영광과 짜릿함을 한 번으로 끝내고 싶지 않다. 선수로서 다시 한번 정상에 서고 싶다.


Q. 끝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플러리' 조현수 : C9 입단을 축하해주신 모든 팬분들께 감사드린다. 앞으로 꾸준히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 많이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던' 장현재 : C9 선수로 여러분께 인사드릴 기회가 와서 너무나 감사하다. 여러분들이 만들어 주신 기회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

'따효니' 백상현 : 항상 많은 관심을 보내주셔서 감사드린다. C9 멤버들이 더 들어온 만큼 팀적으로 더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내년에도 열심히 활동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