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게임즈. 그랑블루 판타지, 섀도우버스, 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뷰잉 레볼루션 등 나름 유명한 모바일 게임을 개발한 곳으로 모바일 게임 좀 해봤다 하는 게이머라면 익숙할 게임사다. 하지만 게임의 유명세와는 별개로 사이게임즈를 바라보는 게이머들의 시선은 곱지 않은 편이었다. 일본에서는 뽑기 확률 조작 사건으로 화제가 되기도 해 돈독 오른 게임사의 대표 격으로 여겨졌을 정도다.

그런데 그런 사이게임즈를 바라보는 인식이 최근 들어 변하고 있다. 딱히 사이게임즈가 뭔가 엄청난 일을 한 것도 아니다. 최근 한 일이라곤 신작을 발표한 게 전부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도 돈독 오른 게임사에서 앞으로가 기대되는 게임사로 게이머들 사이에서 인식이 180도 바뀐 모습이다.

어떻게 보면 의아하기도 한 부분이다. 식당에서 음식을 파는 것처럼 게임 개발사가 게임이라는 상품을 만들고 파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파는 식당이 성공하듯이 개발사 역시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야 성공한다. 즉, 사이게임즈는 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회사의 이익을 위해 게임을 만들었을 뿐인데 이를 바라보는 게이머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도대체 사이게임즈가 내놓은 신작들이 어떤 게임들이었기에 게이머들의 뿌리깊은 불신을 타파한 걸까. 사이게임즈가 최근에 공개한 게임들은 완전한 신작인 프로젝트 어웨이크닝을 비롯해 그랑블루 판타지 IP를 활용한 그랑블루 판타지 리링크와 그랑블루 판타지 버서스로 전부 콘솔 게임들이다. 즉, 게이머들이 사이게임즈를 다시 보게 된 이유는 사이게임즈가 신작으로 콘솔 게임들을 내놨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 '그랑블루 판타지 리링크'는 현재 플래티넘 게임즈와 합작 개발 중이다

하지만 콘솔 게임을 개발하는 게임사가 어디 사이게임즈 뿐인가. 캡콤, 스퀘어에닉스, 너티독 등 잔뼈 굵은 게임사가 수두룩하다. 그리고 개중에는 오랫동안 사랑받은 시리즈를 개발 중인 곳도 있다. 그랑블루 판타지라는 IP가 나름 모바일에서 큰 족적을 남겼다고 할지 모르지만, 어디까지나 모바일에서만의 일이다. 그렇기에 사이게임즈가 콘솔 게임을 발표한 것만으로 지금까지의 인식이 바뀌었다는 건 어떻게 보면 이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게임사의 변화로 본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모바일 게임 시장은 짧은 기간 동안 압도적으로 성장했다. 기회의 땅이었으며, 그렇기에 수많은 게임사가 모바일 게임에 투신했고 그 결과 어지간한 게임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공한 경우도 왕왕 있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모바일 게임으로 성공한, 성장한 게임사는 대부분 그대로 모바일 시장에만 머물렀다.

이게 현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바일 게임은 이제 레드오션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잘 나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도전을 하는 건 어떻게 보면 바보같고 우스워 보일지도 모른다. 많은 게임사가 도전이 아닌 안주를 선택하는 이유인 셈이다.

▲ 합작 개발 중인 게임 외에도 자체 개발 중인 '프로젝트 어웨이크닝'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런 가운데 보여준 사이게임즈의 행보는 충분히 이례적이랄 수 있었다. 워낙 세간의 평이 안 좋기도 했으니 대부분 사이게임즈 역시 안주를 선택하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사이게임즈는 안주가 아닌 도전을 선택했다. 플래티넘 게임즈, 아크 시스템 웍스 등 유명 게임사와의 합작을 통해 어느 정도 안정을 추구하는 한편, 자체 개발한 '프로젝트 어웨이크닝'을 선보이며 모바일에만 머무르지 않을 것을 천명했다.

그 결과 사이게임즈는 비난을 기대로 바꿨다. 돈독 오른 게임사라고 비난받았건만 그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좀 더 무게감 있는, 코어 게이머들에게도 인정받을 수 있는 콘솔 게임들을 만들기 시작했고 그러자 사이게임즈를 보는 게이머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무조건 비난하던 모습에서 '그래, 번 돈으로 이 정도의 게임을 만든다면야 뭐...'하고 사이게임즈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저 돈벌이에만 혈안이 됐다는 비난을 단숨에 불식시킨 사이게임즈의 변화다. 아직 사이게임즈의 이러한 행보가 어떤 결과를 맞이할지 예단할 순 없지만 그들의 도전정신은 칭찬해줘야 마땅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혹시 또 모르지 않는가. 그들의 도전을 보고 더 많은 게임사가 잊었던 도전정신을 불태울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