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던전앤파이터 프리미어 리그(이하 DPL) 2018 윈터가 어김없이 김태환과 Ti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던파 페스티벌과 함께 개최한 DPL 결승 무대에서 김태환은 진현성을, Ti는 미라클 X를 꺾었다.

DPL PvP 총력전 모드가 기존과 같은 형태의 대회로 열린 반면, PvE 레이드 모드는 새로운 핀드워 레이드를 도입해 큰 재미를 선사했다. 특히 안톤과 루크 레이드와 달리, 대부분의 팀이 실수를 범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각 팀의 차별된 빌드 또한 볼거리로 충분했다.

리그 내 규정이나 방식은 크게 달라졌다고 보기 어려우나 이번 DPL 2018 윈터가 시사한 바는 크다. 던전앤파이터 리그는 이전 액션 토너먼트부터 개인전과 팀전 결투장으로 진행됐는데, 직업 간의 상성과 대진표에 의해 결과가 좌우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확고한 최강자가 등장해 리그를 선도하면서 '의미 있는 독주'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 3회 연속 우승에 성공한 김태환.

어김없이 김태환은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중국에서 개최한 대회를 포함, 올해만 우승 상금으로 약 1억 5천만 원 정도를 획득했다. DPL에서만 세 개 대회를 모두 석권했으니 더 이상 적수를 찾기가 어렵다는 게 관계자들의 평가다.

사실 DPL 스프링과 달리, 이번에는 기존 강자들이 16강에 이름을 올렸다. 대부분 우승을 경험했던 강호들이었기 때문에 김태환도 쉽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상향된 베가본드를 엔트리에 포함한 장재원과 김태환과 엔트리가 동일한 여격투가 라이벌 김창원 그리고 다시 돌아온 액션 토너먼트 마지막 우승자 진현성까지 왕좌의 자리를 노렸다.

그러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김태환은 더욱 진화한 모습으로 라이벌들의 도전을 뿌리쳤다. 특히, 김창원과의 대결은 대회 내내 회자될 정도로 명승부였다. 여그래플러, 여스트라이커, 여넨마스터 각자 다른 방식으로 운용해야 하는 직업인 데다 두 사람은 같은 직업군을 사용하기 때문에 심리전, 피지컬, 엔트리 싸움 모든 게 우월해야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런데 김태환은 여넨마스터로 이전까지 다른 방식의 플레이 스타일을 선보였다. 일반적으로 여넨마스터는 상대 체력을 조금씩 깎아야 하고, '넨가드'와 '사자후' 등으로 카운터 치는 데 특화돼 있다. 하지만 김태환은 김창원을 상대로 마치 여스트라이커를 연상케 하는 저돌적인 운영으로 빠르게 승리를 챙겼다. 상대의 허를 찌른 스타일 변화였다.

결승에 오른 김태환의 상대는 진현성, 상대 전적은 김태환이 우위였지만 진현성은 극상성인 상대 장재원을 꺾고 올라온 우승 후보였다. 결승전 스코어는 3:0으로 허무하게 끝났으나, 김태환은 진현성을 상대로 한 끗 차 승부를 벌였다. 특히 선봉 대결에서 간발의 차이로 승리를 거두면서 우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결승전은 김태환이 승부처에 얼마나 강한지 느낄 수 있었던 경기였다.


▲ 핀드워 레이드마저 정복한 Ti.

Ti는 김태환만큼 압도적이지 않았지만, 끊임없이 챔피언 조합과 빌드를 연구해 2회 연속 대회를 정복했다. 이번 대회는 기존처럼 안톤과 루크가 아닌, 핀드워 레이드를 도입. 그리고 밴픽 방식까지 생기면서 극강의 난이도를 자랑했다.

오죽했으면 클리어 타임 10분이 넘는 경우가 발생했고, 클리어마저도 실패하는 모습도 종종 보였다. 그 사이에서 Ti는 최적의 빌드를 찾으면서 계속해서 호성적을 올렸다. 백미는 이번 결승전이었다. 무려 6분 대의 최단 기록을 달성했는데, 이는 예선전에서조차 쉽게 볼 수 없는 기록이었다. 대부분 마의 7분대를 깨지 못했으니 말이다.

물론, Ti도 실수를 종종 저질렀다. 그런데 PvE 모드에서는 절대 옥에 티가 아니었다. PvP 모드에 비해 정적인 PvE 모드는 오히려 실수가 발생했을 때 관객들의 반응을 이끌 수 있었다. 화려하고, 멋있는 모습에 박수와 환호가 쏟아지는 게 일반적인 반응이지만, PvE 모드에서는 실수가 연발할 때마다 관객들이 탄식을 자아내면서 안타까워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 외 또 다른 볼거리는 밴픽 도입이었다. 중국 리그에서 먼저 선보였던 이 방식으로 각 팀은 골머를 앓았다. 몇 팀은 숙련도 문제로 한 가지 조합밖에 사용하지 못했고, Ti의 결승 상대였던 미라클 X는 가이아, 어벤저 등을 사용하는 이색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 밴픽과 조합을 고민하는 Ti의 모습.

2018 DPL이 모두 끝나면서 이제 던전앤파이터는 2019년을 맞이한다. 지금까지 PvE 모드는 새로운 레이드가 도입될 때마다 변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Ti는 늘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김태환은 당장 적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김태환의 독주는 DPL에 꼭 필요했던 흥행 요소였다. 마찬가지로 넥슨에서 운영하는 카트라이더 리그는 문호준이라는 절대 강자가 존재한다. 심지어 카트라이더를 즐기지 않는 이들조차 문호준을 존재를 안다. 그만큼 압도적이었고, 이제는 e스포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됐다.

그리고 그 라이벌로 유영혁이 존재하고, 이전에는 '빅3'라 불린 전대웅이 있었다. 이제 DPL은 절대 강장 김태환의 라이벌을 발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단순 토너먼트 방식이 독이 될 수 있다. 직업 간의 상성이 극명하기 때문에 진현성과 같은 유니크한 직업군을 다루는 참가자들이 조기에 탈락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그래서 듀얼 토너먼트 방식이 도입된다면 더욱 흥미로운 대결을 많이 볼 수 있다. 선수들조차 기대했던 장재원과 김태환의 대결이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모두가 원하는 꿈의 매치업도 경우에 따라 즐길 수 있게 된다.

또한, PvE 모드에 도입했던 밴픽 방식을 응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금까지 넥슨 리그는 포맷 변화를 통해 새로운 대회를 여는 것에 초점을 뒀다. 그래서 각 참가자가 네 개의 엔트리를 구성해 상대의 직업 한 가지를 밴할 수 있는 방식은 충분히 변수가 될 수 있다. 밴픽 없이 네 개 직업군을 보유해 사용하고 싶은 직업 세 가지를 사용하도록 만드는 것도 치열한 엔트리 싸움을 유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