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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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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히어로즈 e스포츠 최강자 '리치' 이재원의 마지막 인사

이시훈, 장민영 기자 (Maloo@inven.co.kr)
지난 12월 14일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하 히어로즈) 게임 팬들에게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2019년부터 히어로즈 공식 e스포츠 리그인 HGC가 더 이상 열리지 않는다는 소식이었다. 인기가 떨어지면 대회가 열리지 않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게임 회사 중 하나인 블리자드가 사전에 아무런 공지도 없이 일방적으로 대회 폐지를 통보한 것은 평소 우리가 알던 블리자드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결국 많은 이들이 실망과 분노를 표현했고, 히어로즈 e스포츠는 그렇게 박수를 받지 못한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HGC의 폐지로 인해 히어로즈 e스포츠에 몸담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었다. 히어로즈 e스포츠계의 '페이커'라고 불리며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았던 젠지 소속 '리치' 이재원도 활약할 무대를 잃었다. 이재원은 유튜브를 통해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었습니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아쉬움, 분노, 허탈함 등 많은 감정이 섞인 눈빛으로.

비록 누구보다 큰 상실감과 좌절감을 겪었지만, 이재원은 담담하게 현실을 받아들였다. 희망을 맛보기 위해선 벼랑 끝 절망에 맞서야 한다. 이재원은 절망을 딛고 희망을 보고 있었다. 아직 구체적으로 진로를 정한 것도 아니고 깨진 멘탈이 완벽하게 회복된 것도 아니다. 그래도 그는 차분하게 분을 삭이며 다시 일어설 그 날을 위해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있었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다시 비상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리치' 이재원과 만나 그날의 심경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Q. 팀 해체 후 어떻게 지냈나? 최근 근황에 대해 말해달라.

HGC 대회 폐지 발표 후 스트리밍과 유튜브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시간 투자에 비해 결과가 잘 안 나와서 고민 중이다.


Q 처음 HGC 대회 폐지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처음 그 소식을 접한 건 '지클리프' 해설의 방송이었다. 트위치 생방송 제목이 'HGC 폐지'라고 되어 있었는데,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하지만, 공지를 확인하니 그 말이 모두 사실이었다. 눈앞이 캄캄해지고, 멘탈이 깨진 느낌이 들었다. 팀원 형들에게 연락했는데, 형들은 자고 있어서 연락이 안 됐다. 형들이 일어날 때까지 혼자서 세 시간 동안 고민했는데, 굉장히 힘든 시간이었다. 해결책을 원한 게 아니라 같은 문제를 맞이한 사람끼리 대화를 하고 싶었다. 팀원 형들도 소식을 접하고 나와 같은 반응이었다. 다들 "망했네..."라며 허탈해했다.


Q. HGC 폐지 관련해서 사전 공지가 전혀 없었다. 젠지 팀 관계자들과 코칭 스태프의 반응은 어땠나?

좋게 얘기를 하며 내년을 준비하고 있었다. 2019년의 젠지 팀 굿즈와 유니폼도 만들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대회 폐지 소식을 접하자 다들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 자고 일어나니 직장을 잃었습니다 (출처 : '리치' 공식 유튜브)


Q. 유튜브에 '자고 일어나니 직장을 잃었습니다'라며 침통한 심경을 밝혔다.

동정심을 얻고 싶었다. 블리자드가 그런 결정을 내렸고, 그로 인해 내가 어떤 일에 처했는지 많은 사람들이 봐주길 원했다. 평소 블리자드에 쌓인 것이 많아서 화를 표현하고 싶기도 했다.


Q. 블리자드의 일방적인 대회 폐지 통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히어로즈 프로게이머이자 히어로즈 유저로서 무엇이 가장 아쉽나?

아쉬운 점이 너무 많다. 당연한 말이지만, 대회를 폐지할 계획이 있었으면 블리즈컨 이전이나 늦어도 블리즈컨에서 알려줬어야 했다. 그리고 대회 폐지로 인해 생길 문제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히어로즈 상위권 랭크 게임은 프로 선수와 프로를 준비하는 선수밖에 없다. 대회 폐지로 인해 상위권 랭크 게임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다. 그랜드 마스터 200명도 못 채우고 있는 상황이다. 몇 시간을 기다려도 매칭이 되지 않는다. 랭크 게임을 더이상 할 수 없으니 유저가 모두 빠지는 건 시간문제다.

히어로즈 개발진에 대한 아쉬움도 많다. 그동안 유저들의 피드백을 무시하는 패치를 너무 많이 했다. 문제가 많았던 랭크 게임 매칭 시스템도 바꾸지 않았다. 가장 아쉬운 건 배치 시스템이다. 지금은 고쳤지만, 얼마 전까지 빠른 대전으로 MMR을 높여서 배치를 받는 시스템이 있었다. 그 시스템을 악용해서 배치를 받은 사람이 넘치는데, 한 번도 리셋을 하지 않았다. 결국 그대로 랭크 게임이 고착화 됐다. 진짜 실력으로 경쟁하는 시스템이 필요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Q. 일각에서는 게임의 근본적인 재미에 대한 문제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히어로즈는 다른 AOS 게임에 비해 한 명이 돋보이기 어려운 게임인데?

돋보이기 힘들다는 건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건 과거의 히어로즈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개인의 성장을 도모하는 특성을 넣으면서 개인의 '캐리력'이 돋보이게 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지금 단계에서는 게임성의 문제보다는 외부적인 문제가 많았다고 생각한다.

수익 구조만 바꿨어도 지금보다 나은 상황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크라우드 펀딩을 도입하는 등 충분히 수익성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었는데, 블리자드 스스로 이익을 얻기 힘든 구조를 만들었다. 대회 한정 스킨을 판매하는 등 블리자드 팬들의 수집욕을 자극해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많았는데, 그러한 이점을 살리지 못한 것이 아쉽다.

대회 상금 부분도 아쉽다. 특히, 한국 대회에서는 1위부터 8위까지 상금 격차가 너무 적다. 3등부터 8등까지는 받는 상금이 완전히 똑같다. 결국 결승전에 가지 못하는 팀은 시즌 중반에 일찌감치 대회를 포기하고 연습도 하지 않는다. 그런 대회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프로게이머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프로게이머는 잘하면 많이 벌고 못 하면 못 버는 게 맞다.



Q. HGC가 폐지된 지금, 히어로즈를 계속하고 있는 선수가 있는가?

얼마 전까지 '블루비틀' 선수가 하고 있는 것을 봤는데, 랭크 게임 매칭이 되지 않아서 이제 안 하더라. 나도 히어로즈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게임을 하고 있는데, 매칭이 되지 않아서 게임을 못 하고 있다. 현재 그랜드마스터 대부분의 점수가 멈춘 상태다. 게임에 임하는 자세도 많이 달라졌다. 예전 같지 않다.


Q. HGC 파이널 2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최고의 히어로즈 선수로 인정받았다. 최고 기량인 상태에서 선수 생활을 마감하게 돼서 더 아쉬움이 클 것 같은데?

준비한 전략도 많고, 보여줄 것이 아직 많이 남았는데 이렇게 끝나게 돼서 허탈하다. 2년이나 같은 팀원과 호흡을 맞췄고 히어로즈가 메타 변화가 크지 않은 게임이라서 우리 팀이 계속 좋은 성적을 이어갈 수 있었는데, 많이 아쉽다.


Q. MVP 블랙에 입단하기 전까지 우승과 인연이 없었던 시기도 있었다.

당시 나는 잘했는데, 계속 게임을 지니까 허탈한 마음이 컸다. '프로게이머가 이렇게 힘들구나' 싶었다. 그러다가 좋은 팀을 만나면서 '내가 잘하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 우승, 그 순간을 즐겼던 MVP 블랙 시절 이재원


Q. 선수로 활동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인가?

당연히 우승했을 때다. 블리즈컨에서 우승했던 순간이 가장 행복했다. 상금도 상금이지만, 우승했을 때의 그 기분을 잊을 수가 없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고, 그냥 기분이 좋았다. 이제 더 이상 못 하게 됐으니 잊어야 한다.


Q. 젠지 프로게임단에서 선수들의 향후 커리어 개발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젠지가 대회를 폐지한 것도 아닌데, 젠지가 히어로즈 선수들의 미래까지 책임질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대회가 사라져서 자연스럽게 팀이 해체됐는데, 젠지가 책임을 진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나와 팀원 형들 모두 팀에게 의존할 생각은 없다. 젠지가 도와주는 건 감사하지만, 우리가 하고 싶은 부분에 대해서 스스로 찾아보자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젠지가 우리에게 선택지를 제시하는 것일 뿐, 나머지는 선수 개인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Q.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해달라.

솔직히 말해서 아직 못 정했다. 지금 당장은 개인 방송과 유튜브를 하고 있는데, 계속 고민하는 과정이다. 다른 게임도 하고 있는데, 하다가 잘 되면 프로게이머로 전향할 수도 있다. 한길만 가는 것보다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 놓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히어로즈 대회가 다시 생기면 돌아올 생각이 있는지 묻더라. 아마 힘들 것 같다. 대회가 다시 생겨도 언제 다시 끝날지 모르고, 과거에 함께 활동했던 선수들이 얼마나 남아 있을지도 의문이다.



Q. 히어로즈 게임에 대한 애정이 여전한지 궁금하다.

히어로즈 게임에 대한 애정은 매우 컸다. 시간이 있을 때마다 히어로즈를 했고, 방송도 히어로즈 위주였다. 대회에서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쇼맨십에 대한 욕구가 강했고, 실력이 향상될 때마다 큰 재미를 느꼈다. 하지만, 이제 그런 것을 보여줄 대회가 없기 때문에 재미를 느끼기 어려울 것 같다. 랭크 게임 매칭 자체가 되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어려울 것 같다.


Q. 과거 LoL 챌린저 티어를 달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LoL로 종목을 전향할 생각은 없나?

개인 방송을 하면서 잘 되면 하는 거고 안 되면 마는 거다. 모든 길의 가능성은 열어 놓은 상태다. 이것저것 다 시도해보고 있다. 시즌4에서 LoL 챌린저를 찍었는데, 지금은 다이어 티어에 있다. LoL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는다. 방송을 끄고 하면 잘 되는데, 방송을 켜고 하면 잘 안 되더라(웃음). LoL은 히어로즈보다 멘탈 관리하기 훨씬 더 어려운 게임이다. 히어로즈는 나에게 뭐라고 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편하게 했는데, LoL은 아니다. 그래도 챌린저를 찍으면 좋을 것 같다. 요즘 LoL 챌린저가 '인생 보장권' 느낌이 있더라(웃음). 그런 커리어가 있으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긴 하다.


Q. 인터뷰를 마칠 시간이 다가왔다. 그동안 히어로즈 e스포츠 씬에서 함께 활동한 동료 및 관계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지금은 힘든 시기지만, 암울한 판에서 탈출했기 때문에 앞으로 더 밝은 미래가 찾아올 수도 있다. 다들 잘 됐으면 좋겠다. 이번 경험을 통해 느꼈는데, 프로게이머로 활동할 생각이 있다면 메이저 게임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Q. 끝으로 히어로즈 프로게이머 '리치' 이재원을 응원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달라.

솔직히 게임판에 비해 과분한 관심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대회가 사라졌지만,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팬들에게 감사드린다. 히어로즈 영상을 보고 싶은 분이 있다면, 나의 유튜브 채널에 오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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