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
2019-01-15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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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게임으로 진실을 그리다 '회진 묘필천산'

원동현 기자 (Wony@inven.co.kr)

우리는 게임 속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낀다. 전설 속의 용사가 되어 괴물을 향해 검을 휘두르는 벅차오름을 맛보기도 하고, 아름다운 풍경 속에 편안함과 행복함을 느끼기도 한다. 이는 우리가 게임에 몰입하기 때문이다. 인물과 그 세계에 몰입해 이를 실감 나게 받아들인다.

그렇기에 게임은 강력한 미디어다. 거기에 내포된 의미는 특유의 상호작용성이 더해져 더할 나위 없이 효과적인 전달수단이 된다. 미디어 속에 담긴 이데올로기를 유저들이 능동적으로 체험한다는 건 타 미디어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성질이다. 그 속에는 문화가 담겨있을 수도 있고, 한 나라의 역사가 자리하고 있을 수도 있다. 유저는 이를 강렬하게 배우고 느끼게 된다.

오늘날 중국은 게임에 문화를 담고 있다. 중국 정부의 장려 정책이 한몫을 한 것은 사실이다. 자국의 문화를 건전하게 알리는 것을 독려했다. 얼핏 과거의 건전가요가 연상되는 대목이지만, 다르다. 개발사들이 자국의 문화와 역사에 자부심을 느끼고, 이를 게임에 담아내고 있다. 아주 적극적으로 세계의 문을 세차게 두드리고 있다.


그림 속에서 '진실'을 찾다


최근 넷이즈에서는 회진 묘필천산(绘真·妙笔千山)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모바일 게임을 출시했다.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진실을 그리다, 절묘하게 그려낸 천 개의 산' 즈음이라 할 수 있겠다. 이름 그대로 붓으로 세상을 그려내며 진실이란 이치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첫인상, 참 미려하다. 아름답다는 표현보다 조금 더 고풍스럽게 표현하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드는 화풍이다. 어쩜 이렇게 그려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동양의 아름다움이 화면에 가득 묻어나왔다. 처음 게임을 키고 나오는 연출이 실제 게임 플레이와 자연스레 이어지는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옥 같은 마음과 하늘 같은 눈, 오온 속에 담겨 있네"
"붓을 휘두르니 산수가 생기고, 천 개의 그림은 모두 다르니"


그 비결이라 하자면, 실제 작품인 천리강산도(千里江山图)를 배경으로 삼았기 때문이리라. 천리강산도는 중국 송나라 시기 천재 화가 왕희맹의 작품이다. 세로 51.5cm, 가로 1191.5cm에 길게 펼쳐진 장엄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압권이다. 다양한 모습으로 꺾고 펼쳐진 기암괴석, 그리고 널리 펼쳐진 청록빛 호수, 여기에 고기잡이배와 농가 같은 사람 사는 모습이 세밀하게 녹아있다. 선 하나하나에 힘이 넘치고 색조의 대비 또한 뛰어나, 중국의 산수화 중에서도 거작으로 꼽힌다.

▲ 왕희맹의 '천리강산도'

고궁박물관이 이에 협력했다. 중국의 대표 산수화인 천리강산도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해당 분야의 최고의 전문 기관인 고궁박물관이 고문으로 참여한 것이다. 우리나라로 비유하자면, 몽유도원도를 전세계에 알리고자 국립중앙박물관과 유명 게임사가 협력한 케이스라 볼 수 있겠다.

고궁박물원 원장 단제상은 "고궁박물원은 꾸준히 문화의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찾아왔다"며, "이번 넷이즈와의 협력을 통해 고궁문화와 과학기술의 융합으로 새로움을 창조해낼 수 있길 기대하며, 젊은 층의 입맛을 맞출 수 있길 바란다. 또한, 서화를 좋아하는 사람,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 모두 자연히 빠져들어 전통문화의 보급이 이루어지길 희망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시작은 담백하다. 동자승 일수가 잠에서 깨어나며 묘필천산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가볍게 가방을 챙기고, 진녹한 물가를 거닐며 산을 올라간다. 그러다 만난 정체불명의 소년, 먹과 같은 머릿결을 가진 아이를 만나 새로운 인연을 가지게 된다.

산 정상에서 그림의 대가 묘선을 만나고, 오온의 붓으로 세상을 바꿔가며 진리를 찾는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일수의 그림은 아름답고 정교하지만, 이치에 다다르기엔 멀었다. 아직은 깨닫지 못한 세상 속, 그리고 그림 속의 진리가 남아있다.

활기를 잃고 시든 단풍나무는 붉음으로 되살린다. 강물에는 푸름이라는 생명력이 있고, 나무에 걸린 진홍빛 띠에는 사랑이 담겨있다. 눈에 보이는 색과 모양에는 각자의 생명과 가치 그리고 서정이 들어차있으며, 붓으로 그림을 그린다는 건 그러한 '진실'을 찾고 더한다는 의미와 같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 그건 진실을 찾는다는 것과 같습니다"


재밌게, 그리고 아름답게


오온의 붓을 들고 떠나는 일수의 모험 자체도 재미있다. 그가 그려내는 풍경은 마음을 울리고, 세상에 붓을 댈 때마다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모습은 왠지 모르게 사람을 미소짓게 만든다. 신비로운 꼬마 묵언은 무슨 비밀을 품고 있을지, 일수가 마주할 다음 풍경은 어떤 모습일지 새삼 기대감이 든다.

하지만 얼핏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너무 색다르기도 하고, 선형적인 진행에 금방 물릴 것이란 걱정도 든다. 이에 넷이즈는 새로운 게임 중심에 새로운 수를 두었다. 유저 역시 그림을 그리며, 일수의 모험에 참여할 수 있게끔 인장과 화첩 시스템을 게임 속에 담아놨다.

인장은 초반 묘선의 집에서 간단하게 제작할 수 있다. 음각과 양각을 선택할 수 있고, 모양틀을 정해 글씨를 손수 써 내려가면 된다. 여기에 각종 무늬와 서명을 더 해 멋을 낼 수 있다. 인장은 여러 개를 만들어 보관할 수 있으며, 이후 게임 곳곳에서 활용된다.


게임을 즐기다 예상치 못한 디테일에 감탄했다. 아름다운 화폭 속을 거닐다, 폭포 앞을 지나가는 캐릭터의 모습을 담고 싶어 별 뜻 없이 스크린샷을 찍었다. 그랬더니 새로운 메뉴가 등장했다. 스크린샷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꾸밀 수 있는 화첩 기능이다.

어떤 틀에 풍경을 담아낼 것인지, 양옆에 덧댈 무늬는 무엇인지, 인장은 어떤 것으로 선택할지, 세심하게 골라 자신만의 스크린샷을 완성할 수 있다. 이러한 모양새가 제법 그럴듯해, 괜시리 흡족한 마음이 든다. 또 한번 걷고, 또 한번 돌아보고 싶은 마음이 피어난다.

그렇게 아름다운 화폭 속을 거닐며, 문득 이 풍경을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쉽게 말해 스크린샷이다. 간단한 하드웨어 조작 키로 스크린을 캡쳐하면, 새로운 메뉴가 등장한다. 스크린샷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꾸밀 수 있는 화첩 기능이다.

▲ 제법 그럴듯하다

청량하면서도 은은한 사운드 역시 회진 묘필천산의 매력이다. 멀리서 들려오는 듯한 비파 소리, 새의 지저귐, 잔잔히 흐르는 시냇물, 찰박거리며 수면 위를 부딪히는 발걸음 등 듣고 있자면 마음이 편해지는 소리로 가득하다. 담백한 수묵으로 표현된 풍경 위를 특유의 잔잔한 음악과 함께 거닐고 있노라면, 그 운치에 취할 거 같은 기분이 든다.

소소한 친절함과 즐거움, 느리지만 걷고 싶은 회진 묘필천산이다.


중국의 문화, 그들의 역사, 그리고 예술


최근 리뷰를 통해 텐센트의 '블레이디드 퓨리'를 소개한 바 있다. 최근 각광받는 넥스트 스튜디오의 작품이기도 하거니와 특유의 강렬한 색채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그 색채 속에는 중국의 역사와 문화가 진하게 녹아있었다.

오늘 소개한 회진 묘필천산은 넷이즈의 작품이다. 고궁박물관과 협력해 제작한 이번 작품은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동양의 미를 모바일 속에 그대로 담아냈다는 평가다.

비단 위 두 작품뿐만이 아니다. 중국은 게임 속에 자국 문화를 공격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심지어 어설프지도 않다. 많은 이가 보며 탄식했던, 김치를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과는 궤를 달리하는 수준이다.

개인적으로 회진 묘필천산은 참 놀랍고, 동시에 씁쓸했다. 이러한 수준의 게임을 돈 한 푼 받지 않고 글로벌 서비스하는 넷이즈의 아량이 놀라웠고, 문화적 프레임이란 척도에서 한없이 뒤처지는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현실이 서글펐다.

좋은 게임이고, 배워야 할 시도다. 다시 한번 무겁게 여겨봐야 할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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