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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4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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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소통하지 않고 함께 한다는 것, '애슌'과 멀티플레이에 대하여

허재민 기자 (Litte@inven.co.kr)

빛을 잃어버린 세계에서의 생존을 담은 ARPG '애슌(Ashen)'이 지난 12월 Xbox One 및 PC로 출시됐다. PC 버전은 에픽스토어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스팀에도 페이지가 나와는 있으나 출시는 미정. 개발자 인터뷰에서는 다른 스토어로도 출시될 가능성은 있다고 전했지만, 현재로서는 에픽스토어 독점 출시로 이루어져 있다.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인상 깊었던 부분은 한국어화가 되어있다는 점이었다. 기대하지 않고 보고 있다가 오프닝부터 한글 자막이 나와서 놀랐는데, 오프닝 부분에서는 모든 문장이 명사화가 되어있어서 어색하다. "어두운 평원의 안식. 남은 숨의 들이쉼. 죽음과 함께 어두워지는 빛." 이런 식으로 배경 스토리를 설명하고 있어서 이야기의 서술이라기보다는 3줄 요약을 계속해서 읽고 있는 느낌이다. 인게임에서는 문장으로 잘 이루어져 있어서 의문이 든 부분이기도 했다.

'다크 소울'의 하드코어함과 '저니'의 마음 따뜻해지는 멀티플레이가 만나면?

'애슌'은 관계를 통해 세계에서 생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게임 플레이는 크게 보스 몬스터 공략하고 길에서 만난 인물들을 마을로 데려와 활성화하는 것으로 이루어지는데, 개발자가 '충실한 소울류 게임'이라고 소개했듯 전체적으로 '다크 소울'과 흡사한 부분이 많다. 예상치 못한 사망 포인트도 많은데, 갑자기 천장에서 떨어지며 순식간에 주인공을 처치하는 거미라든지, 보이지 않게 숨어있던 적이라든지 긴장하며 진행해야 한다.

▲소울류 게임답게, 잡몹에게 맞아도 정말 아프다.

물론 '다크 소울'과 비교하자면 좀 더 쉽고 가벼운 느낌이지만, 첫 인상과 달리 개인적으로는 꽤 난이도가 있는 편이라고 느꼈다. 초반에는 전체적으로 어둡고 색감이 무채색이라서 적을 식별하기도 어려웠고, 보스 몬스터를 공략할 때는 어떤 포인트를 공략해야 할지 몰라 계속 적이 회복하는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기도 했다. 게임의 콘셉트에 맞게 주변이 어두울 때가 많았는데, 어둡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깨달을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애슌'이 흥미롭게 다가왔던 것은 '패시브 멀티플레이' 부분이었다. 직접 유저와의 매칭을 통해서 진행되는 멀티플레이가 아니라, '저니'나 '다크소울'과 같이 랜덤하게, 그리고 간접적으로 세계를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 사실 새로운 요소는 아니지만 '애슌'의 멀티플레이가 흥미롭게 느껴진 이유는 따로 있었다.

다른 유저가 NPC의 모습으로 등장한다는 것

'애슌'의 멀티플레이는 '저니'와 같이 같은 구간을 플레이하는 전 세계의 플레이어 중 한 명과 랜덤하게 연결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특이한 점은 다른 유저가 자신에게는 NPC로 보인다는 점이다. 다시 설명하자면, 마을에서는 AI NPC로 만났던 캐릭터가 모험을 시작하면서 자동으로 매칭된 유저가 움직이는 캐릭터로 변화한다는 뜻이다. 외형은 그대로 NPC의 모습을 하고 있고. 물론, 상대 플레이어에게는 내가 NPC로 보이게 된다.

잘 모르고 게임을 접한 유저는 가끔 AI가 이상하게 움직여서 의아했다고 뒤늦게 다른 유저의 존재를 깨닫기도 했다. 그만큼 게임 속에서 다른 유저의 존재감은 최소한으로 제한되어있다.


다른 유저와 함께 플레이하더라도 스토리에서 만나는 NPC의 외형을 하고 있기 때문에 게임을 진행하면서 이질적인 인물은 등장하지 않는다. 다른 플레이어와 함께 플레이하지만 진행하고 있었던 스토리에 누군가 다른 존재가 추가되는 것이 아니고, 조켈과 같은 NPC에 빙의(!) 될 뿐, 게임의 전체적인 스토리는 결국 '나' 혼자 진행한다. 좀 더 몰입감 있는 세계를 만들고 싶었다는 개발자의 의도가 엿보이는 부분이기도 했다.

'저니'에서 별다른 의사소통 없이도 서로 마음을 주게 되었듯, '애슌'도 비슷한 요소를 차용하고 있다. 기획 의도에서부터 '애슌'은 유저로 하여금 언어보다 행동으로 소통하도록 하고 있다. 표정을 나타낼 수 없도록 얼굴은 모두 달걀귀신과 같이 만들어져있으며, 직접적으로 문자나 음성 채팅을 하지 못하게 되어있다.

그만큼 게임 속에서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인상이 들기도 했다. 서로 부활시켜줄 수 있는 시스템이나, 맵 곳곳에서 두 명이 함께 협력해야 풀 수 있는 장치까지. 언어가 아닌 행동으로 소통하는 세계이기 때문에 동료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자연스럽게 '신뢰'가 된다.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없기 때문에 순수하게 게임을 잘하는 것보다 믿고 함께 플레이할 수 있는가가 중요해진다.

▲함께 해야하는 장치는 맵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유저들이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플레이하기를 바랐어요."
- A44 레이튼 밀른(Leighton Milne)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NPC로 보이는 상대 플레이어, 직접 소통할 수 없는 환경, 그리고 세밀한 감정을 전달하기 어렵게 만든 표정의 부재까지, '애슌'은 관계를 이루는 데 있어서 행동 외의 다른 모든 것을 배제한다.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낯선 이와 만나 게임을 시작하면 당연히 서로 잘 맞을 수가 없다. 그만큼 상대의 행동을 관찰하고 신경을 쓰고 가끔은 맞춰줘야 하는 상황도 온다. '애슌'에서 관계는 여기서 시작한다. 행동으로 보여주고, 함께 행동하며 신뢰를 쌓고, 그를 토대로 더욱 나은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표정을 알 수 없는 캐릭터는 좀 더 '행동'에 초점을 맞추기 위한 장치였다고 한다

직접 친구와 함께 플레이하는 과정은 조금 까다롭다. 매칭 코드를 사용해 연결하고, 마을 밖에서 만나야한다. 마을 안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올 때는 다시금 연결 과정을 되풀이해야 한다. 마을 안에서는 온전히 싱글플레이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콘셉트를 지키기 위함으로 보인다.

콘셉트는 좋지만, 안타깝게도 게임 내에서 다른 유저와의 매칭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도 한 번밖에 만나보지 못했는데, 그나마도 금방 연결을 끊더라. 정말 반가웠는데. 매칭되는 유저가 없을 경우에는 자동으로 AI 파트너가 함께하게 되며, 중간에 매칭이 될 때 AI 파트너가 잠시 사라진 후 유저의 캐릭터로 대체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물론, 혼자 플레이하고 싶다면 매칭을 끌 수도 있다.

사람과 NPC, 혼자 해야 재미있는 것과 함께 해야 재미있는 것

게임 속에서 우리는 혼자 퀘스트를 통해 스토리를 진행하기도 하고, 다른 유저와 여러 가지 활동을 하기도 한다. 함께 플레이할 수 있는 콘텐츠를 더 많이 추가해야 할지, 혼자 묵묵히 진행하는 게임으로 만들지, NPC가 있어야 하는지, 사람들로만 이루어지면 더 재미있지는 않을지, 아예 인간형 NPC를 아예 소거해버릴지.

'폴아웃76'만 봐도 최근 게임 타이틀에서도 꾸준히 이루어지는 고민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NPC는 매번 같은 반응을 하므로 경직되어있지만, 동시에 게임을 진행하는 데 있어 필요한 존재다. 유저로만 이루어진 오픈 월드라는 콘셉트는 흥미롭지만, 결국 그것이 재미가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확실히 말하기 어려운 것처럼.

'애슌'은 멀티플레이와 싱글플레이가 서로의 영역을 최대한 침범하지 않도록 만들고자 한 노력이 보이는 타이틀이다. 멀티플레이를 통해 느낄 수 있는 팀워크의 즐거움과 사람이 플레이하기에 발생하는 재미있는 헤프닝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개인적으로 스토리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 몰입감을 방해하지 않도록 구성하고 있다. NPC의 역할을 수행해줄 NPC를 배제하지 않으면서,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인간이 빙의한 NPC로 변화하는 것이다.

▲퀘스트를 주는 NPC 캐릭터지만, 마을 밖에서는 유저가 조종하는 캐릭터로 대체되기도 한다.

'애슌'은 여러 가지 게임들의 단편적인 모습이 많이 떠올랐던 게임이었다. 전체적으로 '다크 소울'을 떠올리면서도 '저니'의 멀티플레이 요소가 줬던 반가움도 잠시 느낄 수 있었으며, 아트워크 부분에서는 앱솔버(Absolver)가 생각나기도 했다.

"우리는 게임이라는 점을 생각하기 전에, 먼저 시간을 보내고 싶은 세계를 만들고 싶었어요"
- A44 Games 데렉 브래들리(Derek Bradley) 디렉터


'애슌'은 뉴질랜드 인디 개발사 A44 Games의 첫 작품이다. '애슌'은 그들의 의도대로 시간을 보내고 싶은, 몰입감 있는 세계로 만들어졌을까?

살아남기 힘든 세계에서 전투하고, 마을을 재건하고, 각 캐릭터의 퀘스트를 진행하는 게임 플레이 자체는 잘 이루어져 있다. 특히 사람들을 한 명씩 마을로 인도하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활용하는 부분이나, 잿빛 세계부터 각종 건축물로 아름다운 광경을 만들어내는 배경,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재건되는 마을의 모습을 보는 것까지 전투 외의 부분에서도 소소한 재미를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몰입감에서 아쉬웠던 부분은 캐릭터들이 온전히 살아있다고 느껴지지 않은 부분이었다. 표정이 없다는 점과 캐릭터 성이 두드러지지 않은 대사로 인해 전체적으로 세계가 조용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다른 플레이어의 존재감을 없애 '내가 진행하는 스토리와 세계'에 대한 몰입감을 만드는 것은 좋았으나, 그 세계 자체가 살아있도록 만들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반대로 각기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는 배경 디자인과 보스 몬스터들의 디자인은 눈에 띄었다. 특히 세계관의 중요한 요소이기도 한 '빛'을 조금씩 다르게 사용하고 있는 풍경은 감탄하게 된다. 곳곳에 숨겨진 위험이나 몬스터, 아이템을 찾는 재미도 있고.

멀티플레이에 대한 고민과 소울류 게임의 매력을 담고자 한 A44 Games의 첫 작품, '애슌'. 많은 소울류 게임들이 있지만, A44 Games는 '애슌' 만의 디자인과 특징을 만들어냈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하드코어한 전투 속에서도 마을이 재건되는 모습을 감상하기도 하고, 모르는 누군가와 우정을 나누기도 하고, 절벽을 기어올라 풍경을 감상하기도 하고. 앞으로 어떻게 게임 플레이를 개선해나갈지, 좀 더 많은 낯선 유저들과 함께 모험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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