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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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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Legend Never Die' 영원히 전설로 남을 선수, '앰비션'의 마지막 인사

신연재, 손창식, 석준규 기자 (Arra@inven.co.kr)

세계 최고의 미드라이너로 시작해 세계 최고의 정글러 자리에까지 올랐던 '앰비션' 강찬용이 프로게이머직을 내려놓았다. 2018년 12월 24일, 강찬용은 자신의 첫 번째 개인 방송을 통해 공식적인 은퇴를 선언했다. 이적 관련 소식이 들리지 않았던 터라 어느 정도 예상은 됐지만, 아쉬움을 지울 수는 없는 소식이었다.

강찬용은 프로게이머로서 수많은 수식어를 가지고 있는 몇 안되는 선수다. 초창기 시절부터 활동한 1세대 프로게이머, 포지션 변경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 롤드컵 우승자 출신, 롤챔스 최고령 선수, 유일한 유부남 프로게이머 등. LoL e스포츠 역사에서는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그렇기에 그의 퇴장은 아쉬움을 동반하는 게 당연했다.

같은 이유였을까. 강찬용 역시 은퇴를 결심하기까지의 과정이 너무나 힘들었다고 한다. 단순한 아쉬움만이 아니었다. 슬픔과 후회, 우울감부터 억울함과 원망까지 수많은 감정의 소용돌이가 그를 애워쌌다. 끝없는 고민이 이어졌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 하지만, 은퇴 후의 삶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아니, 오히려 선수 때와는 또다른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은퇴를 결정하기 전에는 정말 많이 울었다. 별의별 생각을 다했다. 내가 이렇게 고생을 하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한순간에 이렇게 되나 싶었다. 성적이 안 나왔던 것도 아닌데, 그렇게 못했나. 억울하기도 했고, 원망도 했다. 솔로 랭크 점수를 많이 올려두지 못했는데, 그것 때문인가 하면서 후회도 많이 했다. 계속 우울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감정이 한계치를 넘어서버린 날이 있었다. 정말 살면서 가장 많이 울었던 것 같다. 근데, 그렇게 한 번 터지고 나니까 비워지더라. 생각이 정리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은퇴를 결심했다. 그 이후로는 신기하게도 눈물이 나지 않았다.

은퇴 발표를 하고 나서도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잘했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 가장 좋은 점은 아내와 함께 생활할 수 있다는 거다. 아내도 정말 행복해 한다. 남들이 볼 때는 당연하고 사소한 건데, 우리는 지금 같이 잠들고 같이 깨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삶이다.

지금과 반대로 만약 어떻게든 선수 생활을 이어나가려고 했다면, 결과가 정말 좋지 않았을 것 같다. 이 실력, 이런 몸 상태로 1년을 더 버터야 했을 거니까. 은퇴라는 건 어차피 와야할 시간이었고, 타이밍 좋게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강찬용은 어차피 와야할 시간이었다는 말은 은퇴 때문에 힘들어하는 그에게 아내가 가장 많이 해줬던 말이라고 덧붙였다. 강찬용은 2017년 5월, 롤챔스 초대 버프걸 출신 맹솔지와 4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 그는 아내가 없었다면 선수 생활도 이렇게 오래 못했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연인 시절부터 강찬용의 든든한 지원군이었던 아내는 가장 힘든 순간에도 큰 힘이 되어줬다.


"은퇴에 대해 고민하면서 아내와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눴다. 당시 선택지가 좀 있었다. 해외에서 선수와 코치 제안이 왔고, 국내에서도 코치를 해보겠냐는 제의를 받았다. 그런데, 확 끌리는 게 없었다. 그래서 아내에게 오늘은 간다고 했다가 또 다음날은 안 간다고 하고 그랬다. 나중에는 아내가 마음대로 하라더라. 대신 어떤 선택을 하든 지지해준다고 했다.

그러다가 문득 방송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처음에는 은퇴까지는 아니고 방송을 하면서 진지하게 연습을 해서 섬머 때 다시 도전을 해볼까도 했다. 근데, 아무래 생각해도 말이 안됐다. 복귀를 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없으니 동기부여도 잘 안될 것 같았고, 선수 생활을 이어간다고 해도 얼마 못할 것 같았다. 그러면서 앞서 말한 과정을 겪고, 깔끔하게 은퇴를 결정했다.

아내가 개인 방송 플랫폼인 트위치에서 일을 하다보니까 도움을 정말 많이 받는다. 일단, 개인 방송에 필요한 세팅을 다 도와줬다.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복잡하더라.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면 절대 못하겠다 싶었다. 방송에서 쓰는 이미지도 아내가 다 만들어준 거다. 방송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있다.

걱정스러운 건, 내가 은퇴를 결정하기 전에 엄청 힘들었다면 아내는 오히려 내가 은퇴하고 나서 그런 감정이 생겼다. 롤챔스에 내가 없는 것도 싫고, 부스 안에서 게임하는 걸 더 이상 보지 못 한다는 게 슬프다고 하더라. 이번 케스파컵 결승전을 보러갈까도 했는데, 아내가 슬퍼해서 가지 않았다. 매번 부스 안의 내 모습만 봐왔으니까 관중석에 있게 되는 게 아직 적응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내가 힘이 되어줄 차례인 것 같다."



끝없이 고뇌하던 그 시기를 회상하던 강찬용은 손대영 감독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의 조언 한마디가 마음을 가라앉히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또한, 스트리머가 된 자신에게 선수 시절과 똑같이 변함없는 사랑을 보내주고 있는 팬들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조언은 손대영 감독님이 많이 해줬다. 정말 많은 고민을 하고 힘들어 할 때였는데, 이렇게 말해주셨다. '편하게 생각해라. 입단 제안이 오면 그때 갈지 말지 고민을 하면 되는거고, 안 오면 그때 은퇴를 결정하면 된다. 이렇게 푹 쉰 적도 없지 않냐. 쉬고 있는 걸 좀 즐겨라.'

옛날에 은퇴 시기에 대해 생각할 때 이런 답을 내린 적이 있다. 나를 찾아주는 팀이 없을 때 그만 두자는 결론이었다. 그 기억이 떠오르면서 대영이 형의 말이 큰 위로가 됐다. 제의가 들어오지 않으면 지금이 은퇴 시기가 되는 거라고 다짐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선수 생활을 하다보면 나로 인해 기뻐하고 환호하는 팬들을 마주할 때가 가장 보람차다. 특히, 오랜 팬분들을 볼 때는 더욱 그렇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팬미팅에 오던 팬이 한 명 있는데, 그분이 지금 고등학교 3학년이다. 그런 걸 보면 진짜 신기하고 고맙다.

처음 은퇴를 발표했을 때는 슬퍼하시는 분들도 많았지만, 대체로 내 선택을 존중해주셨다. 이후에 방송을 통해 웃는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니까 이제는 다들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 경기장이나 팬미팅 같은 오프라인 현장에서만 팬들을 보다가 방송을 하니까 온라인상에도 진짜 많은 팬들이 있다는 것도 새삼 느꼈다. 정말 감사하다."



은퇴한 프로게이머의 앞에는 여러 갈래의 길이 있다. 평범한 삶으로 돌아갈 수도 있고, 선수 경력을 살려 코칭스태프가 될수도 있다. '클템' 이현우처럼 해설자로서 혹은 '샤이' 박상면이나 '매드라이프' 홍민기처럼 개인 방송에서 스트리머로서 마이크를 잡기도 한다. 그 중 선수 시절의 강찬용을 떠올렸을 때 많은 사람들이 예상한 길은 아마도 코치였을 거다.

강찬용은 정글러로 포지션을 변경한 뒤 '운영의 마술사'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게임을 이끌어가는데에 일가견이 있는 선수였다. 하위권에 머물던 팀을 1년 만에 롤드컵 결승 무대에 올렸다. 수년간 쌓인 경험치와 게임을 보는 능력, 리더쉽을 갖춘 강찬용은 코치 역할이 잘 어울리는 사람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의 선택은 스트리머였다.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해외 진출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부터 말하자면 해외로 나가자니 걸리는 게 너무 많았다. 국제 대회를 통해 여러번 경험했는데, 나는 외국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얼마나 힘들지 예상이 됐다. 당연히 아내 생각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많은 걸 이해해주고 늘 나를 지지해주지만, 더 힘들어할 건 분명했으니까.

그렇다고 국내에 남아 코치를 하기에는 때가 아닌 것 같았다. '내가 만약 코치가 되어서 우리 팀이 이기고 우승을 한다면 기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봤는데, 아니라는 답을 얻었다. 그래서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그런 욕심이 생기고, 기회도 주어진다면 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다. 해설은 솔직히 자신이 없다. 이벤트성으로 진행하는 객원 해설이나 분석데스크 같은 경우에는 내 이미지나 컨셉을 해치지 않는 선이라면 도전하고 싶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나는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 거의 스무살 때부터 프로게이머 생활을 시작해서 20대 내내 다른 걸 해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은퇴 후 시작한 방송은 마치 처음 집 밖에 나온 느낌이었다. 걱정도 많았고, 실제로 어려운 부분도 많지만, 그래도 그걸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방송을 되게 편하게 하고 싶었기도 했다. 근데, 내가 타고난 방송인이 아니다 보니까 노력을 안 하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편하게 하지 못하겠더라. 내 방송을 더 재미있게 만들어 줄 콘텐츠도 연구 중에 있다. 다만, 아직은 초창기라 내 모습을 보여주고, 소통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게 생각보다 되게 재미있더라.

내가 무뚝뚝한 성격은 맞는데, 사실 선수 시절 이미지처럼 그렇게 딱딱한 사람은 아니다. 근데, 이미지가 그렇게 가다보니까 뭔가 하나씩 덜 하게 됐다. 두 번 말할 걸 한번만 말하고, 덜 웃고, 일부러 무표정을 유지하기도 하고.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내 다른 모습들을 많이 못 보여준 것 같다. 방송에서는 원래 내 모습을 최대한 보여드리려고 하고 있다.

그래도 선수 시절에 가졌던 '빠따'라는 캐릭터가 방송에 도움이 많이 됐다. 트위치에서는 특정 스트리머의 팬들을 '~단'이라고 부르는데, 내 시청자들은 '빠따단'이라고 불린다. 많이들 좋아하고 재밌어해주시니까 나로서는 정말 고맙다. 정말 열심히 해서 LoL 방송 중에 제밀 재미있는 방송이 되는 게 내 목표다.

이 자리를 빌려 방송 홍보를 좀 해야겠다(웃음). 나는 지금 트위치에서 개인 방송을 하고 있다. 트위치에는 나 말고도 LoL이나 타 종목을 방송하는 분들도 많으니까 와서 한 번 둘러보시다가 겸사겸사 내 채널도 한 번 구경오시면 될 것 같다. 그냥 와서 '얘가 이런 애였구나' 하고 가셔도 좋다. 열심히 하고 있으니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린다."



확실히 선수 시절에 인터뷰를 나눴을 때보다 강찬용은 훨씬 밝아진 느낌이었다. 하나를 질문해도 여러 개의 답변을 쏟아냈고, 그 어떤 질문도 피하지 않았다. 굳이 묻지 않아도 먼저 이야기를 주도하기도 했다. 용기가 생긴 기자는 전에는 묻지 못했던 질문을 여럿 꺼내 놓았다. 물론, 짓궂은 질문도 빼놓지 않았다. 강찬용은 시원시원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미드라이너로 활약했을 당시의 나는 신인 선수들을 거의 인정하지 않았다. 실력을 이미 알고 있으니까. 근데, '페이커' 이상혁 선수는 그걸 뛰어넘는 신인이었다. 엄청 잘한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라인전을 할때 긴장도 많이 했다. 그리고, 카직스를 플레이할 때 궁극기를 배우고 바로 진화를 하는, 좋지 않은 습관이 있기도 했다. 그런 게 겹쳐서 진화하다 창에 맞아 죽는 장면이 나오게 됐던 것 같다.

이제는 그 장면이 최고 미드라이너 자리를 물려주는 순간이라는 의미로 많이 회자되곤 한다. 기분 나쁜 건 전혀 없다. 어쩌면 보잘 것 없을 수도 있었던 영상에 큰 의미를 붙여주신다는 것 자체가 좋다. 그러고보면 나는 하이라이트의 희생양으로 참 많이 등장했던 것 같다(웃음).

지금의 위치나 평가에 관계없이 그 시절 가장 임팩트 있는 선수를 꼽으라면, 정글은 '댄디' 최인규 선수다. 미드는 당연히 '페이커', 서폿은 '마타' 조세형, 탑은 '마린' 장경환 선수를 이야기하고 싶다. 원딜은 좀 고민이 되기도 하는데, 너무 많다. 다 잘해서 누굴 넣어도 이상하지 않은데, 굳이 꼽자면 삼성 형제팀 시절의 '데프트' 김혁규와 '임프' 구승빈 선수다. 그 두 선수는 플레이를 보면서 '얘네는 뭐지. 이런 애들이 다 있어'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라이벌로는 '스코어' 고동빈 선수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고동빈 선수는 질투가 나면서도 나를 가장 많이 성장할 수 있게 한 라이벌이었다. 자극이 정말 많이 됐다. 이런 이야기를 따로 나눠보지 않긴 했는데, 아마 그 선수도 그렇게 느꼈을 거다. 공통점이 많아서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나이도 같고, 경력도 비슷하다. 둘 다 정글러로 포지션 변경을 하기도 했다.

만약 고동빈 선수가 없었더라면 내 선수 생활은 더 힘들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라이벌이지만 동지 같은 느낌? 2018 롤드컵에서 나는 탈락하고, 고동빈 선수가 상위 리그에 올랐을 때도 응원을 했다. 원래 다른 선수를 응원하는 편은 아닌데, 그때는 정말 저절로 응원을 하게 됐다. 앞으로도 계속 응원할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당연히 롤드컵에서 우승했을 때다. 아무래도 기뻤던 기억이 오래 남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마지막 3세트에서 넥서스를 깼을 때, 그 순간의 감정은 평생 못 잊을 거다. 진짜 가슴이 벅차오르고, 찌릿하다.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엄청나게 큰 감정이다. 그리고, 우승 트로피를 드는 순간 과거에 힘들었던 기억이 싹 사라지고, 이것을 위해 달려왔다는 뿌듯함만 남더라."



20대 청춘을 바쳤던 곳에서 한순간에 물러서게 된 상황에서 아쉬움과 후회가 남지 않기는 힘들다. 강찬용은 그것을 해냈다. 매순간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 아닐까. 은퇴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후배 선수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하자 강찬용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최선을 다했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많은 길들이 펼쳐져 있을 거라고 말이다.

한시간이 훌쩍 넘게 진행된 인터뷰 말미, 선수 시절에도 그랬듯 강찬용은 아내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을 전하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사랑꾼이라는 별명을 지녔던 그다운 마무리였다. 'Legend Never Die.' 영원히 전설로 기억될 선수, '앰비션' 강찬용이 남긴 마지막 인사를 전한다.

"만약 선수 생활을 정말 열심히 했으면, 은퇴를 하고 나서도 할 수 있는 게 많다. 그러니 은퇴에 대해 너무 걱정하고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프로게이머를 하면서 쏟아낸 노력과 열정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도 보여도 결국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잊혀진다는 두려움은 갖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반대로 말하면 꼭 최선을 다해 노력하라는 이야기다.

마지막으로, 아내는 내 선수 생활의 원동력이자 나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었다. 나의 은퇴에 누구보다 슬퍼했는데, 더이상 슬퍼하지 않게끔 개인 방송 열심히 하면서 행복하게 지내려 한다. 팬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모든 분들이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정말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 보여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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