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미래융합포럼이 금일(14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에서 '넥슨 매각 사태: 그 원인과 대안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가 열린 회관 제4간담회실은 많은 매체가 참석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를 본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사 매각설을 향한 사회의 관심이 놀랍다"고 전했다.

김경진 의원은 환영사에서 “게임은 우리나라 효자 산업으로 견인차 구실을 지금까지 해왔다”라며 “그러나 사회적인 인식은 긍정적이지 못하고 게임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라고 넥슨 매각설 배경을 설명했다. 김 의원은 “우리나라 게임산업이 경쟁력을 잃어버린다면, 우리는 매우 중요한 산업 하나를 잃어버리는 것”이라며 “오늘 토론회로 국내 게임산업의 문제와 대안이 널리 공유되고, 국산 게임의 활로가 생기길 바란다”고 국회의원으로서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했다.

  • 일 시: 2019년 1월 14일(월) 14:00
  • 참석자: 위정현 교수(발제, 콘텐츠미래융합포럼 의장, 중앙대), 김병관 의원(더불어민주당), 김경진 의원(민주평화당) 황성익 회장(한국모바일게임협회), 김정수 교수(명지대), 류명 실장(스노우파이프)
  • 발표내용: 넥슨 매각 사태, 그 원인과 대안은 무엇인가


  • 넥슨 매각 사태, 그 원인과 대안은 무엇인가

    ▲ 중앙대학교 위정현 교수

    위정현 교수는 “만약 텐센트 매각설이 나돌고 넥슨이 인수한다는 소식이 들렸다면, 오늘 기분 좋은 토론회를 열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 운을 뗐다. 그는 넥슨 매각설이 돌자 “기술 스타트업이 10조 원에 매각된다는 것은 호재”라는 의견이 일각에서 나왔다며 게임산업에 대한 무관심함을 토로했다. 위 교수는 “삼성전자가 중국 화웨이에 지분을 매각한다거나 BTS를 만든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중국 완다그룹에 매각된다는 소리가 나올 때도 이런 얘기가 나올까?”라 비유하며 넥슨 매각설이 우리나라 산업 전체에서도 중요한 일임을 알렸다.

    위 교수는 넥슨 매각설을 살펴보기에 앞서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현황을 분석했다. 위 교수에 따르면 여전히 일부 기성세대 머릿속에는 국가적 산업과 게임산업을 다르게 보는 시각이 있다. “케이팝과 게임을 차별하고 게임을 4차 산업혁명의 꽃이 아닌, 애들 푼돈이나 가지려는 갤러그 정도로 본다”라 전한 위 교수는 “빌보드 탑에 진입한 BTS에는 대통령이 축전을 보내고, 중국에서 매년 2조 원을 벌어들이는 한국 게임에는 무관심한 것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주 대표가 넥슨을 매각할 거란 배경에는 무관심 받는 게임산업과 넥슨의 성장 한계에 대한 비즈니스적 판단이 중요했을 것이라고 위정현 교수는 진단했다. 그의 발표에 따르면 넥슨은 모바일게임 시장에 전환을 늦게 하는 바람에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넥슨은 지난 2012년 일본 모바일 게임사 ‘글룹스’를 5,200억 원에 인수했으나 지금은 장부가치가 0원인 상태다. 하드코어 RPG로 트렌드가 변한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캐주얼 게임 중심인 넥슨이 앞으로 성과를 낼지도 불투명하다.

    넥슨의 효자 게임인 ‘던전 앤 파이터’가 앞으로도 중국에서 좋은 성과를 낼지도 의문이다. 위 교수에 따르면 ‘던파’는 중국 퍼블리셔인 텐센트가 중국 정부에 강력한 ‘꽌시’를 한 덕분에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중국 정부가 텐센트를 바라보는 시각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이는 최근 발급된 판호 목록에서 텐센트가 이름을 올리지 않은 것에서도 유추할 수 있다. 위 교수는 “최악의 경우 던파 중국 서비스 중단이나 콘텐츠 수정 요구가 온다면, 넥슨의 매출 절반이 소멸할 것”이라며 국내와 해외에서 악재가 겹친 넥슨의 상황을 설명했다.

    ▲ 위정현 교수는 국내 게임산업이 쇠퇴기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이미지: 위정현 교수 제공)

    이어 위 교수는 한국 게임산업이 성숙기를 넘어 쇠퇴기에 진입했다고 전했다. 그는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의 작년 3분기 실적이 매출 감소에 직면했다며 동일 IP 활용과 신규 IP 생성에 소극적인 것을 쇠퇴기 진입의 증거로 들었다. 앞서 1990년대 일본 게임산업은 콘솔 게임 시장에서 같은 IP만 활용하고 개발은 보수적인 시절이 있었다. 이때 온라인 게임 개발에 적극적이었던 한국 게임사가 주도권을 넘겨받았다는 게 위 교수의 설명이다. 특히 위 교수는 엔씨소프트가 2019년에 출시 예정인 모든 게임이 기존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이라는 것에 큰 우려를 표했다.

    더불어 각종 규제도 국내 게임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셧다운제와 결제 한도, 자율심의 등 여러 규제가 국내 게임사 성장을 막고 있다고 전한 위 교수는 “그중에서도 가장 두려운 것은 WHO의 질병코드 지정이다”라며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WHO 질병코드 등록 이후 빠르게 국내에 적용하겠다고 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걱정했다. 이어 그는 “게임산업의 발목을 붙잡는 규제들을 제로 베이스에서부터 다시 살펴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후 위정현 교수는 김정주 대표가 할 수 있는 매각 시나리오를 들었다. 크게 살펴보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 텐센트 매각, 콘소시움에 매각, 일부 기업에 부분 매각, 매각 실패와 현상 유지 등 네 가지다.

    먼저 가장 유력하게 보도된 ‘텐센트, 넥슨 인수설’에 대해서 위 교수는 가능성을 크게 평가하지 않았다. 다만, 만약 텐센트가 넥슨을 인수한다면 IP와 콘텐츠만 확보하고 게임 개발 능력을 버릴 것이라 점쳤다. 이미 텐센트 역시 높은 수준의 게임개발 능력이 있으므로 넥슨의 개발자는 필요 없다는 게 위 교수의 설명이다. 결국 이 경우의 수에서 넥슨은 텐센트의 한국 사업 퍼블리셔, 지사 정도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콘소시움 매각에 대해 위 교수는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위 교수는 “만약 텐센트가 나서게 되더라도, 콘소시움 방식을 택해 뒤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 방법은 김정주 대표 입장에서도 나쁜 국민 여론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겉으로는 중국 게임사에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매각 대금 등으로 스타트업 육성이나 기업 M&A에 힘써 국민 여론을 반전시킬 수도 있다.

    ▲ 일부 매각일 경우(이미지: 위정현 교수 제공)

    김정주 대표가 여전히 NXC 1대 주주로 남으면서 타 기업에 일부만 매각할 수도 있다. 이때 가장 좋은 상황으로 위 교수는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3N이 연대하는 것을 들었다. 위 교수는 이 방법 통해 넥슨이 국내와 해외 콘텐츠 업체, 플랫폼 기업과의 제휴로 개발력과 유통 능력을 확장할 수 있으리라 전망했다.

    넥슨 매각설이 없던 일로 된다면, 위 교수는 “김정주 대표의 심리적 지배력을 약화해 신화는 소멸할 것”이라 평했다. 이후 넥슨 일본법인과 넥슨 코리아, 기타 계열사들은 자회사 간 경쟁 구도는 심화될 것이라 예상했다.

    위정현 교수는 넥슨 매각설이 불거진 배경을 언급하며 정부에 대책을 주문했다. 우선 정부가 국내 게임산업 성장을 막는 규제들을 제로 베이스에서 모두 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게임을 마약과 같이 보는 보건복지부의 시각을 바꾸고 셧다운제와 결제금액 상한선 등이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위 교수는 지난해 12월,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콘텐츠산업 경쟁력 강화 핵심 전략’에 대한 분석 결과를 향후 발표할 것이라 전했다.

    한편, 위 교수는 김정주 대표가 매각설을 잘 마무리 짓는 것이 “진경준 건으로 새겨진 낙인을 지울 기회”라고 밝혔다. 그는 “법원은 무죄라고 결론 내렸지만, 국민은 유죄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라면서 “매각설을 잘 해결한다면 넥슨과 국내 게임 산업의 발전할 기회로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끝으로 위정현 교수는 “김정주 대표가 한 차원 도약하는 결정을 내리길 기대한다”고 마무리 지었다.



    "게임산업 붙잡는 규제, 제로 베이스에서 살펴 봐야"

    위정현 교수의 발제가 끝나고 토론이 진행됐다. 토론에는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황성익 회장, 명지대학교 김정수 교수, 스노우파이프 류명 실장이 참여했다. 토론자의 주요 발언을 요약해 정리했다.

    ▲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황성익 회장

    “넥슨이 가장 비쌀 때 김정주 대표가 판다는 이야기는 그에 대한 모독이다. 이미 김정주 대표는 병원, 스타트업 투자 등으로 여러 사회 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매각의 원인을 비즈니스적 관점으로만 찾는 것은 잘못됐다.”

    “게임을 중독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김정주 대표 ‘이런 생각’을 하게 하는 데 큰 결정을 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만든 것은 중독이고, 사회악이구나 하면 개인의 삶 전체를 송두리째 무너트리는 것이다. 제2, 제3의 넥슨 매각설이 나오지 않기 위해서는 위 교수 말처럼 모든 규제를 제로 베이스에서 바라보고, 중소기업을 살리는 정책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블록체인 게임쇼를 준비하는데, 국내에서는 할 수가 없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아직도 판단을 내려주지 않았다. 차라리 블록체인 게임을 19세 미만 금지 게임으로 규정해주길 바란다. 블록체인 게임은 새로운 시장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게임사는 규제에 발이 묶여서 하지 못한다. 정부가 중소기업이 새롭게 도전하고 실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 스노우파이프 류명 실장

    “주변에 10년, 20년 이상 게임업계에 몸담은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모두가 ‘내가 중년이 됐을 때, 산업 자체가 없어지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들을 한다. 우리가 해온 업적, 지위 등이 무너져 후배 게임 직원들이 할 일이 없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드는 게 사실이다.”

    “넥슨이 잘한 게 있고, 못한 게 있다. 그러나 많은 한국 게임사에 롤모델이 된 것은 사실이다. 해외 유통망을 뚫었고, 교두보 역할을 많이 했다. 그런 게임사가 없어지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된다. 그런 게임사가 매각될 수도 있다는 소식만으로, 게임업계에 큰 파장이 된 거 같다.”

    “내가 떠나더라도 다음 세대가 자긍심을 갖고 게임을 서비스하는 풍토가 돼야 한다. 그러나, 나 스스로도 어디 가서 게임 개발자라고 소개하기 꺼려지는 사회다. 그런 작은 부분이 모여 오늘의 사태를 만든 게 아닐까 싶다.”

    “게임 풍토를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와 학계에서 많은 지원이 있기를 바란다.”


    ▲ 명지대학교 김정수 교수

    “위 교수의 시나리오를 흥미롭게 봤다. 결론적으로 넥슨을 사갈 회사는 없을 것이다. 디즈니도 요즘엔 넷플릭스를 라이벌로 여겨 관련 기업을 인수 중이다. EA나 액티비전 블리자드도 넥슨에 흥미를 가지진 않을 것이다. 유저 타겟층 자체가 다르니까. 남은 건 역시 텐센트다. 그러나 중국 정부에 미운털이 박힌 텐센트가 넥슨을 인수할 거 같지는 않다.”

    “과거 비방디가 액티비전 블리자드 주식 60%를 7조 원가량에 매각하려던 적이 있었다. 여의치 않자, 비방디는 1년 정도가 지나서 매각을 철회했다. 이후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자사주를 매입해 자기구조조정을 하는 긍정적 모델로 바뀌었다. 말을 꺼냈으니 반드시 시행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김정주 대표가 발표했듯이 매각설은 넥슨을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들기 위한 여러 방안 중 하나일 것이다.”

    “김정주 대표는 도전적인 사람이다. 그런 면에서 현재 넥슨은 도전하기 힘든 회사다. 넥슨은 이미 게임 회사로 인식되고, ‘돈슨’이라 낙인찍힌 상황에서 다양한 사업을 벌이기 힘들다. 김정주 대표가 이번 기회에 여러 좋은 파트너를 만나 글로벌 게임사로 도약할 기회로 삼길 바란다.”


    ▲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

    “김정주 대표의 넥슨 매각설이 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지 다시 살펴보는 게 필요하다. 매각 가능성은 있다고 보는 편이다. 다만, 김정주 대표의 멘트를 보면 굉장히 고민한다는 게 느껴진다. 나 역시 회사를 인수해보고 팔아도 봤다. 이유는 항상 회사를 성장시키기 위해서였다. 내가 하면 더 잘하겠다고 느낄 때 인수하고, 내가 운영하는 것보다 남이 하면 잘 될 거로 생각할 때 팔았다. 김 대표도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김 교수와 같은 의견으로 텐센트는 아닐 것이다. 중국 정부에서 텐센트를 견제하는 상황이니까. 다만, 이때를 노리고 텐센트와 넷이즈 자리를 넘보려는 중국의 3위 이하 게임사들이 거론될 수도 있다. “

    “우리나라를 제외하곤 게임산업이 성장기냐 쇠퇴기냐 하는 논란은 없다.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그런 논란이 나온다. 그런 말이 왜 나오는 가에 대해서 사회가 조금 더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나 역시 게임 산업과 관련해 어느 장관에게 상을 받으러 갔는데, 그 좋은 머리가지고 ‘이런 거’ 하지 말고 사회에 좋은 일 하시라는 말을 들었다. 그때 이후로 게임업계의 자괴감이랄까? 이런 게 상당했다.”

    “잘 알겠지만, 문화콘텐츠 수출액 50% 이상이 게임이다. 게임인은 그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4차산업을 이야기할 때 나오는 인공지능과 같은 이야기도 이미 우리나라 게임산업에서 다 하던 것들이다. 나만 해도 빅데이터 처리를 위해 2000년에 시가 10억 원짜리 기기를 산 적이 있다. 요즘으로 하면 100억 원쯤 된다. 우리가 IT 기술을 선도했고 전 세계에서 본받기 위해 찾아온 시기가 있었다.”

    “우리나라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는 비합리적인 게 많다. 우선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모두 본인 인증을 해야 한다. 19세 미만 게임, 사행성 게임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어떤 서비스 산업도 물건을 팔기 위해 모두에게 신분증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렇듯 게임 규제를 뜯어보면 합리적이지 않은 게 많다. 이걸 개선하지 않는 이상 제2, 제3 넥슨 매각설이 나올 것이다.”

    “모바일 게임 셧다운제가 검토되고 있다. 개인적인 견해로, 온라인 게임은 셧다운제 도입 이후 상당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고 본다. 만약 모바일 게임 셧다운제가 도입된다면, 대한민국 게임산업은 반드시 망할 거로 생각한다. 온라인 게임 셧다운제도 대형 게임사만 겨우 살아남았다. 모바일 게임 셧다운제도 같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런 ‘대한민국만 가진 규제’가 더는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