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전쟁으로 세상이 멸망하고 폐허가 된 서울이 배경인 반지하 게임즈의 '서울2033'. 텍스트로 진행되는 어드벤처 게임인 '서울2033'은 간단한 게임입니다. 상황이 주어지고, 몇 가지 선택지 중의 하나를 선택하면 다음 스토리가 진행되는 방식이죠. 어떤 능력, 아이템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고를 수 있는 특정 선택지가 생기기도 하는데, 필요한 능력이 그 타이밍에 없다면 선택지를 고를 수 없게 됩니다.

'서울2033'의 창조주(게임 속에서 창조주로 등장합니다) 반지하 게임즈는 이유원 기획자와 그의 고등학교 동창들이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된 인디 스튜디오입니다. 평일에는 학생으로, 직장인으로 각자의 삶을 살아가다가 주말에는 게임 개발자로서 함께 모여 작업한다고 하는데요. 직접 반지하 게임즈의 이유원 기획자 및 작가, 그리고 백승민 개발자를 만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주의! '서울2033' 방식으로 풀어낸 인터뷰라 정신없고, 캐주얼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인터뷰2033


핵전쟁...이 아니고 출근을 한 지 시간이 조금 지난 오후, 반지하 게임즈 인터뷰를 위해 왕십리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오늘 인터뷰에 참석하는 사람은 반지하 게임즈의 이유원 기획자 겸 작가, 그리고 백승민 개발자로, '서울2033'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실 예정이죠.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하기 앞서 그들에게 질문을 하나 던져봤습니다.

"만약 현실이 게임이라고 가정한다면, 반지하 게임즈는 어떤 능력 두 가지를 가지고 시작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이유원 : 일단 컴퓨터 공학은 아니에요. 기술이 없어서(웃음).

백승민 : 능숙한 거짓말 아닐까(웃음). '서울2033'에서 능숙한 거짓말이 있으면 학교에 가서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줄 수 있거든요. 반지하 게임즈의 힘은 스토리를 흥미롭게 풀어나가는 능력에 있는 것 같아요.

이유원 : 또 한 가지를 꼽자면... 강력한 직감?! 게임을 기획할 때 꼭 잘될 것 같다 싶으면 잘 안 되고 재미없다고 기대를 안 한 작품들이 잘되더라고요. 반대로 작용하는 강력한 직감이 있는 것 같아요(웃음).



예상치 못한 질문에 조금 당황하신 기색이 보였지만 답변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전 시간이 많으니 천천히 고민해보시라고 말씀드렸더니 '말할 때까지 못 나가나 봐'하면서 눈치를 조금 보시긴 했지만 말이죠. 고르신 능력 외에 나왔던 답변을 살짝 말씀드리자면, '감염', '풀떼기', '밥버거' 등이 나왔습니다.


[ 메인스토리1: 반지하게임즈 ]

그럼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해볼까요? 먼저 게임에 대하여 본격적으로 물어보기 전, 개발사 반지하 게임즈에 대해서 궁금했던 점들을 물어봤습니다. 고등학생 때의 이야기부터 반지하 게임즈라는 이름을 짓고 게임을 개발해나가기까지,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부터 TMI스러운 디테일까지.

"'허언증 소개팅'부터 '중고로운 평화나라', 그리고 '서울2033'까지. 처음 게임을 개발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백승민 : 반지하 게임즈는 이유원 기획자와 저, 그리고 디자이너까지 고등학교 동창 셋이서 시작한 인디 게임 개발팀이에요. 고등학생일 때 유원이가 플래시 게임을 만들어오곤 했는데. 밤새도록 애들이랑 플레이할 정도로 정말 재밌는 게임들이 많았어요. 그 이후 저는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했고, 그때 모두가 사랑했던 플래시 게임을 모바일로 이식하면 더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제안하게 됐어요.

이유원 : 당시 저는 대학교 3학년생이었는데, 졸업을 앞두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였어요. 그때 승민이가 ‘네가 만들고 싶은 게임 다 만들어줄 수 있다!’며 제안하더라고요. 버튼 하나도 못 만들고 있던데(웃음)! 이후에 디자이너 친구까지 섭외해서 처음 만든 게임이 2016년 9월에 출시했던 ‘허언증 소개팅’이었어요. 의외로 반응이 좋아서 25만 다운로드까지 달성하기도 했죠. 그 이후 ‘중고로운 평화나라’, ‘서울2033’까지 하나하나 만들게 된 것 같아요.

▲반지하 게임즈는 그들의 특색을 담은 게임들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반지하 게임즈라는 이름은 어떻게 정하게 되신 건가요?"

이유원 : 제가 반지하에 살았어요(웃음). 그때 친구들이 자주 놀러 왔는데, 게임 개발을 시작하면서 이름을 정할 때 후보로 나왔어요. 인디스러운 감성도 있고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느낌을 잘 담고 있어서 만족스러웠죠. 저희가 만드는 게임스러운 이름이었다고 생각해요.

백승민 : 그리고 저희가 생각하는 게임 철학과 맞는 부분도 있었어요. 노동같이 느껴지는 게임이 싫었거든요. 핸드폰에 보조배터리 연결해서 계속 자동사냥 돌리고, 사람은 그냥 체크 정도만 해주고. 그런 기성 게임들이 불편했어요. 반지하 게임즈라는 이름에는 그런 저희의 마음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유원 : 이름이 재미있다 보니 기억을 해주시는 것 같아요. "어? 여기 '중고로운 평화나라' 개발사 아니야?"하면서 알아주시는 게 뿌듯하더라고요.


"이유원 기획자는 원래 플래시 게임을 개발해왔다고 하셨는데 취미로 시작하셨던 건가요?"

이유원 : 게임을 개발하는 게 재밌어요. 누군가는 스트레스 받을 때 그림을 그리며 안정을 받기도 하고 그러잖아요? 저는 게임을 개발하고, 누군가 내 게임을 플레이하고 이야기해주는 데에서 활력을 얻어요. 어렸을 때 플래시 게임을 좋아했는데, 제 마음에 쏙 드는 게임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만들어보자고 해서 시작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 같습니다.

백승민 : 솔직히 처음에 충격받았어요. 스트레스받으면 게임을 하거나 술을 마시거나 아닌가요(웃음)? 유원이가 만드는 게임들을 보면 랜덤성이 많이 들어가 있어요. 왜냐면 유원이는 자기가 만든 게임을 자기가 플레이하는데, 잘 짜인 규칙으로 이루어진 게임은 직접 플레이하기엔 재미가 없기 때문이죠.

이유원 : 그래서 로그라이크 류가 많아요.


"그렇게 개발한 게임 중에 어떤 게임이 기억에 가장 남으세요?"

백승민 : 저희 고등학교 버전 스매시 브라더스가 있었는데요. 등장인물이 전부 학교 친구들로 되어있고 기술도 그 친구의 특징에 맞춰 만들어져있어서. 정말 밤새도록 하기도 했어요. 저도 등장했는데 덩치 크고 조금 느린 캐릭터였죠(웃음). 경찰과 도둑, 이런 게임도 있었고 리그오브레전드랑 비슷한 게임도 있었는데.

이유원 : 2인용 게임이 많았어요. 친구들이 자기만의 메타나 기술 공략을 만들고 이야기해주는 게 정말 뿌듯했어요. '서울2033'에서도 가장 기쁠 때가 사람들이 자신이 체험한 것에 대해서 이야기해줄 때인 것 같아요.



궁금한 것들이 생겨서 좀더 물어보니, 반지하 게임즈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서울2033'은 총 네 명의 개발자들이 함께 만들어낸 작품으로, 정해진 개발 스튜디오가 없어 카페에서 만나 작업을 하곤 했다고 합니다. 게임 개발과 각자의 삶을 병행하고 있는 만큼 수익성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어려운 점도 많았을 텐데요.

"주말에만 모여서 개발하시는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백승민 : 어려운 점은 정말 많죠. 전 eBook 관련 회사에 다니는데, 회사원인 만큼 아침에 일어나서 생활을 해야 해요. 근데 게임에 버그가 터진다든가 롤백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체력에 큰 타격을 입어요. 그리고 주말에 카페나 스터디룸에서 게임 개발을 하는데, 쉴 공간이 없다 보니 힘들 때가 많아요. 사무실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유원 : 반지하 사는데 무슨 사무실! 흠, 저는 아무래도 학업과 병행하다 보니 주변에서 게임 개발하는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어요. 그런 말을 듣지 않도록, 내가 스스로도 실망하지 않도록 잘 분리해서 해보자고 마음을 먹고 시작했습니다. 초창기에는 고민이 많았는데, 이제는 나아지고 있어서 괜찮은 것 같아요. 게임을 개발하면서 활력을 얻고, 공부할 힘도 얻고요.




[ 메인스토리2: 서울2033 ]

가난한 개발자의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하고, 다음으로 넘어가도록 하죠. 개발자들도 게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을 참고 있는 것 같거든요. 가장 먼저 궁금한 것은 게임의 배경입니다. 서울을 배경으로 한 것부터, 성균관대학교까지 실제 있는 지역이 등장하거든요. 개인적으로 잘 아는 동네라서 그런지 흠칫흠칫 놀라게 된다니까요?

"실제 있는 지역을 배경으로 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유원 : 인물도 사실 실제 있는 사람들을 따와서 쓰는 경우가 많아요. 주변 친구나 교수님, 예전 고등학교 다닐 때 사감 선생님까지... 어떤 사람인지 아니까 묘사하기 쉬워서 그래요. 장소는 묘사하기 쉬워서라는 이유도 있지만 다른 이유도 있어요. 제가 포스트 아포칼립스 설정의 게임들을 좋아하는데, 폴아웃같이 미국의 실제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게임을 보면 미국인들은 정말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한국인들도 그렇게 느껴볼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지명은 물론 주변의 유명한 랜드마크를 적극적으로 묘사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백승민 : 제가 보기엔 그냥 귀찮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웃음). 게임상에서 백승민을 만나는 장면이 있는데, 304호 문을 열고 만나거든요. 정말 제가 304호에 살고 있어서... 그냥 고민하기 싫었던 것이 아닌가... 다르게 말하자면 일상생활에서 게임으로 만들어볼 수 있는 게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이유원 : 그래서 게임 속의 지역들은 포스트 아포칼립스로의 변화만 이루어져 있어요. 여의도는 여의도지만 둥지가 되었다든지. 친숙하기도 하고 새롭게 느껴지게 만들고 싶었어요.


"제목에서는 '메트로2033'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이유원 : 맞아요. 제목은 정말 고민을 많이 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더 나은 제목이 있었을까 싶어요. 대놓고 오마주한 점에서 느껴지는 B급 감성도 마음에 들고. 약간 원작에 빚을 지고 있다는 느낌은 있어요(웃음). '메트로2033'을 아는 유저는 딱보고 포스트 아포칼립스 게임이겠구나, 하고 생각할 테니까요.


"앞서 말씀하신 대로 주변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게임으로 만들어내시는 것이 인상 깊습니다."

이유원 : 일단 처음 작업이 어떻게 이루어지느냐면, 아이디어가 생기면 제가 먼저 플래시 게임으로 러프하게 만들어요. 그리고 팀원들에게 보여주고 재미있다 싶으면 본격적으로 개발에 들어가죠. '서울2033'도 처음 기획은 TRPG에서 시작했어요. TRPG가 재밌는데, 하려면 친구들도 모아야 하고, 번거롭잖아요. 이걸 모바일로 가져와 보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메인 스토리 외에도 서브 스토리가 정말 많은데요. 스토리 작업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이유원 : '서울2033'의 스토리라인은 사실 먼저 구체적인 생각하고 진행한 것이 아니에요.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서울은 어떨까 생각해보면서 즉흥적으로 써내려갔는데, 예를 들어 엽우회는 한국에는 총기가 합법화되어있지 않은 만큼 어디서 무기를 얻게 될까 생각하면서 만들어갔어요. 스토리는 먼저 정해둔다기보다는 주변에서 보고 들은 것을 바탕으로 살을 붙여가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백승민 : 디자이너와 함께 최대한 책 넘기는 느낌을 만들고자 했어요. 바로바로 스토리를 업데이트하고 개발하기 쉽도록 자동화해놨고요. 유원이가 소설을 올리듯 스크립트 파일을 올리면 클릭 몇 번으로 바로 이식되죠.

이유원 : 스토리를 쓰려고 하면 오히려 잘 안 써져요. 웹툰을 연재하듯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게임 스토리 내에서는 다양한 떡밥이 주어지고 해소되는데요. 이런 부분도 즉흥적으로 만들어내신 건가요?"

이유원 : 제가 떡밥 던지는 스토리를 좋아해요. 사실 전부 머릿속으로 설계해서 던지는 것은 아니고... 차근차근 엮어나가는 식이에요. 메인 스토리는 만들어놓고, 어떤 단체를 만나는지, 복수를 해나가는지는 유연하고 흥미롭게 추가해나갑니다.


"개인적으로 가끔 내가 복수를 목표로 모험을 떠났다는 사실을 잊기도 하더라고요. 주변 스토리가 많다 보니."

이유원 : 그런 경험이 재밌다고 생각해요. 애초에 '서울2033'의 기획이 유저마다 고유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는 데에서 시작했으니까요. 아직은 더욱 다듬어나가야 하고 순서도 랜덤하지만, 매번 플레이할 때마다 '난 이런 내용으로 진행했어'라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그리고 재밌게 할 수 있도록. 유저분들 피드백을 보면 '서울2033'은 엔딩이 끝인 게임이 아니라 더 많은 이야기를 보고 경험하고 싶어하는, 자기의 플레이가 고유한 경험이 되는 게임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아서 기뻐요.

백승민 : 그래서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은 플레이어들이 매판 진행하면서 겪었던 경험들, 자신의 길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기능을 넣으려고 하고 있어요. 개발상 어려움이 있어서 조금 지연되고 있지만요. 어떤 엔딩으로 정착했을 때, 자신이 겪은 이야기들이 글로 적혀지고 나만의 엔딩을 저장,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고자 합니다.

☆ 앞으로의 업데이트 방향성을 들었다 (1/3)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확실히 자신의 엔딩과 스토리를 다시 볼 수 있게 된다면 좋겠네요! 최근 메인 스토리가 정리된 만큼 기대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다음 물어볼 내용은 게임 스토리 외의 부분... 아니, 근데 지금 왜 쓰러져 계신 건가요? 빨리 일어나세요, 여쭤볼 것이 많단 말이에요!



"스토리 외에 궁금했던 부분이, 텍스트가 많은 게임인 만큼 레이아웃도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글이 길면 잘 읽지 않으니까요."

백승민 : 처음 의도했던 것은 책처럼 읽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었어요. 사실 저도 글이 길면 안 읽어요(웃음). 최악의 시나리오는 버튼만 막 누르면서 넘기는 게임이 되어버리는 것이죠. 천천히 읽어갈 수 있도록 타이핑되는 이펙트를 넣은 이유도 유저들이 읽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였어요. 처음에는 타이핑 효과가 끝나면 선택지가 등장하도록 했지만 이 부분은 수정하고, 그 외의 부분도 다듬고 있습니다.

이유원 : 말씀하신 부분을 가장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처음 게임을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니, 세계관 설명인 줄 알고 게임은 언제 시작하느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이게 바로 게임이고 책이고, 이야기라는 점을 설득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스트리머들이 플레이할 때 댓글만 봐도 세줄요약해달라는 분들도 있을 만큼 익숙하지 않은 포맷이니까요. 그래도 익숙해지면 재밌게 해주시는 것 같아서 뿌듯합니다. 이제부터는 제 글쓰기 역량에 달려있다고 생각해요.


"텍스트 외의 요소들은 최소한으로 제한되어있는 부분이 눈에 띄었는데요.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백승민 : 이와 관련해서는 의도적으로 연출한 부분이 많아요. 플레이하는 사람이 여자든, 남자든, 나이가 많든 적든을 떠나서 자신을 투영해서 읽을 수 있게 하고자 했습니다. 일러스트를 추가할 때도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이유원 : 궁극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다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 RPG에서 보여지는 캐릭터에 자신을 이입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내'가 진행하는 이야기라는 점을요. 이 의도가 잘 이루어져 있는지는 사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도 노력해나갈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백승민 : 덧붙여 장소나 인물도 플레이어가 직접 상상하게끔 만들었어요. 어떤 장소에 들어갈 때 그 장소의 모습을 일러스트로 보여주기보다는 문을 열고 들어가는 이미지만 넣어서 그 내부는 마음대로 상상해볼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요. '해리포터'를 보고 왜 헤르미온느가 그렇게 생겼지? 초 챙은 왜 그렇게 생겼지? 하고 생각한 독자들도 있을 거에요. 그런 느낌을 받지 않았으면 했어요. 물론, 게임에서 등장하는 쥐는 상상과 달리 너무 귀엽다는 반응도 있지만요(웃음).

▲귀여워 보이지만, 사실은 굉장히 흉악한 놈이다.

"앞으로의 업데이트 방향성에 대해서 들어보고 싶습니다."

백승민 : 후원자 판에는 먼저 일일 퀘스트가 추가됐습니다. 어떤 특정한 퀘스트를 통해 쿠키를 얻을 수 있어요. 그리고 UI부분도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이템을 보기 쉽게 필터링하거나 배열을 다르게 하는 방식을 생각해보고 있고요. 또 한 가지 준비하고 있는 부분은 음악이에요. 지연되고 있는 이유는 이벤트마다 분기가 바뀌고 분위기가 바뀌면서 음악도 유연하게 변화할 필요가 있어서인데요. 일일 퀘스트 업데이트가 끝난 만큼 이제 음악 부분을 다듬어나갈 예정입니다.

이유원 : 가끔 유저분들이 자신이 한 선택 말고 다른 길도 있었다는 사실을 잘 모르실 때가 많아요. 다른 길도 있다는 것을 확인해보실 수 있도록 일일 과제를 넣었습니다. 퀘스트를 클리어하면 쿠키를 얻게 되는데 처음 이야기를 시작할 때 이야기꾼에게 찔러주면 좀 더 좋은 운명으로 바꿔볼 수 있죠.

☆ 앞으로의 업데이트 방향성을 들었다 (2/3)

"이번에 메인 스토리가 마무리되었는데요. 앞으로 스토리 업데이트는 어떻게 이루어질 예정인가요?"

백승민 : 중간마다 제대로 마무리가 안 된 스토리가 있어요. 그 떡밥들을 풀어내면 시즌1이 완결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유원 : 사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풀어내야만 완결이라고 선언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서울2033'의 세계관을 아끼는 만큼 완결은 오래 걸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WOW처럼 확장팩처럼 메인 스토리 업데이트, 그 외 사이드 스토리 추가 이런 주기로 이루어질 것 같아요.

☆ 앞으로의 업데이트 방향성을 들었다 (3/3)

"현재 얼리액세스 단계라고 언급하신 바 있는데. 정식 출시는 언제쯤으로 예상하고 계신가요?"

이유원 : 원래 계획은 메인 스토리를 완성하고 정식 출시하려 했는데요. 정식 출시하는 것에 대해서 저희로서는 부담감도 있었고, 게임이 마무리되어버린 느낌이라서 보류됐습니다. 아직도 할 이야기가 많은데, 여기서 끝이라고 생각하실까 봐...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을 때, 유저들이 저희가 의도했던 것처럼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될 때, 정식 출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백승민 : 웹툰의 '연재 중'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해요. 정식 출시하면 완결로 넘어가는 느낌이죠.


"이전까지는 광고만 들어가 있었고, '서울2033'은 처음으로 후원자 버전을 추가하시게 됐는데, 수익 구조에 대해서는 어떤 고민이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이유원 : 저희는 인디 개발팀이고, 큰 게임처럼 인앱결제를 적극 활용하기 어렵다 보니, 고민이 많았어요. 기존에는 광고 수입만 활용했었거든요. '서울2033'은 여러모로 '후원'이 어울리는 게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게임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많았고요. 그래서 광고 제거 판이라기보다는 후원자 버전이라고 이름을 붙이게 됐어요. 광고제거판 버전을 구매한다는 느낌보다는 정말 게임을 좋아해서 구매했고, 개발자들을 후원한다는 느낌으로요. 후원자 버전은 업데이트가 조금 빠른데요, 좋게 봐주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백승민 : 후원자 버전을 구매하면 개발자에게 밥버거를 사주신 것이라며,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있는데요. 재밌게 봐주시는 것 같습니다.

▲후원자 버전에서는 광고가 사라지는 대신 재미있는 이벤트가 벌어진다.

"광고가 등장하는 부분도 신경을 많이 쓰신 것 같습니다. 후원자 버전에서는 특이하게 연출되고요."

이유원 : 처음 광고를 넣겠다고 기획할 때는 '어떻게 넣어야 하는가'에대해서 많이 고민했어요. 광고를 보고 그냥 부활하거나 혜택을 주면 게임의 몰입도를 해치니까요. 이 부분에서 아이디어를 냈던 게 랜덤웨어같이, 오히려 광고를 보지 않으면 패널티를 주겠다는 느낌으로 넣었어요. 반발이 있을 거라 예상했는데 오히려 재밌게 잘 넣었다고 평가해주셔서 다행이었죠.

백승민 : 유저들이 보기엔 창조주의 음성을 듣는다는 게 뭐지? 싶을 테니까요(웃음). 기본적으로 게임을 만들 때 돈이 아니라 게임성을 재밌게 하자는 생각이 먼저였기 때문에 생각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광고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혜택을 주었다면 돈은 더 벌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좋은 경험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고 생각해서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이쯤에서 저희도 광고를 보고 가실까요? 아앗, 농담입니다. 게임에 대한 이야기는 이 정도로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개발자의 눈빛이 할 말이 더 남은 느낌입니다. 준비한 질문은 마무리된 상황.



"랜덤인 만큼 조금 게임이 어렵게 진행될 때도 많은데, 이런 부분에 대한 밸런스도 고민하신 부분이 있나요?"

이유원 : 사실 개인적으로 로그라이크 게임을 좋아해서, 사람들이 금방 죽는 걸 보면...

백승민 : 행복해하더라고요.

이유원 : 처절하게 버티다 죽는 경험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극한 상황에서 아등바등하는 것. 그걸 치고 올라갈 때의 성취감. 그런 경험은 남겨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승민이는 초반 부분에만 조금 개입이 들어가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는데, 경험을 제한하는 것은 제가 만들고 싶은 게임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백승민 : 안타까웠던 것은, 처음 플레이한 사람들은 몇 번 하지 않고도 감염되어 죽는 경우가 많은데. 재밌는 경험을 못하고 접는 경우가 많거든요. 즐거움을 알기 전에 질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안한 거에요. 결과적으로는 좋은 스토리를 많이 넣어서 랜덤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하자고 결정했습니다. 사실, 아직도 앞부분을 조금 쉽게 만들어줬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플레이했을 것 같긴 해요(웃음). 하지만 어렵다는 것 자체도 '서울2033'의 특징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여쭤보고 싶었는데, 공략이 있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오래 살 수 있는 팁이 있다면요?"

백승민 : 전 이 게임(서울2033)을 잘 못해서(웃음)... 스토리가 굴러가는 것 자체가 플레이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유원 : 모든 것을 예상외로 다 파악하고 계신 분들이 많아요. 오픈 카톡 방에 보니 아예 도식화해서 공유하기도 하시더라고요. 살아남는 팁을 드리기는 어려운데. 사실 서울이 이 지경인데 죽는 게 당연한 것 같기도 하고(웃음). 죽느냐, 살아남느냐는 사실 중요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 과정이 얼마나 재미있었느냐가 중요하니까요. 길이 없다고 생각한 곳에서 다른 사람들은 찾은 길을 보며 신기해하기도 하고, 다른 조건으로 깨기도 하고. 그렇게 서로 정보 공유를 하시는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해져요.

백승민 : 반대로 어떤 공략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려 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미군을 통해 무조건 권총을 얻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랜덤하게 오히려 미군과 적대적 특성을 얻기도 하고. 공략이 뭐냐고 물어보신다면, 매번 다른 것을 클릭하고 선택해보는 것이 정답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 에필로그: 남은 이야기 ]

체력도, 멘탈도, 돈(?)도 아직 남았지만, 시간이 마무리되어가는군요. 이제 인터뷰를 마무리할 때가 됐어요. 앞서 긴 글은 안 읽게 된다고 본인이 질문해놓고선 길고 긴 인터뷰를 쓰고 말았다고요! 너무 길어서 세줄요약도 안 되겠어요. 마지막으로 좀 더 진지하고 보람차고 유익하고 훈훈한 이야기로 마무리해야겠습니다.

"반지하 게임즈가 바라보는 앞으로의 방향성을 이야기해주신다면?"

백승민 : 우선은 차기작보다도 개발 프로세스에 대한 고민이 이루어질 것 같습니다. 현재 반지하 게임즈는 매주 토요일마다 동아리처럼 만나서 개발하고 있어요. 이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팀원을 늘릴 수도 있고요. 게임은 물론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나갈 예정입니다. 차기작에 대한 아이디어는 정말 많이 쌓여있어요. 앞서 말씀드렸듯 유원이가 아이디어를 많이 가져오고 있어서요. 초등학교 때도 200개 정도 게임을 만들었대요(웃음)... 많은 아이디어 중에서 고르고 고르는 중입니다. 물론, '서울2033'이 충분히 마무리된 이후에 만들 예정입니다.

이유원 : 생각보다 금방 나올 수도 있어요. 프로젝트 진행하는 게 많아서.


"좀 더 체계적으로 가꿔나가신다는 말씀이군요."

백승민 : 반지하 게임즈가 게임을 개발한 지는 벌써 햇수로 4년 차가 됐어요. 그동안은 친구들끼리 개발하다 보니 우리만의 시스템으로 이루어졌고 문서로 만들어진 것이 없었죠. 이걸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하기는 어려워요. 좀더 시스템을 체계화하고자 합니다.

이유원 : 또한, 인디 게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요. 그만큼 참여하고 싶은 분들도 많고요. 능력 있는 분들과 함께 개발해나갈 수 있다면 반지하 게임즈가 규모적으로 한 단계 도약하고, 더욱 전문적이고 효율적으로 게임을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차기작은 어떤 게임이 될까요? 살짝 힌트를 주신다면?"

이유원 : 개인적으로도 '서울2033'의 세계관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서, 프리퀄 식으로 진행해볼까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확정된 것은 아니고, 생각해보는 단계지만요.

백승민 : 같은 구조, 다른 스토리의 게임이라 개발자는 편하고 작가만 고생하는 시스템... 저는 적극 환영...



아쉽게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없어서, 여기까지만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 날도 있는 거겠죠. 이제는 정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할 때입니다.

"반지하 게임즈가 어떤 개발사로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백승민 : 팀원들이 정말 좋아하는 문구가 하나 있어요. 허먼 멜빌(Herman Melville)이 한 말인데. "아류로 성공하기보다는 오리지널로 실패하는 게 낫다"는 문장. 성공하는 게임들을 따라 만들어서 그럭저럭 수익을 내기보다는 저희가 만들고 싶은, 참신하고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서 확 실패해버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희의 목표기도 하고요. 여기서 벗어나게 된다면 '반지하 게임즈'라는 이름을 쓰지 않을 겁니다.

이유원 : '나는 반지하 게임즈의 게임을 좋아해. 믿고 즐길 수 있어.' 이런 평가를 받는 개발팀이 되고 싶어요. 시간이 흘러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은 계속 즐길 수 있는 게임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