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별리그 1위, 플레이오프 2연속 3:0 완승. 전력의 끝을 측정할 수 없는 러너웨이와 엘리먼트 미스틱이 드디어 결승에서 대결한다. 두 팀 중 한팀은 오버워치 컨텐더스 시즌2에서 이어온 압승행진을 멈추게 되는 반면, 승자는 시즌 전체를 자신들만의 무대로 확실히 장식할 기쁨을 누리게 된다.

먼저, 수많은 대기록을 갱신할 기회를 잡은 팀은 러너웨이다. 지난 시즌 우승팀으로 2연속 우승에 도전하며 이번 시즌 전승 우승까지 노릴 수 있는 유일한 팀이라고 할 수 있다. 단 1패도 기록하지 않았기에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그 끝이 궁금한 팀이다. 지난 시즌 우승 주역이었던 팀원들이 모두 오버워치 리그로 향했지만, 새로운 2기 팀원들 역시 팀 명성에 걸맞은 성적을 내고 있기에 더욱 놀라울 수밖에 없다. 이번 결승전에서도 우승한다면, 어떤 선수라도 우승자로 키워낼 수 있는 러너웨이만의 구단 가치를 입증하게 되는 것이다.

상대인 엘리먼트 미스틱은 조별리그에서 완벽하진 않았다. 하지만 중요한 8강-4강 무대에서 계속 성장해 자신들만의 스타일을 완성한 팀이라고 할 수 있다. 4강에서 러너웨이가 독보적인 힘의 차이를 입증했다면, 엘리먼트 미스틱은 끝없는 추가 라운드에서도 승리하는 집념을 제대로 보여줬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승리로 향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팀이 바로 엘리먼트 미스틱이다.

그렇다면 최고의 행보를 걸어온 이들에게 약점은 없을까. 상위 라운드로 올라오면서 더욱 단단한 호흡을 보여줬기에 약점을 찾기 쉽지 않다. 하지만 두 팀이 보유한 뚜렷한 장점이 흐릿해진다면, 경기 양상은 달라질 수 있다. 장점이 뚜렷한 만큼 그 장점에 의존하는 경기 역시 많았다. 기세가 좋은 두 팀인 만큼 해오던 결승전에서도 승리 방식을 고수할지, 변화를 줄지가 결승전의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 러너웨이 표 3탱-3힐,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올까



오버워치 월드컵 예선전부터 3탱-3힐 조합은 꾸준히 등장했다. '이제는 패치 영향으로 못 쓰겠지'라는 말이 나올 때도 더욱 정교한 팀 합과 CC 연계로 꾸준히 힘을 발휘한 조합이다. 메인 딜러가 없는 조합인 만큼 딜이 부족할 거라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상대를 먼저 쓰러뜨리고 일방적으로 공격한다면, 충분히 탱커-힐러들도 대거 킬을 낼 수 있다. 오버워치 월드컵에서 영국이 이를 잘 보여줬고, 컨텐더스 시즌2에서는 러너웨이가 가장 잘 활용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 중심에는 역시 'HEESU' 정희수의 자리야와 '매그' 김태성의 라인하르트가 있다. 하이라이트 장면만 보더라도 그 비중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거점에서 벌어지는 정신 없는 난전 속에서 교전을 결정짓는 자리야의 중력자탄과 라인하르트의 대지분쇄가 터져 나온다. 상대 팀 역시 비슷한 조합으로 맞섰지만, 영상에서 보듯이 적중하는 각 자체가 다르다. 특히, '매그'의 라인하르트는 중력자탄에 맞은 아군들을 방패로 보호하는 플레이가 일품이었다. 그사이 빠르게 궁극기를 채운 힐러들이 아군을 구해내면서 러너웨이가 흔들리지 않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지속 싸움에 능한 힐러들과 탱커들이 단단하게 버티고, 중력자탄-대지분쇄 타이밍에 딜을 퍼부으면 밸런스가 완벽 해보인다.

그런데, 중력자탄-대지분쇄 타이밍에 별다른 딜을 넣지 못한다면? 탱커-힐러 중심의 조합을 고집해온 러너웨이팀 딜의 약점이 드러날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알고도 못막을 만큼 정교한 궁극기 활용을 보여줬고, 엘리먼트 미스틱은 그 순간에 어떻게 대처할지 해답을 찾아야 한다. 러너웨이 입장에서는 긴장되는 결승 무대에서 중요한 궁극기가 빗나갔을 때 불어올 후폭풍 역시 감당해야 한다.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줬던 라인-자리야의 침착한 궁극기 활용이 여전히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 '방패'를 깨부신 엘리먼트 미스틱의 '주먹'



러너웨이가 3탱-3힐 조합을 중심으로 결승까지 올라왔다면, 엘리먼트 미스틱은 단연 'SP9RK1E' 김영현(이하 스파클)의 둠피스트를 중심으로 올라온 팀이라고 보면 된다. 확실히 다른 팀보다 둠피스트의 숙련도나 활용에서 크게 앞서갔다.

많은 팀들이 전승을 달리는 러너웨이와 함께 3탱-3힐 조합을 활용할 때, 엘리먼트 미스틱은 이를 격파하면서 올라왔다. 라인하르트가 단단히 방패를 들고 버티려는 순간, '스파클'의 둠피스트가 상대 진형을 무너뜨리고 난전을 유도한다. '스파클'의 둠피스트가 대단한 이유는 킬로그에 꾸준히 이름을 올릴 뿐 아니라 생존 능력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파고들어 공격을 해야 하는 둠피스트는 자칫 허무하게 끊기면서 상대에게 기세를 넘길 수 있는 위험한 영웅이기도 하다. 하지만 '스파클'은 적절한 공격과 회피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둠피스트의 '공격-회피 싸이클'이 끝없이 굴러가면, 어느새 엘리먼트 미스틱의 승리가 눈앞으로 다가오곤 했다.

▲ 곧 난장판이 될 전장, 방벽과 함께 파고드는 '스파클' 둠피스트

사실, 엘리먼트 미스틱만의 둠피스트의 생존에는 팀원들의 보이지 않는 도움이 있었다. 팀원의 적절한 캐어로 생존기가 빠진 타이밍에도 살아남은 것. '스파클'은 "자리야의 방벽 덕분에 둠피스트로 더 많은 걸 할 수 있다"고 엘리먼트 미스틱 둠피스트만의 비결에 대해 언급했다. 본인 역시 그 시간에 궁극기 '파멸의 일격'을 채워 생존과 딜에 힘을 더 보태면서 팀 승리에 기여할 수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스파클' 홀로 캐리를 하는 듯하지만, 팀적으로 힘을 실어주면서 더 큰 시너지 효과가 나는 엘리먼트 미스틱의 조합이 완성된다고 볼 수 있다.

러너웨이팀이 자리야-라인하르트의 궁극기에 딜 의존도가 큰 만큼, 엘리먼트 미스틱 역시 둠피스트의 손에 많은 것이 달린 팀이다. 생존기가 빠진 둠피스트 역시 방벽 하나로만 버티기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반대로, 둠피스트에게 모든 힐과 쉴드가 몰린다면, 다른 영웅들이 취약해지기도 한다. 러너웨이는 핵심인 둠피스트가 취약한 타이밍을 노릴 것인지, 다른 영웅을 노릴 것인지 확실한 선택이 필요하다.

이에 러너웨이 정희수는 "영웅 교체 없이 스타일 변화로 충분히 둠피스트에 대처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표출한 바 있다. 엘리먼트 미스틱 역시 4강 1세트 시작부터 상대의 선공에 둠피스트가 힘을 쓰지 못하는 장면이 나오고 말았다. 하지만 상대의 진입 경로를 파악한 뒤 역전승에 성공하면서 게임 내에서도 발 빠른 대처가 돋보이는 경기였다. 두 팀 모두 자신들이 잘하는 조합을 게임 내에서 다른 스타일로 구사할 수 있기에 자신감이 넘치는 상황. 어떤 변화가 그들을 승리로 이끌지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 둠피스트 vs 3탱-3힐 그 외 조합 대결 가능성은?



두 팀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앞서 설명한 두 조합이지만, 충분히 색다른 스타일로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러너웨이는 4강에서 주로 3탱-3힐로 임했지만, 정희수가 자리야가 아닌 솜브라-둠피스트를 꺼내면서 러너웨이의 변신을 예고하기도 했다. 진형을 붕괴하는 둠피스트와 뒤를 잡고 EMP를 날리는 솜브라 모두 제 역할을 해냈다. 상대팀 에이스이자 주 영웅이 겹치는 '스파클'과 대결에 대해서 정희수는 "오버워치는 팀 게임이다"며 다양한 영웅 대결에서도 개인 기량보다 팀 기량으로 승리하겠다고 자신했다.

조합과 영웅의 변화를 더욱 반기는 쪽은 엘리먼트 미스틱이다. 엘리먼트 미스틱은 4강에서 스톰퀘이크를 상대로 딜러 싸움에서 승리를 거둔 바 있다. 볼스카야 인더스트리라는 맵의 특성상 충분히 딜러가 나올 수 있었다곤 하지만, 엘리먼트 스틱의 대처가 더 깔끔했다. 그동안 젠야타를 위주로 플레이했던 'Xzi' 정기효가 '물 만난 고기'처럼 자신의 주력 영웅인 위도우메이커로 활약하는 모습이 화면에 비쳤다. 새로운 조합에 대해 정기효는 "나 뿐만 아니라 팀원들 역시 다른 영웅과 조합을 충분히 잘 활용한다"며 "결승전에서 더 다양한 조합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기도 했다. 스톰퀘이크와 4강에서는 먼저 선을 보이진 않았지만, 모두가 떨리는 결승 무대라면 맵에 따라 과감한 시도도 엘리먼트 미스틱에겐 가능한 선택 중 하나일 것이다.

이제 두 팀의 마지막 선택이 많은 걸 좌우한다.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을 한 번 더 갈고 닦을지, 이전과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상대를 놀라게 할지부터 결정을 해야한다. 확실한 방향이 정해지지 않는다면, 결승이라는 큰 무대에서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진행 속도가 빠른 오버워치라는 게임의 특성상 순식간에 경기 양상이 뒤집힐 수 있고, 작은 실수의 여파가 빠르게 번져 나갈 수도 있다. 두 팀의 선수들 모두 첫 결승전에 임하는 만큼 긴장하거나 경기 중 흔들릴 수 있다. 이를 대담하게 잘 극복하면 컨텐더스 우승자라는 타이틀을 획득할 수 있다. 그리고 더 큰 컨텐더스 세계 무대에 오를 자격을 갖춘 팀으로 거듭날 것이다. 한국 오버워치 컨텐더스의 대표로 말이다.

■ 오버워치 컨텐더스 코리아 시즌3 결승전 일정

러너웨이 vs 엘리먼트 미스틱 - 1월 19일(토) 오후 2시 (부산 MBC 드림홀)
- 7판 4선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