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 라이트 플라이어 스튜디오 ⊙장르: JRPG ⊙플랫폼: 모바일 ⊙발매일: 2019년 1월 29일

사람들은 누구나 한 번은, 좋았던 옛날을 찾고는 합니다. 그때 그 시절이 좋았지, 라는 말부터 시작해서 어느 덧 자신이 옛날에 즐기던 무언가를 떠올리죠. 게이머들이라면 아마 그 옛날, 자신이 즐겨하던 고전 게임들을 떠올릴 것입니다. "이 게임, 정말 재미있었는데", "이런 게임 다시 안 나올까?"라고 말이죠.

개중에는 '크로노 트리거' 같은 JRPG들도 있습니다. 1980년대 후반 일본 개발사들이 만든 RPG들의 공식을 일컫는 이 장르는 CRPG와 달리 유저의 선택이나 자유도는 최대한 배제한 것이 특징입니다. 대신 매력적인 시나리오와 감성적인 2D 그래픽, 음악, 짜임새있는 전투를 선보였습니다. 그러면서 많은 유저들에게 지금까지도 회자되곤 했죠.

일본의 라이트 플라이어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어나더 에덴: 시공을 넘는 고양이(이하 어나더 에덴)'은 JRPG를 모바일로 담아낸 작품입니다. 모바일 RPG하면 떠오르는 스테이지 방식의 수집형 MORPG나, 광활한 오픈필드를 자랑하는 MMORPG 방식을 배제하고, 정해진 필드 안에서 시나리오와 퀘스트를 차근차근히 풀어나가면서 진행하는 고전 싱글플레이 RPG를 담아냈죠.


"이런 느낌, 정말 오랜만이다."
그때 그 감성을 담아낸 그래픽, 그리고 음악의 절묘한 조화


사실 고전 JRPG 감성은, 어떻게 보면 2D 그래픽 RPG가 지향해야 할 방향처럼 자리잡았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게이머들의 눈을 사로잡았던 장르이기도 하고, 그만큼 매력이 넘치는 장르였기 때문이죠.

'어나더 에덴'은 처음 들어간 순간부터 그 감성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추억을 자극하는 아기자기한 디테일이 살아있는 그래픽과 음악의 조화는 그 옛날에 JRPG를 처음 접했을 때를 떠올리게 했죠. 파스텔풍의 따뜻한 색감으로 부드럽게, 그러면서도 광원을 섬세하게 표현한 2D 그래픽은 눈길을 사로잡는 마력이 있었습니다. 여기에 크로노 트리거 OST를 담당했던 미츠다 야스노리 특유의 섬세한 음색이 더해지면서, 고전 JRPG의 향수를 자극했죠.


UI와 특수 효과음도, 그때 그 느낌이 들도록 설계했다는 느낌이 진하게 들었습니다. 가상조이스틱을 화면에 띄우지 않고 터치&드래그 방식으로 캐릭터가 이동하기 때문에 약간 불편하긴 했습니다. 그렇지만 유저의 손가락을 제외하고는 배경과 캐릭터를 가리는 요소를 최소화했기 때문에 최대한 온전히 이를 담아낼 수 있었죠.

메뉴를 들어갔을 때 네모지게, 그러면서도 끝은 둥글게 다듬은 간단한 디자인의 버튼과 아이콘들은 리소스를 최대한 줄이고자 했던 옛날 JRPG의 느낌을 살려냈습니다. 퀘스트가 끝났을 때나 보상을 받았을 때 기존 음이 페이드아웃되면서 팡파레 음이 들리고, 전투에 들어갔을 때 그 옛날 신디사이저의 느낌이 진하게 남는 곡으로 전환되는 걸 듣다보면 저절로 옛날 생각나네, 라는 소리가 나오곤 했죠.

▲ 승리의 순간에 자동으로 팡파레가 재생될 정도로, 그 익숙함을 게임에 담아냈습니다

▲ 아기자기한 아이콘과 텍스트로 심플하게 UI를 구현하면서도, 화면을 최대한 가리지 않도록 했습니다

JRPG는 당시 존재했던 콘솔에 맞춰서 리소스를 최대한 압축하는 것이 개발 과정에서 주요 화두였기 때문에 줄일 부분은 줄이면서도, 그런 느낌이 들지 않게 사운드 등을 적절히 배치하고는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팬들의 기억에 남을 장면이나 필살기 등은 뇌리에 남을 정도로 연출에 공을 들였죠.

'어나더 에덴'은 그 공식에 굉장히 충실한 면모를 보여줬습니다. 일반 공격이나 스킬들은 간단한 연출과 사운드로 표현하되, 일부 중요한 파트는 화려함을 담아낸 것이죠.


모험과 이야기, 우리가 RPG에서 잊고 있던 것들
스킵과 자동, 유료 아이템을 없애고 직접 모험의 세계를 느끼게 하다


뿐만 아니라 '어나더 에덴'은 최근에 나온 게임들과 달리 스킵 기능이 없습니다. 따라서 마치 책을 읽듯이 인게임 영상이나 이벤트, 스크립트를 하나하나 보고 넘어가야 하죠. 퀘스트 진행 방식은 일반적인 모바일 RPG에 맞춰서 스테이지 방식의 MORPG로 구성하지 않고 오픈필드에서 하나하나 퀘스트를 찾아가는 방식으로 구현했습니다. 여기서도 모바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요소인 자동은 완전히 배제했죠.

또한 상점에서도 장비를 금화만 지불하면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재료까지 모아서 제공해야 살 수 있도록 했습니다. 최근 모바일 게임의 추세와 달리, 장비는 게임 내 화폐뿐만 아니라 모험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재료들을 모아서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부 장비는 서브 퀘스트로만 얻을 수 있게 했죠.

▲ 장비를 사려면 게임 내 화폐인 Git 말고도 다른 것들이 필요하고

▲ 일부 아이템은 서브퀘스트에서만 얻을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불편하고 시대착오적으로 보이는 이 과정은 유저가 감미로운 음악과 감성적인 그래픽과 함께 스토리와 퀘스트를 음미하게 하도록 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음악과 그래픽은 이미 고전 JRPG의 감성을 떠올리게 할 만큼 충분히 매력적이었죠.

'어나더 에덴'은 시놉시스로 보면 소중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싸우던 주인공이, 어느 사이에 세계의 운명을 건 모험을 떠나게 된다는 JRPG의 고전적인 클리셰를 담고 있습니다. 크로노 트리거의 시나리오를 담당했던 카토 마사토가 시나리오를 맡았기 때문인지, 다양한 시대를 넘나들면서 단서를 찾아가고, 세계의 비밀을 알아가는 과정은 크로노 트리거의 전개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 크로노 트리거의 시나리오 담당인 카토 마사토가 시나리오 및 연출을 맡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크로노 트리거에서 보여줬던, 중간중간 소소하게 넘어갈 수 있는 에피소드나 서브 퀘스트를 통해서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단면을 섬세하게 조명해내는 모습을 '어나더 에덴'에서도 일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서브 퀘스트로만 얻을 수 있는 장비도 있기 때문에, 이런 퀘스트를 유저가 직접 찾아가도록 유도했죠. 그러면서 숨어있는 이스터 에그를 발견하거나, 세계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를 찾아가서 읽어나가는 재미를 유저가 느낄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심플 이즈 베스트, 그 공식을 따르다
간단한 전투와 인터페이스, 육성, 동선의 단순화로 접근 난이도를 낮추다


게임마다 다르지만, JRPG는 전략적인 전투를 앞세우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게임마다, 혹은 시리즈마다 천양지차의 전투 방식을 보여주고는 합니다. 대체로 턴제를 바탕으로 하지만, 여기에 각기 다른 요소들을 덧붙이거나 룰을 일부 변경하면서 그 게임만의 독특한 색깔이 묻어나는 전투 시스템을 구축하고는 하죠. 특히나 시리즈를 거치면서 이런 경향이 조금 더 짙어지고는 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요소를 넣어서 전략적으로 만든 전투는 전략적인 재미를 준다는 장점도 있지만, 장르를 처음 접하는 유저가 접근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죠.

'어나더 에덴'은 반면에 아주 간단하고 클래식한 JRPG식 전투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멤버를 교체하거나 혹은 전장에서 일시 후퇴시켰다가 다시 투입하는 체인지-상승-하락 시스템을 제외하면 기본 공격과 스킬로 이원화된 단순한 턴제 전투를 보여주고 있죠. 스킬도 비교적 단순한 효과들 위주로 편성이 되어있어서 어렵지 않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 기본 전투 방식은 심플한 턴제 방식입니다

이렇게 전투가 간단한 대신, 전투에서 아이템을 사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체력과 마나를 회복하려면 특정 캐릭터의 스킬 외에는 서브로 대기시키는 것밖에 방법이 없거든요. 서브로 대기하는 멤버들은 매 턴마다 일정 비율로 체력과 마나가 차게 되고, 서브에서 다시 메인으로 오게 되면 각 캐릭터마다 특수한 버프를 제공하게 됩니다. 가면 갈수록 강해지는 적 특히 보스를 상대로는 이런 체인지와 상승, 하락을 전황에 따라서 잘 사용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서 판도가 달라지고는 했습니다.



전투 이후에도 체력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식사'를 누르거나, 던전 혹은 맵에 있는 쉼터에서 잠시 쉬어가거나, 여관에서 휴식을 취해야 했습니다. 그 외에는 별도로 아이템이 없고, 여관에 갔다가 돌아오면 입구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전투 중에 체력을 회복시키면서 정비하거나, 멤버를 계속 교체하면서 플레이하는 전략성이 요구됐죠.


▲ 여관이나 일부 포인트에서 체력회복을 하는 시스템은 불편하긴 하지만, 옛날 생각이 솔솔 나기도 합니다

▲ 체력이 없는 멤버는 서브로 돌려서 회복하고, 서브 멤버가 메인으로 오면 각자 다른 버프를 발동시킵니다

고전 JRPG처럼 간단한 UI에, 육성과 장비도 단순화시킨 것도 특징입니다. 레벨에 따라서 올라가는 포인트로 스탯 트리를 찍고, 스킬 트리를 익힌다는 것은 다른 RPG와 동일하지만 이 트리를 일원화에 가깝게 정리했죠. 그리고 크고 단순한 인터페이스로 구성해 직관성을 높였죠. 장비도 무기와 장비, 장신구 3개로만 단순화해서 다양한 장비를 맞추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줄였습니다. 그러면서 맵을 최대한 단순하게 구성해, 유저가 길을 찾거나 이동하는 데에 드는 동선을 최소화하도록 했습니다.


▲ 스테이터스와 맵은 최대한 간소화해서, 육성과 이동에 소요되는 시간을 최소화했습니다


정통 JRPG의 감성과 미학을 구현한 '어나더 에덴'
부분유료화를 채택한 BM을 올드 JRPG팬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관건

최근 모바일 게임에서는 고전 게임의 불편한 부분들을 개선해서 내놓지만, '어나더 에덴'은 일부러 그런 요소들을 채용해서 유저가 이 이야기를 단순히 흘려보내지 않고 지켜보게끔 설계했습니다. 여기에 인류의 멸망 등 무거운 소재가 언급되는 와중에도,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에 대한 섬세한 묘사도 잊지 않으면서 감성을 한층 더 살려냈습니다.

그러면서 그간 잊고 있던, 이야기를 음미하면서 이를 완성하기 위해서 모험을 떠나는 즐거움을 다시금 느낄 수 있게 했죠. 한편으로는 전투나 육성 과정은 기본기를 갖추면서도 최대한 단순하게 구성해 번거로움을 줄이는 모습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어나더 포스' 등 여러 가지 시스템이 갖춰지기 때문에 전투 양상이 달라지지만, 차근차근히 이야기에 맞춰서 변하기 때문에 처음 접하는 사람도 무리없이 적응해서 플레이할 수 있도록 했죠.


사실 '어나더 에덴'은 일본에서는 2017년 발매가 된 게임입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한국어화를 거쳐서, 29일에 정식으로 출시하게 된 것이죠. 출시 당시에도 유저들이 관심을 보였지만, 독자적인 IP에 스토리 위주로 흘러가는 싱글플레이 방식을 채택한 JRPG였기 때문에 일부 계층에서만 즐기곤 했죠. 이런 류의 RPG는 재미를 느끼려면 스토리를 즐기면서 모험과 이야기를 음미해야 하는데, 일본어를 할 줄 모르면 시도 자체가 어려울 수밖에 없었거든요.

이 문제가 해결이 된 만큼, '어나더 에덴'은 음악과 그래픽 그리고 스토리의 삼위일체를 이루는 정통 JRPG의 향수를 국내 유저들에게도 전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최대한 간단하게 리소스를 갖추면서도, 저 세 요소를 잘 조합해서 특유의 감성을 자아낸 JRPG의 공식을 충실하게 구현해냈기 때문이죠.


다만 싱글 JRPG의 구성을 충실하게 이행했지만, 부분유료화 BM이라는 온라인-모바일 게임의 BM을 이식했다는 점은 기존 JRPG팬들에게는 다소 이질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습니다. '어나더 에덴'은 캐릭터를 확률형 아이템으로 파는 대신 DLC에 해당하는 외전 스토리나 추가 업데이트를 계속 무료로 제공하는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다른 모바일 게임처럼 기간 한정 이벤트나 기간 한정 뽑기가 없고, 경쟁 콘텐츠가 없는 데다가 장비는 무조건 게임플레이로만 획득할 수 있도록 하는 원칙을 고수해 유저들이 싱글플레이 게임처럼 즐길 수 있도록 했죠.

▲ 패키지 방식 대신, 일부 캐릭터를 확률형 아이템으로 판매하는 부분유료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일본 모바일 게임의 인계 코드 방식을 그대로 적용한 것도 국내 유저에게는 불편할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일본에서는 SNS로 계정을 연동하기보다는, 데이터 이전 코드라는 것을 발급받아서 다른 기기로 계정을 이전시켜서 플레이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방식으로 다른 기기로 데이터를 이전하면, 예전에 사용하던 기기에서는 이어서 플레이할 수 없어서 SNS 연동 방식에 익숙한 국내 유저들에겐 크게 불편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다소 불편하기는 하지만, '어나더 에덴'은 그런 불편함을 미학과 감성으로 승화시킬 만큼 고전적인 JRPG의 왕도를 잘 따르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감성이 정식 출시 후 유저들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내심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