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스무살우리 LCK 스프링 스플릿이 지난 16일 종각에 위치한 LoL 파크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새로운 경기장에서 열린 첫 일정이었고 기존 LCK와 비교하면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역대급' 이적 시즌과 KeSPA컵이 지나가고 열리는 첫 LCK라서 팬들의 관심 역시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기대가 높았던 만큼 아쉬운 점도 많았다. 다행히 팬들의 불만과 피드백이 대부분 받아들여졌고 그중 상당수가 개선됐다. 방송 인터뷰를 잡아주던 카메라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고 조명도 선수들의 얼굴을 더욱 밝게 비췄다. 하지만 아직 개선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문제에 대한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동안 LoL e스포츠에서 거의 발생하지 않았던 문제였다. 현장 관람객 및 시청자들의 경기 몰입을 해치는 가장 큰 요소, 관전 버그가 지속적으로 발생 중이다.

사실 국내에서 자잘한 관전 버그는 2018년 말에 열렸던 KeSPA컵부터 나타났다. 종종 챔피언이 원래 있어야 하는 위치에 있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게임 내 버그는 시기가 어느 정도 지나면 바로 고쳐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KeSPA컵에서 '거슬리지만 웃어 넘길 수 있었던' 관전 버그는 2019 LCK 들어 더 심해졌다.

관전 버그가 가장 두드러졌던 장면은 개막일 경기였던 젠지 e스포츠와 담원 게이밍의 2세트 중에 나왔다. 8분경 '피넛' 한왕호의 세주아니는 바텀 라인 근처 수풀을 배회 중이었다. 그러던 중 경기 화면에 놀라운 장면이 잡혔다. 분명 '피넛'의 세주아니가 상대 바텀 듀오 쪽으로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는데 '뉴클리어' 신정현의 자야와 '호잇' 류호성의 라칸은 그 어느 때보다 평온했다. 심지어 세주아니가 라칸 바로 옆까지 당도했지만 어떠한 형태의 교전도 발생하지 않았다. 사실 이건 관전 버그에 의한 것으로 몇 초 후에 '피넛'의 세주아니는 원래 위치에 모습을 드러냈다.

▲ 이토록 놀라운 세주아니의 위치는

▲ 관전 버그 때문에 나온 해프닝이었다.

그 다음에도 관전 버그에 의한 장면은 수시로 나왔다. 협곡의 전령을 소환하고 있는 챔피언이 미끄러지듯 앞으로 이동했다가 원래 자리로 돌아오거나 전광석화처럼 스킬 콤보를 난사하는 챔피언은 그 자리에서 빙빙 도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비단 LCK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었다. 중국 LPL에서도, 유럽 LEC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각 지역 중계진들도 "아, 방금 저건 관전 버그에 의한 현상입니다" 라고 자주 언급할 정도였다.

이를 단순 헤프닝이었다고 생각한 채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심각한 문제다. e스포츠는 특성상 관람하는 사람들이 게임 화면을 바라보는 것 말고는 경기 내용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직접 선수들이 움직이는 걸 보면 되는 축구나 야구, 농구 등 전통 스포츠와는 확연히 다른 점이다. 경기 자체가 온라인 게임 상에서 진행되어 실체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현장을 방문하는 '직관러'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해서 관전 시스템 및 옵저버의 역량이 e스포츠 관람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이게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e스포츠 관람 자체를 훼손하는 일이 발생한다. 관전 버그는 경기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는 걸 방해하고 몰입도를 떨어뜨린다.

라이엇게임즈 역시 해당 문제를 인지하고 해결을 위해 노력 중이었다. 라이엇게임즈는 "방송상의 문제는 아니었고 선수들이 직접 플레이하는 게임 상에서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며 관전 모드 자체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정확히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조사 중이라며, 최근 패치 버전과는 무관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또한, 라이엇게임즈는 "현재 관전 모드에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모든 대회 경기에서 비슷한 관전 버그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걸 보면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닌 듯 하다. 그러는 사이에 경기를 관람하는 시청자들은 방금 발생한 챔피언의 위치 이동이 프로게이머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관전 버그에 의한 것인지 끊임없이 의심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당연히 팬들은 이 심각한 문제에 대해 불만을 호소 중이다.

한시라도 빨리 관전 버그가 고쳐져 LCK를 비롯한 LoL e스포츠 시청에 불편함이 없어지길 바란다. 관전 시스템은 e스포츠의 특성상 반드시 버그 청정 구역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