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4단계 레이드 입문을 위해 준비하는 유저가 있다.
지금까지 모았던 해금석 II와 실링을 들고 베른 성 룬 장인 '엘리너' 앞에 섰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마우스 클릭을 하며 슬롯을 변환했지만
줄어드는 해금석II와 녹듯이 사라지는 실링 앞에 불안한 듯 다리를 떨기 시작한다.

결국 슬롯 하나에 증폭이 완성되었다.
그리고 사리진 해금석 II 100개와 180만 실링...

게다가 증폭은 이제 시작일 뿐 아직 8개의 부위가 남아있다.


위 내용은 최근 상위 유저들이 실링 부족을 한탄하며 이야기하는 내용을 픽션으로 담았다. 하지만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유저가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4단계 레이드에 입장하면서 마땅한 실링 수급처가 없는 상황에서 소모량만 대폭 증가하여 발생한 현상으로 그 중심에는 '증폭 슬롯'이 있다. 화력에 따라 극명하게 달라지는 난이도 때문에 증폭 슬롯이 의도치 않게 필수가 되어가게 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원하는 증폭 슬롯을 얻기 위한 작업이 확률이며, 만약 운이 없다면 어마어마한 실링이 소모된다는 점이다. 이에 실링을 수급하는 것이 게임 스트레스 요소 1위로 등극했고. "실링은 거래도 안 되잖아? 왜 이렇게 벌기 어려운 거야?"라며 많은 유저들이 의문을 품는 부분이 되었다.


▲ 원하는 증폭 슬롯을 얻으려면 많은 양의 실링이 소모된다



■ 증폭 슬롯: 레이드 난이도를 뒤집어 버리는 압도적인 효율

사실 룬에 대한 효율은 초기 레이드부터 증명되어 왔다. '헬가이아(2단계)'만 봐도 '화속성 저항'과 '화상 면역' 효과 착용에 따른 난이도 차이가 뚜렷하게 느껴진다. 다만, 실제로 경험한 결과 룬을 착용하지 않으면 힘들긴 했어도 클리어에 문제가 되진 않았다.

즉, 이 당시까지만 해도 '원하는 면역, 저항 룬이 안 나와서 문제다' 수준이었지, 실링에 대한 스트레스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4단계와 주간 레이드에서는 달랐다. 대부분 야수 타입인 4단계 레이드에서는 야수 추가 피해 룬의 효율성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높아졌다.

"왜? 캐릭터가 강해지면 좋지 않아?" 단순하게 보면 틀린 말이 아니다. 문제는 과도한 스트레스 유발이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진행하는 공개 파티에서는 성공률을 높이는 수단을 모두 동원해야 공략이 편해진다.

그 결과, 저항과 면역 효과를 최대치로 맞춘 후 야수 추가 피해 룬으로 화력까지 상승시킨 증폭 슬롯의 입지는 현재 레이드를 공략하기 위한 필수 요소로 자리를 잡았다.

물론, 4단계 레이드는 야수 추가 피해 효과가 높지 않아도 충분히 공략할 수 있다. 다만, 다른 사람에 의해 실패하는 상황이 종종 펼쳐지는 로스트아크 레이드 구조에서 스펙 요구는 불가피한 부분이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해당 스펙이 노력이 아닌 운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 4단계 레이드에서는 야수 추가 피해 룬의 효율이 높다



■ 운: 한 번에 나올 수도 있지만 아무리 해도 나오지 않는 경우도...

취향과 선택의 차이는 있겠지만, 로스트아크에서 최종 스펙을 맞추기 위해서는 레이드 콘텐츠를 해야 한다. 많은 유저들이 캐릭터를 더 강하게 성장시킬 겸 상위 콘텐츠도 즐겨보자는 마음으로 4단계 레이드를 입장한다.

수차례 보스를 토벌하면서 간혹 드랍되는 장신구를 보면 누구나 뿌듯함을 느낄텐데, 사실 레이드에서 장신구 획득도 운에 따라 결정된다. 그래도 이와 관련된 불만이 많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던전이나 비밀지도로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장신구는 수급할 수 있는 콘텐츠가 다양한 상태에서 레이드 장신구가 드랍되면 좋고 아니면 다시 공략하면 되는 부분이라 플레이어 입장에서 큰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 장신구는 던전과 비밀지도로 조금은 해결할 수 있다


문제는 룬과 증폭 슬롯이다. 일정량의 룬 상자도 항해, 던전, 섬 콘텐츠로 얻으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 운이 없으면 원하는 룬을 얻지 못한다. 실제로 '비밀기지 X-301'을 계속 반복하여 '청명의 룬 랜덤 상자 II'를 80개 모아 열었지만, '야수 추가 피해 룬'이 1개도 나오지 않아 다시 해당 던전으로 향한 유저도 있었다.

시간과 운에 맡겨 힘겹게 룬을 획득했다면 이제 룬 슬롯을 만들 차례다. 증폭 슬롯이 나올 때까지 슬롯을 계속 변경해야 하는데, 이때 룬 슬롯을 변경할 때마다 실링 소모량이 점점 증가한다.

처음에는 소량만 쓰이지만, 횟수가 늘어날수록 마우스 클릭 1번으로 '큐브 다이아몬드 상자'가 소모될 정도로 많은 양을 요구한다. 즉, 룬 슬롯은 시간과 실링 그리고 운까지 따라줘야만 해결되는 시스템이다.


▲ 해당 화면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기준 스펙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그것을 맞추는 과정에는 운이 따라야 한다



■ 실링: 안 그래도 부족한데, 마땅히 수급할 콘텐츠도 없어

결국 원하는 증폭 슬롯이 끝까지 나오지 않아서 같은 부위의 아이템을 다시 제작하는 유저들도 종종 보인다. 그러면 "증폭 슬롯만 해결되면 실링 부족 현상이 해결된다?" 조금은 해방될 수 있겠지만, 실링 부족 현상은 이대로 끝나지 않는다.

증폭 슬롯을 겨우 해결하면 각인의 고통이 시작된다. 고레벨 반지를 교체할 때마다 소모되는 각인의 비용은 15,000~50,000실링이다. 50,000실링이면 큐브 다이아몬드 상자 3개로도 부족하다.

에포나 의뢰와 비교하면 어떨까? 로팡 섬 의뢰(15,000실링)을 4번 수행해야 50,000실링을 채울 수 있다. 일일 최대 5번, 에포나 의뢰 추가권(+1)이 개당 63크리스탈 혹은 PC방 2시간 30분 사용인 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많은 양을 요구하는지 와닿을 것이다.

1월 20일에 화제가 됐던 왕의 무덤 실링 반복 수급이 막혔을 때 특별한 점검 없이 패치가 적용된 것도 큰 문제였지만, 마땅한 실링 수급처가 없어 민감한 마당에 그런 조치가 이뤄졌다는 점이 더욱더 많은 화를 불렀다고 볼 수 있다.

* 관련 정보: [뉴스] "실시간 데이터 변경 기능은 없다" 루테란 왕의 보물 상자 획득 실링 전량 회수(2보)
* 관련 정보: [공지] 루테란 왕의 무덤 보물상자 조치 및 무점검 수정사항에 대한 안내


▲ 일일 제한 횟수가 있는 에포나 의뢰 중에서 최대 실링 획득량은 15,000이다


이렇게 많은 노력을 투자해도 오래 사용하거나 최종 단계 장비라면 조금은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4단계 레이드 아이템도 결국에는 주간 레이드를 도전하기 위한 과정이고, 아크라시움 II만 많으면 해당 아이템들은 금방 지나가기 마련이다.

간혹 "주간 레이드는 현존 최종 레이드야! 모든 사람이 다 가라는 법은 없잖아?"라는 의견도 본다. 물론 로스트아크에 접속하는 모든 모험가에게 주간 레이드 공략을 강요하진 않는다. 하지만 도전조차 힘들어서 스트레스를 제공하는 현실은 조금 다른 측면으로 봐야 한다.


▲ 이 모든 것이 유물 등급 아이템 획득을 위한 과정이다


CBT 당시 금강선 디렉터의 인터뷰나 지난 광고를 보면 로스트아크는 다른 MMORPG와 다르게,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원하는 콘텐츠만 즐겨도 비슷한 스펙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강조했었다.

하지만 현실은? 현존 최종 스펙이라고 불리는 530(↑)레벨 유물 아이템은 레이드 콘텐츠를 진행해야만 획득할 수 있다. 그렇다고 다른 콘텐츠에서는 아이템 레벨이 낮아도 될까? 당장 필드 보스 적정 레벨이 525를 요구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고 말할 수 없다.

그렇다고 "과연 유물 등급 아이템은 안전할까?" 로스트아크는 현재 OBT 기간이다. 주간 레이드보다 상위 콘텐츠가 나올 확률도 충분히 있다. 만약 새로운 상위 콘텐츠가 등장하면 이 과정을 유물 등급 아이템에서도 겪어야 하는데, 다시 하라고 하면 결코 좋게 받아들일 유저는 없을 것이다.


▲ 각인에 소모되는 실링의 양도 만만치 않다



■ 해결 방안: 실링 수급처 추가, 루페온 인장 사용은?

결국 큐브, 에포나 의뢰, 골드 교환 외에 실링을 수급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히 없다는 것이 핵심이다. 기본적인 전투 콘텐츠에서 모인 실링으로는 대륙 이동 수단인 정기선만 몇 번 이용해도 적자를 보는 현재 구조가 개선되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유저들은 실링 수급처 확대와 실링 소모량 감소 등에 대해 다양한 피드백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효율이 너무 좋은 실링 수급 콘텐츠를 추가하면 다른 콘텐츠의 이용률이 대폭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할 부분이다.

그러면 실링 소모량을 감소시키거나 자주 사용하지 않는 화폐로 슬롯을 변경하는 방안이 남았다. 필드 보스, 비밀지도, 카오스던전 등으로 쌓여만 가는 '루페온 인장'을 어빌리티 스톤 세공처럼 룬 슬롯 변경이나 각인 부여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 쌓여만 가는 화폐 사용처를 추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물론, 카드 성장(각성), 수리, 물약 구매, 정기선 이용 등의 전체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겠지만, 적어도 캐릭터를 성장시킬 때 실링이 부족해서 스트레스가 유발되는 현상은 다소 줄어들거라 예상한다.

사실 증폭 슬롯 관련 이야기는 4단계 레이드를 하지 않거나 운이 좋은 유저들에겐 크게 와닿지 않을 것이다. 다만,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다음 사람들이 편하게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실링 부족 현상이 꼭 개편되길 바란다고 말할 정도로 실링 부족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지금 몇 백만 실링을 가지고 있어도 운이 안 좋으면 매일 로팡 섬과 큐브를 반복하는 처지가 되는 건 한 순간이다. 누구나 언젠가는 경험할 일이고, 지금 경험한 사람에게도 다시 반복될 수 있는 만큼 빠른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 전반적인 실링 수급과 룬 슬롯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


※ 현재 실링 부족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혹은 개선 방향이나 의견이 있다면 댓글을 통해 이야기를 나눠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