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게이트의 VR 연애 게임, 출시 이전부터 숱한 화제를 불러일으킨 화제의 작품 ‘포커스 온 유’. 오늘 타이베이 게임쇼 현장에서 최초로 시연을 진행했습니다. 소문으로만 익히 들었던 작품인 만큼, 저 역시 굉장히 떨렸는데요. HMD를 착용하는 순간 경건해지는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초점을 맞추고, 스틱을 손에 쥔 뒤 조작감을 익히려던 순간 갑자기 제 눈앞에 앳된 소녀 한 명이 나타났습니다. 사슴 같은 눈망울에 갈색 빛이 감도는 단발 머리, 그리고 분홍빛의 단정한 옷차림이 인상적인 여학생이 저를 갑자기 선배라 부르네요.

배경은 카페, 밖의 날씨는 무척이나 화창합니다. 언뜻 판교가 보이는듯한 기분도 들지만, 착각이겠죠. 잠깐 외부 풍경에 눈길을 뺏긴 사이 여학생이 제게 다시 말을 겁니다. 커피 한잔 달라고요. 서투른 손짓으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 시럽을 담은 뒤 거품을 냅니다. 따뜻한 라떼를 마시고 맛있다며 미소 짓는 여학생, 기쁜 마음과 동시에 묘한 죄책감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학생이 진지하게 말을 건네옵니다. 어제의 일 기억하냐고 질문을 던지네요. 전 물론 모르겠습니다. 지금 방금 게임을 시작했으니까요. 눈앞에 ‘그게 너였어!?’라는 선택지밖에 없어 일단 고르고 보니, 제가 이 여학생의 사진을 몰래 찍었던 것 같습니다. 갑자기 범죄수사물로 장르가 바뀌어가는 기분입니다.

본인이 찍힌 사진을 확인하더니 잘 나온 것 같아서 지우기 아깝다며 배시시 웃는 여학생, 그러더니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몇장 더 찍어줄 수 없냐고 물어옵니다. 물론 모든 말끝에는 선배라는 두 글자가 붙어있죠.

엉거주춤한 자세로 사진을 찍어봅니다. 중간에 자세도 바꿔주는 여학생, 이렇게 찍은 3장의 사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걸 건네주니 카페 한편에 이를 장식합니다.

그러더니 제게 말을 건네네요. 선배와 함께라면 같이 사진 찍어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이죠. 그러면서 새끼손가락을 건넵니다. 저 역시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을 합니다. 그리고 환하게 웃으며 사라지는 학생, 당장에라도 약속을 지키러 가야 할 것 같지만 아쉽게도 데모는 여기서 끝이 나고 말았습니다.

훌륭한 인터랙션과 그래픽, 그리고 자연스러운 진행이 돋보였던 포커스 온 유.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대만 게이머들도 호평일색이었다고 합니다. 소니 전체 VR 게임 중 두 번째로 빨리 매진이 됐을 정도라고 하네요. 그 이유를 왜인지 이제는 알 것만 같습니다.